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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규슈, 백년의 맛』- 저자 인터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8.

『규슈, 백년의 맛』

저자 인터뷰

 

 

 

 환상의 팀웍이 느껴지시나요?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도돌돌이입니다!^0^
지난 월요일, 저는 제가 서평을 썼던『규슈, 백년의 맛』의 저자이신 박종호 · 김종열 기자님 두 분을 뵙고 왔는데요. 기자를 인터뷰하다니!!!  11시 반에 부산일보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찾아가면서도, 무척 긴장되고 떨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오히려 저에게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잘 부탁한다고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덕분에 저도 긴장을 잠시 잊고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규슈, 백년의 맛』저자님들과의 인터뷰답게! 저희의 인터뷰는 부산일보 뒷골목, 김치찌개집에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맛난 점심과 함께 이뤄졌습니다.^^

(편의를 위해 박종호 기자님을 박, 김종열 기자님을 김으로 표기했어요.
대화 속에서 제 질문은 도돌돌이의 '도'로 표기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찌개, 맛집 기자님과의 인터뷰는 배부르고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였다.

 

 

Q  많은 가게를 취재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가 있나요?

 

박: 일본에 요요카쿠라는 료칸이 있어요. 100년도 더 넘은 료칸이고 건물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거든요. 그런데 그 집 자체가 너무 좋기도 한데, 역시 우리가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사람이 좋아 정을 느낀다면, 그런 좋은 느낌이 더 오래 가잖아요? 그 집은 노부부가 주인인데, 여자 사장님이 한국말을 잘하시고 또 한국 손님이 오면 응대를 해주세요. 그런데 나이가 많이 드셨으니까 아들이 일을 돕고 있고 두 분이 돌아가시면 그 아들이 장사를 이어 해야 하는데, 아들은 한국말을 전혀 못하더라구요. 자기가 죽고 나면 손님들도 많이 바뀔 것이다, 한국말로 응대를 못하니까. 그래서 아들이 앞으로 내가 한국말을 배워서 하겠다하니까, 진짜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말을 배워야지 손님을 조금 더 늘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아들에게 말하더라구요. 정말 한국을 좋아하고, 그런 마음에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야지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만 가지고 한국말을 배워서는 안 된다고 자기 아들을 나무라더라구요. 그런 게 인상 깊었고 기억에 많이 남아요.

도 : 그곳은 료칸이니까 그럼 직접 하루를 묵으시고 취재를 하신 건가요?

박 : 하룻밤 자고 보통 저녁식사를 하고 그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하죠.

김 : 저는 다 기억에 남죠.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제 식으로 받아들여서 말씀드리자면, 열이면 열집 모두 잘됐으면 좋겠는데 이 집은 진짜, 좀, 잘됐으면 좋겠다는 집이 있어요. 이집만은 끝까지 잘됐으면 좋겠다,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이라 할 수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재일한국인이 하는 야키니쿠집이 생각이 나요. 맛있고 그런 걸 떠나서 그쪽 사회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자세라든지….

도 : 국적도 안 바꾸셨던데요?

김 : 저는 국적을 바꾸고 안 바꾸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야 뭐 여기서 보면 국적을 안 바꾸면 애국자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도 쉬운데 그런 것보다 결국 자기가 살아가는 건데, 그분들은 한국의 맛을 지킨다, 이런 게 아니에요. 자기 할머니의 맛을 지키는 것일 뿐이구요. 자기가 재일한국인이고 할머니도 재일한국인이다 보니까 한국적인 맛일 수가 있는 거죠. 기획의도와 비슷한데 저는 음식 이전에 음식을 통해서 그 사람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그곳은 사람이 보이는 가게였던 것 같아요. 한국인들이 외면해왔던 재일한국인들의 역사도 보이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가서 일식 많이 먹잖아요. 요즘 뭐 한국에도 일식 많이 먹고요.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가면 그런 재일한국인 가게를 한번 찾아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국의 맛하고는 달라요 솔직히. 한국에도 없는 맛이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박 : 김종열 기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한국에서 먹는 음식의 맛은 여러 사람들의 입맛에 맞췄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맛이 아니라 변형된 것인데, 재일한국인이나 해외에 있는 동포들의 음식 맛은 고향의 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원형에 가까울 수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 예, 조금 다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인들이 옛날도 그렇고 지금도 남미에 되게 많이 살아요. 우리나라도 지금 국어파괴라든지 국어가 많이 변형됐다고 하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진데 방송용어라든지 SNS라든지 하는 것들 때문에 일본어 원형이 많이 파괴가 됐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순수한 일본어가 남미를 비롯한 외국에 더 많이 남아 있다는 거죠. 왜냐면 그 사람들은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을 했으니까요.

