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부산 산지니x공간에서『이만큼 가까운 기후위기』의 출간을 기념해 저자 정봉석 교수님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환경공학자로서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관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 온 정봉석 교수님은 세계 곳곳의 사례를 들어 기후위기가 가져온 변화를 알리고, 우리 사회가 이러한 흐름에 어떤 기술과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주셨습니다. 강연을 듣다 보니 기후 위기의 현상이 정말 어느새 우리 일상 앞까지 도달해 있다는 것을 새삼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래에 그날 강연을 옮겨 싣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산지니의 출판사 강나래 편집자라고 합니다. 평일 저녁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찾아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산지니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서 행사에 참여하고 계시는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은 『이만큼 가까운 기후 위기』를 출간하신 정봉석 저자를 모시고 강연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주 열심히 강연을 준비하셨거든요. 재미있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강연을 듣고 책을 읽으시면 더 잘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오늘 강연을 해 주실 정봉석 선생님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봉석 선생님은 환경공학자이자 수자원 관련 회사 대표 그리고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겸임 교수로 미국 중동, 캐나다 한국 세계 곳곳을 오가며 환경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특별히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간 경향의 세계 곳곳에서 목격한 기후위기 현상들을 칼럼으로 기록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기록과 고민의 결과물이 『이만큼 가까운 기후 위기』로 출간되었습니다.
사실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그 심각성에 대해서 오히려 느끼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먼 곳의 이야기 같지만 또 우리와 너무 가까운 이야기인 기후위기, 오늘 정봉석 저자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만큼 가까운 기후 위기』의 저자 정봉석입니다. 오늘은 이 책을 쓴 이유와 그리고 제가 여러 나라에서 겪은 기후위기의 현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발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발표를 진행하기 전에,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저자의 배경을 알면 좀 그 책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제 배경을 살짝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부산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캐나다, 미국 유럽 중동 여러 지역의 물, 환경, 도시 인프라 분야의 일을 해왔습니다. 서로 다른 도시에 살아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후와 환경이 과거에 비해서 점점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경험들을 통해 이 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단지 숫자로 표현되는 온도나 강우량이 아닙니다. 사라지는 계절, 달라지는 풍경, 그리고 익숙했던 삶의 방식까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시민이자 환경공학자의 눈으로 그 현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장은 '기후 위기의 얼굴'입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폭염, 홍수, 산불, 한파처럼 구체적인 재난의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가벼운 사진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여기는 캐나다 로키산맥 밴프 국립공원에 있는 레이크 루이스라는 곳입니다. 많은 분들이 정말 즐거운 곳으로 기억하고 있는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이 호수 뒤에 보이는 것이 눈과 빙원이고, 그 빙원이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가 레이크 루이스입니다. 레이크 루이스 외에도, 밴프 국립공원에는 페이토 레이크, 투 잭 레이크 등 예쁜 호수들이 더 많이 있습니다. 또, 밴프 국립공원에는 아이스필드, 우리나라 말로 하면 빙원, 빙하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빙원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콜롬비아 아이스필드입니다. 콜롬비아 아이스 필드는 기후 위기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달라진 현재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빙하는 지난 100여 년 동안 크게 후퇴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1.5m의 후퇴이지만, 실제로 그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자연이 수천 년 동안 걸쳐 만든 물의 저장고가 인류의 몇 세대 사이에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밴쿠버를 덮친 기후 재앙
이제 각각의 사례를 바탕으로, 책의 내용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밴쿠버를 덮친 기후 재앙입니다. 밴쿠버는 전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지만, 매년 계속해서 기후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폭염, 산불, 홍수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폭염이 가뭄을 만들고, 가뭄이 산불을 키우고, 그 폭우가 홍수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기후 위기는 각각의 재난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지 않는 호수
