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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인문

맑고 구수한 시조의 향기-김종목 시조집『무위능력』(책소개)

by 산지니북 2016. 7. 6.

한바탕 비바람이 몰아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유유자적 책 읽고 싶어지는 날이네요.


최근에 나온 신간 김종목 시집 『무위능력』 소개합니다.

2016년 부산문화재단 올해의 문학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시조집이라고 해서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천히 읽다 보면

어떤 장르든 좋은 글귀라면 마음에 금방 안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인생 후반기의 삶

시인의 성숙함이 맑고 구수한 시조에 담겨


우리말의 향기와 가락을 품은 김종목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무위능력』이 출간된다. 김종목 시인은 197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가을에』가 당선, 이후 1975년에 『고이 살다가』, 1990년에 시와 시조를 반반 섞은 『모닥불』을 출간했다. 세 번째 출간이 26년 만이지만 시인은 시조뿐만 아니라 시, 동시, 수필, 드라마 등 글쓰기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성실히 글을 써왔다.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 자신과 주변에 부지런히 관심을 두고 사유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번 시조집에는 자신의 내면을 다듬으며 성숙한 시인의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시인은 더하기보다 빼기로 노년의 삶을 성찰한다. 이러한 시조는 어렵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시인의 시조는 비가(悲歌)의 분위기 속에서 사랑에 관한 시조, 성찰과 지혜가 담긴 시조 등을 써내려갔다. 시인의 연륜에 묻어나는 성숙함이 맑고 구수한 시조의 향기에 배어 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 놓고 흐르는 구름이나

날으는 새들을 보며

어정어정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이것도 어려운 일

남이 보면 빌어먹을 짓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겐 도 닦는 일과 진배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걸

하고 있는 즐거움을

알아 줄 사람이 전무하다 할지라도

나만의 무위능력에는

이상 없는 것이다.

- 「무위능력(無爲能力)」 전문





 

슬픔과 사랑을 함께 읊다

구체적인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시인의 시조의 특징 중 하나인 비가조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유년 시절 전쟁을 겪은 시인의 당연히 삶에 대한 슬픔이 깃들어 있다. 해방된 해에 일곱 살이었고 6?25가 일어났을 땐 열두 살이었다. 유아기에서 소년기까지 그가 겪은 가혹한 시련들이 그의 시풍을 비가조로 흐르게 했을 것이다. 이런 비가의 분위기 속에서도 시인은 사랑에 관한 시조를 담았다. 헤어짐의 아쉬움, 짝사랑의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속죄 등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러한 구체성은 독자가 시조를 이해하는 데 한 발 더 다가가게 한다.



가슴속 곱게 물들어가는 설움 같은 꽃이여-「첫정」 부분


그리움도 크렁크렁 눈물로 얼룩지고- 「산 도화를 보면서」 부분


목 놓아 울 수 없는 아픔을 억누르며- 「부러운 눈물 2」 부분


다시 또/ 당겨보는 손/ 겨냥한 채 울먹인다- 「활시위 힘껏 당겨」 부분


 


심오하지만 단순 명확하게 인생을 돌아보다


이번 시조집에 시조들은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시조라는 형식 안에서 인생의 전, 후기 삶의 방법을 재치 있게 녹여서 시로 읽히게 하는 능력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더하기에 혈안이 되어 살아야 했던 젊은 날의 삶에서 자꾸만 빼야 빛날 수 있는 노년의 삶, 그 심오한 인생의 이치를 단순 명확하게 시조의 가락 위에 올려놓았다.”(해설_이우걸) 


시인은 잘 짜인 시조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했고, 그 자연스러움은 노년이 가지는 연륜의 균형과 잘 어울러졌다. 독자들은 어렵지 않게 김종목 시인의 시조를 마음에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시간은

언제 봐도 눈부시다


계절의 혈흔(血痕)이 밴 바람들이 지나가고


향긋한

오색 물감들이

엎질러진 환한 들판.


누군가의 땀방울이

맺혀 있는 황금물결


가을의 내장(內臟)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한 폭의

서늘한 수채화가

들판 가득 빛난다.

- 「만추(晩秋) 1」

 






지은이 소개 김종목(金鍾穆)


1938년 일본 아이치 현 출생. 아호 霧林. 필명 김종, 김향. 196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하여 등단. 그 후 <부산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동시, 시조, 시가 당선됨. 1966년 제5회 <문공부> 신인예술상 문학부 수석상 수상. 1970년 제5회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 1970년 <새한신문> 창간기념 공모에 시 당선. 1971년 제1회 <소년중앙> 동화 당선. 1972년 제1회 <소년중앙> 동시 최우수 당선. 1974년 MBC 라디오드라마 당선. 1983년 <현대문학>지 시 추천완료. 1983년 <호국문예> 공모에 장편 서사시 당선. 1997년 국민훈장목련장 수훈. 2016년 현재까지 시 작품 8,000여 편, 시조 작품 7,800여 편(23,000여 수), 동시 작품 4,400여 편, 기타 동화, 콩트, 수필, 라디오 드라마 등 1,300여 편을 합쳐 모두 192권에 21,400여 편의 작품이 있음. 


시집에 『이름 없는 꽃』, 시조집에 『고이 살다가』, 동시집에 『시골정거장』, 동화집에 『인형이 되고 싶은 마네킹』, 산문집에 『당신을 풀꽃이라 이름했을 때』 등 21권의 저서와 시낭송음반 및 CD에 <당신을 풀꽃이라 이름했을 때> 1·2·3·4집이 있음. 부산어린이날 경축대회가, 부산동고 교가, 개금여중 교가, 남천여중 교가 작사




 


 




김종목 지음 | 국판 변 | 10,000원

978-89-6545-358-1 03810 | 2016년 6월 15

 


우리말의 향기와 가락을 품은 김종목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시인은 더하기보다 빼기로 노년의 삶을 성찰한다. 이러한 시조는 어렵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시인의 시조는 비가(悲歌)의 분위기 속에서 사랑에 관한 시조, 성찰과 지혜가 담긴 시조 등을 써내려갔다. 시인의 연륜에 묻어나는 성숙함이 맑고 구수한 시조의 향기에 배어 있다













 



무위능력 - 10점
김종목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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