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턴일기

『감천문화마을 산책』을 들고 감천문화마을로 산책을 떠나요(인턴 미르, 밀키의 탐방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8. 23.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밀키입니다. 이번에 산지니 출판사에서 『감천문화마을 산책』이라는 책이 새로나왔는데요. 감천 마을의 역사, 감천 마을에서 감천 문화마을이 되기까지의 프로젝트 과정, 감천 문화마을의 볼거리, 즐길거리, 놀거리 등을 소개한 아주 알찬 책입니다.

 

 지난주, 저는 인턴 미르, 미르의 친구인 가이드 겸 주민 S군과 그리고 이 책과 함께 감천문화마을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재생은 부활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곳이 감천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자긍심’이었다. 내가 살아온 곳에 대한 자긍심 말이다.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 대한 자긍심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46

 

 

 

 

▶ 감천문화마을입구-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벽화 ‘우리가 가꾸는 꽃길’ , ‘내 마음을 풍선에 담아’

 

 

감천문화마을 예술 감독을 맡고 계시는 진영섭 작가의 말처럼 감천 문화마을은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날씨는 찌는 듯이 덥고 각국, 각지역에서 온 관광객도 무척 많았지만, 한때 재개발로 인해 위기에 처했던 마을이 활기있게 북적거리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럼 저희와 같이 감천 문화마을을 즐기러 떠나 보실까요?

 

마을 버스를 타고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내렸습니다. 걸어가면서 감정초등학교의 벽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가꾸는 꽃길’ 벽화에는 예쁜 세라믹 꽃들이 가득했고, ‘내 마음을 풍선에 담아’ 벽화에는 아이들의 꿈을 적은 풍선들이 감천문화마을로 가는 길을 더 즐겁게 했습니다. ‘가을 여행’에서는 잠자리들이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는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처음 본 풍경은 이렇듯 색다르고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벽화 ‘내 마음을 풍선에 담아’

 

 

 

벽화 ‘우리가 가꾸는 꽃길’

 

 

우리가 가꾸는 꽃길 - 하영주

차도를 따라 형성된 옹벽에 심어 놓은 세라믹 꽃은 날씨에 따라 그 빛이 달라진다. 햇살이 빛나는 날에는 화사하게 피어나고, 촉촉하게 비 내리는 날에는 꽃잎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반짝거린다. 세라믹 꽃은 도로 위에서 만나는 행복이다.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 꽃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예쁘다고. p.142

 

 

감정초등학교를 지나 제 1안내소에 도착했습니다. 여름휴가기간이라 그런지 관람을 온 외국인관광객, 학생단체관광객 등으로 매우 붐볐는데요. 덥고 붐비는 중에도 안내소의 주민분들께서는 친절하셨습니다. 버스노선과 관광지를 지도를 보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내소에서 감천문화마을 지도도 샀답니다.

 

안내소를 지나면서 각종 조형물들을 볼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집,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 사람 그리고 새, 포도가 있는 풍경,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등을 보았습니다.

 

 

▶ 과거의 추억이 서려있는 작은박물관

 

안내소를 지나 도착한 곳은 작은박물관이었는데요. 『감천문화마을 산책』의 표지사진이기도 한 작은박물관은 과거감천의 모습과 옛날영화포스터, 지폐, 공중전화카드, 전화기 등을 볼 수 있었는데요.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은박물관에서는 이름처럼 작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 의미는 무엇보다 깊었습니다, 과거의 추억 하나하나가 서려 있는 것이니까요. 작은 박물관의 벽에는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한 전미경 작가님의 벽화 ‘감천아리랑’이 있었습니다.

 

 


 


 


 

 

감천 아리랑 - 전미경

감천문화마을의 작은 박물관 벽에 그려진 ‘감천아리랑은 이곳의 지형과 특징을 살린 벽화다. 집과 집이 서로를 가리지 않는 것은 다른 산동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집들 사이에 형성된 작은 골목길 역시 큰길과 이어져 있어 하나로 통한다. 그러니까 감천문화마을은 배려와 소통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배려와 소통이라는 특성을 형상화한 벽화 ’감천아리랑‘은 감천문화마을 초입에 위치해 있어 동네를 안내해 주는 안내서 같은 느낌을 준다. P.110

 

 

하늘마루전망대

 

하늘마루전망대로 오르는 길 옆에는 감내카페와 어둠의 집, 그리고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조형물이 보였습니다. 특히 나이테를 닮은 조형물 ‘나무’가 참 예쁘고 자연과 닮아있었는데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관광객들에게 힘을 불러일으켜 주는 요소였습니다. 감내카페 바깥에는 벽화와 조형물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소소한 즐길거리였습니다. 어둠의 집은 온통 캄캄한 공간안에 전구 하나를 달아놓아 바깥과 대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두운 것이 뭔가 으스스하고 무섭게 느껴지지만, 전구가 있음으로써 안심이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늘마루전망대 꼭대기에서 보는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계단 옆에는 여름꽃들이 만개해있고요. 전망대에서 엽서와 스탬프를 받고 마을기업인 감내맛집으로 향했습니다.

