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이런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어릴 때 살던 그 동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제 고향은 부산입니다. 부산 토박이이지요. 지금은 영도에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살던 동네는 동래구 명장동입니다. 부모님이 근처에 있는 충렬사에 자주 데리고 가셔서 거대 잉어들에게 밥을 주곤 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던 집은 그 시절 흔했던 2층짜리 벽돌로 지어진 양옥주택이었고, 집주인은 2층에, 우리 가족은 1층에 살았습니다. 검정 페인트가 칠해진 대문이 있었던 그 집은 언덕 위에 있었던 것 같고, 집에서 조금 내려가면 작은 교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대한 추억은 불투명한 기억과 추측이 뒤섞여 있곤 합니다. 남아 있는 사진과 부모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로 퍼즐을 맞추기도 합니다만, 저에게는 유일한 유년시절의 집이었던 그 곳이 부모님에게는 여러 번 옮겨 다녔던 집 중 한 곳이라 종종 헷갈려 하시기도 합니다.
가끔은 그 동네를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집은 정말 언덕 위에 있었을까? 집 근처에 교회는 정말 있었을까? 그 집은 과연 남아 있을까? 같은 부산 안이지만, 영도와 동래구는 심리적 거리가 정말 아득합니다.(동의하시는 영도구민 찾습니다) 그 동네를 떠난 지 어언 30년, 그곳은 얼마나 변해 있을까요?
어린 시절 살던 동네,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언젠가 찾아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해본 독자분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는 50대가 된 어느 날,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찾는 과정에서 뜻밖에 본인의 적성(?)을 발견하고 도시탐사가가 되고 책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우연히 타게 된 기차가 뜻하지 않은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셈인데요. 본적은 경북 상주, 태어난 곳은 서울시 강북구 수유리이지만 “나의 고향은 강남이다.”라고 말하는 <나의 살던 강남은>의 강대호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강대호 저자는 50대의 어느 날, 불현듯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살았던 수유리 골목이 그리워졌습니다. 수유리에서 마포구 서교동으로 그리고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사를 한 뒤에도 중학교 1학년 무렵까지는 혼자서 시내버스를 타고 수유리의 옛 골목과 옛집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가지 못하게 되었고, 동네도 몰라보게 변해갔죠.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수유리를 떠난 지도 40여 년이 흘러 다시 그곳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주민등록 서류를 떼어 보니 수유리로 알고 있던 주소가 쌍문동으로 나오고, 자신이 다녔던 동원유치원은 아무리 검색해봐도 정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유치원이 교회와 함께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오래된 교회들을 찾아가 유치원에 대한 정보를 묻지만, 이단 포교자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시행착오 끝에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전봇대를 찾고, 거기서 발길이 움직이는 대로 살았던 집을 찾아갑니다. 옛 건물은 다 헐리고 새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골목의 모양은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옛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역시 그대로였고요. 아쉽게도 살았던 집은 다가구주택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수유리 옛집을 찾는 과정에서 도시 탐사에 재미를 느끼게 된 저자는 각종 자료를 뒤지면서 수유리의 잊힌 이야기들에 대해 발굴하고 그 이야기를 인터넷 매체에 연재하였습니다. 이 글들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점차 도시 탐사의 범위를 점점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그렇게 수유리에서 서교동으로, 강남으로, 그리고 서울 전 지역으로, 경기도로 강대호 기자의 도시탐사 이야기는 그 가지를 뻗어가고 있습니다.
<나의 살던 강남은>은 강대호 기자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살았던 서울 강남 지역에 대한 도시 탐사 글을 엮은 책입니다. 이 사진 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1976년 압구정동의 풍경인데요.

흔히 서울 강남의 개발 초기의 풍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으로 회자되곤 합니다. 밭을 갈고 있는 농부와 소, 그리고 뒤쪽에 뜬금없이 세워져 있는 아파트. ‘이거 합성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생경한 풍경입니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시기의 강남을 잘 나타내는 사진이라 생각됩니다. 1976년 역삼동 개나리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강남 주민이 된 저자에게도 강남은 이질적인 무언가가 뒤섞여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나의 살던 강남은>이 다른 강남 도시 개발사를 다룬 책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바로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들입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속 권상우와 한가인이 다녔던 학교와 그들이 탔던 시내버스는 저자의 학창시절 학교와 버스 노선을 재현한 것이라 합니다. 도곡동에는 없는 도곡국민학교 시절부터(왜 그런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도시 아이들과 농촌 아이들이 함께 다녔던 말죽거리의 중학교 시절, 전국 곳곳에서 서울로 이주한 친구들이 많았던 휘문고등학교 시절까지. 저자의 기억과 추억 속의 장면 장면들이 도시 탐사와 함께 되살아나 다시금 펼쳐집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자본이 모두 몰리는 곳이 되었지만,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밀려난 자들이 정착한 곳이 한강 이남 지역, 즉 강남이었다고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옛 강남의 흔적 역시 바래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묻혀버릴 수 있는 강남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강남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나의 살던 〇〇’이 있나요? 그리고 그곳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나의 살던 강남을>을 통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을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대호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강대호 작가님이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 글을 쓰는 루틴 등 작가로서의 이야기와 책의 주제인 강남의 개발, 변화, 역사 등, 그리고 강남에서 살았던 작가님의 에피소드와 도시 탐험가로서의 계획까지 짧지만 알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자세한 현장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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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강남은 |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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