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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서울 강남구에서 온 공문

by 산지니북 2010. 2. 3.
강남구청 세무과에서 우편물이 한 통 왔습니다. 강남구청에서 산지니 출판사에 무슨 볼 일? 의아해하며 봉투를 열어보니 책을 기증해달라는  당당한 내용의 협조 공문이었습니다. 책을 기증하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해주겠다는군요. 취지는 참 좋아 보였습니다. <농어촌 학생 및 해외동포를 위한 '사랑의 책 보내기 운동'>이란 제목이었습니다. 


사장님은 공문을 보시곤 겉으로 허허 헛웃음을 웃으셨지만 속으로는 '누구 염장지르나'하며 뿔이 난듯 보였습니다. 출판업계 불황이라는 보도를 작년 한해 귀에 딱지 앉도록 들어왔는데, 기부금영수증이 필요할 만큼 수익을 많이 낸 출판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를 내거나 책을 마구 만들고 마구마구 팔아 매출이 쑥 오른 출판사들도 몇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저희처럼 작은 출판사들은요.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어려운 출판사들도 도울겸 책을 사서 보내면 되지요. 출판업계 만큼 강남구 살림살이가  힘들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영수증 몇 장 선심쓰고 책은 공짜로 받아서 생색은 자기들이 내겠다는 건가요. 독서 여건이 열악한 산간벽지, 농어촌 및 해외거주 동포들에게 책을 보내겠다는 건 참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데 있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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