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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문학

성선경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책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3. 25.


산지니 시인선 세 번째 시집으로 성선경 시집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독특하지요.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라니요. 


봄처럼 푸석해진 

내 마음 어디를 콕 찌르는 시입니다. 






생의 무력함 속에서도 빛나는 일상의 소중함과 정신적 성숙

희망이란 뭐 별건가?

내년이면 아들은 졸업반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어디냐?

나는 다시 힘이 나고 용기가 솟는다

이야 이야 이야오.


-「아주 꾀죄죄한 희망」 부분


그는 궁색하고 누추한 우리 삶의 틈을 벌린 뒤 능수능란한 언어의 촉수를 그 속으로 집어넣어 우리를 간질이고, 나는 저 웃기는 이야기들에 배꼽을 잡는다. _최학림(부산일보 전 문화부장)


무력함과 무상함에 노출된 존재의 원형적 감정의 한 형상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 _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환기하는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여덟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봄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인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나이 든다는 것, 

존재의 무력감 속에 담긴 서늘함의 시원을 탐색하다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

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

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

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

나무를 보고 꽃을 보는 일

아직은 내게 너무 어려워

자주 몸이 기우뚱하고 발이 꼬인다


― 「하산(下山)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부분


시인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처럼 스스로의 생애가 이제 장년에서 노년으로 기울고 있음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생각하면 한로(寒老)/ 나도 한가로이 늙어 갈 수 있을 것인가?”-「한로(寒老)」) 시집의 전편에 걸쳐 쉰 이후에 마주하는 삶의 문제를 고뇌하며 시간의 속절없음과 존재에 대한 사색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발이 꼬”여 제대로 된 걸음을 걸어 나갈 수 없는 “내리막길”의 구석에서 느끼는 자기연민의 묘사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조금씩 생명성을 잃고 사라져 가는 자신에 대한 자조와 슬픔이 “이젠 소리통도 관절염을 앓는”(「탄현(彈絃)」), “나는 이제 누워 있는 부처”(「와불(臥佛)」) 등의 묘사로 변주되면서 ‘늙음’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속물적 삶에 대한 냉소와 부정, 그리고 자기반성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밥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전문


「밥罰」은 삶의 진실성을 놓쳐버린 것에 대한 비판을 담아, 시인이 자기 징벌의 마음으로 스스로의 시비(是非)를 가리는 시이다. 시집 전편에 깔려 있는 속물적 삶에 대한 혐오의 감정에서 벗어나 자기 현실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한 처방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시와 마찬가지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에는 일상 속에서 빚어지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시들이 다수 실려 있다.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생의 소중한 진실을 깨닫는가 하면(세상에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저 눈빛으로만/ 너도 여기 좀 봐!”-「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주기」), 1급수 맑은 강가에만 살던 쏘가리의 생명력 넘치는 삶이 우리네 일상에도 펼쳐질 수 있음(“저 맑은 물에 쏘가리가 산다네/ 글쎄, 저 맑은 물에 어떻게/ 쏘가리가”-「그곳에도 쏘가리가 산다네」)을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에는 지리멸렬한 생의 범속함을 특유의 재치와 정신적 성숙으로 극복하려는 면모가 돋보인다.



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재학 중 1987년 무크 『지평』,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널뛰는 직녀에게』, 『옛사랑을 읽다』, 『서른 살의 박봉 씨』, 『몽유도원을 사다』, 『모란으로 가는 길』,『진경산수』, 『봄, 풋가지 行』,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을 냈다. 경남문학상, 월하지역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시민불교문화상을 받았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성선경 지음|문학|46판 양장|168|10,000원

2016년 3월 15일 출간ISBN : 978-89-6545-341-3 03810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환기하는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여덟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봄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인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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