박 : 그러니까 자기 고국을 잊지 않기 위해서 더욱 노력했다는?

김 : 예, 지키려고 계속 노력을 한 거죠.

도 : 떠나올 때 그대로?

김 : 예,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가르쳐주고 또 가르치고 그렇게 노력을 했던 거죠. 그런데 일본에 있던 사람들은 환경에 맞춰서 계속 말을 바꿔나간다는 거죠. 오히려 외국에서는 그런 노력으로 원형이 제대로 지켜질 수가 있었던 거고. 재일한국인 음식점도 사람들 입맛에 맞춰 바꿔서 팔아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맛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두분의 사진을 요청하자, 금세 다정하게 포즈를 취해주시던 ㅎㅎ

 

 

Q  여러 음식을 맛보셨는데, 기억에 남는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 : 나는 도미 오차즈케. 오차즈케 하나로 300년을 넘게 내려온 그 집이 기억나는데, 도미 오차즈케는 정말 내가 여태껏 먹어본 음식을 베스트로 고른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정말 맛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찾아가기가 조금 어려운 곳에 있는데도 그 집은 또 가고 싶다, 이렇게 생각할 정도에요. 뭐 도미라는 생선은 비린내가 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했는지 깨소스를 이용해서 맛을 더합니다. 대를 이어 내려온 비법은 당주 혼자만 알 수 있는 건데 특별한 건 그 깨소스 하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따로 밑반찬도 없이 간단히 한두 개 나오는데, 입에서 정말 살살 녹는 맛입니다. 사람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이걸 알고 만든 것 같은 그런 맛이에요. 정말 다시 먹고 싶고 그걸 먹기 위해서 또 가고 싶은, 정말 잊지 못할 그런 맛이에요.

도 : 저도 봤는데 제가 먹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도미를 물에 마는 밥인데 안 비리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생선과 물밥인데, 당연히 비릴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박 : 일본 음식을 좀 알고 오차즈케라는 음식을 먹은 사람은 비리지 않다는 걸 대부분 알 수 있어요. 도미가 아니라 연어라든지 다른 생선을 써도 마찬가지구요. 한국에서도 일식집에서 오차즈케를 내는 집이 있거든요. 먹어본 사람은 실제로 비리지 않다는 걸 알죠. 우리 음식 중에 물회 있죠? 물회도 회에 육수와 소스를 넣고 비벼 먹는데 안 비리잖아요. 도미 오차즈케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음식에 물회하고도 비슷하다 생각할 수 있어요.

 

맛있게 드시는 박종호 기자님~ 극찬하시며 여러번 말씀하시던 도미 오차즈케가 궁금해진다!

 

 

Q  이 책을 쓰시기 전에 우리나라에는 백년 대가가 없다는 걸 생각하시고 가신 면이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백년 대가가 탄생하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점은 뭘까요?

