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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박노자 선생님의 인권강좌에 다녀왔어요

by 산지니북 2011. 7. 14.

1시간 30분동안 열강해주신 박노자 선생님.


어제 박노자 선생님의 인권강좌가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저희 출판사와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라는 책을 내면서 인연이 된 
단체인 (사)이주민과함께가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인권강좌의 주제는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와 인권문제'였습니다.

강연자인 박노자 선생님은 러시아 태생 한국인으로 한국사 전공자이고, 지금은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계신답니다. 노르웨이에 적을 두고 있지만 국내 언론 매체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며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최근작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까지 많은 책도 내셨습니다.

어제 강연에서 저는 박노자 선생님을 처음 봤는데요, 책이나 인터뷰 사진만 보고 상상하던 모습과 달리 큰 키에 약간 통통한 얼굴이셨어요. 어쨌건 실물을 직접 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사회자께서 '이 시대의 양심'이며 '살아있는 지식인'이라고 소개하자 무척 쑥스러워하며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선생님의 한국어는 억양이 좀 달라서 강연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1시간 30분 내내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체제와 인권문제

1990년대 후반 이후의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정치적 체제는 복합적인 "결합/혼합"의 성격을 띠고 있다:


- 일면으로는 과거의 병영국가, 경찰국가, 안보국가, 또는 개발주의국가로서의 성격은 약간 변형된 채 기본적으로는 계속 유지된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서유럽의 정통 징병제 국가들이 이제 절대 다수가 징병제를 포기했음에도 대한민국은 (시리아, 이스라엘, 싱가포르, 터키, 북조선 등 여러 "초강경 징병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징병제의 기본 틀을 계속 유지, 강화한다.

- 경찰국가의 상징인 국가보안법의 위반건수는 2007년 이후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2010년에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관련하여 "친북 발언"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 대대적인 "국가보안법적" 마녀사냥이 이루어진 것이다.

- 세계에서 군비지출로 12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군비는 2000~2009년간 약 49% 증강됐으며, 세계 무기 수입국 중에서는 5위를 차지한다.

- "토건 입국"은 특히 현 정권 시절에 들어와서 다시 한 번 "국시"로서의 위치가 재확인됐으며, 지금 과잉 공급과 투기가 점차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참이다. 즉, 과거 개발주의적 체제의 주요 특징들은 -다소 변형된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개발주의에 접목된 신자유주의는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한국의 새로운 "삶의 코드"로 자리를 잡았다.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하게, 한국인의 인생 주기 전체가 "경쟁"에 의해서 좌우된다. 경쟁은, 그 95%가 (불법적인) 조기 영어 교육을 실시하는 유치원부터 시작돼 무덤까지 계속 이어진다.

- 초등학교에서는 2008년 이후에 일제고사가 부활되고, 또 2000년(제7차 교육과정) 이후에 사라진 듯한 전교/반 등수 등도 최근 음성적으로 부활되는 조짐을 보인다.

- 중고등학생들의 자유시간을 다 "식민화"한 사교육시장은 계속해서 팽창 일로로 치달았다. 2008~2010년간 입시학원 및 교습소의 수가 약 40%나 늘어났다.

-고등학교 평준화는 사실상 점차 무너져간다. 전국 평균의 고등학교 1년당 수익자부담금액은 약 108만 원이지만, 민사고는 약 1300만 원 정도다.

- 대학교들의 "미친 등록금"이나 "스펙쌓기 열풍"은 이미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상태이다. 즉, 비상하게 치열한 입사 경쟁, 직장에서의 "생존 경쟁" 이전에도 이미 경쟁이데올로기는 거의 완벽하게 내면화되게 되어 있다.

- 개발주의와 신자유주의 조합은, 가장 취약한 계층인 외국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금 한국은 "이민사회"의 문턱으로 빨리 가까워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외국계 인구의 비율(약 2.2% - 2009년 통계로 약 110만 명)은 아직도 유럽 연합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지만 증가의 속도(년 약 15~20% 증가율)로 봐서는 이미 2020~2025년에 본격적으로 "이민사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고속 사회의 재편은 인권의 차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약 52%의 국내 거주 외국인은 "외국 노동자"들이며, 이들 절대 다수는 한국 국적 취득 가능성은 물론 합법적 신분마저도 박탈당한 "미등록 노동자"들이다. 전체적으로 국내 외국계 인구의 83%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 중의 상당수는 "미등록" 신분이나 단기 체류 노동자 신분임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마저도 거의 없다.

- 한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결혼이주자(전체 외국계 인구의 약 11%, 약 12만 명)와 그 자녀들은, 사실상 동화 정책의 대상이 돼 "한국인으로 거듭나기"하지 않으면 "부적응자"로 낙인찍힌다. 철저한 감시, 처벌, 동화 강요의 비인간적인 정책이라고 평가되며, 통제하기 어려운 외국 계통의 하층민들의 수적 증가를 우려하는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 맞추어진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이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는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앟을 수 없으며 특히 "미등록" 노동자의 단속이나 결혼 이주민에게의 사실상의 "한국화" 강요는 인권 침해의 셩격이 짙다.

책 선물을 받고 기뻐하시는 박노자 선생님. 대표님이 '다르마키르티의 철학과 종교'라는 책을 선물하셨거든요.


인권강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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