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하늘이 쨍쨍하니 날이 맑더니

지난 월요일은 비가 내리려는지 하늘이 흐려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마음 따뜻하게 읽어내려간  『모녀5세대』의 저자

이기숙 작가님을 뵈러 가는 제 마음만은 '날씨 맑음'이었답니다.

비가 내리면 더위가 조금은 누그러지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

 

서면에 위치한 영광도서 내 카페에서 이기숙 작가님과의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Q1. 책 제목이 『모녀5세대』인 만큼 '여성과 가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하는데요. 우선 여성이라는 소재를 살펴볼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운동에 참여하셨더라구요. 선생님의 관심사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았는데요. 여성을 소재로 글을 쓰신 배경이 이와 관련 있을 거라 봅니다만, 기존의 역사서들과는 그 대상을 달리 하신 점이 궁금합니다.

 

- 네, 아무래도 제가 강단에 서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경험들이 바탕이 되었다고 봐야겠죠. 예전에 ‘가족과 페미니즘’이라는 강의를 했었는데요. 가족이라는 구조 속에서 여성의 지위를 살펴볼 때 여성을 더 크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은 가부장제도가 주를 이루었다고 봐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엄마가 큰소리치기도 하고 과거에 비해 여권의 신장이 이루어진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본질이 아니에요. 가족 안에서의 많은 여성들은 노예적이고 차별적인 삶을 살아왔어요. 호주제가 폐지되어 더 이상의 법적인 용어는 없지만, 가족의 주인은 남성이고 가장이라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남아 있죠. 즉, 가정이라는 것은 ‘남자의 것’으로 소유의 대상이 되어 왔던 거예요. 남성의 권위 아래서 가족이 유지‧존속되기 위해서는 자녀를 출산해야 하는 여성이 ‘필요’했던 거죠. 이 속에서 많은 성차별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여성은 자신의 희생을 하나의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것이고요.

  가족과 관련된 강의를 여러 차례 해오면서 그 이데올로기를 의심해보게 되었어요. 여전히 가부장제는 남아 있고, 남성의 권위에 의해서 가족이라는 것이 포장되어 있기도 한 거죠. 그 제도 자체를 우리가 깨부수기 위해 노력을 해야 돼요.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남성의 성(姓)을 잇는 그런 외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에서 여성으로 이어지는 연대적인 삶도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무시되고 있으니,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했어요. 김 씨면 어떻고, 박 씨면 어때요? ‘성이 다른 다섯 여자’에서 말하고 있듯이 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는 연대와 사랑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가족의 외연은 남성이 지배하고 있지만, 가족의 안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연대가 있고 그것을 한번 그려보고 싶었던 거예요. 단순히 외할머니부터 손녀까지의 추억을 적어가는 것이지만, 가족 내에서의 형식보다는 내용, 알맹이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Q2. 모녀 5세대, 장장 10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는데, 이들 사이에 하나로 통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하는 물음을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이들의 삶을 관통할 키워드 혹은 주제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외할머니는 온정, 엄마는 희생, 나는 변화, 딸은 도전, 손녀 세대는 나눔이라고, 각자의 삶을 특색 있는 키워드로 보았는데요. 각자의 삶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까 외할머니부터 손녀까지 다섯 세대 여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랑과 책임, 그리고 헌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사실 이것이 인생에 있어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단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삶 속에서도 적용되는 중요한 주제어라고 생각해요.

 

 

Q3. 선생님의 외할머님께서는 부친이 서당선생이었는데도 그 당시 남아선호사상이라는 만연한 분위기 아래 무학으로 생을 살아오셨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말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실체가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 한 인간의 존재를 가로막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 세상에 나오셨는데, 큰 어려움 없이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셨다고는 했지만, 무엇엔가 부딪히게 되는 그 시대(한국전쟁)만의 난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 저는 경상도에서 자라 피난의 경험이 없어요.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만난 내 또래의 많은 여성들 중에는 피난 내려온 여성들이 많더라구요.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중학교 때 만난 친구 가운데 피난 내려온 이가 하나 있었어요. 그때는 그 친구의 특별한 가정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만나는 동년배 여성들이 피난민들이었던 거예요. 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와는 참 많이 다르더라구요. 철길 가에 판잣집을 얻으며 참 힘들게 살아가던 묘한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참 내가 복이 많죠(웃음).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랄까, 삶에 대한 애착이랄까 하는 것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제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죠.

  대학시절에 읽은 책 가운데 『지상에서 숟가락 하나』라는 것이 있어요. 제주 4.3항쟁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전쟁의 참상이라는 것이 내 한 세대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그때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죠. 전쟁이라는 것의 상처의 크기를, 책에서나 배웠지,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몸으로 크게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어요.

