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글
2005년 2월부터 부산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솔직히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판매하는 행위에만 집중했지 출판 정책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 출판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진흥원이 펼치는 사업을 바라보고 겪으면서 느끼는 긍정적 측면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최대한 솔직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민간의 역할, 향후 개선방향을 지역 출판인의 시각에서 제언하고자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출판은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줄곧 헌법 제21조의 기본권으로서 중요한 조문으로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1961년부터 1992년까지 군사정부 시기에는 출판의 자유를 억압당하고 사상의 탄압을 위한 감시와 규제의 대상이었으며, 출판에 대한 통제가 주요한 정책이었다. 이후 1993년 문민정부 시기 이래 출판산업은 급속히 성장하였는데, 그에 비해 정책적 정비는 2002년에 와서야 출판산업 진흥과 관련하여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최초로 제정되고, 5개년 계획(2002~2006)으로 정책이 발표, 집행되었다.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예산 분배 및 행정 편의주의로 인해 출판 정책의 위상이 확고하게 정립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2012년 7월에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를 개편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의해 법정기구로 출범하였다. 이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계와 신임 진흥원장 임명 문제로 갈등을 빚었지만, 정책은 진흥원 출범 이후 6년 동안 다양하게 집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한주리 교수는 2015년 한국출판학회의 <한국출판학연구>에서 “출판 정책 평가와 발전 방향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 교수의 논문에서 ‘정책’의 개념을 빌려 오자면, 정책이란 공공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달성을 위해 정부에 의해 결정된 행동방침이다. 정책에 대한 5가지의 기본적인 의미가 있는데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결정과 집행의 주체는 정부이다. 정부란 국민들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권위를 부여받은 모든 국가기관을 말한다. 둘째, 정책은 ‘권위 있는 결정’의 산물이다. 권위는 주권자들에 의해 여러 형태로 부여되는데, 법에 의하거나 투표에 의해, 아니면 묵시적 승인에 의해 부여된다. 셋째, 정책은 ‘행동방침’이다. 이 행동방침은 정부의 의사표명으로, 공공문제 해결이나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이다. 넷째, 정책은 공공문제 해결이나 목표 달성과 관련이 있다.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개인이나 집단 수준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공공문제의 해결을 통해 정책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것에 있다. 다섯째, 정책은 ‘미래 지향성’을 띤다. 앞으로 취할 정부의 행동방침으로서 어떤 대상에 대해 의도적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정책은 사적부문에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부문에서 수립, 실시되는 정책만을 관심의 대상으로 한다. 평가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어떤 활용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반적 과정으로 이해된다. 즉, 정책평가란 정책의 내용, 집행, 그 영향을 토대로 ‘정책대안이 결정된 후에 집행 과정에서 의도한 대로 능률적으로 집행되었는지, 정책이 집행된 후에 설정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했는지 평정하는 활동’을 뜻한다.

 

이러한 정책평가를 통해 우리는 정책의 합리성과 예측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평가의 결과 정보는 미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장애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정책평가는 추후 정책 결정이나 집행 과정에 피드백을 주어 정책의 합리성과 미래 상황에 대처하게 한다.

 

책평가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윤리적 문제이다. 평가할 대상 정책이 과대 포장되지 않았는지, 과도한 비용이 들지는 않았는지, 낮은 성과의 의도적 은폐 등과 같은 것을 배제해야 한다. 윤리성 확보는 결과해석 및 활용의 정치성을 통제하고 수용성 높은 평가결과 도출에 기여할 수 있다.

 

출판 정책의 상위 체계는 국가의 문화정책이며, 국가의 문화정책은 국가권력을 대행하는 정부가 집행한다. 이 경우에 ‘정부 정책’이란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공적 목표(공익)를 달성하는 데 필요로 하는 행동 지침이나 그 방향 제시를 의미한다. 문화정책의 한 분야인 출판 정책 역시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 국가의 출판 정책은 규제 기능, 조성 기능, 참여 기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출판의 규제 기능은 출판 정책에서 정부의 행정적 지시와 제약을 포함한 제반 감독 기능으로 출판물의 공표와 그 이용에 따른 규제 범위를 의미한다. 정부가 국민에 의한 출판 매체의 생산 및 보급 활동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기능을 행사하기에 조성 기능으로서의 출판 정책은 가장 영향력 있는 출판 정책이다. 출판 정책 평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영역이 아니다. 출판 정책의 목표가 얼마나 잘 충족되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출판 정책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출판 정책의 성과를 정책적인 면과 예산의 편성,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평가하고자 한다.

