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출판과 대학지성






부산지역에서 9년차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지역(local)의 대학현실을 목격하노라면 절망과 희망이 교차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으로 대학은 필자가 20대에 경험한 현실과 너무도 달라졌다. 1997년 IMF구제금융 전까지는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어 대학사회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관심을 가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졸업생의 취업률로 대학이 계량적으로 평가되면서 오로지 취업률 증대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출판사인 산지니도 지역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사회가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고 20대의 취업률을 올리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산지니는 한국해양대학교와 산학협력가족회사로 활동하고 있고 동아대학교 인문대학 학생들의 인턴활동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적인 등록금에 비해 취업률은 너무 저조하여 20대는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책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출판사는 문화상품의 특성을 가진 책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동시에 당대독자와 소통하며 후대독자까지도 고려하는 양질의 책을 발행할 책임 또한 갖고 있다. 지역의 교수들과 출판을 협의하는 중에 발생하는 가장 큰 생각 차이는 바로 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대학교수는 1년간 집필한 논문과 저서로 평가를 받는다. 1년 동안 열심히 연구한 교수에게 더 격려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쉽게 결과물이 발생하기 힘든 인문학 전공 교수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질로 평가하기보다 양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문제를 발생시킨다. 집필에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지만, 출판에도 시간축적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책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출판사의 욕망을 존중하는 대학교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그저 시간 내에 빨리 결과물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판사에서 대표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편집자이다. 대부분의 저자는 대표와 이야기하려하지만 출판사는 편집자들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출판사의 편집자는 작가와 독자(미래독자를 포함)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신간 기획과 진행, 교정·교열, 홍보 등 출간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대체로 책을 내는 과정은 개인이 아닌 팀의 협업 아래서 진행되기 때문에 편집자는 무엇보다도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원고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원고를 검토하고 분석한 다음,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출판사의 장래와 방향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수들이 이 부분을 존중하여 좋은 원고가 좋은 책으로 발전하여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특정 분야의 책만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산지니를 비롯한 지역 출판사는 종합출판을 추구한다. 무릇 출판의 역사는 늘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하였다. 대학이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한 부분과 마찬가지이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출판의 기본정신이라고 하면 대학의 자율성에 의해 학문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대학의 기본정신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을 지키는 것은 지역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된 출판의 모습이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왜곡되었지만, 이런 부분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대학 구성원의 적극적 의지가 지역출판에 관심을 기질 때 가능하다. 출판사를 학교 앞 복사집처럼 인식하는 구성원이 많은 현재의 대학은 대학의 위기 극복에 출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없다. 산지니는 향후 10년 안에 아시아 10대 출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외 대학과 협력할 생각이다. 부산지역의 대학을 거점으로 아시아의 독자와 소통하는 활동을 자본의 지원 없이 독립출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게릴라가 지역민의 도움으로 거대 제국 미국에 승리한 경험이 바로 산지니가 갈 길이라고 생각하며, 지역대학과 협력을 통해 그 길을 이루어나가고자 한다. 


산지니 대표 강수걸


**교수신문 <세평> 코너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