다음은 제가 오랫동안 있었던 캐나다 토론토의 경우입니다. 캐나다에는 겨울에 호수가 얼면 얼음낚시를 하거나, 얼음에 관련된 여러 가지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보여드리는 사진은 제가 실제로 갔던 호수인 심코호에서 제가 낚시를 하면서 고기를 낚았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호수가 점점 늦게 얼고 빨리 녹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히 겨울이 따뜻해진 것만 아니라, 얼음이 점점 녹으며 한 지역의 문화와 관광 상품, 나아가 경제까지 바뀌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구 온난화는 폭설로도 이어집니다. 캐나다는 원래 눈이 많은 지역이 오는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 폭설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2022년, 아주 심하게 폭설이 온 날 저는 출근을 포기하고 아내와 함께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토론토에 가면 주요 도로인 영 스트리트와 블루어 스트리트가 있는데, 영 스트리트에 눈이 쌓여 차들이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봄이 빨라진 한국
2022년 말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제일 예쁜 것 중에 하나가 이 벚꽃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시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참가했습니다. 저는 해외에 나가 20년을 보낸 후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20년 간의 차이를 급격하게 체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벚꽃 개화 시기에 관해)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진해 군항제는 과거 20년 전에는 4월 10일 전후에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3월 말, 3월 25일 정도에 진해 군항제 벚꽃 축제가 시작합니다. 과거에 비해서 2주에서 3주 정도 빨라진 것입니다. 여기서 볼 수 있듯, 한국의 봄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봄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겨울왕국이 된 부산,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은 겨울이 비교적 온난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2023년 12월 초에, 날씨가 널뛰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12월 초, 영상 10도에서 20도 가까이 올라갔던 기온이 같은 달 말에는 체감 온도 마이너스 12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때 제가 살고 있는 다대포의 바다가 얼기도 했습니다. 저도 놀라 그 얼었던 그 다대포 바다를 찍기도 했습니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지구가 따뜻해지는 것만 아니라, 더 극단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수문 순환
기후 위기로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했다는 것은 여러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해진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습니다. 흔히 '거대한 물 스펀지가 된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한쪽에서는 가뭄이 심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폭우가 발생합니다. 동시에 건조해진 땅의 특성으로 대규모의 홍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물의 순환 자체가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은 '자연과 생태의 경고'입니다.
기후 위기는 인간 사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숲과 바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우리가 의존하는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꿀벌
먼저 꿀벌의 사례입니다. 꿀벌은 작은 곤충이지만, 전 세계 주요 작물 상당수가 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식량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기후 위기, 농약 살포, 서식지 축소로 꿀벌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꿀벌의 위기는 결국 인간의 식량 안보와 생태계 위기로 이어집니다.
거친 바람이 분다
기후 위기는 바람의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여러분은 익숙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캐나다에서는 2022년 강력한 직선형 폭풍인 데레초(Derecho)가 발생해 큰 피해를 일으켰니다. 이 사진은 2022년 5월, 제가 캐나다 토론토에 있을 때 폭풍우로 인해 나무가 뒤집혀 있는 모습을 찍었던 사진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기후위기는 단지 더위가 심해지는 문제가 아니라, 대기와 수증기가 습기를 더 많이 품게 되는 만큼 바람이 거칠어지고 재난이 강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창백해지는 바다
저는 현재 다대포에 살고 있습니다. 바다는 지금까지 지구가 지켜온 기후 온난화의 완충 장치 같은 곳이었습니다. 물은 다른 물질에 비해 열과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 바다도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수온 상승이 상승하고 산성화가 일어난 바다는 어업과 해안 도시, 인류의 위기를 불러옵니다.
말라가는 지하수
왼쪽 사진은 물이 없는 중동의 UAE 아부다비에 있는 도시의 한 공원의 사진입니다. 아래에 있는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진입니다. 흔히 중동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때 사우디 아리아비아는 밀을 수출량이 전 세계에서 1위였습니다.
사막에서 어떻게 밀을 기를 수 있느냐 하면, 지하수를 끄집어내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지하수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삶을 지탱합니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서 지하수는 재충전되는 양보다 더 빠르게, 많은 양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하수의 고갈은 식량 위기와 싱크홀 문제, 해수 침투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숲이 주는 해답
2024년, 저는 제주도 비자림을 방문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막는 가장 오래된 기술 중에 아주 좋은 기술 중에 하나가 숲입니다. 숲은 기후 위기로 발생하는 CO2를 흡수하고, 도시의 열을 낮추고, 물을 저장하며 생물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아주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숲은 풍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에 맞서 우리를 지켜주는 주요 방패 중 하나입니다.