 

김 : 지금 와서 생각하자면, 이제 조금씩은 형성되는 것 같은데 음식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자부심이랄까요? 그 자부심이라는 게 스스로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이제는 우리가 셰프, 셰프,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우리 주위를 보면 아버지가 의사면 자식도 의사고 아버지가 법관이면 자식도 법관인 경우가 많아요. 왜냐면 아버지가 일을 해보니 좋거든요. 그런데 농사짓는 집안 아버지는 자기 아들딸은 절대 같은 일을 대물림 안 시키려고 소 팔고 논 팔아서 공부시키잖아요. 그런 이유가 제일 큰 것 같은데요. 일단 자영업이라든지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져야지 본인 스스로도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가 있는 것이고, 그래야지 자식들도 단순히 아버지의 일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자영업에 대한 지원이라든지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해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 : 그 다음에 덧붙이자면 기획의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두부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불과 얼마 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 되었는데 그 이전에 대기업이 그런 부분까지 진출하면서 중소기업이 대를 이어 경영하기 어려워진 부분이 있거든요. 그리고 요즘 가게를 계속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보기에 임대료 문제죠. 장사가 안 되는 건 장사를 잘 되게 하는 차원의 문제인데, 장사가 좀 된다고 하면 임대료가 폭리라고 할까? 너무 올라서 그 자리에서 도저히 장사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장사 잘하고 있는 업체를 내보내는 건 대부분 대기업이에요. 프랜차이즈 대기업이 우리가 임대료를 더 많이 낼게, 하면 건물주가 원래 있던 업체에 100%씩 더 임대료를 주든지 나가든지 골라라, 이렇게 요구할 수 있게 되고 그럼 도저히 그 임대료를 맞출 수 없게 되니까 결국은 망하거나 문을 닫거나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로 보면 부산에서도 지금 광복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랫동안 그곳에서 장사를 했던 기업들은 위기예요. 예를 들어 B&C가 딱 그 경우거든요. 그리고 보수동 책방골목도 그곳이 활성화되면서 그런 문제가 있고 서면 전포동 카페거리도 마찬가지구요. 건물주와 업주가 같은 경우는 잘 없거든요. 결국 장사가 잘돼도 건물주들만을 위한 노릇이 되어버리는 거죠. 정말 심각한데, 임대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100년, 200년씩 오래 가는 가게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거죠.

 

 

Q 한국에도 영세하지만 자신의 꿈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하거나 또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어떤 가치들을 얻을 수 있을까요?

 

김 : 저는 그냥 하나의 음식을 우리가 먹기까지 음식 안에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걸, 끄집어내고 싶었던 것인데요. 그런 것까지 생각은 안 하고 썼어요. 창업이란 건 수요와 공급의 철저한 계산 아래에서 하는 것이니까요. 이 책에 나오는 경영 방법들은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새 것을 개발하는 것으로 그 가게를 살릴 수 있고, 또 다른 경우에는 전통을 고집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죠. 제가 볼 때는 가게마다 해결방법이 다 달랐기 때문에 어떤 하나를 꿰뚫는 답은 없다는 거죠. 그런데 다만, 이 책에 나오는 가게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나름대로 무언가를 가지고 그것에 애착을 하며 노력했다는 겁니다. 제가 취재한 가게들 하나하나 나름대로의 답은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답이 되는 것은 아니란 거죠. 구체적인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고, 다만 이 책에서는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박 : 저는 맛집 담당 기자를 오래했고, 책을 내다보니 나름대로의 견해로는, 이 책의 가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맛있고 오랜 집에는 스토리가 있어요. 이래서 음식이 맛있고 장사가 잘되는구나, 이 집이 이렇게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었구나, 하는 그런 것 말이에요. 제가 하는 역할은 그 스토리를 찾아서 엮어주는 것이고 그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창업이나 장사를 한다면 당장은 그 스토리가 없을 수 있겠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는 작업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스토리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준다면 장사가 지금보다 잘 될 수도 있겠구요. 이 책을 통해 그런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이번에 책을 함께 쓰셨는데 어떤 식으로 취재하셨는지 궁금해요.

(취재는 각자하였고, 그 내용을 함께 보고 정리하셨다는 두 분.)

 

김 : 챕터는 취재를 다 하고 나눈 것이기 때문에 그 순서에 따라 취재를 한 것도 아니고, 취재 후 내용을 함께 정리해서 나눈 겁니다.

박 :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이라서 언어소통의 문제 등 취재가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알고 싶은 내용에 대해서 캐묻기가 좀 어려웠고, 재취재를 하기가 힘들어 한번 취재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죠. 그리고 대상 선정은 정보를 취합하고 그중에서 몇 군데를 하자, 이렇게 의견을 말하고 지역별로 한번 갔을 때 옮기기 쉬운 곳으로 몇 군데를 나눠서 취재했죠.

