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사치의 상징 … 고대 지중해 향수 문화사

 

 

 

 

“방은 화병의 신선한 꽃향기로 천천히 채워지기 시작한다. 다이아몬드 나리꽃 형태로 넓게 퍼진, 금별처럼 보이는 크리스털 화병에는 장미 다발이 가득하다. 이 모습은 보르게제 미술관의 산드로 보티첼리 그림 ‘여섯 천사와 함께한 성모자’에 나오는 성모 모리아의 뒤편을 가득 채운 꽃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어떤 화병도 이 모습의 우아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가브리엘테 단눈치오, ‘기쁨(Ⅱpiacere)’) 중에서



현대 사회에서 향수는 액세서리와 같다.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옷에 따라, 장소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뿌리는 향이 달라진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향수는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기호화한다.

유명 패션 업계는 시즌마다 새로운 향수를 출시한다. ‘투명한 감옥’에 갇힌 이 향수는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에까지도 어필한다. 특정한 향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향수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주세페 스퀼라체가 펴낸 ‘사포의 향수’는 고대 지중해의 풍요로운 향수 문화사를 조명한다. 나아가 그리스 향수 제조술의 과정, 향료의 사용에서부터 인공적인 향료를 만드는 것까지를 망라한다.

종교의 역사를 고찰해보면 그리스인들은 향료를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당시에는 신에 대한 봉헌의식, 장례의식이 종교의 영역으로 간주됐다. 이후 향료는 결혼, 만찬, 화장실 용품 등 그리스인들의 다양한 일상생활에서도 폭넓게 사용됐다.

다채로운 향료의 생산과 소비는 문화적 환경과 정치, 사회 구조와 연관된다. 기원전 1세기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에는 향료와 향수로 인한 후각의 즐거움이 묘사돼 있다. 향기를 추출하고 향유를 조합하는 방식이 시대 상황, 정치 세력과 연동돼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원전 7∼6세기에는 엘리트 계급과 화려한 삶을 누리던 계층에서 향료와 방향제를 사용했다. 이후 5∼4세기에는 해양무역을 지배하던 도시국가 아테네와, 기원전 3세기 이후로는 헬레니즘 왕국과 연관됐다. 이처럼 향료의 생산과 소비는 시대와 권력에 따라 지속적인 변화를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문학가와 철학자의 작품과 사상을 통해서도 향수의 상징과 의미를 포착한다.

고대 그리스 서정시인 사포는 향수를 사랑과 결부해 표현했다. 사과, 미나리 식물과 같이 향기를 발산하는 꽃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축원이 함께한다고 봤다. 또한 사포는 처음으로 향수를 ‘인공적인’ 향기의 형태로 묘사하기도 했다.

반면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향수를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그는 사람 자체에서도 향기가 나는데 인공적인 향기보다는 윤리적인 덕을 배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향수 제조술의 변천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역사가 테오프라스토스는 고대 향수 제조술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그는 인간의 몸이나 후각 기능과 연관하기보다 식물학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식물이 자라는 토양, 공기, 온도 등에 따라 같은 종이라도 향기가 다를 수 있다고 봤다.

향기의 근원 또한 꽃뿐만 아니라 잎, 줄기, 뿌리, 수지(송진)에도 분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연구는 향수가 “식물학, 윤리학, 자연학, 형이상학, 의학 그리고 정치학과 동등한 차원의 연구대상”이 되는데 일조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인위적인 향수보다도 소크라테스가 말한 ‘숭고한 영혼’이 값비싼 향수보다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산지니·1만3800원〉

 

2016.09.13 | 박성천기자 |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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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