코알라가 남긴 질문
다음은 호주의 산불입니다. 호주는 여름철이나 겨울철 산불이 잘 나는 곳 중 한 곳입니다. 산불이 발생하면, 호주의 여러 야생 동물도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코알라 중 일부는 구조되었지만, 일부는 서식지 파괴로 굶주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락사 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는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조용히 평화롭게 살아가는 코알라들에게 발생한 모든 문제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발생된 산불에 있었습니다. 결국 검게 그을린 코알라 털에 묻은 재를 만들어낸 것은 기후 위기를 일으킨 인간의 무책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사회의 불평등과 생활 속 기후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후 위기의 충격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오지 않습니다. 언제나 더 약한 사람, 더 약한 나라 준비되지 않은 지역과 미래 세대에 더 큰 피해를 입힙니다.
캐나다도 피하지 못한 플라스틱 팬데믹
첫 번째는 플라스틱 이야기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살았던 캐나다는 환경 의식이 상당히 높은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조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쓰고, 버리는 모든 과정은 탄소 배출과 오염물을 발생시킵니다. 편리함을 상징하던 플라스틱은 이제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이자, 인류가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녹조라테와 수돗물
다음은 녹조 문제입니다. 물은 인류의 생존에 상당히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부산 지역에는 낙동강에서 발생하는 녹조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수돗물 안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더워지는 지구는 우리가 마시는 물의 안전성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리비아 대홍수 참사
다음은 리비아 대홍수 참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리비아 데르나 지역에서 2023년 홍수가 발생했을 때의 최대 강수량은 약 414ml였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큰 양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리비아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거의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지역입니다. 그곳에서 400ml의 비가 왔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강우량입니다. 당시 이 홍수로 인해 1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데르나의 인구가 10만 명 정도 되니 그중 1만 명이 사망했기 때문에 도시의 10명 중에 1명이 사망한 꼴인 아주 큰 재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재난은 갑작스러운 홍수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보게 되면, 홍수를 대비하는 댐의 노후화와 붕괴 사고, 또 재난 시 시민들에게 연락하는 경고 체계의 부재, 이후에 이어지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혼란이 더해져 이런 커다란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기후위기는 이러한 약한 틈을 찾아옵니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사회와 도시들은 재난 앞에서 더 크게 무너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올라가는 온도, 치솟는 밥상 물가
기후위기는 장바구니로도 찾옵니다. 폭염과 가뭄은 농산물의 작황을 줄이고, 공급이 줄어들면 상품의 가격은 상승합니다.
우리가 많이 구매하는 사과나 커피, 코코아 가격은 최근 들어서 기후 위기와 더불어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기후 위기가 극지방 같은 먼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접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PFAS, 누구냐 너는
과불화화합물(PFA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용어일 텐데요. 이 PFAS는 썩지 않는 화학물질입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해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PFAS는 플라스틱처럼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이용됩니다. 편리한 산업 소재이자, 플라스틱 펜, 식품 포장제, 화장품, 반도체, 소화기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 물질들이 물이나 토양이나 인체에 축적되어서 다시 위험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만, 그 편리함이 우리한테 비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공평하지 않다
기후 위기에서 주요한 핵심 단어 중에 하나는 불공평입니다. 2022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가 있었습니다. 홍수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당시 파키스탄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재를 경험했고, 또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습니다. 파키스탄의 대홍수는 2022년 열렸던 COP27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주요 주제였습니다. 파키스탄은 많은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며, 온실가스 배출과 상관없는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입니다. 그런 파키스탄이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나라는 오히려 적게 배출하는 나라보다 피해가 적고, 배출량이 적은 나라는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부유한 계층은 취약계층보다 기후 위기의 위험에 더 방비되어 있고, 취약계층은 기후 위기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또한 현세대는 기후 위기를 만들어냈고 그 여파를 이제 맞고 있지만, 우리 다음 세대들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미래 세대에 전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로 보아 기후 위기는 환경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의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네 번째 장은 인프라와 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후 위기는 도로, 전력, 물, 항만, 도시 시스템 같은 우리의 기반 시설에서도 큰 도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전환의 기회를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변하는 자동차, 변해야 할 자동차
자동차 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이어진 100년의 산업 구조가 전기차 배터리의 자율주행으로 개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대비는 단지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산업, 특히 자동차 산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친환경이 환경이라는 이름이 추가 비용으로 고려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청정에너지와 녹색 산업이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친환경은 더 이상 우리가 꿈꾸는 이상이 아니라, 현재를 이끄는 경제 전략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대 강 보, 가뭄 해법인가
다음은 4대강 보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과거로부터 물을 다스리는 치수는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의 근간이었습니다.
