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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목화, 소설 문익점』: 사랑이야기, 사람이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27.

사랑이야기, 사람이야기, 목화, 그리고 문익점.

목화는 ‘사랑’의 이야기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문익점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있어 친근하지만 낯설다. 그만큼 문익점하면 목화, 목화하면 문익점이라는 이미지가 잘 떠오른다. 하지만 ‘붓통에 목화를 숨겨왔다’라는 짧은 문장의 말 외에 그를 표현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소설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원래 알던 이야기와 어떻게 다를까? (물론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다지 없지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목화를 가져왔다는 그 사실만 두드러질뿐 어떻게 보급이 되었는지, 또 의복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는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작가는 이러한 모순에 의문점을 품고 글을 썼다.



(출처: SBS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의 트위터) 최근에 유행했던 말이다. TV에서도 언급될 만큼 화제가 되었다. 웃기기도 하지만 슬픈 이야기.T.T


 이야기 속에서는 또 다른 서사가 등장한다. 서두 영등 할멈의 이야기, 옛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 자연 풍경 이야기, 그리고 역사 속 이야기들. 이러한 것이 목화 내에서 살아 숨 쉬며 또 다른 흥미 요소를 제공했다. 소설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줌인 하듯 풍경의 모습에서 서서히 인물들에게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책이 장편임에도 불구, 소설이 품고 있는 집중력이 대단했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고려시대 인물들을 작품 속으로 가져와 작가의 상상력을 넣어 풀어내고 있다. 익점과 정몽주의 관계, 신돈, 정도전, 이성계의 등장은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역사 이야기를 볼 때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원나라의 속국이 된 지 오래된 고려. 혼인을 통한 식민지화, 고려 왕조의 패덕함. 익점이 사는 세상은 너무나도 황폐하다. 먹을 것도 없이, 입을 것도 없이 사람들이 고통 받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철에도 베옷밖에 입질 못한다. (p.18) 분명 바깥에서는 ‘위대한 영웅’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백성들의 비명은 그치질 않는다. 쌍화점, 가시리 등 원래 알던 고전 시가들을 소설에 인용하여 독자에게 익숙함을 주는 것과 동시에 고려시대 혼란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궁중은 물론 절간조차도 정상적이지 않은 나라. 


 익점은 처제로 인해 솜옷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끌리듯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여행의 끝에는 목화가 있었다. 소설은 원래 존재하는 이야기를 엎기보다, 우리가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에 추가하여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물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한테 있어 바람결처럼 스쳐지나갔던 문익점이라는 인물이 작가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출처: 답사여행의 길잡이 6 - 지리산 자락, 네이버 지식백과)



 여인의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문대고, 꾸밈없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에게서는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위인이라는 틀에 박히지 않는 인물이었다. 문익점은 실로 대단한 인물이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게 정말로 솔직한 사람 아닌가요? 라고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작품을 읽기 전까지 문익점에 대해 흑백의 이미지만이 존재했다면, 그러한 이미지가 이제는 색들로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소한 것에 대한 누군가의 관심. 하지만 그것은 당연했다. 진정한 나라를 위한 길은 벼슬이 아니라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익점의 이러한 사고에 의하여 작가가 익점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사람에게 관심을 쏟고, 실질적인 도움과 사랑을 준 문익점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더없이 따듯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것에 누군가의 애정과 희생이 담겨져있었다.

 

 처음에는 아리송했던 ‘사랑'이 작품을 읽어가면서 점점 윤곽을 잡아가는 걸 보면. 위대한 영웅, 위인에 대해 작품은 답을 정해두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도 있고, 저러한 사람도 있는 것이며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사람’도 있는 것. 하지만 그 평범함이 더없이 좋다. 무언가를 바라기 이전에 누군가를 향해 손을 먼저 뻗어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한 소중함에 대하여 말하는 것 같다.





익점은 강토 전역에 목화꽃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꿈을 꾸어본다.

그리고 따뜻한 솜이불을 해서 덮은 사람들을 그려본다.

그리고 면포로 만든 옷을 입은 사람들을 그려본다. (p.190 중에서)



목화 - 10점
표성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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