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3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직후 매출이 좀 느는 듯하더니 요즘은 예년 이맘때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많은 출판사들이 구간 재고를 거의 땡처리 수준으로 과다하게 할인 판매한 영향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책이 라면도 아닌데 설마 싸다고 그렇게 사재기할까 싶었는데 실제 주위에서 1년치 볼 책 다 사 놨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거든요.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데다 유통 공룡 아마존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할 거라는 소문 때문에 출판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마존이 국내 출판계에 들어온다고 해서 당장 무슨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아마존이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해서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에 진출한 지 오래지 않아 일본의 소매 서점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이 학생을 대상으로 '아마존 학생 프로그램'이라는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해서 일본 출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네요. 보통은 10% 적립인데 가끔 15%씩 적립해 주는 실질적인 할인 행위를 하면서 도서정가제를 위반하고 있는 거지요.
이에 몇몇 출판사들이 아마존과 닛판(아마존에 책을 대주는 거대 유통회사)에 도서정가제 위반으로 위약금을 청구하고 거래 중지를 요청했는데, 이 둘은 짝짝꿍이 맞아 시치미를 뚝 떼고 나몰라라 하고 있답니다.
일본 출판협회는 "일본 출판계의 선도 기업인 닛판이 세계의 '걸리버' 아마존 앞에 넙죽 엎드리고 말았다"고 자조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할인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서비스 대상을 일반인까지 확대하거나 할인율을 더 올리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되겠죠.
또 다른 문제는 이 사건의 배경에 있는 '글로벌 기업의 세금 포탈'입니다.
'Amazin.co.jp' 사이트에서 장바구니에 책을 넣은 독자는 아마존재팬에서 구입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유통사 닛판의 거래상대는 '아마존재팬'이 아니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지 모르겠지만) 이런 방법으로 법인세와 내국세인 소비세까지 피해가며, 이 덕분에 '아마존 학생 프로그램'에서 할인을 많이 해줄 수 있는 것이죠.
소비자들은 값이 싼 아마존재팬으로 몰리고 영세한(게다가 세금까지 꼬박꼬박 내야 하는) 오프라인 서점은 점점 힘들어집니다. 아마존의 독점 및 과점의 폐해가 일본 출판계를 벼랑으로 몰고 있는 셈입니다. 1
(출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블로그)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서점의 차등 할인 정책으로 10여년 만에 동네서점 수가 반토막 난 국내의 경우나 위와 같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편법이나 변칙의 여지가 없는 도서정가제 시행이 출판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진보초 고서점 거리
- 출판이슈 2015년 1월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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