 

 

Q4. 선생님께서는 유년시절의 많은 부분을 외갓댁에서 보냈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저도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고 계셔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의 추억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할머니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공감을 얻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유독 애착이 가는 대상이 있을 듯합니다. 혹시 그 대상도 외할머니이신가요?

 

-  네, 그런 것 같아요. 유독 애착이 가는 대상도 역시 외할머니예요. 그때 당시에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장애를 가진 큰 이모가 계셨는데 그들 가족이 외갓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았어요. 작은 이모는 결혼을 하고는 나가 살았죠. 그리고 그 사이에 외삼촌도 계시고 했지만,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외할머니하고 장애가 있는 큰 이모인 것 같아요. 그래서 늘그막에 외할머니하고 큰이모하고 엄마하고 이 세분이 주로 큰 이모집에 참 자주 모였어요. 그러면 그 사이에서 저는 점심도 사드리고 모셔다드리고 그랬죠.

  외할머니는 가만히 집에 못 계셨어요. 여러 자식들 집을 오가며 한 일주일쯤을 머물다 가시곤 했죠. 지팡이를 집고도 당신의 손녀딸인 우리 집에도 자주 오셔서 농 정리도 해주시고 서로 한 살 차이인 내 시어머님하고 말벗도 해 드리고, 내 남편에게 당신의 사위(내 아버지) 흉도 보고 그런 분이셨어요. 참 부지런하고 따뜻한 분이었죠.

 

 

Q5. 외할머니와의 차이도 있지만, 선생님과 따님, 그리고 손녀분 사이에 세대차이 역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전의 시대보다 풍족하게 누리면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출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말입니다. 따님이나 손녀분의 삶에서 부러움을 느꼈던 순간은 없으신가요?

 

-  “시부모에게 잘해라, 잘해라”하고 딸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면, 우리 딸은 “저한테는 친정하고, 시댁하고, 자신하고는 정삼각형처럼 동등한 관계예요.” 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 ‘좋은 며느리, 나쁜 며느리’가 있다면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좋은 며느리가 시댁의 의견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라면 저는 좋은 며느리 못 하겠어요.” 라고 허더라구요. 내가 키운 딸이지만 참 놀랐어요(웃음). 여성으로서 시댁이나 가사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 하더라구요. 딸의 이런 자주적인 모습이, 이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기쁘게 받아들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딸이 가사에 부지런하고 솔선수범하기를 바라요.

 

 

Q6. 선생님의 외할머님, 어머님, 그리고 선생님 본인의 세대와 비교해본다면 오늘날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향상된 것으로 보이는데, 선생님께서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외할머니, 어머니 세대와 견주어 본다면 여성의 신장이 많이 향상되기는 했죠.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딸이 공대 나와서 직장을 다니면서 받는 성차별에 대한 글을 쓴 게 있어요. 거기서도 “우리 엄마 세대에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가야할 길은 멀다”라고도 써 놓았더라구요.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나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내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성이 설 기반이 완전히 다져지지는 못 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Q7. 다음은 가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작품 안에서 인물들을 대체적으로 따뜻하게 그리고 계신데, 에필로그에서 ‘같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저 역시도 사춘기 시절에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막냇동생과 아버지는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

책을 출간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선생님께서도 가족이 따뜻하게만 다가오지는 않을 수도 있으실 텐데, 어느 때,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껴지시는지 궁금합니다.

 

- 그럴 때는 전혀 없어요, 사실. 하지만 가끔 딸이나 아들, 사위 며느리가 나하고 생각이 다르고 그러면 행동이 다를 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해요. 이럴 때 그 다름을 내가 지적해서 언쟁, 논의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 다름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두 가지가 있는데 저는 갈들이 생길 때 대체로 후자를 택하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참 좋은 이웃이다, 내 제자다’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ㅎㅎㅎ 내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는 딸하고도 며느리하고도 같이 살아봤는데 그 사이가 너무 가깝다보면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그냥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해요. 직접적으로 내 마음을 드러내면 싸움으로 번지기밖에 더하겠어요?

  우리 사위 같은 경우는 말이 없는 편이에요. 살갑거나 자상한 맛이 없어서 내가 안타까워했는데, 사위의 식구들이 다들 그런 걸 보면 그가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그런 것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이해가 되더라구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 남편하고 나는 사실 동네에서 소문난 잉꼬부부예요.ㅎㅎ 그렇지만 그 사람과의 ‘다름’을 느껴본 일은 있지요.