 

 

감내맛집

 

감내맛집은 단체손님을 받으시느라 겨우 저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요. 감내맛집에서 저희는 여름계절메뉴인 콩국수와 돈까스를 시켰습니다. 콩국수는 날씨가 더웠던 만큼 차고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고, 돈까스는 튀김옷이 바삭바삭해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감내맛집을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보이셔서 아쉽게 인터뷰하지 못하였습니다.

 

 

 

마을기업 ‘감내맛집’

감천문화마을 주님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감내맛집은 감내분식과 감내비빔밥이 운영 중이며, 좀 있으면 어묵집도 문을 열 것이라고 한다. 맛집의 수익금은 마을발전을 위해 사용되며 주민들의 고용창출 효과도 거두고 있다. ... 배가 불룩 올라오도록 맛난 밥을 먹고 창을 바라보니 천국이 여긴가 싶다. P.155

 

 

한지마을

 

길을 걷다가 한지마을이라는 가게도 들러보았는데요. 다채로운 색깔과 동양적인 무늬를 가진 부채와 한지 꽃신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더운 여름에 예쁜 한지부채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싶었어요.

 

 

 

 

▶ 예술가의 집(독락의 탑)

 

한지 마을을 지나 도착한 곳은 예술가의 집이었습니다. 승효상작가의 독락의 탑이라는 이름이었는데요. 계단이 좁고 천장이 낮아서 올라갈 때 머리를 조심해야했습니다. 머리를 꽝 부딪히고 나서야 조심문구를 봤지 뭐에요.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조형물로 인한 그늘이 있고 전망이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감천문화마을을 가실 때 꼭 예술가의 집을 둘러보세요. 단, 머리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 감천문화마을의 마스코트, 어린왕자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감천문화마을과 그 너머에 펼쳐져 있는 바다다. 지구 여행자인 어린왕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물어보고 싶지만 쉽게 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상념에 젖은 얼굴이 사뭇 진지해 보여 쉬 말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P.122

 

어느새 어린왕자는 감천문화마을의 마스코트가 되었는지 어느 곳을 가던 방문자들을 반겨주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곳의 마스코트가 된 이유는 단연 이 포토존 때문일 겁니다. 어린왕자는 대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우리와 마주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고함을 풍기며 등만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전경은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지만, 한편으론 이곳 사람들의 고단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천덕수우물

 

옛 모습의 흔적들을 맛볼수 있었습니다. 천덕수라는 우물의 이름은 옛날 ‘소원 우물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되는데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우물을 파던 청년의 염원을 담아 ‘천덕수(天德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순간이 청년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우물을 ‘소원 우물’이라고도 부른단다. 간절한 바람으로 우물에다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지나가는 걸음에 들러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P.160

 

천덕수우물은 지금 말라버리고 우물만 남아있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수동우물펌프를 이용해 물을 길어올리는 것을 체험해보았습니다. 옛날시대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답니다.

 

 

 

 

향수

 

시를 이렇게 입체적으로 표현하다니 놀라웠습니다. 정지용은 참신한 이미지의 시어를 많이 사용했던 시인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명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를 이렇게 조형물로 보다니 새로웠습니다.

 

 

향수 - 박은생

설치 작품 ‘향수’는 강물 같다. 글자들이 줄지어 헤엄치는 강물 말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지용의 시 「향수」처럼 감천문화마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른다. 날씨에 따라 ‘향수’에 담시는 빛이 달라진다. 어둡고 힘든 기억도 시간이 흘러 윤색되듯 감천문화마을의 기억도 추억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향수’. 글자가 모여 강물이 되었듯, 감천문화마을의 삶이 모여 소중한 문화가 되었다. P.126

 

 

벽 장식 - 물고기, 집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과 물고기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작은 물고기들 하나하나가 커다란 물고기를 만들고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집들이 감천문화마을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나하나 개성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말이죠.

 

 

 

우리 동네 감천 - 진영섭 p.126

옹벽에 매달려 있는 집들은 감천문화마을의 집과 닮았다. ‘우리 동네 감천’은 이 마을의 별명인 ‘기차마을’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옛날엔 집들이 기차처럼 이어진 것을 보고 싶다면 감천으로 가라고 했단다.

 

 

병 장식-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벽 장식을 지나 주민참여작품인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조형물을 구경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동그랗고 네모난 것은 다 유리병의 뒷면이었습니다. 스테인레스 스틸과 시멘트, 그리고 유리병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수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병이 마을을 지켜주는 무지개 같았습니다.