 

 

Q  맛집 취재다보니 취재를 거부한다든지, 취재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김 : 외국을 가야 하는 거니까 시간이나 기회 등을 포함한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약속이 확정되지 않은 가게를 일단 가서 취재하기는 힘들어요. 아예 약속도 없이 무작정 가서 취재를 해도 되겠냐고 묻는 경우는 없어요. 리스트에서 미리 취재가 안 되는 곳은 뺍니다. 물론 가능하다고 해서 취재를 해보니 음식은 맛있을지 몰라도 처음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글로 풀어지지 않는 가게도 있어요. 그래서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박 : 아까 말했듯이 가게마다 스토리와 역사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정말 눈물 나게 맛있는 카레집이 있었어요. 두고두고 생각나는 카레집인데, 그렇게 맛이 있었지만 가게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고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쓰지 못했죠. 또 한 곳은 오래된 만두집이었는데 취재에 응해서 했지만 잘 안되더라고요. 주인이 마지못해 건성건성 몇 마디 대답하고, 그런 것들은 쓸 말이 없으니까 아깝지만 버리는 거죠.

 

 

Q  책을 읽다가 쇼로만쥬를 만드는 오하라시니세 가게의 글에서, ‘고속도로 한 귀퉁이에서 팔아도 그만일 호두과자를 스스로 격을 높여서 전국적인 명물로 만들었다’는 부분을 공감했거든요. 이 가게는 만쥬를 만들 때 물이나 방부제도 안 쓰고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잖아요. 제 생각으로는 그러면 빨리 상해서 경제성의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경제성과 전통을 지키고자하는 고집이나 맛 사이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소로만쥬뿐 아니라 과자점 히다카의 난자고라 다이후쿠도 모찌 안에 딸기랑 크림치즈, 밤을 넣는 건데 특허를 낸 것도 아니고 옆집에서도 따라 만들 수 있는 것이거든요. 비율의 문제라지만 비율이야 섞다 보면 비슷한 맛을 낼 수도 있는데, 제가 볼 때 이건 같이 가는 문제에요. 원조집이니까 많이 팔리죠. 그 모찌는 제 기억으로 당일 아니면 그 다음날까지밖에 못 먹어요. 이틀이 지나면 못 먹게 되는 거죠.

보 : 그런데 그게 다 팔리나요?

 

크림치즈, 밤, 딸기가 들어있는 모찌 '난자고라 다이후쿠'도 '쇼로만쥬'처럼 무방부제로 유통기한이 1~2일이지만 다 팔린다고 한다.

 

김 : 그렇죠. 다 팔리니까 그렇게 만드는 거예요. 주인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옆 가게가 따라하지 못하는 건, 그날그날의 수요가 들쭉날쭉해서 매출을 가늠하지 못하고, 그러면 결국 남게 되는 것은 다 버려야 하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원조집은 결국 그런 걸 감수했기 때문에 팔리는 거고, 팔리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는 거예요. 선순환으로 돌아가는 구조죠. 물론 일본 사람들도 방부제를 많이 넣어요.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일본 가게가 방부제를 안 넣는 건 아니니까요. 방부제를 안 넣는 건 자기만의 고집도 있겠죠. 무엇이 먼저냐고 한다면 제 생각에는 고집이 먼저라 생각하는데, 그 고집이 유지될 수 있는 건 음식이 팔렸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그리고 거기에는, 비싼 음식에 대한 값어치를 손님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팔리니까 만드는 거예요.

도 : 또 그렇게 하니까 팔리는 거구요?

김 : 네.

박 : 시민들이 맛 좋고 건강한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건 소득이나 다른 요인에 따라 다른 건데요. 일본에 유기농 레스토랑의 경우도 계속 적자를 보다가 언제부터 손님이 들기 시작했냐면, 동일본 지진이 일어나고 방사능의 위험이 생기면서 음식이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구나,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계기가 돼서 손님이 많이 늘었다 하더라구요. 음식의 중요성을 느끼고 잘못된 음식에 큰 문제를 느낄 때 인식이 달라진 거예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소득이 올라가든지 어떤 계기가 있으면 음식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죠.