 

 

2. 출판문화 진흥을 위한 주요사업 현황 (2018년 1/4분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의 ‘경영 공시 > III.주요사업 및 경영성과 > 18. 주요사업 현황’을 보면 6년간의 사업 현황과 그에 책정된 예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에 2018년에 예산(백만 원 단위)이 배정된 사업은 1) 출판 국내수요 창출 및 유통 선진화(1,676), 2) 출판 제작 활성화 사업(1,508), 3) 글로벌 출판 한류 확산 사업(1,000), 4) 출판 인프라 구축 사업(1,195), 5) 심의 등 기본사업(871), 6) 2018년 국민독서문화 확산(3,381), 7) 독서문화캠프 운영(1,000), 8) 전자출판산업 육성지원(2,756), 9) 출판물류기반 구축 지원사업(850), 10) 2018년 지역출판산업육성 사업(200), 11)
국제도서전 개최 및 참가 사업(1,865), 12) 출판저작권 수출 활성화 사업(961), 13) 서울와우북페스티벌사업(70), 14) 중소기업 청년취업 인턴제 위탁운영사업(38), 15) 파주출판도시 활성화사업(1,000), 16) 책읽는 문화 확산을 위한 도서관 열차 조성(136), 17) 출판아카데미 교육사업(163). 18)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신규/1,500), 19) 파주출판도시 세계문화클러스터조성(신규/470), 20) 2018년 책의 해(2000), 21)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300), 22) 출판산업 경력자 재취업(500)이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고 볼 수 있는 홈페이지의 ‘진흥원 사업’에 공지되어 있는 사업은 아래와 같다.

 

Ⅰ. 출판수요 창출 및 유통 선진화
<언론매체 활용 책 읽기 홍보>, <문화복지 책나눔 지원>, <청소년 ‘북토큰’ 지원>, <지역서점 육성 지원>, <출판산업종합지원센터 운영>,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


Ⅱ.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활성화
<세종도서 선정 보급>,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Ⅲ. 전자출판 및 신성장동력 육성
<우수콘텐츠 제작 지원>,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개최>, <전자출판지원센터 운영>, <전자출판 인프라구축>, <전자출판 활성화 연구조사 및 세미나 개최>, <전자출판 국제도서전 참가지원>, <디지털북페어코리아 개최>, <디지털 독서환경 조성>

Ⅳ. 글로벌 ‘출판한류’ 확산
<출판수출지원센터 운영>, <해외 출판 네트워크 구축>, <도서 저작권 수출 가이드북 제작, 배포>, <해외도서전 그림책 수출 지원>, <K-Book 홍보 지원 사업>, <찾아가는 도서전 개최>, <출판 저작권 수출 활성화지원>, <출판산업 국제교류>

Ⅴ. 출판문화산업 인프라 구축
<글로벌출판전문인력양성>, <출판지식창업보육센터>, <출판산업 기초 통계조사 및 정책 연구>, <출판전문인력양성(출판아카데미)>, <출판일자리창출지원(청년내일채움공제)>


Ⅵ. 독서문화 확산 및 인문정신문화사업
<인문독서아카데미 운영>, <독서동아리 및 공간나눔 지원>,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와글와글 청소년 독서토론 한마당>, <독서 콘퍼런스 개최>, <소외계층 독서활동 지원(교정시설 독서활동 지원)>,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세계 책의 날 책드림 행사>, <독서의 달 포스터 제작, 배포>, <독서IN 홈페이지 운영>, <라디오 캠페인>, <북스타트 사업>, <독서문화캠프>,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 <인문활동가양성 파견>

 

 

 

신규사업
위에 나열된 진흥원의 사업 중에 우선 2018년 신규사업을 살펴보겠다. 신규사업에는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 파주출판도시 세계문화클러스터 조성, 2018년 책의 해, 책읽어주는 문화 봉사단, 출판 산업 경력자 재취업이 있다.