 

 

문병탁 -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부드러운 선이 해를 받아 반짝인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인지 볼 때마다 새롭다. 차가운 금속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쁘게 굽은 무지개는 하늘을 향해 춤을 춘다. 감천문화마을을 크게 휘감아 도는 곡각지에 위치한 조형물은 마을의 꼭지점이 되어 이정표 역할을 한다. 무지개가 하늘로 올라가듯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가파른 길의 마지막 지접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P.128

 

 

감내골행복발전소

 

더운 날에 걷느라 지친 저희는 감내골행복발전소에서 숨을 골랐습니다. 1층에 들어서자 감천문화마을을 축소해서 미니어처로 만든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저희 앞에 있었던 귀여운 외국인 여자아이가 그걸 보고 매우 좋아했어요. 지붕 색깔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것이 많아 산토리니를 연상시키기도 했고요. 어린왕자와 여우 조형물을 지나 청춘카페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다음 코스를 정리했습니다. 청춘카페에서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관련된 관광상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에코백, 엽서, 고등어 열쇠고리 등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다 개성적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

 

감천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아름다움이 변하는 마을이다. 그러니까 늘 깨어 있고 변화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P.55

 

감천문화마을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진영섭 작가의 말처럼 감천은 늘 같은 모습만을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마을의 허리 즈음에 해당하는 미로미로 골목은 그 뜻대로 아름다운 길, 미혹적인 길입니다. 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다란 길을 지나다 보면 큰 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담벼락 옆으로 앞집 지붕이 보이는 길.

feat. 앞서가는 가이드 겸 주민 S군과 뒤따라가는 밀키.

 

 

feat. 식사중인 주민2. 

등대 포토존 옆의 머그컵 모양 건물 뒷모습. 미로미로 골목에 들어와야만 볼 수 있는 모습이죠.

 

 

 

 

골목을 걷다보면 계단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언덕에 지어진 마을이라 경사가 급한 곳에는 계단이 필수였을 것입니다. 그 중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계단이 있었는데, 그 이름도 ‘별 보러 가는 계단’입니다. 계단이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오르다보면 눈앞에 별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 아래로 목욕탕이었던 감내어울터가 보이네요. 주민들은 목욕바구니와 빨랫감을 들고 끝이 아득한 이 계단을 오르내렸을 것입니다.

 

 

 

 

 

바람의 집

 

바람의 집은 바람을 볼 수 있는 조형물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었는데요. 바람을 연두색 와이어로 형상화하고 바람을 보는 자신을 거울로 볼 수 있어서 바람의 보이지 않는 자유로운 속성을 잘 나타낸 것 같았습니다.

 

바람의 집 - 박태홍

바람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거기다 그 바람을 보는 자신도 볼 수 있다. 연두색 와이어가 주는 느낌은 신선하다. 사시사철 봄바람이 일렁일 것 같다. 바람의 각도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거울 속에도 바람이 있고, 바람을 보는 내가 있고 나를 보는 내가 있다. P.130

 

  

 

 

추억의 게임기

 

다음 코스로 향하려던 중, 저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추억의 게임기였습니다. 하고 싶어서 바로 옆의 집에 계시는 아저씨께 여쭈어서 동전을 메달로 교환했습니다. 메달을 삼키고 뱅뱅 잘 돌아가는 옛날 게임기가 너무 신기했어요. 처음 게임기는 추억의 가위바위보 게임기였습니다. 게임기에서 가위, 바위, 보가 계속 돌아가는데 사용자가 가위바위보 중 하나의 버튼을 눌러서 이기면 메달을 받고 지면 메달을 잃고 비기면 게임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식이었습니다. 질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메달을 많이 땄습니다. 두 번째 게임기는 신랑각시게임기였는데요. 게임기안에서 신랑각시인형이 등을 마주대고 뱅뱅 돌아가는데 사용자가 버튼을 눌러 어느 쪽이 앞에 있을지 누르면 됩니다. 그게 어렵다면 나중에 표정이 웃는 표정인지 아닌지 맞추는 거였는데 은근히 어려웠답니다. 발랄한 음악이 재미있었는데 번번이 져서 승부욕 때문에 게임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아저씨께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저희가 게임하는 걸 웃으면서 지켜보셨어요.

