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2호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비평지 문학/사상2호 출간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항대립에 맞서며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환경에 반격을 가하고, 그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문제를 바라보며 담론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문학/사상. 권력과 사회의 관계성을 탐구했던 1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주변성의 개념과 그 이행을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총 세 편의 글로 구성된 특집 비판-비평에서 독자들은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중심주변이라는 문제틀은 실체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다르게 배분되는 정치적 힘을 가리키는 은유라고 해야 더 알맞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심/주변의 관성적 이항대립을 깨뜨리기 위해 어떤 개념적 장치를 가져야 하는가? 최진석은 에드워드 사이드부터 마르크스, 레닌을 끌어오며 소수적 생성의 잠재성을 타진하고 사유의 이행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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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왕에 대해선 참고 허락할지라도 하층민에 대해선 증오할 뿐이다.”

인수공통 전염병이 창궐할 때, 이 세계의 행위자가 인간만이 아니라면

 

세 번째 특집에서 최유미는 우리는 개체였던 적이 없다는 스콧 길버트의 주장 아래, 도나 해러웨이가 주창한 -(-)’으로서의 생명을 다시 사유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환경과 개체가 뚜렷한 경계를 갖고 각자의 식별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상호작용 속에서 여럿이 함께 만들어낸 구성물에 더 가깝다. 최유미는 해러웨이의 반려종개념을 차용하여, 세계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부분적인 연결망들의 집합체임을 주지시킨다. 세계의 행위자가 인간만이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써, 인수공통 전염병이 창궐하는 현재를 정확히 관통하여 우리의 정치와 윤리를 새롭게 할 것을 요청한다.

 

문제의식은 현장-번역으로 이어진다. 에드거 앨런 포의 페스트왕: 알레고리를 포함한 하나의 이야기는 무국적의 전염병이 세계전역에서 일으키는 피해를 목격하면서도, 이를 부정하기 위해 자신만의 논리로 무장하는 폐쇄적 왕국의 민낯을 드러낸다.

 

 

 

 

모멸과 억압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

노동사회의 지배자, 자본

 

이번 호 쟁점-서평에서 소개하는 글은 총 네 편으로, 각각 달리는 열차에 매달린 눈송이의 뜻은, 시의 나라를 위한 착한 무기, 정당한 중국, 에너지에 농락당한 땅에서 자본의 착취를 노동으로 기록하다를 제목으로 삼고 있다. 정용택은 두 번째 특집에서 노동의 프레카리아트화를 논하며, 이를 자본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먼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명료한 개념적 정립이 사회체계 차원으로서 요구된다고 말한 바 있다. 각 서평이 이에 대한 응답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동일한 장소에 머무르기 위해 계속해서 더 빨리 달려야만 하는 자본주의적 동역학은, 프롤레타리아적 노동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것은 가치 생산의 유일한 원천으로서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남아 있다. 정용택은 이러한 이중성이 지속됨에 따라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오인된 프롤레타리아적 노동의 폐지 가능성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짚는다. 불안하고 비공식적인 형태의 고용이 증대하는 방향으로, 프레카리아트라 불리는 새로운 위험한 계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유연화와 불안정화라는 자본의 통치술은, 통치라는 단어가 이미 암시하듯 폭력을 내재하고 있다. 윤인로 편집주간은 연속비평에서 벤야민의 폭력-비판을 위하여행간번역을 통해 폭력의 형질을 석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이번 글을 포함, 3회 연속 비평으로 이어져 다음 호에서도 진지한 논의를 계속해나갈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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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장

 

권두시 폭포로 들이치는, “퍼붓듯 직립으로 흩어지는 비판-비평의 특집은 다음 세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 책 속으로_권두시

 

칡꽃이 보라색 정념으로 허공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바위에 앉아 여울목 돌아가는 물소릴 듣다가

폭포로 왔다

검은 바위틈으로 버드나무 가지가

올라와 있다

바위 사이 올라온 푸릇한 것에서

누구는 우주의 원리와 인간의 도리를 생각하고 나는 그저 연두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해본다

물 위는 폭포다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낸다

용장골에서 무량사 매월대폭포까지 그의 행적을 따라 북쪽으로, 물이 많은 서늘한 북쪽으로 왔다

폭포로 오르는 컴컴한 초록길에서 더듬더듬

더덕향을 맡았다

폭포는 쩌렁쩌렁 곧은 소릴 내고

근처엔 노란 동의나물이

독을 품고 자라고 있다

곧은 소리는 가까이 가면 차갑고, 차가운 물거품들은 퍼붓듯 직립으로 흩어졌다

 

 

 

■ 저자 소개

 

- 최진석

러시아인문대학교에서 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5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수유너머104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가능성의 인문학: 휴머니즘 이후의 문화와 정치』 『감응의 정치학: 코뮨주의와 혁명』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가 있으며, 역서로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 『해체와 파괴』 『러시아 문화사 강의(공역) 등을 펴냈다

 

- 윤인로

총서 <신적인 것과 게발트[Theo-Gewaltologie]>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기획자. 신정-정치』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을 썼고, 국가와 종교(근간) 정전(正戰)과 내전』 『이단론 단장』 『파스칼의 인간 연구』 『()의 연구』 『사상적 지진』 『유동론』 『윤리 21(공역) 등을 옮겼다.

 

 

 

 

문학/사상 2호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최진석·윤인로 외 지음 | 200쪽│145*22515,000원 | 2020년 12월 24일 발행 ㅣ 978-89-6545-689-603800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환경에 반격을 가하고, 그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문제를 바라보며 담론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문학/사상. 권력과 사회의 관계성을 탐구했던 1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주변성의 개념과 그 이행을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문학/사상 2 :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 10점
최진석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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