운하를 이용해 번영했던 해외 사례들은 국가를 운영하는 많은 정치인들이 치수를 중심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려는 경향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런 시도 중 하나가 한국의 4대강 사업입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인한 물 부족 문제는 단순히 4대강 보 같은 저장 시설 확대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수자원 인프라를 만드는 데에는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뿐만 아니라 물의 수질, 저장한 물을 이동시키는 방식, 주변 지역의 물 수요량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유사한 토목 공사의 반복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오염수 논쟁, 과학인가 정치인가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핵발전소에는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과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염수 방류가 논란이 되었을 당시 일본과 국제원자력지구(IAEA)는 서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일본은 안전 처리를 마친 다음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 주장했고, IAEA 역시 일본의 처리 방침을 따르면 방사능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오염수로 인한 환경적 영향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결국 일본 정부가 방류한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아직까지 남아 있고, 어느 기관에서도 책임을 지고 그 영향을 설명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판도라의 상자로 남았고, 일본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그 책임을 떠넘기다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습니다.
산으로 가다 멈춘 배
세계 물류의 상징 중의 하나는 바로 파나마 문하입니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중앙아메리카 파나마 지협을 뚫어 배가 통행할 수 있게끔 한 전 세계 물류의 중심지입니다. '파나마의 높은 지대에서 어떻게 배가 이동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파나마는 비가 많이 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운하를 설치하고, 빗물을 이용해 운하의 수위를 조절하면 배를 옮길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 지역에 가뭄이 늘었습니다. 가뭄이 들어 강우량이 줄어들면, 그 강우량을 이용하던 운하의 물류 운송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파나마 운하는 점점 선박의 적재량이나 통행량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탄소 배출이 세계 물류의 운송망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한국 재생에너지, 해가 뜰까요?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재생에너지 측면에서는 OECD 국가 중에서 꼴찌입니다. 독일, 영국,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서 그 수준도 상당히 낮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기업 경쟁력은 단지 원자력 발전 등을 이용해 전기료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깨끗한 전기를 쓰느냐, 구체적으로는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자발적 캠페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 재생에너지는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약인가 독인가
다음은 최근 들어서 많이 사용되는 인공지능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은 기후위기 대응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홍수 등 기후 재난을 예측하기 위한 여러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거나, 에너지 효율화, 운영 최적화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I는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에너지가 소비되는 등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합니다. AI의 사례는 기술이 사용 방향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보여줍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댐?
