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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게 뭘까 싶었는데… 책 읽으니 하루도 같은 날 없더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11. 4.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 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빌리 홀리데이나 이적의 노래를 이어폰으로 듣다 하릴없이 눈물이 날 때, 김사인과 함민복,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누군가에게 읽어주며 함께 감동할 때, 자기 생각과 정서를 소박하게 글로 표현할 때 삶은 예술이 된다.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 가장 인간다운 순간이다.”

 

이국환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에세이집 ‘오전을 사는…’ 발간

“예술 창작은 베끼는 과정 아니라

새로운 자신 깨어나게 하는 과정”

독서·글쓰기 대한 애정 등 담아

이국환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최근 에세이집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사진·산지니)를 펴냈다.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을 담았다. 예술과 철학에서 찾은 삶의 의미,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단단한 사유와 섬세한 시선을 통해 풀어낸다.

이 교수는 2010년 최영철 시인의 시집 〈찔러본다〉에 실린 ‘쑥국’을 읽다가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고백한다. 그는 당시 한창 목이 메 천장만 올려다보다, 뒤척이며 잠이 깬 아내와 눈이 마주쳤단다. 그날 시를 아내에게 읽어주고 함께 울었다. ‘아내에게’란 부제가 붙은 시인의 시에는 고생만 한 아내에게 다음 생에 당신의 아내가 되어, 당신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오롯했다. 이 교수는 시를 읽으며 문학을 공부하고 이상만 꿈꾸는 남편을 만나 고생한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다. 그 미안함과 고마움을 시인 덕분에 곡진하게 전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예술 창작은 세계를 모사하거나 언어로 베껴내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깨어나게 하는 과정이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예술은 아름다움 자체가 아니라 그 아름다움이 자신을 통해 발현될 때 진정한 예술일 수 있다. 역사에 길이 빛날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자신과 관계를 맺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 교수는 원북원부산운동 운영위원장을 여러 해 맡으며 지역 독서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독서에 대한 애정은 에세이집에서도 짙게 묻어난다. ‘독서, 인간의 으뜸가는 일’이란 글에서 다산 정약용을 언급한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독서를 ‘인간의 으뜸가는 깨끗한 일’이라고 했다. 책 읽는 자는 자신이 부족한 점을 깨닫고 끊임없이 성찰하며 내면을 정화한다는 것이다. 또 취업을 걱정하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게 한 자신의 일화도 소개한다. 오늘날 대학이 취업의 최전선에 서게 되면서 기능적 지식에 매몰된 편협한 인재를 양산할 위험이 많다고 말한다. 그 어떤 변화에도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성을 갖추는 일이 대학생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믿음을 설파한다.

이 교수는 “도대체 산다는 게 뭘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고, 하루하루가 좋았다. 글쓰기 덕분에 지금 삶이 온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의미 있게 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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