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서구의 충격과
동아시아의 군주제

동아시아 5개국의 대응사례를 중심으로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동쪽의 왕좌를 흔들다

이른바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인 19세기 이전의 동아시아 각국은 폐쇄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적 세계질서를 축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외교는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명치유신을 통해 강력한 입헌군주제인 ‘근대일본과 천황제’ 모델을 비교적 빠른 시기에 성립하자 유학파, 친일파, 외교관 등 다양한 통로로 조선과 청에 일본의 모델이 소개되고 논의되었습니다. 조선의 갑오개혁과 대한제국 성립 그리고 청 왕조의 무술정변과 20세기 초의 개혁노력은 일본의 모델을 수용하고자 하는 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외에 러시아의 차르 체제도 조선과 청의 군주제에 영향을 미쳤으며, 중국의 신해혁명은 티베트의 독립은 물론 베트남 군주제를 약화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군주‘론’과 군주‘이미지’로 살펴보는 5개국의 근대 군주제

『근대 서구의 충격과 동아시아의 군주제』에서는 ‘군주론’과 ‘군주이미지’ 라는 두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5개국의 역사를 비교합니다.
1부에서는 위기를 맞이한 각각의 군주제를 지탱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 비교하였고, 2부에서는 사건이나 구체적인 조치들을 통해 각국의 군주제가 어떠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였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황제를 중심으로 한 전제군주제를 도모한 조선
 조선의 고종은 명성왕후의 국장을 늦추며 ‘국모 복수론’을 확산시키고 존왕론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후 고종은 황제에 즉위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전제군주론을 본격화했습니다.
또한 광무시기에 고종황제는 평양에 궁을 짓고 그곳을 서경으로 승격하는 양경체제를 구축하려 했는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으로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이용했습니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보관했던 서경의 영숭전을 계승하겠다는 의도였지요. 일본에서도 명치시기에 교토와 도쿄를 수도로 삼고자 했는데, 광무시기와 명치시기의 양경(兩京)체제 추진은 근본적으로 서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이므로 비슷하게 보이지만 사실 다른 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양국의 양경체제 추진은 서구 앞에 선 한일 양국의 역사적 경험을 비교하기 좋은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만주족과 한족, 군주입헌제와 민족주의가 대결한
 청나라의 사례로는 청말신정(淸末新政) 시기, 단방(端方)이라는 만주족 고위관료를 중심으로 한 다섯 대신의 구미 여행과정과 그들이 귀국하여 전개한 입헌군주론이 예비입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고 관제개혁은 어떻게 실패하였는지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팔기제도를 개혁하고 만한차별을 폐지하며 황권을 강화하려 함으로써 청말신정 시기 고조된 민족주의에 따른 만주족과 한족의 갈등이 가져온 군주입헌제의 굴절과 정치적 혼란도 조명하였습니다. 이민족 정권인 청조의 특성상 군주입헌제 변혁을 주도하기는 힘들었고, 1911년 신해혁명의 발발로 한족 중심의 민족주의가 승리하였습니다.


명치유신으로 입헌군주제의 기틀을 빠르게 다진 일본
 일본의 경우 서구 열강과의 조약 체결 과정에서 국가의사결정기구가 막부와 조정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러나 위기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안정적이고 강력한 국가의사결정기구, 즉 정부(政府)가 필요해지면서 막부와 장군을 중심으로 하였던 에도시대의 군주제를 폐지하고 조정과 천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군주제를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명치유신 관료들은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천황이라는 존재를 적극 활용하였고, 천황 지배의 정당성을 입증하고자 천황릉을 이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없던 천황릉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원분이나 방분을 전방후원분으로 둔갑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전제정 지지파의 유대인 탄압과 사회주의 세력의 러시아
 전제정의 위기가 가속화하던 러시아에서 군주제를 수호하고자 한 대표적 우익 조직인 러시아 민족동맹은 유대인 박해가 전제정의 수호와 민족의 이익과 가치 보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당시의 러시아 군주정이 우익정치세력들의 지원에 의지하여 전제정을 수호하려는 시도이자, 전제정의 취약한 지지기반과 반대세력을 확실히 제압할 수 없었던 허약한 이미지를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러시아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베일리스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독특한 정교합일의 정점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티베트의 군주론에서는 군주권 계승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이자 방법인 ‘활불 전세’ 제도, 달라이 라마를 정점으로 하는 중층적인 ‘정교합일 체제’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1912년 이후 달라이 라마는 청 황제의 권위를 완전히 대신하여 티베트 사회의 구심점으로 존재했습니다. 또한 티베트에서 군주의 모습은 여전히 불교교단 수장의 이미지와 겹칩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의 이미지는 티베트 불교의 수장뿐 아니라 통합된 티베트를 만들어내는 티베트 민족주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근대화냐 전통이냐? 이분법을 넘어서는 동아시아 연구