2023년, 당시 정부는 기후 대응 댐을 정책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댐 건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미국 후버댐이 있습니다. 후버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침체를 극복했던 좋은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후버 댐과 같은 사례들은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들이 큰 관심을 갖는 주제입니다. 그래서 큰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발전기 설치 등으로 혜택을 보고자 하는 사업에 주목이 쏠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댐이 필요한 곳은 이미 설치가 완료된 상태이고, 이제 기후 문제는 대형 토목 공사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또, 댐을 설치했을 경우에 강 상류에서는 폭우 문제 등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지만, 하류에서의 문제는 궁극적인 대응이 어렵습니다. 댐을 설치하면 수량은 조절할 수 있지만, 수질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댐 건설에 따른 생태계 훼손, 댐을 건설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보여주기 식의 대형 사업을 벌이는 대신 객관적인 검증과 실용성의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싱크홀과 노후 인프라
다음으로 살펴볼 사례는 과테말라에서 3층 공장 건물에 일어난 싱크홀 사건입니다. 당시 이 사건은 3층짜리 공장이 어느 날 갑자기 싱크홀 밑으로 빠져 사라져 버려 큰 이슈가 된 사건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싱크홀은 과테말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부산에서도 싱크홀이 많이 발생합니다. 보여드리는 사진은 2024년에 부산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모습입니다. 도심 싱크홀은 갑자기 생긴 구멍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인프라 노후와 공사 부실의 결과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노후 상수도 관망이나 집중 호우, 무리한 굴착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싱크홀 위험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싱크홀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 관리 부실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장은 정치와 국제 질서, 전쟁, 권력과 기후의 연관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과학이나 환경의 문제를 넘어 선거나 전쟁, 무역 외교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이제 정치의 메인 의제다
2021년 캐나다 총선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캐나다는 의원 내각제로, 주요 메이저 5개 당이 정치를 구성해 가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과거 선거에서는 주로 경제나 안보, 복지가 중심 의제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2021년 캐나다 총선의 경우에는 기후 위기가 선거의 주요 논제로 부상했습니다. 다섯 개의 당이 모두 기후 관련된 정책을 정치의 주요 아젠다로 내놓은 것입니다. 기존에 기후 정책에 관심을 가졌던 녹색당뿐만 아니라, 모든 당이 기후 정책을 펼치며, 2021년 캐나다 총선에서는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녹색당이 최소 득표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치 분야에서도 이제 기후위기는 녹색당이나 환경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선거 의제가 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힘 vs 저항의 힘
다음은 캘리포니아 헌팅턴 비치의 사례입니다. 헌팅턴 비치는 대단히 아름다운 장소로, 보통 캘리포니아 LA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인데요. 2020년에 이 지역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캐나다와 미국도 원유가 생산되는 주요 지역 중에 하나입니다. 원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북아메리카에는 화석 연료 중심의 여러 산업군이 있습니다.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래 산업과 재생 에너지, 전기화를 향한 움직임이 있지만, 동시에 기존 화석 연료 중심 산업과의 이해관계 역시 복잡합니다. 현실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인해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발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전쟁이 총구가 겨눈 곳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1년 시작되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느끼시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총알만 오간 전쟁이 아닙니다. 에너지나 식량 가격, 비료 공급, 전 세계 물가까지 흔들었습니다. 보여드리는 사진은 제가 캐나다에 있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히 상승했던 가스 가격을 보여주는 주유소 가격표를 찍은 것입니다. 전쟁의 총구는 전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있는 곳의 에너지, 식탁과 먹거리도 함께 겨누고 있습니다.
중동의 열기와 냉기
다음으로 보여드리는 사진은 제가 아랍 에미리트에 있을 때, 아부다비의 높은 빌딩 중 하나인 에티하드 타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화석 연료로 성장한 나라들입니다. 동시에 폭염과 물 부족의 최전선이기도 합니다. 냉방 없이는 살 수 없고, 해수 담수화 없이는 물을 얻기 어려운 중동 지역에서는 이 모든 시설이 화석연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막아야 되지만, 현실적으로 중동 지역 사람들은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폭우 속 영웅? 국가가 영웅 돼야
재난 때마다 우리는 개인의 아름다운 희생이나 헌신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을 구한 버스 기사분의 희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국민의 생명은 한 명의 영웅 개인에게 맡길 수가 없습니다. 국가가 먼저 예측하고, 경고하고, 대비하는 시스템을 작동해야 합니다. 저는 기후 재난에서 개인에게 영웅을 맡기기보다는, 국가가 나서서 영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타는 지구, 갈라지는 세계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정치는 더 갈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고, 화석연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국제적 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는데, 트럼프 정권이 이런 화석연료 친화적 행보를 보이다 보니,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 또한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만큼 가까운 기후위기』의 마지막 장은 '희망과 전환'입니다. 지금까지는 되게 암울한 소식을 많이 전했지만, 여전히 저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울한 기후재앙 속, 희망을 발견하다
그 희망의 근거로는 우리가 먼저 이뤄낸 경험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존층 회복입니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오존층 파괴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협력에 나섰고, 오존층 파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실제로 실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오존층은 원래 모습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오존층 파괴 문제를 만들어냈지만, 또한 국제 사회가 함께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위기의 시대, 우리가 남긴 교훈과 선택
