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요산문학상 후보가 부산일보를 통해 발표됐습니다. 10개의 작품 중 산지니 도서 정영선 작가님의 <생각하는 사람들>과 황은덕 작가님의 <우리들, 킴>이 포함되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결과가 발표된다고 하니, 좋은 결과있길 바랍니다:)
▲요산김정한문학상 최종 추천작 10편을 놓고 치열한 심사가 펼쳐졌다. 오늘날 우리 사회 단면을 다룬 작품이 대거 이름을 올려 시선을 모은다. 부산일보DB·문학과지성사·민음사·일부 연합뉴스
'한국 리얼리즘의 거장'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 역사의 질곡과 민중의 아픔을 거침없이 풀어내면서도 미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요산의 작품 세계는 오늘날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요산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 확장시킨 문학 작품을 가리는 제35회 요산문학상 심사가 16일 오후 4시 부산일보사에서 열렸다.
요산의 문학적 이념 부합 '수작' 많아
소설과 수필 중간 단계 문학 시도 등 독특하고 다양한 형식 작품 '눈길'
여성 특유 감각 돋보이는 작품도
정영선·황은덕 등 부산 작가도 이름
김숨, 2개 작품 후보 올라 '기염'
이에 앞서 요산김정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1년간 출간된 장편소설 및 단편소설집을 대상으로 최종 추천작 10편을 추려냈다. 구병모 소설가의 <네 이웃의 식탁>, 김금희 소설가의 <경애의 마음>, 김숨 소설가의 <너는 너로 살고 있니> <흐르는 편지>, 김인숙 소설가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안재성 소설가의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이인휘 소설가의 <노동자의 이름으로>, 정영선 소설가의 <생각하는 사람들>, 최시한 소설가의 <간사지 이야기>, 황은덕 소설가의 <우리들, 킴>(이하 가나다순)이 최종 추천작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추천작에는 부산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정영선, 황은덕)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우리 사회의 가슴 아픈 단면이 소설로 승화된 작품이 대세를 이뤘다. 많이 다뤘음 직한 주제를 작가만의 날 선 시선으로 새롭게 접근한 수작(秀作)이 많았다는 평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소녀의 눈을 통한 일인칭 시점으로 일제강점기 처참했던 현장을 압도적으로 풀어낸 <흐르는 편지>와 대형 화재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중심으로 21세기 파편화된 노동자 문제를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경쾌하면서도 묵직하게 담아낸 <경애의 마음>, 남한에 정착하려는 북한 이탈주민들의 시선으로 남북 양쪽 사회를 조명해낸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6·25 한국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해외 입양(<우리들, 킴>) 문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노동운동사(<노동자의 이름으로>), 남과 북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상(<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을 고발한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소설과 수필의 중간단계로서의 문학 시도(<간사지 이야기>), 편지소설(<너는 너로 살고 있니>) 등 형식도 다양했다. 엄마 4명의 시선을 통한 공동체의 허위와 돌봄 노동의 허상(<네 이웃의 식탁>), 두 자매와 성폭행 생존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상황(<단 하루의 영원한 밤>) 등에서 빚어지는 여성 특유의 감각과 연대도 돋보인다. 특히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두루 얻으며 2년 전 요산김정한문학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숨 소설가는 이번에 무려 2개 작품이나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열린 심사위원회는 수상작 선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토론의 장이 됐다. 올해 심사는 조갑상(경성대 명예교수) 소설가, 유익서 소설가, 황국명(인제대 교수) 문학평론가, 구모룡(한국해양대 교수) 문학평론가, 김경연(부산대 교수)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날 심사에서 구모룡 평론가는 "요산 선생은 민족, 분단, 주변부, 소수자, 민중 등의 문제를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 소설로 구축해내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경연 평론가 역시 "실망스러웠던 작품도 있었지만 추천작 모두 좋은 소설이다. 요산의 문학적 이념과 세계에 부합되고 밀도 높은 작품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국명 평론가는 "책을 읽으면서 젠더를 의식하게 됐다. 죽었다 깨어나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극한 경험을 해볼 수 없다는 절망감이 컸다. 생생한 고통에 압도됐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조갑상 소설가는 "일관성은 있으나 작품의 전·후반 불균형이 문제가 되고, 주제에 대한 치열성이 부족한 작품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익서 소설가는 "작가는 사소한 것이라도 취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생각하는 사람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을 수상한 정영선 작가의 장편소설. 작가 정영선은 2013년~2014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내 청소년 학교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2년의 시간 동안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지켜보며 남한사회에서 북한출신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들에 주목하게 됐다. 또한 단순 정착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고민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그러한 관찰과 고민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 않은 유일한 곳, 북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온 사람들. 이 소설은 탈북자들을 소재로 하여 그들의 남한에서의 삶과 한국사회의 또 다른 어둠을 그려낸다.
주인공 주영은 간판 하나 제대로 걸리지 않은 출판사에 면접을 보러 간다. 그곳에서 만난 국정원 '코'는 그녀에게 인터넷 댓글 업무를 지시한다. 대선이 끝난 후, 코는 주영에게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위한 교육 기관인 유니원 계약직 자리를 제안하고, 주영은 유니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이유로 남한을 선택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정영선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소설집 『평행의 아름다움』, 장편소설 『실로 만든 달』, 『물의 시간』, 『부끄러움들』,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등을 집필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문학)을 수상하였으며, 2013~2014년 교육부 파견교사로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내 청소년 학교에서 근무하였다.
우리들, 킴
제10회 부산작가상, 제17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황은덕 작가의 소설집. 황은덕 작가는 2009년에 출간된 <한국어 수업>을 통해 입양, 이민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입양의 상처를 초점화한 전작과는 달리 입양을 결과하는 사회구조와 남성권력을 겨냥하는 동시에 당사자들의 능동성과 연대성을 부각시킨다.
인구가 줄어든다며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입양은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 소설집 <우리들, 킴>은 총 일곱 편의 작품 중 네 편이 입양에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 세 편은 불륜과 미혼모 등의 치정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또한 입양서사와 포함관계를 이룬다. 표제작 '우리들, 킴'을 비롯해 '엄마들', '해변의 여인' 등의 작품을 통해서 입양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끊어진 관계를 둘러싼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2006년 미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로리아', 흐트러져 버린 가족 관계의 조각들을 수습하는 덕순의 이야기 '열한 번째 아이', 불안한 사회적 위치와 불완전한 관계를 통해 오늘날의 고독을 엿볼 수 있는 '불안은 영혼을,', 사는 게 힘들었던 어느 청춘의 아픈 고백 '환대' 등 여성과 사회, 불안과 고독, 삶과 고통에 대한 가녀린 이야기들이 자리한다.
황은덕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서울과 미국에서 각각 방송작가와 시간강사로 일하며 생활했다.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한국어 수업』, 역서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를 펴냈다. 제10회 부산작가상, 제17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2017년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 - 정영선 지음/산지니 |
우리들, 킴 - 황은덕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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