 

 

Q  그 유기농 레스토랑은 모기업이 있던데 기업에 이윤이 많이 남지 않아도 유기농 작물을 쓰고 지역 농가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고 좋았어요. 우리나라에는 이런 회사나 사례가 없을까요?

 

김 : 단위 농협들의 사업이 그런데, 예를 들어 철마 농협이라든지요. 지역 농협에서 그 지역의 농수산물을 가지고 하는 사업들인데, 아무래도 지금 얘기하는 게 농수산물에 관계되는 것들이니까 농 ․ 어촌 사례가 될 텐데 우리나라도 아예 없지는 않아요. 고성의 돼지 농가들은 자기들끼리 협동조합을 만들어 상생하는 예가 있어요.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말하는 지역 중심주의, 그런 것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큰 대기업 마트에 가면 채소 코너 중 한 부분을 지역산 코너로 만든 걸 볼 수 있어요. 이곳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이 있습니다, 하는 건데 그 가격은 좀 비싸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을 사서 쓰거든요. 대기업에서 유통하는 것들도 우리나라처럼 다 있고, 한쪽 코너에 따로 지역산 코너가 있는 거죠. 이런 게 지역 살리기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건데, 요즘 보면 우리도 조금씩 하고 있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얼마 전 부산 기장에 생긴 아울렛에도 기장에서 나는 것들을 파는 상점이 있거든요. 이게 얼마만큼 활성화되느냐가 문제인 것 같아요.

박 :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셰프가 새 메뉴에 예를 들어 명지 대파라든가 갈미조개가 들어간 파스타라든가 지역에서 나는 산물을 넣어 메뉴를 만들기 시작하는 거죠. 재료가 가까운 데서 나니까 신선하고, 우리 지역음식이 되니까 서울이나 다른 곳에서 오는 손님들도 여기서 맛 볼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하는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알려지니까 이러한 것은 점점 확산되지 않을까….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나는 갈미조개 /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kp303kp303?Redirect=Log&logNo=100190111802

 

 

Q  그렇군요. 규슈 음식 중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할 것 같은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 : 저는 맛있게 먹었던 카레하고 도미 오차즈케가 떠올라요. 카레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먹고요. 그 카레집은 원래 카레집이 아니라 시골 변두리 레스토랑이었는데 워낙 장사가 안 돼서 고민을 하다가 카레를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었는데, 오히려 카레가 소문이 나서 사람이 몰린 거였거든요. 그 카레하고, 도미 오차즈케는 소스의 비밀을 알아내야 하는데… 그 두 가지 아이템을 가져와서 한 음식점에서 내놓으면 완전 대박이라 생각합니다.

도 : 잘 안 어울리는 음식 조합 같은데요..?

박 : 몰라, (웃음) 내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 두 가지니까.

김 : 저는 제가 취재한 것 중에서 아카우시동이라고 소고기 덮밥을 꼽습니다. 가격대가 천 엔 정도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이 넘어요. 그런데 먹으면 스테이크를 밥 위에 올려두고 먹는 느낌이라서 우리 입맛에도 맞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돈부리를 좋아하기도 하구요.

박 : 실제로 부산에서 음식 장사하는 사람들이 규슈 쪽으로 많이 보러 다녀요.

 

 

Q  만약 두 분이 기자를 은퇴하시고 다른 일을 찾게 된다면, 음식 가게를 할 의향이 있으세요?

 

김 : 있습니다.

도 : 어떤 음식가게? 취재하셨던 것 중에 혹시 있으신가요?

김 : 아니 없어요. (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돈을 벌 것이냐,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음식을 할 거냐를 나눠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때에 따라 다르겠죠. 지금 당장 할 거라면 생각하는 게 없지만 지금 당장 할 게 아니라면 생각한 걸 가지고 5년 후, 10년 후에 해본다, 이렇게….

