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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2018서울국제작가축제]"디아스포라"로 나누는 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10. 26.

[더숲 지하1층입니다, 갤러리, 까페, 베이커리 심지어 영화관까지 완벽한 문화공간이었습니다]



24일, 노원구 <더숲>에서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 작가들의 수다가 열렸습니다. 네 가지 주제로 작가들의 수다가 열리는데 저는 디아스포라 주제에 참석했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오랫동안 준비하고 정성을 들인 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쓴 아네테 훅 작가가 패널로 초청되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미 지난주 부산을 방문했죠.

 

이날 행사 링크입니다.

http://sanzinibook.tistory.com/2582


[더숲 지하2층에서 열린 행사. 도심에 이런 비밀기지가 있다니요]


이번 행사에 참석한 작가는 왼쪽부터 사회자 심보선 시인 니노 사드고벨라슈빌리(조지아), 아네테 훅(스위스), 표명희(한국), 크리스 리(미국), 박솔뫼(한국), 오은(한국) 작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 언어를 뛰어넘어 하나의 주제로 만날 수 있었던 건 문학의 힘, 책의 힘이기에 가능해 보였습니다. 행사 진행은 작가들의 수다였기 때문에 디아스포라 주제를 시작으로 파생되는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통역기를 통해 들려오는 또 다른 이의 목소리를 의지한 채 생각의 흐름을 따라 여러 나라의 말을 오가는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에 대해

 

오은: 제가 이 자리에 초대받게 된 건 아마도 제 시집에서 (디아스포라의 위치에 서서 쓴) 디아스포라라는 시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일본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데 어쩌다 주인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편의점 주인은 고추장을 꺼내 보이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 오이피클과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는다고 합니다. (대화로) 내가 떠나온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봄날의 벚꽃처럼 흩어지는 것. 디아스포라는 (이처럼)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솔뫼: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어렵지만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해볼 생각입니다.

 

크리스 리: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갔습니다. 다시 한국에 와서 살면서 역이민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오는 곳입니다. 부모 세대가 이민을 오고, (자식들은) 자신의 출신을 모르고 자신을 고국을 그리워하며 산다.

 

표명희: 여기에 참석하게 된 것은 최근 장편소설 어느 날 난민을 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문단 데뷔 17년 이후 작가들을 가장 많이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요. (그런데) 이번에 이사를 해서 이웃들을 접하면서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그게 난민 사회 이슈와 맞물리게 된 듯합니다.

 

아네테 훅: 이번에 빌헬름 텔 인 마닐라가 번역되어 나왔고, 한국 번역 책에 대해 놀라웠습니다. (디아스포라에 대해 말하자면) 호세 리살은 젊을 때 독일에 오게 되었지만 독립운동으로 고국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어느 날 베를린 인류학회에 초대되었는데 교수가 리살에게 두개골을 재도 되냐고 물었다. 리살은 당황했지만 농담으로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 유럽에 다른 사람이 왔을 때 유럽 사람들의 행동을 가장 잘 보여준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이것이 유럽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연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놓친 것과 같습니다.


니노: 저는 조지아에서 왔고, 조지어를 쓰지만 (조지아 통역가가 없어) 독일어로 발표합니다. (조지아)는 어떤 논리가 존재하지 않은 국가이고 오랜 세월 많은 일들을 겪었고 문학에도 이런 사건들이 잘 녹여 있습니다. 소련이 90년대 붕괴 이후, 조지아는 러시아로부터 독립되었지만 러시아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큰 경제 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갔고 고국에 돈을 부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조지아인은 디아스포라와 노스탤지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아네테 훅 작가]


글을 쓴다는 것과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아네테 훅: 필리핀에 살았을 때 아이들이 저에게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마르고 머리도 짧았습니다. 그래서 미국 남자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때 미국 사람이 아니고, 유럽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상황을 해석할 때 정치적인 이유든 어떤 이유든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 리: 미국에 살 때는 어렸을 때는 아시아인으로서 나는 왜 친구들처럼 눈이 파랗지 않고 머리가 노랗지 않았는지 생각했고 그런 것이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종을 초월해서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작가로 살아가면서 인종을 초월하게 되었고 지금 이 축제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표명희: 민족, 인종은 본질적인 반응인 듯합니다. 난민들은 정주민이라는 단어에 위협을 느끼듯이 (살아가면서) 피부색, 언어, 세대 모든 것에 반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솔뫼: 2009년에 데뷔했을 당시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면왜 그렇게 쓰느냐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나한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데, 사람들이 그걸 묻고 나는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습니다. 물론 나에 대해 잘 아는 친구들은 내 글을 읽으면 내가 옆에서 떠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나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지만요. (그때는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행사 필수품 통역기! 모국어의 편안함을 깨달으며 어느 때보다 경청하는 시간]


그렇다면 번역에 대해서

 

아네테 훅: 언어의 틀을 깨면서 새롭게 사고하게 되었습니다. 따갈로그어에는 존재한다라는 언어가 없습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매우 놀라웠습니다. 보편적이라는 것, 그런 것들은 대화를 통해 새롭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 리: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 (빗대어) 말하자면, 어학당에 학생들은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다중 언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어느 순간 언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캐나다인이 미국의 영어를 선택할 때 정치적인 선택일 수도 있고, 그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국가) 정체성이 담기기도 합니다.

 

표명희: 나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외국문학을 즐겨 읽었습니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에 출판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신입 때 원고를 수정한 걸 보고 편집장이 너는 왜 외국식으로 번역된 우리말을 잡아내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나에게는 그것이(외국어체)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소설을 쓸 때도 한국적인 문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글을 쓰고 한국적으로 바꾸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렸습니다. 환경에 따라 언어는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아스포라에 대해 한 마디씩 나누는 자리에서 니노 작가는 조지아 사람들은 외국에서 만나면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웃고 공감했습니다.

 

디아스포라와 언어와도 연관성이 있고, 언어를 다루는 문학가들이기에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심도 깊고 생생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끝으로, 아네테 훅 작가와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이번 일정이 마치면 중국과 마닐라에서 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산지니 식구들에게 너무 감사한다고 저에게 거듭 감사인사를 했습니다다음에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지니에서 나온 아네테 훅의 신작 <빌헬름 텔 인 마닐라> 많이 구매해주세요.



신간소개 http://sanzinibook.tistory.com/2587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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