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선 인간의 민 얼굴 

                                     이규정의 『치우』



사진은 얼마 전에 출간된 소설집 치우』의 이규정 작가입니다. 마지막 교정지를 확인하러 오실 때 제가 살짝 찍은 사진입니다. 이때는 교정지를 확인할 때라 다소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대화를 할 때는 활짝 미소를 보이십니다. 이규정 작가는 문단에 활동한 지 올해로 37년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고, 이번 소설집은 그 결과로 낸 아홉번 째 소설집입니다.  



표제작「치우」는 가난, 사상, 우정에 얽힌 사람 사는 이야기로, 주인공 상태는 늘 가난에 굶주려 그 처지를 벗어나려고 일본으로 밀항했지만 조총련 거물인 이모부 밑에서 온갖 일을 다 하면서도 공산주의가 싫다며 조총련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며 한 평생 불행한 생을 삽니다. 이렇게 된 연유에는 친구 동식이의 사상적 영향이 컸고, 동식이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면서 사람다운 삶에 대해 묻는 작품입니다. 


「치우」는  어리석은 친구라는 의미의 한자를 사용해 '癡友(치우)' 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탄탄한 서사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며 읽는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데요, 이러한 이야기들이 결국 노년에 이른 작가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해방과 6·25전쟁, 보도연맹 사건, 연좌제, 좌우 분열과 감시 등 우리 현대사의 상처들이 오늘날까지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런 질곡의 시대에 사람다운 삶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집요하게 되묻는다. '바보 같은 친구'를 뜻하는 표제작 '치우'와 해방 이후 경남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폭설' 등의 작품에서 이런 특징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동시에 작가는 암울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야 했던' 인간의 영혼은 과연 어떻게 안식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따뜻한 어조로 풀어낸다.    



현실 직시하는 서사의 힘, 인간다움에 여진 일으켜」기사 일부,

<국제신문> 이승렬 기자, 2013년 10월 30일자



그러나 죽음을 다루었다고 해서 엄숙한 것은 아닙니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는 교수로 있다가 퇴직하고  젊었을 때는 절절하게 사랑했던 아내와 황혼에 별거에 들어간 남자의 곤궁한 처지와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다소 유쾌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었낸 작품입니다.



"안상률과 최설경, 이 두 사람은 법적으로 이혼을 안 했다 뿐이지 완전히 남남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30년 이상을 동고동락하면서 자식들을 셋이나 낳았으면 미운 정 고운 정 속에 고운 정도 조금은 남아 있을 법한데, 최설경은 전혀 안 그랬다. 참으로 독하고 무서운 여자였다. 안상률은 이 여자에게 그렇게 독하고 무서운 데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여자의 어디에 그런 독기가 숨어 있었을까.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중에서





삶은 때로는 터무니없고, 잘못 흘러가지만 누구의 삶도 헛되지 않았음을 묘사해 낸다. 이 대목엔 원로 소설가가 직접 살아낸 삶과 경험이 풍부하게 더해진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 간에 벌어지는 소동이나 두려움, 살아온 삶의 후회나 회한 등 그 내밀한 감정을 그려 내는 것은 물론이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까지 속속들이 마주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죽음은 죽음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죽음을 마주한 인간 군상의 삶의 모습을 통해 한국현대사부터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까지를 입체적으로 다뤄 낸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역사의 상처인 보도연맹 문제나 터무니없이 자행된 반공 문제, 연좌제를 단편 '치우'나 '폭설'로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풀꽃 화분'이나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같은 단편에서는 죽음과 마주하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읽어 내려 한 통찰이 담겼다. 오랫동안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소설가 개인의 삶이 반영된 '희망의 땅'이나 '작은 촛불 하나'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여태 소외 계층이나 사회 약자들 편에 서서 쓴 작품이 많았습니다. 이번 소설집엔 '희망의 땅'처럼 개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도 있고, 보도연맹이나 연좌제 등을 다룬 이야기들도 저와 주변 사람이 직접 겪은 일들이에요. 모두 소설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고민하는 소설들입니다."


현대사와 일상에서 건져 올린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민얼굴」기사 일부,

<부산일보> 김영한 기자, 2013년 11월 07일자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집에서 조용히 사색하며 읽기 좋은 책 아닐까요?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특히 소설은 더욱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치우』로 소설의 역할이 무엇인지, 왜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오는 14일 목요일 서면 러닝스퀘어에서 책을 읽고 느꼈던 다양한 사유를 펼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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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책 소개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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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