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①

 

 

 

산지니에서는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페마 체덴의 소설 작품집(원제: <嘛呢石静静地敲>)을 준비 중입니다. 페마 체덴은 최근 영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의 예술적 근원은 소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에게 있어 영화와 소설은 둘이 아닌 하나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총 7회 연재될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는  2016년 출간된 <중국 청년감독 열전>(강내영 지음)에 실린 글입니다. 이를 통해 페마 체덴의 소설집 출간 전,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중국영화’, 혹은 ‘티벳영화’라는 이중적 속성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 페마 체덴(혹은, 완마차이단) 에 대한 작품을 소개하고 그의 ‘티벳영화’에 대한 사회맥락적(context) 의미를 분석하여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여기서 ‘티벳영화’란, 영화 제작의 주체로서 티벳인들이 티벳 지역을 영화 속 배경으로, 티벳인들의 문화, 가치관, 문화정체을 스스로 재현하는, 티벳어로 만들어진 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 ‘티벳(Tibet)’은 지리적으로는 현재 중국 영토인 서장자치구(西藏自治區), 칭하이(靑海)성, 쓰촨(四川)성 일대에 살고 있는 티벳인들의 거주 지역을 총칭하는 말이다. 티벳은 지금의 서장자치구라 불리우는 티벳 고원 지역에 대부분 집중 거주하고 있으며, 칭하이(靑海), 쓰촨(四川), 깐쑤(甘肅), 윈난(澐南) 등에 분산 거주하고 있다. 티벳 고원지대의 정식 행정명은 서장자치구이며, 동쪽으로 쓰촨성, 남동쪽으로는 칭하이성, 북서쪽으로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남쪽으로는 인도, 네팔, 부탄,미얀마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문화정체성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티벳영화’라는 명명(命名)은 중 국 내 특정한 지역을 일컫는 로컬(local)영화의 호칭으로서는 유효한 명제이지만, 이를 국적 개념으로 환원한다면 중국-티벳 사이의 역사적 정치적 현실 문제와 중첩되면서 복잡한 문화정치학적 개념 정의가 요구된다. 티벳은 현재 민족국가 수립을 하지 못한 ‘조국 없는 디아스 포라(statesless diaspora)’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적으로 ‘티벳영화’를 정의하자면, 현재 티벳은 실정법상 중국의 영토이므로 명백한 ‘중국영화’이며, ‘중국영화’의 하위개념이자 로컬영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적에 입각하여 역사・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본다면 ‘중국’과 ‘티벳’이라는 수직적 복속관계로는 쉽게 환치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티벳은 9세기 토번 왕국이 몰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1천 년이 넘도록 독립적인 국가를 세운 적은 없다. 그렇지만 티벳 특유의 고립된 고원지대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문화정체성과 민족성을 유지해왔다. 토번(吐藩, 630~842년) 시대에는 통일된 왕조가 건립되어 국가정체성이 확립되었다. 특히, 송첸 감포(Srong-Btsan-Sgan-Po, 618649)왕이 집권하면서는 수도를 현재의 라싸(Lhasa)로 옮기고, 티벳문자를 제창하고, 영토를 확장했다. 이 시기 세력이 확장되자 당 태종은 문성(文成) 공주를 시집보내고, 네팔에서는 티춘(Khri Btsun) 공주가 시집오면서 불교가 유입되었고, 그때 세운 소조사(小照寺)가 지금도 라싸 포탈라궁 옆에 남아 있다. 두 왕비의 불교 헌신에 힘입어 불교는 적극 권장되었고 전통 토착 무속신앙인 뵌뽀교가 결합된 독특한 티벳불교의 기초가 정초되었다. 토번(吐藩)국의 ‘번’의 어원은 티벳 고대 무속 신앙 뵌뽀교의 ‘뵌(Bon)’에서 나왔다고 한다. 티벳불교는 인도 후기불교의 하나인 밀종과 티벳 토착종교인 뵌교가 결합하여 형성된 특수한 종교이며, 보통은 ‘라마교’라 부른다.

 

  토번 왕조 몰락 이후에는 호족들과 티벳불교가 결합된 정교합일(政敎合一) 체제라는 독특한 정치지배질서를 갖춰왔다. 몽골과 원나라의 세력이 밀려오자,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칸을 티벳불교로 개종시키고 “종교적 스승과 정치적 후원자(religious teacher and political suppter, 帝師關係)”라는 독특한 정치적 관계를 맺어왔다. 티벳에서는 이러한 특수관계를 정치적 예속관계로 보지 않고, 종교 중심의 공시(供施)관계로 본다. 이러한 신정체제는 청나라 옹정제 이 후에는 암반(amban, 만주족 언어로 대신이라는 뜻)이라는 관료를 상주시키게 함으로써 티벳은 청나라의 직접 보호령 아래 들어간다. 티벳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원청(元淸)과의 관계는 밀착된 반면에, 상대적으로 한족 국가와의 관계는 미약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통을 보여왔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원인을 북방이민족인 몽골, 만주족과의 문화친연성과 종교적 밀착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몽골 초원과 티벳 고원과 중국 서부 간쑤, 칭하이, 신장 일대에 이르는 지역은 유목문화를 기반으로 동일한 생활양식을 공유한 ‘반월형 문화벨트’ 지역이었다고 지적한다.

