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상천 균형위 운영지원과장,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독립운동가' 불러낸 사연은
"공무원이 일은 안 하고 책만 쓰네"라고 비아냥대는 시선도 있지만,
그가 역사 관련 책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스타트업4] 정상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운영지원과 과장은 ‘일요일의 역사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현직 공무원 신분이지만, 주말을 포함해 짬이 날 때마다 역사 관련 자료를 들여다본다. 물론 그가 하는 일과 역사는 큰 관련이 없다. 주변에서 쏘아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계속해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타트업4>가 정 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 과장은 지난 14일부터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을 통해 <파리의 잊혀진 독립운동가, 서영해>라는 책 출간을 목표로 도서 출판 그룹인 산지니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23일을 남긴 현재, 후원금액 1,615,000원을 모으며, 목표를 161%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와 정 과장이 맡고 있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운영지원과 과장이라는 직책은 언뜻 보기에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책을 기획하게 됐을까.
‘일요일의 역사가’로 불리는 정상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운영지원과 과장 (출처: 본인)
“제가 하는 일과 책의 연관성은 전혀 없습니다. 공직생활 하면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국비 유학생으로 프랑스 파리 제1대학(팡테옹소르본느)에서 역사학 석사(DEA) 및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제 별명이 ‘일요일의 역사가’입니다. 공직생활을 하다 보니 주중에는 근무를 해야 해서 주말에만 공부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일요일의 역사가’라고 부릅니다. 틈틈이 계속 공부해서 이번에 다섯 권 째 책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저는 역사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을 살린 거죠. 사실 업무와는 관계가 없지만, 전공과는 아주 관계가 깊습니다.”
현직 공무원이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많은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과장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사실 목표 금액인 백만원이라는 금액은 적은 금액입니다. 백만 원은 벌써 다 찼습니다. 후원자가 41명이나 되는 것을 보니 성공한 것 같습니다. 하하.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두 번째 목적은 사전 홍보입니다. 서영해 선생 관련해서 책을 쓰고 있는 분이 두 분이 더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장석흥 교수와 파리의 재야 사학자가 관련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점을 찍어 두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하고 있다. 최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받기 위해서 진행 했습니다.”
그가 직접 느끼는 책에 대한 독자들의 ‘체감온도’는 어떨까.
“이 정도면 괜찮아요. 하하. 반응 좋습니다.”
그가 여러 독립운동가 중, 서영해 선생을 집중적으로 탐구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2013년에 쓴 책 <나폴레옹도 모르는 한·프랑스 이야기>에 5페이지에 걸쳐서 서영해 선생을 언급 했습니다. 그 책을 보고 서영해 선생 유족들이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족과 산지니 출판 그룹의 강수걸 대표가 아는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산지니 출판 그룹 에서 저에게 책을 써달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처음 서영해 선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독립운동사에 대한 책을 보던 중, 서영해 선생의 명함이 눈에 띄어서 였습니다. ‘독립운동가도 명함이?’ 도대체 ‘서영해’라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책에 소개하게 됐고, 그것이 인연이 돼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서영해 선생은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들과는 달리, 관련 자료가 상당히 부족했다.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데에는 서영해 선생 유족들의 도움이 컸다.
“서영해 선생 유족들이 준 자료가 있었습니다. 또 국립중앙도서관에 영해(嶺海) 문고가 있는데, 여기에는 서영해 선생 관련 유품 860여 개가 기증돼 있습니다. 서영해 선생의 둘째 부인인 황순조 여사는 경남여고에 교사로 재직할 당시, 서영해 선생의 유품, 편지, 원고들을 동료 교사였던 류영남 박사에게 전달한 뒤, 출판을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출판이 어렵게 되자, 류영남 박사는 황순조 여사가 교장 직을 지낸 경남여고에 유품을 기증 했습니다. 그리고 경남여고에서 올해 부산시립박물관에 유품 전부를 기증했습니다.”
