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동안 열두 권의 시인선을 선보인 바 있는 산지니가 열세 번째 시인선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움의 거처>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는 특별히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 가득한데요.
오늘은 아직 초교 작업조차 끝나지 않은 원고 가운데 ‘어머니’라는 부제가 붙은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새벽강
- 어머니
강물도 오래 흐르면 절로 깊어
물굽을 만들지 않는다
넉넉하고 천천한 강물은
그 속 얼마나 검게 흐르는지
누구도 없는 어둔 새벽
깊은 한숨으로 물안개 가득 피워 올린다
구름이나 하늘, 나무와 새, 어둠 속 별빛까지
두근거리며 제 몸에 온전히 담아내려고
서둘러 출렁대지 않고
제 이랑에 제 그림자 담는 법이 없다
세월의 더께가 무거울수록 잴 수 없는 속내로
제 상처는 물 깊은 아래로 두고
모든 풍경의 기꺼운 배경이 된다
흘러갈 뿐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마음 깊이까지는 다 알 수 없는 법인데, 하물며 긴 세월을 깊고 조용하게 흐른 새벽강 같은 어머니의 삶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어머니의 삶을 가여워하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져, 따스한 봄날이 한편으론 시립니다.
이 시집은 가정의 달 5월에 여러분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열심히 준비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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