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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

한국 근현대 100년을 관통하는 여성들의 삶 -『모녀 5세대』(책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8. 24.



으로 기억하는 한국 여성 생활사 100년

가족, 여성, 그리고 노인에 대해 40년간 연구해온 이기숙 교수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책을 펴냈다. 1900년대생 외할머니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손녀까지, 그녀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여성들과 본인의 삶을 돌아보며 마음의 기억들을 모아낸 것이다. 한 개인의 생에는 그 시대여서 가능했던 삶의 방식과 조건들이 새겨져 있다. 따라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 기억들은 한국 근현대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저자는 주거와 교육, 직장생활과 가족 관계처럼 일상에 맞닿아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부산 지역 여성들의 경험을 풀어낸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라 여겨지는 근현대상이 주로 남성, 그리고 수도권 중심적이기에, 일제강점기 때부터 부산에 거주해온 모녀 5세대의 이야기는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다. 저자는 가족과 노년에 대해 그동안 연구해온 바를 대중적 유머와 함께 녹여내, 5세대 여성들이 서로 의지하며 꾸려낸 유쾌한 삶을 그린다. 세대와 성별을 넘어, 독자들은 어느새 자신의 마음속 반짝이는 추억들을 꺼내보게 될 것이다.


17세에 혼인하셨던 할머니에서 컴퓨터로 공부하는 손녀까지

변화하는 여성, 가족, 사회에 대한 기록

『모녀 5세대』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비교해보면 그동안 한국에서 여성들의 생활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1909년에 태어나신 외할머니는 부친이 서당선생이셨음에도 ‘계집애는 글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무학이셨지만, 어머니는 일제강점기 때에 고등학교까지 수학하셨다. 저자와 딸은 둘 다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는데, 딸의 경우 미국의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외할머니는 17세에 혼인하여 열 명의 자녀를 낳으셨으나, 다섯이나 병 또는 사고로 잃으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중매를 통해 결혼한 뒤 6남매를 길러내셨다. 반면 저자는 1970년대에 자녀를 출산하였는데, 당시의 표어 ‘둘만 낳아 잘 기르자’처럼 아들과 딸 각각 한명씩 낳았다. 첫 아이인 딸을 임신했을 때 재직하고 있던 학교의 압박을 받아 퇴직해야 했던 경험은 대학원생 시절과 직장생활 중에 출산을 거친 딸의 경우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여성의 가정 밖의 활동 면에서도 여러 다른 점들이 보인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종교 단체나 계모임과 같은 장에서 활동하셨고, 가정 내로 활동 반경이 다소 제한되었던 반면, 저자와 딸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저자는 시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살았는데, 스스로를 직장생활 하느라 ‘선머슴’ 같은 며느리였다고 평가한다. 반면에 딸은 ‘나는 어머니 세대처럼 집안의 대소사 다 잘하면서 직장생활도 하는 착한 며느리는 못 됩니다’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쪽머리를 하고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으셨던 외할머니와 2005년생 손녀가 만난다면 어떨까? 저자는 손녀를 ‘대도시의 아이’라고 말한다. 엘리베이터, 자동차, 지하철 등을 통해 집과 학교를 오가 자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탓이다. 네 자매가 한 방에서 생활했던 저자와 달리, 손녀는 혼자만의 방과 책상이 있다. 컴퓨터로 한글 공부를 했고, 스마트폰을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며 아끼는 아이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간극도 있지만, 외할머니가 저자에게 구구단을 가르쳐주시던 기억과 저자와 손녀가 국어숙제를 함께 하는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나를 지지하고 성장시켜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

따스한 ‘호위’가 되는 이야기들

인간관계에 대한 한 연구에서 ‘호위’라는 개념은 ‘나를 지켜주고 성장시켜주는’ 이들을 지칭한다. 저자는 이렇게 서로를 지지하고 정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나아가 가족과 직장 바깥의 동지적 관계들을 만들어나가기를 제안한다.

시대를 비추는 저자의 추억들은 우리의 마음을 감싸주는 따스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할머니가 절구에 직접 찧어 만들어주시던 떡의 맛, 딸들의 산후 조리를 위해 큰 솥에 미역국을 끓이시던 어머니의 모습, 출퇴근 시간에 딸과 통화하며 나누는 이야기, 손녀와 목욕탕을 가는 일 등, 저자가 그리는 삶은 여성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피는 생동감 있는 일상이다. 은퇴를 앞둔 저자가 소중한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한 마음을 통해, 우리 또한 주변의 작은 행운과 우리를 아껴주는 이들을 다시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 이기숙

195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녀 1남의 어머니인 그녀는 남편과 함께 부산광역시 금정구에 거주하고 있다. 40년간을 교수로서 가족, 노인, 여성 그리고 죽음을 주제로 연구하고 교육하였다. 『현대가족관계론』(공저), 『죽음: 인생의 마지막 춤』(공역) 등 32권의 저서와 「한국가정의 고부갈등 발생원 요인분석」, 「일과 가정의 균형」 등 94편의 논문(공저 포함)을 집필하였으며, 2015년 정년퇴직 기념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 책에서 65년여의 생애 경험을 ‘모계(母系) 5세대’를 중심으로 풀어내었다. 그 이야기들에는 한국 근현대 100년간의 여성의 삶과 가족의 일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그러면서 조금씩 다른 5세대 여성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외할머니, 어머니, 딸, 손녀—누구나 가지고 싶은 좋은 인연들이다. 항상 잘 웃는 그녀가 풀어내는 가족 이야기에는 깨알 같은 행복이 석류알처럼 박혀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행복들을 그녀는 먼저 찾았을 뿐이다.


차례



모녀 5세대

한국 근현대 100년을 관통하는 여성들의 삶

에세이 | 46판 360쪽| 978-89-6545-310-9 03810 

이기숙 지음 | 20,000원 | 2015년 08월 14일

가족, 여성, 그리고 노인에 대해 40년간 연구해온 이기숙 교수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책을 펴냈다. 1900년대생 외할머니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손녀까지, 그녀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여성들과 본인의 삶을 돌아보며 마음의 기억들을 모아낸 것이다. 저자는 주거와 교육, 직장생활과 가족 관계처럼 일상에 맞닿아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부산 지역 여성들의 경험을 풀어낸다.


모녀 5세대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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