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복부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었다. 한 대 쳐 봐라. 고시원 월세도 밀렸는데, 몇 대 맞아 줄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집을 나와 한동안 거리에서 지냈다. 같이 몰려다니던 친구들끼리 별것도 아닌 말에 주먹질하고, 길지도 않은 다리를 차올리며 발길질했었다. 심야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반품되거나 유통기간 지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많았다. 사내가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질러도 딱히 두렵지 않다._「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
「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은 소설집을 여는 작품입니다. 고릴라와 사람의 닮은 점과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편집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주인공에게 닥친 진퇴양난의 사건을 그립니다. 막무가내로 가방을 반품해 달라고 요구하는 진상 손님을 맞은 화자,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그를 돕지 않고 매장의 매니저는 그 돈을 물어내라고 협박까지 합니다. 당장 생활하기 위해서 직업을 잃어서는 안 되는 화자와 그를 절벽 끝으로 몰아붙이는 조직, 최악의 선택지 중 반드시 하나를 골라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잔혹한 현실에 맞서는 작지만 단단한 마음들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 『뿔피리』가 국제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약한 자에게 더 냉혹한 세상…우린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 한국사회 먹이 사슬 현장보듯
- 단편소설 7편 강하고 얼얼해
- 한숨 돌릴 숨구멍 같은 작품도
작가 조미형의 소설은 ‘펀치력’이 세다. 강하고 얼얼하다. 세계는 냉엄하다. 지배자는 냉혹하다. 약자는 약함 말고는 가진 게없다. 지배자는 교활해서 약자를 궁지로 몰아 피를 다 빨아 먹는다. 그리고 버린다. 그뿐이다. 일말의 공감이나 동정이나 양심? 그런 거 없다.
조미형의 새 소설집 ‘뿔피리’를 읽다 보니, 작가가 펼쳐 보이는 세상의 이런 험하고 악한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본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땅의 보통 사람, 약한 이들, 피지배의 자리에 선 인간은 어떻게 맞서야 할까? 아니, 우선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런 물음은 이 소설집이 독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작가는 ‘뿔피리’에 실은 단편소설 7편 가운데 일부 작품에서 슬며시 독자가 한숨 돌릴 숨구멍도 내놓았다. ‘구봉마을 김주평’ ‘일광호 황 선장’ 같은 작품에서 그런 손길을 느꼈다.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한 중견 소설가 조미형은 첫 소실집 ‘씽푸춘, 새벽 4시’에서도 냉혹한 세상 속에 점점이 흩뿌려진 꽃잎 같은 가냘픈 인간의 처지를 담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9년 펴낸 장편 해양동화 ‘해오리 바다의 비밀’ 또한 작가 특유의 박진감을 불어넣어 중국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맺는 등 관심을 많이 끈 바 있다.
책의 제일 앞에 실은 작품 ‘고릴라 1 고릴라 2 그리고 사람’부터 ‘미친 듯이 치열한 경쟁’을 기본 운영 시스템으로 장착한 한국 사회에서 먹이사슬 아래쪽에 자리한 약한 존재를 강자들이 사정없이 덮치는 현장을 폐쇄회로(CC) TV처럼 보여준다.
의류를 파는 편집 매장에 재작년 입사한 나는 고교 졸업 뒤 집을 나와 한동안 거리에서 지내며 잔뼈가 굵었지만, 지금은 성실하게 일하는 젊은 점원이다. 주인공이 혼자 매장을 지키게 된 시간, 추잡한 진상이 들어와 ‘곧 있을 인사에서 매니저 승진을 앞둔’ 주인공을 궁지로 몬다. 주인공은 배후에 도사린 음모를 알아차리고 막판에 행동한다. 우선은 이 응징 행위가 시원하지만, 얼마큼 효과가 있을지는 잘 알 수 없다.
표제작 ‘뿔피리’도 절실하다. 어른이 버리고 방치한 탓에 곤경에 처한 청소년 두 명이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두 청소년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역시 세상이 만만치 않다. “동사무소에서 내가 긴급복지 대상이 아니래. …노숙자는 지원할 수 있다고 하더라.” “원룸을 빼서 노숙해야 하나?” “우리가 곧 성인이잖아. 그래서 또 안 된대.” “하여튼 뭐 하나 똑 부러지게 된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없어. 나보고 뭐라는 줄 아냐? (가정폭력 피해자인 내가 직접) 가정폭력을 입증하래.…”
‘어떤, 하루’ ‘각설탕’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또한 얼얼하다.
출처: 2025년 6월 19일, 조봉권 기자, 국제신문
약한 자에게 더 냉혹한 세상…우린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 한국사회 먹이 사슬 현장보듯 - 단편소설 7편 강하고 얼얼해 - 한숨 돌릴 숨구멍 같은 작품도 작가 조미형의 소설은 ‘펀치력’이 세다. 강하고 얼얼하..
www.kookje.co.kr
★ <뿔피리> 구매하기
뿔피리 | 조미형 - 교보문고
뿔피리 | ▶ 어제보다 힘든 오늘을 견디며 내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조미형 소설가의 작은 위로 사회를 지배하는 잔인한 시장논리와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그리며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
product.kyobobook.co.kr
'기타 > 언론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동과 신앙을 잇다 : <오마이뉴스>가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목사님의 택배일기』의 구교형 목사 (4) | 2025.06.24 |
|---|---|
| 『나의 살던 강남은』 강대호 작가,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나다! (0) | 2025.06.24 |
| 새로운 연결과 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 _ 젠더·어펙트 총서의 제6권 『대안적 연결체의 테크놀로지』가 <교수신문>, <기획회의> 636호에 소개되었습니다. (2) | 2025.06.17 |
| 강대호 작가가 발굴한 '진짜 강남' 이야기 _ 『나의 살던 강남은』이 오피니언뉴스에 소개되었습니다. (1) | 2025.06.16 |
| [책이 나왔습니다] 옛 강남의 흔적을 찾아 나서다 :: 저자가 소개하는 <나의 살던 강남은> (0) | 2025.06.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