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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박은경 작가와 습지를 거닐며-이터널 저니 <습지 그림일기> 강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9. 12.

안녕하세요 Y편집자입니다. 불과 2주가 채 안 되었는데 수원한국지역도서전을 치르고 나니 모든 일이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그날의 사진을 보니 이날의 상쾌한 하늘과 바닷바람, 습지의 개구리와 맹꽁이 울음소리가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비가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화창한 가을 하늘을 보여준 9월의 첫날. 부산 기장에 위치한 '이터널 저니'에서 박은경 작가의 <습지 그림일기> 강연이 있었습니다.

첫 책이기도 하고 첫 번째 강연이라 우리도 긴장하고 박은경 작가님도 긴장하시고 멀리 파주에서 오셨는데 사람이 안 오면 어쩌나 이런저런 작은 걱정을 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자 걱정 했던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마치 한 편의 짤막한 단막극을 보는 것처럼 푹~ 빠져서 들었습니다. 

<습지 그림일기>를 편집하면서 몇 번이나 원고를 읽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태어나면 자라고 시련을 겪고 죽죠
." 


이날 강연에서 작가님은 습지에 사는 생물 이야기를 "태어나고 자라고, 시련을 겪고 죽기"까지 과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개구리가 웅덩이에 알을 낳으면 새가 먹기도 하고 소금쟁이가 먹기도 하고요. 비가 오면 습지에 빗물로 물이 고이기도 합니다. 개구리는 그곳이 웅덩인 줄 알고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고 가기도 합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뜨면 웅덩이는 말라버릴 텐데 그곳에 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개구리는 부화할 수 있을까요?


실감나게 습지 생물을 묘사하고 있는 <습지 그림일기> 박은경 작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습지 생물들. 

개구리 울음소리, 맹꽁이 울음소리 성대모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은경 작가, 

청충들이 즐겁게 웃으며 강연을 듣고 있다.


그렇게 생물들은 자연의 경쟁논리로 시련을 겪기도 하고 타인이나 자신의 실수로 삶의 어려움을 맞닥트리기도 합니다. 시련이 없는 삶이 있을까요. 그래서 생명은 강인하다고 하는 걸까요. 온갖 시련을 겪고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결국 마지막 종착역은 죽음이지만, 죽는다고 해서 끝은 아니지요.

꽃들은 씨앗을 퍼트리고, 새들은 알을 낳고, 동물들은 새끼를 낳습니다. 긴 겨울 끝에 봄이 오듯 새로운 탄생을 예고합니다.


**


13년 동안 진관동 습지에 다니면서 습지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개구리 산란기 때 습지를 방문하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면서 어디서든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개구리를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개구리 보기가 어려워 웅덩이에 개구리 뛰어드는 소리가 들리면 "개구리가 있었네?"하며 놀란다고 하네요.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올해 어떤 생물이 많으면 다음 해는 그 생물의 영향으로 습지가 변해 있고, 한 종이 늘어나면 다음 해는 그 영향으로 식물의 종 수가 달라져 있고 그렇게 매년 습지는 같은 모습이 없었다고 합니다. 

책에도 나오지요. "열세 번의 봄을 맞이하고 열세 번의 여름을 더워하면서 열세 번의 단풍을 즐기고 열세 번의 겨울에 봄을 움츠렸다. 그런데도 같은 계절이 한 번도 없었듯이 습지도 매번 다른 모습이었다" 

아마 이런 모습에 반해서 13년 동안 꾸준히 습지를 찾아갈 수 있었겠죠.

서점 안이었지만 마치 습지를 거닐고 있는 듯했습니다. 유쾌하고 즐거운 습지 생물 이야기.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작은 창이 되었네요. 바닷바람이 물씬 풍기는 이터널 저니에서 함께 오신 분들과 자연을 물씬 느끼는 강연이었습니다.

(덧. 개구리, 맹꽁이 성대모사까지 하면서 열성적으로 강연해주신 박은경 작가님. 먼 거리에도 자리를 채워주신 관객분들. 사진 찍어주신 이터널 저니 관계자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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