출판유통통합 시스템 구축 사업
2017년 1월 2일 송인서적 부도를 계기로 출판유통선진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17년 2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제4차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에서 출판유통 선진화 시스템 구축은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도서생산에서 판매까지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출판유통의 전산화 및 선진화 등의 기반을 조성하고 유통과정의 투명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출판사-유통사-지역서점이 참여하여 출판유통정보를 생산·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대두되었고, 도서의 입출고와 판매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전산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출판사는 발간 도서의 유통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고 도매상을 통해 지역서점에 위탁된 도서의 유통정보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서 유통 시 어음 결제 및 위탁판매의 문제점으로 인한 도매상의 부도 위기가 상존하여, 출판유통과정의 투명화를 통해 문제점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이러한 사업이 추진되었다. 산지니 역시 송인서적부도로 1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고 아직 다 극복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직 신설사업인 만큼 평가하기는 이르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파주출판도시 세계문화클러스터 조성 사업

파주출판국가산업단지 2단계가 완료됨에 따라 1단계에 이어 2단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파주출판단지를 세계적 문화클러스터로 조성 추진하는 사업이다. 스마트허브시스템 구축(100백만 원), 파주 북 & 영상엑스포(100백만 원), 파주출판단지 선진화 인큐베이터 및 체험관(200백만 원), 인프라 운영 개선(70백만원)으로 구성된다. 파주출판단지 내 입주사의 우수 콘텐츠를 발굴하여 제작 지원을 통해 출판산업의 역량을
증대시키며 출판 콘텐츠 기반의 융복합 콘텐츠를 발굴하여 국내 문화산업 역량 강화 및 세계문화클러스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파주는 이미 주된 출판도시로 국가예산의 지원을 충분히 받았다. 파주출판도시 활성화사업이란 기존 사업이 있는데 ‘파주출판도시 세계문화클러스터 조성’ 사업이라는 새 사업을 지원하기위해 예산을 늘릴 필요 있겠느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2018 책의 해 사업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국민의 ‘지식과 상상력’을 함양하고 책의 사회적 위상과 가치 고양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며, 독서 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을 통한 책 생태계 활성화 및 출판을 진흥하며, 책으로 소통하는 독서생활화 기반 조성으로 출판 수요 창출에 기여하고자 추진되는 연중사업이다. 아래는 주요 추진사업이며 전국적으로 확산이 필요한사업이다.


세부 활동은 다음과 같다. 출범식 및 대국민 책의 해 행사가 진행되었고, 함께 읽기 사업 Ⅰ의 일환으로 북튜버 영상 제작, 위드북 캠페인, 북캠핑, 북클럽 리그, 찾아가는 이동 책방, 전국 심야 책방 데이 등이 진행되었다. 함께 읽기 사업 Ⅱ의 일환으로 우리 고전 다시 쓰기, 시민 책·독서 프로그램 공모, 지역별 책 플러스(+) 네트워크’ 발족, 책의 마을 지정 사업, 책읽는 가족 한마당축제, 도서관 독서모임 확대, 도서관 독서 프로그램 경연대회, 지자체 지역도서전 지원 등이 진행되었다. 언론협력 사업에는 비블리오 배틀, 지금 무슨 책 읽으세요?, 1사1책 읽기 캠페인, 책 생태계 비전 포럼 시리즈 지상연재 등이 있었고, 책 생태계 비전 포럼으로 국제 포럼 2회, 국내 포럼(8회/월례)이 있었다. 대외협력사업은 책읽는 나라 의원연맹 발족, 전국 책읽는 도시협의회 출범, 책나라 도서기증센터 오픈 등을 지원하였다.

 

책 읽어주는 문화 봉사단

사업문화 소외계층에게 책 읽어주기 활동을 통해 문화향유 기회 제공 및 균등한 독서환경 제공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3월 전국 권역별 지역주관처를 11곳 선정해서 4월 활동가를 위한 가이드북 제작·배포하고 5월 문화봉사단 활동가 및 방문 희망기관을 모집해, 5월에서 9월까지 문화봉사단 기본교육 및 실전교육을 실시하고 5~10월까지 문화봉사단 현장 활동 전개 및 현장 활동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문화 소외계층에게 책읽어주는 사업은 양극화와 고령화의 어두운 부분을 사회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적극적 사업으로 판단된다.

