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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걸의 글방

진보대통합의 무산을 바라보며

by 산지니북 2011. 9. 6.

지역에서 희망을 찾자
-진보대통합의 무산을 바라보며

올해 초부터 진행되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합당 논의가 결국 무산되었다. 9월 4일 진보신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는 안건이 2/3 지지를 받지 못해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보신당은 격랑 속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신당에 매달 만원의 당비를 내고 있는 당원으로서 몇 가지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진보의 힘을 모으는 일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공학적 일정만으로는 쉽게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진보세력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조승수, 심상정, 노회찬 등 전현직 대표를 포함한 진보신당 지도부가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부결로 끝난 당 대회 결과는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공당의 지도자는 정치적 평가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분간 정치 일정에서 거리를 두고 반성과 성찰을 하는 것도 한국 진보세력에게는 보약이 될 것이다. 만약 민주적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당 밖으로 뛰쳐나가 재차 통합을 모색할 경우 진보신당은 휘청거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고 진보가 대안세력으로 성장하는 데 좋지 못한 사례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만약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을 이룬다면 그것은 그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진보 정당과 자유주의 정당의 결합이 한국정치에서 성공적 모델이 될지 평정심으로 관찰하는 것도 진보신당 당원들에게는 필요한 자세이다.

앞으로 진보신당은 명맥을 유지하는 게 현실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이를 슬기롭게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창조성과 새로움을 잃어버린 정당조직을 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4년차 정당으로서 지역의 여러 현안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진보정치와 운동은 수도권 중심주의와 엘리트주의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대중과는 결합이 약해져 있었다. 구체적 지역 현안에 진보정치가 개입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부산의 경우, 한진중공업 문제는 전국적인 현안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광복동 롯데타운에 들어설 예정인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침투로 재래시장 상인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롯데의 현지법인화 추진 운동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활동에 진보정당은 적극적 연대해야 한다. 또한 불법 경품을 앞세운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독자 매수행위를 방조하여 약탈적 신문시장을 만들었고, 조중동과 매일경제에 4개 방송을 허가해줌으로써 여론시장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말살하는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진보정당은 더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예를 들면 9월 정기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 제정에 소극적인 국회의원의 해당 지역구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등 행동을 통해 대안세력으로서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앞으로 1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보도된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대재앙은 위험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지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핵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기준으로 4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다른 곳도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지속적 관심과 적극적 활동이 필요한 이유이며 녹색정당이라는 이름에 부응하는 활동을 기대하고 싶다.

진보는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다양한 퍼포먼스로 대중에게 풍자와 비판과 연대를 호소해야 한다. 지역현안의 장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연대가 비록 소속정당이 다를지라도 지속적인 활동으로 지속된다면 진보의 통합은 더 빨리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강수걸. 부산일보 기고 2011년 9월 5일


진보정당에게 바란다! (2011년 3월 진보대통합 토론회 행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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