 근대화 성공 여부로 동아시아의 근대사를 해석하려는 서구적 관점의 기존 연구는 전통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군주제를 지지하는 전통적 지식인이었던 각국의 주류 세력은 서구의 충격에 대응하여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혹은 군주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군주론을 전개했습니다. 그들이 제시한 새로운 군주론과 그에 입각해 전개한 정치개혁운동, 사회개혁운동, 사상개혁운동 등은 당시의 근대화론이나 혁명론 못지않게 중요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티베트는 모두 군주제를 경험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일본을 제외한 이들 4개국에서 현재 군주제의 양상이나 영향력을 찾아보기는 어려우며, 군주제에 내리는 평가 역시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일국적, 서구적 관점을 넘어선 새로운 시도인 『근대 서구의 충격과 동아시아의 군주제』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티베트가 서구 열강에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그에 따라 어떤 대책을 세우고 개혁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같으면서도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연구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저자

박원용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박물관장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 『19세기 동북아 4개국의 도서분쟁과 해양경계』(공저), 『대중독재와 여성: 동원과 해방의 기로에서』(공저) 등이 있고 『E. H. 카 평전』, 『10월혁명: 볼셰비키 혁명의 기억과 형성』 등의 번역서가 있다.

박장배 서강대학교 사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근현대 중국의 티베트 통합정책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연구 사업을 하고 있다. 저서에는 『역대 ‘중국’의 판도(版圖) 형성과 ‘변강’지배』(공저), 『중국 동북 연구-방법과 동향』(공저) 등이 있다.

신명호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조선시대 왕실문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문화』, 『조선공주실록』, 『한국사를 읽는 12가지 코드』, 『고종과 메이지의 시대』 등이 있다.

이근우 서울대 동양사학과, 한국학대학원 석ㆍ박사과정을 거쳐 일본 경도대학 일본사교실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에 재직 중이며 대마도연구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고대왕국의 풍경』, 『부산 속의 일본』, 『대한민국은 유교공화국이다』 등이 있다.

조세현 서강대 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북경사범대학에서 중국 근현대 사상사와 문화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淸末民初無政府派的文化思想』, 『동아시아 아나키스트의 국제교류와 연대』, 『부산화교의 역사』 등이 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서장

제1부 서구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동아시아 5개국의 군주론 비교연구

1장 을미사변 후 고종의 국모 복수와 군주전제론
2장 청말신정 시기 오대신출양과 군주입헌론의 전개-단방을 중심으로
3장 막말기의 새로운 권력구조 구상
4장 러시아 군주정의 구원투수-러시아 민족동맹의 형성과 전략을 중심으로
5장 19세기 말, 20세기 초 티베트의 군주론의 변용

제2부 서구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동아시아 5개국의 군주이미지 비교연구

6장 광무 명치시기 양경체제 추진과 군주이미지 활용 비교연구
7장 청말신정 시기 만한갈등과 군주입헌론의 굴절-관제개혁과 만한평등책을 중심으로
8장 명치정부의 무대장치 천황릉
9장 러시아 전제정의 반격-베일리스 사건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10장 20세기 전반기 달라이 라마의 이미지 변화-자연재해와 관련하여


참고문헌
색인


 

 

 

 

 

『근대 서구의 충격과 동아시아의 군주제』

동아시아 5개국의 대응사례를 중심으로

박원용 박장배 신명호 이근우 조세현 지음 |
역사 | 신국판 양장 | 384쪽 | 28,000원
2014년 10월 27일 출간 | ISBN :
978-89-6545-267-6 93910

근대의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티베트가 서구 열강에 받은 영향과 대응방식을 다룬 책. 근대화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를 기준으로 역사를 해석하려는 관점을 지양하고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외교를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파악하려 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