이처럼 서영해 선생 관련 자료는 대부분 유족들에게 나온 것일 뿐, 관련 사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영해라는 인물이 완전히 잊혀진 까닭은 남북 분단과 관련돼 있습니다. 서영해 선생은 김구 선생을 추종했고, 이승만 박사와는 가장 가까웠지만, 가장 멀어진 사이가 됐습니다. 결국, 북한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만 할 뿐, 흔적은 없습니다. 1956년까지는 상해에 사셨습니다.”
서영해, 그는 왜 철저히 잊혀졌을까.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이 북한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독립운동사 측면에서 볼 때, 미국에 이승만 박사가 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 선생이 있습니다. 주 정부 이외에 양대 축이었습니다. 서영해 선생이 프랑스에 있으면서 프랑스만 담당한 것이 아니라, 스페인, 스위스 제네바, 스웨덴, 중동,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까지 가서 활동했습니다. 활동 범위가 굉장히 넓었습니다. 체코에도 지부가 있었다고 하고요.”
정 과장은 이처럼 서영해 선생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기까지 조금은 견디기 벅찬 과정을 겪기도 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공무원이 책을 쓴다고 하면, ‘저 친구는 일은 안 하고, 책만 쓰나’,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담컨대, 일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하.”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힘은 ‘역사’에 대한 개인적 관심에서 나온다.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원동력입니다. 잊혀진 인물을 발굴한다는 짜릿함이 있죠. 잊혀진 역사적 사실을 발굴한다는 짜릿함은 금광을 캐는 광부들이 느끼는 감정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새로운 금맥을 개발한다는 짜릿함.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인 김규식, 조소앙과는 달리, 위대한 독립운동가였지만, 철저하게 잊혀진 인물을 발굴해 알린다는 것에서 금맥을 발굴한 것과 같은 짜릿함을 느낍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잊혀진 양 대 축 중 하나의 축을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은 미국의 이승만을 중심으로만 얘기했었다면, 이제는 서영해를 중심으로 한 임시정부의 유럽외교에 대해서 부각시켜야 하며, 그래야 균형이 맞다고 보는 것이다.
“서영해 선생은 860여 권이나 되는 책을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할 정도의 문필가이자 언론인이며 독립운동가입니다. 단편소설 <구두 장수의 딸>, <잊혀진 파리의 여인> 등의 집필 활동을 통해 한국 문화와 한국이라는 잊혀진 국가의 존재를 알린 거죠. 일본이 완전히 병합해서 지구상에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서영해라는 인물을 통해서 계속해서 오랫동안 한국이라는 존재를 부각시킨 것입니다.”
‘일요일의 역사가’가 아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운영지원과 과장으로서의 그는 이처럼 역사에 관심을 갖는 일이 ‘국가 균형 발전’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볼까.
“사실 직접적인 관계는 없겠죠. 사실은 지금은 남북이 분단돼 있기 때문에 남한만의 균형발전이잖아요. 어떤 이들은 ‘국토가 좁은데 무슨 균형 발전이냐. 중국·유럽·미국도 아니고’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라가 작아도, 균형 발전은 필요합니다. 수도권인 서울·인천·경기, 부산, 대전, 인천 등 광역시로 발전이 집중돼 있는데, 이것은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 인해 ‘지방 소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한반도 균형 발전을 생각해야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현대사,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잊혀진 북한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재조명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은 임시정부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만주에서 활동했던 김일성 장군의 활동 내력입니다. 임시정부를 부각시키면 북한 정권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을 비롯해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부각시키면, 만주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 세력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만주를 함께 평가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것도 균형된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좌우의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합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인 서영해 선생을 2019년으로 다시 불러낸 정 과장은 향후에는 독립운동가들의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잊혀진 또 다른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삶 또한 다루고 싶습니다. 김구 선생의 비서실장을 했던 민필호 선생의 아들 민영백 (주)민설계 회장의 외삼촌이 신규식 임시정부 국무총리 겸 외무총장입니다. 민필호 선생, 신규식 선생의 삶에 대한 책은 다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족들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가족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hj@startup4.co.kr
출처 : 스타트업4(Startup4)(http://www.startup4.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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