도 : 어떤 걸 생각중이신지 알려주실 순 없으세요?

김 : 거기까진 너무....(웃음)

박 : 김종열 기자가 이런 말을 하니까 거기에 반대되는 말을 하자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음식 자체는 굉장히 맛이 있는데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 별로 손님과 대면하는 걸 싫어하더라구요. 그래서 주방에서 안 나옴에도 불구하고, 가게에 가면 마주칠 기회가 또 있거든요? 분명 여러 번 가고 그 중에는 기사로 소개해 준 집도 있고 한데, 아는 척을 하기는 하지만 별로 안 반가워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음식이 아무리 맛이 있어도 그 가게에 잘 안 가게 돼요. 신기하죠, 음식이 맛있으면 갈 것 같은데요. 그런 점에 있어서 음식점은 물론 맛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친절함이라든지 시스템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결합되어서 다 맞아야 되는 것 같아요. 음식 장사에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또 해서는 안 될 사람도 있으니까. 기자들은 해서는 안 될 직종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웃음)

도 : 맛있는 걸 많이 드시고 글을 쓰시니까 또 잘 하실 것 같기도 한데요.

박 : 마인드가 많이 달라져야 하겠죠. 그런 업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요. 실제로 주변에서 음식점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맛집블로거 활동을 6-7년 정도 하고 있는데 맛집블로거를 하다가 음식점 개업한 사람들도 많죠.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다른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도 나중에는 음식점을 할 거라고 대부분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나도 한 번씩 할 때도 있죠.. 그런데 나는 글 쓰는 일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읽고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는지? 어떤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김 : 저는 이게 맛집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썼어요. 쓰다보니 한정된 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저에게 한계로 다가오는데, 우리가 먹는 쌀 한 톨에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음식을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 음식을 통해서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사진으로는 음식이 보이지만 그 음식을 넘어서서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 음식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처럼 그 음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도 그려지면 좋겠다, 또 그렇게 읽혀진다면 제가 쓰고자 했던 취지에 절반은 성공이 아닌가 생각하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절반은 성공이죠.

박 : 저는 오래된 것에 대해 한번 그것이 중요하구나, 하고 우리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산 같은 경우에도 최근에 영도다리가 다시 들렸잖아요.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이 영도다리가 차가 많이 다녀서 차량 통행이 불편해지니까 그때부터 안 들린 거잖아요. 그런데 그때랑 비교하면 지금 차가 훨씬 더 많이 다니는데, 그런데도 다시 다리가 들리죠. 그런 걸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크고, 넓고, 빠르고,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걸, 오래된 것에 가치를 우리의 소득이 높아지고 인식이 바뀌며 그 가치를 점점, 깨달아 가고 있더라구요. 음식점도 마찬가지고 재래시장도 마찬가지고 당장은 불편하고 낡고 오래됐지만 이걸 잘만 포장하고 스토리를 만들면 굉장히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일본의 모습에서 그러한 것을 보고 나서 우리도 주변에서 조금만 더 가꾸면 진짜 큰 자산이고 남들에게 보일 수 있는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구나, 하고 주변에 오래된 것들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저자 인터뷰의 마지막 사진 한 장~ 기자님들도 즐겁게 느끼셨으면~!

 

두 저자님과 맛있게 점심을 먹었던 김치찌개집 앞에서 두 분의 사진을 찍으며, 즐겁고 알찼던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조금 서툰 제 질문과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주시며 최선을 다해 즐겁게 답변해주셨던 박종호 기자님, 김종열 기자님!! 두 분과의 인터뷰는 정말 재밌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알찬 시간이었답니다. 

하나의 음식을 통해서 그 음식 속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김종열 기자님, 그리고 백년대가를 보며 옛것의 가치를 생각할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박종호 기자님~~ 두 분과의 인터뷰에서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자들에게도『규슈, 백년의 맛』에 숨은 두 분의 진심이 느껴지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주변을 한번 더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책, 좋은 저자님, 좋은 인터뷰 대화, 그리고 함께했던 맛있는 점심, 오래오래 기억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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