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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출판사 이름 짓기

by 산지니북 2010. 4. 15.


 

따르릉~

안녕하세요. 여기는 산지니 출판사라고 합니다.

네?

산- 지- 니- 출판사요.

네? 어디요?

백두산할때 산, 지구할때 지, 어머니할때 니, 산지니 출판사입니다.

아, 네!


출판사 이름을 잘 모르는 분들과 통화할때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화다. 목청을 높여 한자씩 또박또박 말하면 단박에 알아듣는 분도 간혹 있지만 무심결에 빨리 말하면 열에 아홉은 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산지니'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나도 입사 전엔 몰랐었다.

 '불교경전에 나오는 말인가요? 산스크리트어 아닌가요?  라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추측하기도 한다.

‘산지니’는 우리말로 산속에서 자라 오래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새라고 하니 출판사의 지향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셈. 고시조의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 할 때 바로 그 산지니인 것.
‘알마’는 아랍어로 ‘양육하다, 키우다, 영혼’이란 의미를 지녔으며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애칭이기도 했다는 것.
‘열 번째 행성’은 지금은 이름도 없지만 언젠가는 밟혀질 미지의 행성을 꿈꾸는 여행서 전문 출판사의 이름.
‘이덴슬리벨’은 영어로 ‘Eat and Sleep Well’(잘 먹고 자기)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은 것.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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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초기엔 '출판사 이름을 왜 이렇게 어렵게 지었나' 속으로 불평하기도 했다. 대표님께서
창업을 결심한 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출판사 이름을 10분만에 지었다는 '산지니출판사'의 탄생 비화를 들었을 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도 있잖은가. 오래 생각해야만 좋은 이름이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쨌거나 출판 양극화 현상이 매년 심화되고 요즘은 설상가상 펄프대란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제작 환경이 불안한 출판 시장에서, 또 서울 아닌 지역(부산)에서 이만큼 버텨올 수 있었던 게 모두 이름 덕분이 아닐까. 높이 날고 오래 버티는 '산지니'라는 이름 말이다.

위에서 일곱번째 녹색간판이 '산지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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