 

출판 경력자 재취업 지원 사업

경력 단절 후 출판 산업에 재취업하려는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근로자 고용안정 유지 및 출판 기업의 채용문화를 장려하는 사업이다. 경력 단절 후 출판 산업에 재취업하려는 근로자와 기업을 알선하여 취업 후 일정 기간 동안 재취업 격려금 및 기업에 채용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기업의 근로자 고용 안정성 유지에 기여하며 연간 근로자 70명, 기업 최대 70개사를 지원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 출판 경력 단절자의 재취업 지원 사업은 결혼과 출산 등 여성인력 활성화에 좋은 사업이라고 판단된다. 본사에서도 이 정책을 이용해 경력 편집자 1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출판사와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지역출판 경영자가 바라보는 한국 출판문화산업 정책-2 바로가기

 

Posted by 전예솔

“음식은 시대 담는 그릇…인문의 시선으로 부산 음식문화 캐냈다”

본지 연재 ‘부산탐식프로젝트’ 책으로 펴낸 최원준 시인

 

- 2016년부터 2년간 76회 맛여행
- 낙동강·기장음식 ‘집요한’ 발굴
- 화교밥상 등 원도심의 맛 우려내
- 독특한 로컬푸드 상세히 소개

- “피란 때 나눠먹던 값싼 밀면처럼
- 공유와 배려의 음식 많은 부산
- 수용·개방 등 지역 기질 보여줘”

 

프로젝트 이름은 ‘부산탐식’으로 하기로 했다. ‘탐’ 자는 탐낼 탐(貪) 대신 찾을 탐, 탐구할 탐의 ‘探’을 쓰기로 했다. 부산 음식문화를 ‘탐구’한다는 뜻을 담고자 했다.

 

‘부산탐식프로젝트’의 저자 최원준(왼쪽) 음식문화 칼럼니스트가 부산 동구 상해거리 ‘완챠이(灣菜)’ 정춘화 대표와 찡장로우스, 멘보샤, 동파육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완챠이는 ‘부산탐식프로젝트’에서 화교 음식이 부산화된 사연을 살핀 ‘화교밥상’ 편 취재를 도운 인연이 있다. 서순용 선임 기자

 


음식을 탐구한다는 뜻의 ‘探食’(탐식)이 아닌 음식을 탐낸다는 뜻의 貪食(탐식)으로 독자가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돼도 할 수 없고 이 시대에 그게 꼭 나쁜 일도 아니다. 취재와 집필을 맡은 프로젝트 총책은 부산의 중요한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최원준 시인. 그렇게 ‘부산탐식프로젝트’는 닻을 올렸다.

 

2016년 1월 6일 자 국제신문에 부산탐식프로젝트 ‘제1회 낙동김, 변화무쌍 물김’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매주 신문 전면에 연재하는 이 프로젝트가 2년 동안 무려 76회(최종회 2017년 12월 27일 에필로그)에 걸친 장정을 펼치리라고는 많은 사람이 예상치 못했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이자 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가 마침내 같은 제목의 책(산지니 펴냄)으로 묶여 독자 곁으로 새롭게 왔다. 책의 부제는 ‘맛있는 음식 인문학’이다.

 

저자 최원준 시인을 만나 ‘부산탐식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물 캐듯 캐물었다. 그를 만난 장소는 ‘부산탐식프로젝트’의 ‘화교 밥상’ 편(국제신문에는 2016년 7월 13일 자에 ‘부산의 화교 밥상’으로 실림) 취재에 큰 도움을 준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맞은편 상해거리의 명물 중화 음식점 ‘완챠이(灣菜·대표 정춘화)였다.

 

‘부산탐식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단행본 ‘부산탐식프로젝트’ 발간이라는 결실을 거둔 최원준 시인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관련된 자료나 책자를 꽤 찾아봤는데, 음식인문학이라는 관점과 음식의 문화인류학이라는 지향을 갖고, 부산지역의 음식과 음식문화에 접근한 책은 ‘부산탐식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처음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닿았다.” 그는 “그런 점에서 무척 뿌듯하고 계기를 마련해준 국제신문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산탐식프로젝트’에서 줄기차게 강조했다.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음식과 음식문화를 들여다보면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 생활 습속의 특징이 잘 보인다는 지론이다. ‘부산탐식프로젝트’라는 책은 부산을 중심에 놓고, 바로 이런 지론을 촘촘히 증명해가는 ‘거방하게’ 잘 차린 잔칫상이다.