 

  청 말에 이르러, 1890년에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티벳에 진출하였고, 1904년 영국군이 라싸를 강제 침략하기도 했지만, 1908년 ‘중・영 협약’을 통해 티벳의 영토적 주권이 중국에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1911년 청나라가 멸망하자, 티벳은 1913년 ‘티벳협약’을 통해 독립국가를 선포하고 내각을 구성하여 근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장제스의 국민당정부에 의해 중국 관할로 편입되었고, 다시 1947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선포하기도 했다. 1949년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에는 1950년 티벳을 무력으로 장악하였고, 1951년에는 중국과 티벳 사이에 ‘17개 조항’ 협약을 맺어, 군사 및 외교권을 포기하고, 대신 민족자치권과 종교적 자유를 보장받는 선에서 중국/티벳 관계가 합의되었다. 이후 민족자치권 문제를 놓고 중국 중앙정부와 줄곧 대립하다가 1959년 제14대 달라이가 인도로 망명을 하였고, 지금의 인도 다람살라 티벳 임시정부(The Government of Tibet in Exile)를 구성했다. 개혁개방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티벳문제를 주권문제가 아닌 자국의 통일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티벳 임시정부는 신정(神政)을 바탕으로 하는 완전한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1987년 달라이가 미국 의회연설 이후 평화 5조안을 발표하면서 티벳의 승려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으며, 1989년에는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티벳의 독립문제는 전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종교관과 중화민족단결을 주장하는 중국 정부와 신정 자치권을 주장하는 티벳 임시정부 사이에는 합의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사회주의 사상에서 볼 때 티벳의 신정체제는 전근대적이고 불합리한 정치체제로 여겨질 수 있으며, 특히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과의 중화민족단결을 국체로 내건 중앙 정부로서는 완전한 신정체제로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티벳 임시정부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에 대항하기 위해 아미타불의 환생으로 달라이 라마 다음의 영적 세속적 권위를 인정받는 제11대 판첸라마를 베이징에 억류하고, 중국 측이 새로 옹립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여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국 정부의 사회주의 현대화 정책과 서부대개발(西部大開發) 정책은 티벳 전통문화의 해체와 급속한 한족화(漢族化)를 초래하였고, 2008년에는 티벳 라싸 지역과 쓰촨성을 중심으로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한 3월 14일 이른바 ‘3・14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 중국/티벳 간의 주권관계를 고려할 때, ‘티벳영화’라는 기표는 문화정치학적으로 문제적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 ‘티벳영화’라는 개념은 ‘중국영화’의 하위개념으로 존재하는 중국 내 소수민족영화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알 수 있는 독립 투쟁과 분규, 특히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달라이 라마와 임시정부의 존재를 고려한다면, ‘티벳영화’를 ‘중국영화’ 안에 포함하는 것이 어딘가 자연스럽지가 않다. ‘티벳영화’를 ‘중국영화’이라는 국적 안에 귀속시켜 소수민족의 다문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아니면 문화정체성과 주권투쟁에 근거하여 별개의 ‘티벳영화’로 분류해야 할지는 여전히 문제적이다. ‘티벳영화’는 국적으로는 하나이지만 문화정체성으로는 중국/티벳이라는 이중신분을 가진 특수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 페마 체덴 (萬瑪才旦, Pema Tseden; 1969~ )

 

중국 칭하이(青海) 하이난티벳자치주(海南藏族自治州)에서 태어났다. 티벳인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다. 티벳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서북민족대학과 베이징영화대학(전영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유혹(誘惑)>이라는 소설로 하이난티벳자치주 제1회 문학작품창작상 2등상으로 받았다. 1999년에는 <자리()>라는 소설로 제5회 중국현대소수민족문학창작 신인 우수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단편영화 <고요한 마니석>(靜靜的嘛呢石)을 연출하여 대학생영화제 제4회 경쟁부문 드라마 우수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35mm 칼라영화 <초원>(草原)을 연출하여 제3회 베이징영화대학 국제학생영상작품전 중국학생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 <고요한 마니석>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다큐멘터리 <바옌카라의 눈>(巴颜喀拉的雪)을 연출했고, 2011년에는 <올드 독>(老狗)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부르클린영화제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 연출한 <오채신전>(五彩神箭)은 제8FIRST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015년 연출한 <타로>(塔洛)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52회 대만 금마장에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 극본상과 최우수 극영화상 등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됐다.

 

 

출간 예정작 소개

<(가제)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원제: 嘛呢石静静地敲)

 

  티벳은 자신이 나고 자라난 공간이자 역사이자 삶이다. 고유한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오던 자신의 고향이 중국이라는 이름과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을 때, 그 전환의 과정을 소설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며 창작하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활불의 전통, 그러나 인민폐를 앞세워 들이닥치는 한족의 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변화들을 바라보는 현실과 상징이 녹아 있다.

  특히 그의 소설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된 바 있다. 단편 표제작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를 비롯하여 모두 10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은 우리를 신비한 티벳의 세계로 데려간다. 마치 인류 문화의 시원으로 향하는 문처럼 거기에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그러나 소설은 결코 진지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작가는 영화 연출의 솜씨를 뽐내듯 물 흐르는 듯한 대화의 중첩과 생생한 묘사로 잔잔하게 오늘날 티벳인에게 들이닥치는 삶의 변화를 그려낸다. 티벳인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고 종교와 사상이 있고 또 일상이 녹아들어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한 번도 소개된 바 없는 티벳 소설은 각박한 경쟁의 삶 속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작은 안식과 휴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청년감독 열전 - 10점
강내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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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디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