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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또 다른 나와의 만남 -『토스쿠』서평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7. 11.

 

 

 

 안녕하세요! 산지니 새로운 인턴 판다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비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 찾아오는지 밖은 벌써 무더위가 펼쳐지고 있네요. 여러분들은 다들 어떻게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출근 5일 차, 첫 인턴일기를 쓰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답니다. 지하철 구석에 자리 잡고 읽어 내려갔던 정광모 작가의 장편소설 『토스쿠』를 읽으며 저에게 몇 가지의 질문들을 던져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여러분께 그 질문을 던져볼까 합니다.

 


 

 

 컴퓨터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순익, 정밀 가공업체 사무직원이었던 장욱, 연기자였던 주연 그리고 목적지 없는 무인도 여행의 선장이 된 태성. 장공진 박사를 찾기 위한 그들의 무모한 일주일 동안의 항해가 시작됩니다.

 

『토스쿠』책 표지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모인 곳, 바로 장박사의 목공심리치료소였습니다. 그들은 장박사와 함께 나무를 만지며 자신들의 말 못 할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장박사는 보라카이로 휴가를 떠나고, 돌연 '토스쿠'를 만났다는 메일을 끝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들은 사라진 장박사를 찾기 위해 뒤따라 필리핀으로 향했고, 그 여정 동안 그들도 '토스쿠'의 존재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토스쿠』는 필리핀의 바다, 보라카이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해 속에서 잔잔한 바다 뒤에 숨겨진 이면을 만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 경험 속에서 마음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자신만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 다른 이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그들의 '토스쿠'는 무엇이었을까요?

 

 

 토스쿠는 '또 다른 문' 즉 저 세상으로 넘어가는 문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토스쿠는 또 다른 문에서 만나는 낯설면서도 친숙한 존재다. 그런데 토스쿠를 만난 사람은 아주 큰 행운이나 불운에 부닥치게 되지만 어느 쪽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 본문 中 81P

 

 

 태성은 연못 건너편, 야자수의 그림자와 달빛 그리고 연못이 만들어낸 환영을 마주하게 됩니다. 희미한 모습이었지만 그 환영은 태성을 그의 젊은 시절 어딘가로 떠나가게 만들었고, 그 종착지는 그가 보호시설을 퇴소하던 날이었습니다. 그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멈춰서는 버스에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자신을 지나쳐 가는 버스를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순익은 결국 장박사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순익은 어린 소년에게, 키가 좀 더 자란 소년에게, 소년티를 벗은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순익의 모습을 똑같이 하고 있는 성인이 된 남자에게서 질문을 받습니다. '넌 뭘 기다리니?' 순익은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트 선장인 태성은 가슴 아픈 순간의 태성을, 장박사를 찾던 순익은 목표가 사라진 순익을 마주하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친숙한 자신의 모습에 한발 다가서지만, 판도라의 상자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토스쿠는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자신인데 그가 뭘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에 대해 우선은 마음을 비워야 해요."   - 본문 155P

 

 

 '토스쿠'를 만나고 로봇이 시시해져 버린 장박사는 어떻게 하든지 정체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결국 장박사는 노력 끝에 '토스쿠'를 직접 만날 수 있었고,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토스쿠'와의 만남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은 어떨까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장박사와는 달리 그가 만난 '토스쿠'는 살인자였다. 장박사 역시도 익숙한 자신의 모습이었으나 생각지 못한 모습에 '토스쿠'를 부정하게 되어버립니다.

 

『토스쿠』책 뒷면

 

 '토스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들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들 스스로 가상의 존재, 환영이라 단정 지어버립니다. 그저 장박사가 '토스쿠'라는 것에 미쳐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시신경이 만들어 내는 감각이란 믿을 게 못 된다."

 

 익숙했으나 낯선 것들에 대해 그들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박사를 찾으러 갔다 우연하게 '토스쿠'를 만난 그들도, '토스쿠'와 대화까지 나눈 장박사도 모두 실제로 보았으나,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부정하였습니다.

 

 

 

 

 작가는 "한 인간의 내면에는 수많은 또 다른 나가 살고 있다. 또 다른 나는 살인자이거나 독재자일 수도 있고 광신도이거나 예술가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토스쿠'는 인간의 내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선과 악을 전부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선함을 추구하던 자아가 악이라는 내면을 만났을 때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상당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장박사의 선택도, 선욱의 선택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해봅니다.

 

 인물들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아픔들을 치유해간다고 하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 인물들은 자신의 아픔들을 그저 가슴 속에 묻어둔 체 그저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다른 이와 공유하면서 지난 일이라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내면인 '토스쿠'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들은 '토스쿠'를 만나기 무서웠던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시고 '토스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만약 '토스쿠'를 만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신가요?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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