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4개국 순례기 '배낭에 문화를 담다' 발간 민병욱 부산대 교수
동남아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오히려 더 가까운 이웃나라가 됐다. 그만큼 한국인이 많이 '가본 곳'으로 각인된다. 그럼에도 동남아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값싼 열대과일을 너무 쉽게 떠올리는 열대 휴양지로만 시선이 고착화된 것은 아닐까?
현지인 삶 진지한 태도로 관조
그들의 생활예술 담담히 풀어 내
"여행은 차이를 경험하는 것
그들을 통해 날 되돌아보게 돼"
민병욱(59)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이런 시선에 교정을 요구한 에세이 '배낭에 문화를 담다'를 최근 펴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소승 불교 4개국 순례기를 담았는데, 어떤 해변이 더 아름다운가를 비교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동남아 사람의 삶을 진지한 태도로 관조하고 그들이 숙성시킨 생활예술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문화여행서다. 그래서 아름다운 바다나 향긋한 열대과일보다 더 아름답고 향긋한 사람 이야기로 가득하다.
라오스 빡세에서 씨판돈으로 가는 트럭버스 체험도 그런 그의 태도가 묻어난다. "우마차와 같이 가끔은 널뛰기를 하면서 트럭버스의 천장이나 손잡이에 부딪치고 옆 사람의 무릎에 앉거나 발을 밟는다. 그때마다 널뛰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보고 라오스 사람들은 해맑게 웃으면서 먹거리를 건넨다."
그는 차이를 중시했다. 여행은 차이를 경험하는 것이며, 그 차이로 인하여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그는 서문에서 썼다. 다르기 때문에 눈길을 끌고, 그 눈길에 익숙해지면 닮게 되고, 그렇게 닮다 보면 어느새 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런 삶과 여행에 대한 관조가 특유의 짧은 문장으로 갈피를 채웠다.
하지만 성찰에 무게중심을 둔 책은 결코 아니다. 책을 읽는 재미는 오히려 여행지에서 우연히 접한 생활 예술과 영화에 대한 고찰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태국 인형극에서는 조종자가 왜 숨어서 줄이나 막대로 인형을 조종하지 않고 직접 무대 위에 올라오는지, 시장과 거리예술이 무엇을 어떻게 공유하는지(태국 후아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그랜 토리노'에서 왜 하필 몽족 소년 타오와의 우정을 그렸는지(라오스) 등에 대한 해석도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애를 태우며 찾던 소통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배낭여행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파견교수로 중국에 가서 문헌 자료를 찾고 있었는데, 문득 문헌 자료보다 곁눈으로 엿본 삶의 현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아시아, 유럽은 물론이고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도 다녀왔다.
하지만 그는 방문한 국가나 도시 수가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올 여름방학 계획도 다 세워 놓았다며 웃었다. 한 달 동안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를 여행할 계획이란다.
백현충ㅣ부산일보ㅣ2015-04-30
배낭에 문화를 담다 - 민병욱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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