 

Q8. 가족이란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광호 저자의 『가 족의 두얼굴』에서 보이고 있듯이 말이죠. “가족이니까, 가족이니까…” 이러면서 모든 것이 묵인되고 용서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선생님께서 쓰신 『모녀5세대』가 가족을 따뜻하게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쩌면 이것도 가족이데올로기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하는 어리 석은 자의 섣부른 의구심이 조심스레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가족 안에서는 갈등이나 싸움 같은 요소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가 있어요. 가족은 갈등을 통해서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방법도 있어요.

  그런데 갈등을 헤집어내어서 인물들이 성장하는 것은, 소설에서 더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다른 이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저는 이런 책을 통해서 내 딸이 내 손녀가, 이 시대의 여성들이 더 훌륭한 인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내가 쓰려고 했던 것이 소설이 아닌, 나를 기반으로 하는 수필이었기 때문에, 내 삶 속에 얽혀있는 갈등을 소설적으로(객관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었죠. 이 갈등을 파헤치다보면 그것을 모두 수용하고 승화시켜서 우리가 성장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더군다나 에세이라는 갈래를 통해서는 더욱 그렇죠.

  딸이나 손녀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보다는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살았으면…'하는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싶었던 거예요. 이게 훨씬 더 긍정적이라고 봐요.

 

 

 

Q9. 책을 읽다보면 100년이라는 긴긴 시간을 추억하는 모습들에서 가족을 향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는데요. 평상시에는 가족들과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  손녀가 서울에 살다가 부산으로 와서 1년을 나와 함께 살았어요. 그러다가 딸 가족이 직업 때문에 미국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딸네가 그동안 살던 집을 사돈하고 같이 정리하면서 주말을 보내요.ㅎㅎ 손녀가 부산에 있는 동안에는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목욕탕도 같이 가고... 딸은 너무 바빠서 밥이나 같이 먹는 정도지요. 남편하고는 아침마다 산에 가거나 주말에는 골프를 하러 가거나 해요.

 

 

Q10. 선생님께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절대 사람은 혼자 못 살죠.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돼요. 그런데 그 ‘누군가’의 1차적인 대상을, 저는, 가족이라고 봐요. 가족이 아니라면 형제, 친구, 직장동료, 강아지 등의 유사가족이 될 수도 있고요. 그게 아니라면 평생을 혼자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결국 인간은 혼자서는 존립할 수 없는 존재인 거죠.

  가족이란 함께 살되 죽을 때까지 같이 하는 존재인 거잖아요. 그 사이에는 이혼이나 재혼, 사별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같이 살아갈 때 절대적 혹은 무조건적 사랑이 전제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끝없이 사랑할 수 있느냐, 하는 데에는 조건 없는 사랑이 필수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평생을 함께 하는,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 하겠죠.

  말하자면, 가족이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내 아들이 범법자라고 해서 내 아들이 아닌 게 되는 건 아니니까.

 

 

Q11. 우리에게 있어서 기억이란 게 매번 좋은 것으로만 자리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상처는 끄집어내어 매만지고 재해석하여 더 이상 상처로 남아 있지 않게 하여야 한다.”는 대목에 공감이 갔는데요. 선생님께서도 직업상 많은 이들과 대면하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으셨을 듯합니다. 그때마다의 상처들은 어떻게 매만지셨는지, 삶의 지혜를 들어보고 싶어요.

 

-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게 상처가 되고 나를 위축시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것들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봅니다. 젊었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니까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화나고 분노하는 감정들이 분명히 있지만, 나에게 닥치는 고난들을 그 자체로 본다면 사실 그것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상처로 생각하면 상처인 것이고, 디딤돌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테니까.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거죠.

  제가 이렇게 생각하기까지는 ‘가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그래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있는 공부가,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이 되어주었어요.

  그리고 그 두 번째는 사람의 타고난 성품이 될 텐데, 저는 낙천적인 편이거든요. 고난을 만나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해’가 뜨기 마련입니다. 조지 베일런트가 『행복의 조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낙천성이 삶을 바꾼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도 드러난 사실이에요. 물론 어려운 환경을 만나면 그 성품마저도 변질될 수가 있겠지만 저는 그런 과정은 겪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참 복 받은 것 같네요(웃음).

 

Q12. 끝으로, 독자들에게 『모녀5세대』를 비롯해서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  앞에서 이야기한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조건』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등도 남성을 이해하는 데 좋은 관점을 제시해 주는 책이지요. 요새는 제가 죽음 관련 강의를 많이 하는데요, 캐롤라인 스토신저가 지은 『백년의 지혜』도 읽어볼 만합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객체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자리매김하는 그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기숙 작가님께서는

미숙한 제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셨는데요.

책에서 느껴지는, 다섯 명의 여성들을 향한 그 따뜻한 마음을

삶에서도 실천하며 사시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의 그 긍정에너지는 한동안 제 일상에 진한 여운을 남길 듯합니다 : )

 

 

 

모녀 5세대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