 

 

 

 

 

빛의집

 

다음으로 간 곳은 빛의 집(집에서)였습니다. 처음엔 까맣고 하얀 솜뭉치들이 얼룩소나 달마시안인 줄 알았는데 솜뭉치들이 빛과 어둠을 표현한 거라고 하자 그제야 이해가 갔습니다. 왠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영화에 나오는 얼굴 없는 요괴 ‘가오나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지도에 첨부된 작품 설명을 보니 공간을 삶과 빛으로 나타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안방은 사람들이 태어나는 곳, 거실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 다락방은 꿈을 얻는 곳이라고요. 공간이 왜 이렇게 분리되어 있지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네요. 귀여운 솜뭉치를 보고 삶과 빛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빛의 집(집에서) - 노현주

작은 창으로 보이는 감천문화마을의 빛 역시 이곳의 빛과 하나가 된다. 빈집을 활용한 예술 공간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담게 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빛 덩어리들은 손으로 만지면 뽀송한 소리를 낼 것 같다. P.134

 

 

 

▶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쉬어가는 곳, 감내 어울터

 

낙후된 동네일수록 목욕탕이 많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 시설과 난방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는 무허가 건물에서 몸을 씻고 피로를 풀기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먼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 낸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피로를 풀 수 있었던 목욕탕이야말로 옛날 이곳 사람들의 안락한 휴식처였을 것이다. P.145

 

 

 

 

낮 최고기온 32.5도. 옛날 이곳 주민들은 추운 겨울날 뜨거운 물이 나오는 목욕탕에서 몸을 녹이고 빨래를 했겠지만, 우리는 더위를 피해 감내 어울터로 들어갔습니다.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졸고 있는 이모 한 분이 우리를 반겨주네요. 목욕탕 안은 전시실로 바뀌어 있었지만 할아버지 한 분만은 여전히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냉탕에 발이라도 담그면 더위가 좀 가실 것 같았지만, 이제는 물이 끊겨린 목욕탕을 나와 입구에 있는 카페로 갔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카페 안은 방문객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래도 운 좋게 창가쪽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멋있었습니다.

 

 

하늘마루와 감내어울터에서 받은 감천문화마을 엽서. 안내소에서 지도를 구매하면 '참 잘했어요' 도장과 함께 받을 수 있어요.

p.s. 스탬프는 모두 찍었지만 앞 두 곳은 스탬프가 너무 연해서 티가 안 나네요.

 

▶ 다음에는 꼭 먹어볼 고등어 추어탕이 있는 감천2동 시장

 

감천2동 시장 입구. 시장 벽에도 그림은 빠지지 않는다.

feat. 가이드겸 주민 S군과 이상하게 찍힌 미르. 

 정감이 묻어나는 아지매 밥집.


 

감천문화마을에서 조금 내려오면 태극도 사원과 함께 감천2동 시장이 있습니다. 골목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시장인데다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합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지매 밥집의 '고등어 추어탕'을 먹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추어탕은 당연히 미꾸라지로 끓이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과 함께 이 생소한 메뉴의 맛이 궁금했습니다. 또 그것을 먹으면은 감천 사람들의 지난 이야기를 새록새록 들려줄 것만 같았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은 예부터 추어탕을 끓일 때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를 넣었다. 지금이야 미꾸라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지만, 한 끼를 때우기도 힘들었던 시절 미꾸라지는 언감생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자갈치나 충무동 새벽시장에 가면 널린 것이 고등어였을 테니 고등어를 푹 고아 으깨고 시래기를 넣어 끓여 먹었을 것이다. P.166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감천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맛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작고 한적한 시장이라 그런지 아지매 밥집은 저녁 6시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그 시간을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에 오거든 점심이나 이른 저녁으로 꼭 들려보고 싶은 곳입니다.

 

아쉬움을 안고 나오려는데 근처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지매 밥집 옆집 노래교실에서 주민들이 노래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감천문화마을에는 분명 사람이 살고 있었다. 모두가 찾아오고 싶어 하는 마을. 그리고 각자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방문객만이 추억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영원히 살고 싶은 곳, 살아가는 동안 쌓인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P.43

 

다시 한 번 이곳이 관광지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곳'임을 깨달았습니다.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서 화두로 삼은 '보존'과 '재생'. 단순히 보존에서 그쳤다면 이곳은 정말 관광지만 남았겠지만, '재생'이라는 이름 하에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마을과 시장에는 기관이 아닌 마을 자체에서 운영하는 가게나 공방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외부인에 의한 재생 뿐만 아니라 마을이 '자생'해가는 과정이자 결과인 것입니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에게도, 이곳에 작품을 전시했거나 현재 거주하며 공방을 운영하는 작가들에게도, 이곳을 찾는 방문자들에게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민들이 계속 살고 싶은 곳, 작가들이 마음껏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방문객들이 또 찾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산책

임회숙 지음 | 신국판 | 184쪽 | 13,800원

2016년 7월 30일 출간 | ISBN : 978-89-98079-17-8 03980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의 진짜 모습을 담은 『감천문화마을 산책』이 출간됐다. 감천문화마을은 공동체 마을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저자 임회숙 소설가는 직접 감천문화마을을 탐방하고, 이 마을을 지키고 가꿔온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감천마을이 오늘날 감천‘문화’마을로 변화하게 된 진정한 원동력을 알아본다.

 

 

감천문화마을 산책 - 10점
임회숙 지음/해피북미디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