 

‘부산탐식프로젝트’에서 바다와 강이 만나 기수지역을 형성하는 낙동강 유역(낙동김, 명지대파, 재첩, 하단포 웅어, 갈미조개, 전어, 도다리, 큰구슬우렁이, 구포국수, 청게, 다대포방어, 대구 등), 바다를 품은 어촌·농촌 공동체 기장(산호자 멸치젓갈 쌈밥, 방게, 기장우묵, 메뚜기볶음, 미역설치와 몰설치, 매집찜, 대변 멸치, 철마 한우, 앙장구 등)은 독특하고 특별하고 상세하게 소개된다. 숨어 있기도 하고 잊히기도 한 이 지역 음식이 거의 ‘복권’되는 수준이다.

 

최원준 시인은 폭넓고, 오래되고, 끈끈한 이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낙동강 강가 지역과 기장을 ‘집요하게’ 취재해 책에 실었다. 그는 “부산의 ‘로컬푸드’가 어떤 자연환경에서 탄생하고 자리 잡았는지, 어떤 사회·경제·인문적 상황에서 부산 전역으로 퍼져가거나 퍼져나가지 못했는지, 그 안에 담긴 부산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음식인문학 영역을 지역에서 개척하고 탐구하는 전문가로서 저자의 관찰과 통찰이 빛나는 대목은 책의 ‘제3부 역사를 품은 곳, 원도심의 맛’과 ‘제4부 구석구석 골목골목, 부산의 맛’에서도 사골 육수처럼 듬뿍 우러난다. 부산어묵, 두투, 화교밥상, 초량외국인거리 중앙아시아·필리핀 요리, 해녀촌, 초량돼지갈비, 자갈치시장 고래고기, 복국, 밀면, 아귀 그리고 신문 연재 당시 부산 독자들에게서 유난히 뜨거운 사랑을 받은 선어회 등이 여기서 등장한다.

 

상해거리에 선 최원준 저자.

“부산은 한반도 남단의 해양을 ‘국경’으로 한 고장이라 해양문화 수용이 활발했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는 도시 규모가 폭발하듯 팽창하고, 그 뒤 산업화시대에는 영남, 호남, 제주 등지에서 인구가 급격히 유입돼요. 그런데 부산은 그런 빠른 팽창과 급속한 다양화를 받아낼 만큼 음식 재료가 풍부하지는 않았거든요.” 이런 바탕에서 부산 음식문화의 특징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북에서 부산으로 피란 온 사람들이 이북 냉면을 만들려 해도 재료인 메밀이 없거든요. 그러니 원조물자로 공급된 밀가루로 냉면의 대체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게 밀면이죠. 밀면은 냉면보다 훨씬 싸니까 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먹장어, 돼지국밥 등등 오늘날 부산을 대표하는 숱한 음식이 그와 비슷한 형성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서 저자 특유의 부산 음식에 관한 음식인문학적 통찰이 나온다. “부산 음식 상당수는 비록 이렇게 어렵던 시절 ‘차선의 음식’ ‘대체의 음식’으로 형성됐지만, 이는 동시에 널리 함께 먹는 ‘공유의 음식’이고 넉넉히 베푸는 ‘배려의 음식’을 뜻하죠. 수용성과 개방성이라는 부산의 기질과도 깊은 연관이 있고요.”

 

그는 말했다. “하다 보니 부산에서 음식문화를 인문의 시선으로 공부하고 글로 쓰는 드문 음식문화 칼럼니스트라는 자리에 서게 됐음을 책을 내면서 거듭 절감했다. 2000년대 초 부산일보에 음식 글을 연재할 때 ‘가격이 착하다’는 표현을 내가 만들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썼는데, 그 표현이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되는 상황도 목격했다. 음식에 관한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신중해야 하는지 자꾸 느끼게 된다.” 그는 “음식이라는 거울로 부산을 비춰보는 음식인문학이 깊어지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신발 끈을 조여 매겠다”고 다짐했다.

 

 

국제신문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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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탐식 프로젝트 - 10점
최원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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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