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실버 편집자입니다.
저는 지난 화요일에 초량에 위치한 공간 ‘나락한알’에서 열린 황은덕 작가님의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참석자분들로 북적북적했던 뜨거웠던 현장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달달독톡’은 ‘달달하면서도 독한 토크!’의 줄임말로 지역의 출판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에서 출판한 저자와 출판인을 직접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월간 행사로, 이번이 두 번째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번 달에는 산지니 출판사에서 출간된 <우리들, 킴>의 황은덕 작가님을 모시고 강좌가 열렸습니다. 강연은 박형준 평론가와 함께 대담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황은덕 작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전남대 영문과 졸업 후 방송작가로 일했고 이후 가족과 함께 십여 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며 공부했고 일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다. 귀국 후 부산에 정착하여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한국어 수업>이 있고, 엘즈비에타의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등을 번역했다.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부산대학교 전임대우강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들, 킴>
이 세상의 습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잘못한 걸까?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인구가 줄어든다며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입양은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 소설집 『우리들, 킴』은 총 일곱 편의 작품 중 네 편이 입양에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 세 편은 불륜과 미혼모 등의 치정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또한 입양서사와 포함관계를 이룬다. 표제작 「우리들, 킴」을 비롯해 「엄마들」, 「해변의 여인」 등의 작품을 통해서 입양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끊어진 관계를 둘러싼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2006년 미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로리아」, 흐트러져 버린 가족 관계의 조각들을 수습하는 덕순의 이야기 「열한 번째 아이」, 불안한 사회적 위치와 불완전한 관계를 통해 오늘날의 고독을 엿볼 수 있는 「불안은 영혼을,」, 사는 게 힘들었던 어느 청춘의 아픈 고백 「환대」 등 여성과 사회, 불안과 고독, 삶과 고통에 대한 가녀린 이야기들이 자리한다.
그럼 강연 중 오갔던 몇 가지 이야기를 함께 보실까요?
박형준: 안녕하세요, 저는 평론가 박형준입니다. 오늘은 <우리들, 킴>의 황은덕 작가님을 모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동, 이주, 입양,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집, <우리들, 킴>을 집필하게 된 계기나 요인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황은덕: 첫 소설 <한국어 수업>이 덜컥 당선되면서, 저는 ‘덜컥!’이라고 표현합니다.(웃음) 어떤 책임의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10년간 생활을 했는데요.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기도 했었지요. 그때 가르친 학생 중에 한국인 입양인이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입양’이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 킴>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박형준: 그렇군요. 그럼 좀 더 작품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우리들, 킴>이라는 작품에서 혈연이라는 코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고 생각됩니다. ‘혈연’을 통해 우리는 따뜻하고 건강하게 결속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혈연이 거대한 폭력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께서 <우리들, 킴> 속 ‘혈연’이라는 코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황은덕: 작품집의 중요한 코드를 ‘혈연’이라고 읽으셨는데, 저는 오히려 소설집을 통해서 혈연의 중요성보다는, 핏줄을 찾아 모국으로 귀향하지만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들, 킴> 속의 입양인 인물은 혈연을 발견하긴 했지만, 다시 벨기에로 돌아와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고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혈연 때문이라기보다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혈연을 벗어난 공동체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만남을 제시합니다.
박형준: 그렇군요. 또한 <우리들, 킴>을 보면 소설 전체에서 남성이 무책임, 무능력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저는 남성이 기득권과 폭력을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여성과 발맞추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십을 띠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여성과 남성의 연대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황은덕: 저와 같이 사는 남성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소설은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의 이야기고 아내의 이야기고, 여동생, 딸의 이야기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다.’라고. 그 말을 듣고 결혼 이후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웃음) 저는 작품을 읽으실 때 남녀를 구분해서 생각하기보다, 나와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형준: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연대가 안 된 사람을 가까이 만난 것이 아니고, 아주 가깝고 자신을 내밀하게 아는 사람으로부터 관계나 새로운 가능성이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환대>라는 작품에서는 정신병원에 들어간 친구가 유일하게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인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새로운 관계의 형성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보았고, 또 가까운 곳에서 삶의 희망이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황은덕: <환대>에서는 여성들의 우정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누가 누군지 모를 만큼 성격, 취미, 외모도 비슷한 여고 동창의 이야기인데요, 한 친구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고, 한 친구는 가정을 이루었지만 불행한 전업주부로 살아갑니다. 둘은 면회실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위로합니다. 저는 사람이 보통 7~80년을 살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를 주는 순간이 찰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짧지만 그런 순간만 있다면 우리는 인생을 잘 견디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박형준: 선생님 그러면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 어떠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황은덕: ‘미혼모이지만 건강하게 아이를 키운다.’ 그런 이야기도 있을 수 있고, ‘코피노’ 문제를 다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입양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여성,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당분간은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확장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주제에 대한 고착일 수도 있지만, 확장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웃음)
박형준: 그렇군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갔네요.(웃음) 선생님 그럼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황은덕: 저는 독자들이 <우리들 킴>을 읽음으로써 여성이 자기 아이를 낳아서, 소위 말하는 ‘정상 가족’이 아니더라도 ‘잘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부모 양육지원비’가 한 달에 12만원 15만원으로 올리는 제도적인 면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적 시선, 우리의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이야기를 같이 해야만 이런 소설이 현실을 바꾸고, 현실에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형준: 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는 문학이라는 것이 장치나 제도를 바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치’를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소설을 한 권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문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우리들, 킴>과 같은 소설을 읽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황은덕 선생님과 함께 여성과 입양에 대해 생각해본 의미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3번째 '달달독톡'은 6/23(토) 오후 2시 중앙동에 있는 40계단 문화관에서 ‘보도연맹’을 주제로, 조갑상 선생님의 <밤의 눈>과 함께 열린다고 합니다.
다음 행사도 많이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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