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날씨에 일상 속 여행을 떠날 책을 소개한다.
김완희 선생님의 산문집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
"내가 살아 있음을,
아직 죽음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줄 또 한 번의 감동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 "
김완희 산문집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은 총 46편의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가는 문학과 예술 작품을 주제 삼아 담담하게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장 매화 옛 등걸에」,「2장 드디어, 이니스프리에」, 「3장 위대했던 여름, 릴케, 가을날」, 「4장 그 밖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부터 릴케의 「가을날」까지 국내 작품과 해외 작품에 구분을 두지 않고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다. 노년이 되어서도 시와 음악이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김완희 선생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 행복의 비결을 전하고 있다. 김완희가 전하는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 ‘여행’을 떠나보자.
▶ “나는 이제 일어나 가야지 이니스프리로….”
이니스프리를 동경하던 여고생. 드디어 이니스프리를 가다.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_「The Lake Isle of Innisfree」, 예이츠.
긴 여정이었다. 이니스프리 섬이 내려다보이는 ‘길’ 호숫가 언덕 위에 서서 호수 바로 옆에 조용히 누워 있는 그 섬을 바라다보았다. 갑자기 눈앞이 부옇게 흐려 왔다. _「드디어 이니스프리에」p.114
시인 예이츠(Yeats)의 고향인 아일랜드 슬라이고 근처 ‘길(Gill)’ 호수 가운데 작은 섬이 있는 지역을 ‘이니스프리’라고 한단다. ‘이니스프리’란 게일 말로 ‘heather island’란 뜻이라는데 heather는 자줏빛 꽃으로, 낮에는 이 꽃이 호수를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인다 한다. 작가는 언제부터, 어느 계기에 의해서 그 이름도 생소한 ‘이니스프리’라는 섬을 동경하게 되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기는 평범하지만, 어딘가 평범하지가 않다.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다. 담담하게 보고 들은 것을 서술하고 있지만, 저자의 생생한 풍경 묘사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조차도 마치 그 시간, 그 장소에 함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의 색감마저 너무 또렷해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와 그로 인해 그려지는 색감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동화책 속으로 들어온 듯도 하다.
▶ “그곳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서리서리 쌓여 있을까?”
저자는 로마를 여행하면서도 폐결핵이 악화되어 이탈리아에서 죽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 키이츠를 떠올린다. 금발 머리, 파란 눈동자의 가이드가 그 키이츠를 쉘리로 잘못 말하자 “아니에요, 쉘리는 바다에서 죽었어요”라고 지적질을 하고는 이내 자신의 경박함을 자책하면서도,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자고 여러 번 제의했다는 시인 쉘리를 기억한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때라 바다를 사랑해서 그 속에 빠져 죽고 싶어 했던 그의 열정과 그의 바람대로 바다가 그를 거두어 갔다는 필연에 밤새워 울고 또 울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랫동안 내 낭만적 정서를 풍요롭게 해 주었다. 이런 사실을 가이드가 알리가 없지만, 알았다면 내 경박함을 그렇게 탓하지는 않았으리라.(「키이츠, 쉘리, 로마」에서)
문학소녀 시절 동경하던 시인 예이츠와 그의 고향 이니스프리. 그 이니스프리에 다녀온 일화뿐만 아니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나 사무엘 베케트, 조이스 킬머 등의 이야기를 저자는 여행 속에서 고스란히 되살린다.
▶ “구름에 달 가듯이 우린 나그네가 되어 걸었다.
산굽이 돌면 마을이 있고, 그 어귀엔 주막이 있었다.”
여행이라고 하면 들뜨고 설레기 마련이다. 직접 발로 움직이는 여행이든 책을 통해 떠나는 여행이든 설레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행을 떠나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는 한 명의 고고한 선비처럼 담담하기만 하다. 저자에게 여행이란 문학을 만나고, 음악을 만나고, 시를 만나고, 예술을 만나는 일이었다. 산청에 매화를 보러 가서는 조식 남명 선생을 생각하고, 대구 팔공산을 다녀오다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상화 이육사를 우연히 만난다. 벚꽃 구경 간 경주의 한 콘도 앞에서 목월의 시비를 보고 목월과 지훈의 인연을 떠올리며 저자는 ‘그 가을의 어느 날 목월의 「나그네」는 퇴색한 벽지 같은 내 오랜 얘기 하나를 선명한 빛깔로 칠해 주었다.’라고 말한다. 박목월의 「나그네」가 저자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면, 우리에게 김완희의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 역시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까.
천천히, 유유자적하며 우리 모두가 구름에 달 가듯 한 명의 나그네가 되어 이 책 속을 그렇게 걸어보는 건 어떨까.한 장을 펼치면 여행이 있고,그 끝자락에는 문학과 예술이 있는.
책 속으로
저자 소개
김완희
1938년 서울 태생
경기여중·고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수료
이사벨여고 교사
부산대학교 강사
부산 YWCA 명예 이사
부산 YWCA 50년사 집필
목차
『이니스프리,그 이루지 못한 꿈』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
김완희 지음 | 248쪽| 13,000원 | 2017년 11월 20일 출간
김완희 산문집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은 총 46편의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가는 문학과 예술 작품을 주제 삼아 담담하게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장 매화 옛 등걸에」,「2장 드디어, 이니스프리에」, 「3장 위대했던 여름, 릴케, 가을날」, 「4장 그 밖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부터 릴케의 「가을날」까지 국내 작품과 해외 작품에 구분을 두지 않고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다. 노년이 되어서도 시와 음악이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김완희 선생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 행복의 비결을 전하고 있다. 김완희가 전하는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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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anzinibook.tistory.com/2162?category=320859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 - 김완희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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