위기는 언제나 선택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위기 앞에서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를 택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후 문제는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시민의 참여로 지켜낼 수 있었듯이 기후위기 역시 시민의 선택과 참여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의 제목을 『이만큼 가까운 기후위기』라고 지었습니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나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저는 기후 위기 속에서도 희망도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우리 다음 세대의 삶을 결정짓습니다. 이것은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가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할아버지이고, 할머니이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제주 비자림 숲에서 보았던 나무의 초록빛과, 로키산맥의 호수에서 보았던 푸른빛이 먼 훗날 우리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Q.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하면, 개인으로서 무력한 기분이 많이 듭니다. 우리 사회는 분리수거를 잘 하고,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등 개인의 환경 보호 실천을 강조하는데, 미국처럼 분리수거도 하지 않는 국가의 사례를 보면 개인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기후위기 문제에서 개인의 실천과 제도의 실행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A.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기후위기가 무력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보호와 기후위기 대응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기관,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문제입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앞서 강연에서 언급했던 오존층의 회복 역시, 오존층 파괴 문제가 언론 등에서 크게 다뤄지며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정치적 압력을 넣어 전 세계가 같이 움직여 이뤄낸 좋은 경험입니다. 또 앞서 말씀드렸듯 기후위기 문제는 민주주의와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2024년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개개인으로서는 무력한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그 개개인이 모여 목소리를 냈고, 결국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내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의 아까 말했던 고전층 문제도 이런 여러 가지 언론에 되게 많이 언급되었고 그것이 큰 문제로 우리 인간 우리 사람들한테 직접적으로 다가오게 되었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압력을 넣어서 전 세계가 같이 움직이게 된 좋은 경험이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저희들은 아까도 끝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이 기후위기 문제는 민주주의와 상당히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경험들이 모이고, 개인의 참여가 늘어나면 결국 기관과 정부도 나서게 되고, 전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현세대에서 기후 문제를 만들고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음 세대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또, 강연에서 언급했던 파키스탄 폭우의 사례처럼 기후 문제에 기여하지 않은 국가가 기후 재난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보고, 개인이 가만히 있는 것은 좀 불공평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개개인이 작은 목소리를 냄으로써 여러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게 되고, 그것이 정치를 움직이고, 국가를 움직이고, 결국 전 세계를 움직이게 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고 적극적인 행동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기후위기로 인해 새로 생기는 기회나 이득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며 생길 북극 항로처럼요. 그런 새로운 기회에 있어 한국은 어떤 위치에 놓여 있을까요?
A.
말씀하신 대로 북극 항로 같은 사례는 전 세계적 기후위기 시대에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운입니다. 반면 기후위기와 함께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에서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재생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재생 에너지에 있어서는 크게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에너지 산업 중 원전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원전 보유는 그 자체로 기득권의 큰 권력이기 때문에 이전 정권의 경우 (재생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는) RE100 캠페인 대신 CF100을 계속 지지해 왔습니다. 그런 영향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의 발전은 뒤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언급했고,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2030년부터는 유럽 등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RE100 캠페인의 기준을 만족시킨 제품들을 생산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마련되었습니다. 반드시 경제적 이득만을 따른다기보다는, 이러한 법과 요구사항, 시스템에 맞춰 산업의 변화를 이뤄내는 것도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앞으로의 방향입니다. 가까운 나라인 중국의 경우는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군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한국도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기후위기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정치·사회적 노력이 더욱 강조되는 것일까요? 기술과 사회, 두 분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병행될 수 있을까요?
A.
저는 두 분야에서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환경공학자로서 학술 발표 자리에 가게 되면, 학자들이 자연스럽게 기후 문제와 에너지 소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학자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모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개개인의 문제로서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기관이나 정부도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기관과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더욱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을 알리는 측면에서 『이만큼 가까운 기후위기』가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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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기후재난 소식과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의 변화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만큼 가까운 기후위기』는 우리가 피부로 감각하는 기후위기의 순간과 미처 눈치 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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