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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당신은 급식 세대인가요? :: 『밥 짓는 여자들』 편집후기

by euk 2026. 8. 27.

여러분은 학창 시절 어떤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전 아무래도 급식과 관련된 추억이 많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급식을 먹었던 뼛속까지 급식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과 만나면 급식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며 수다를 떨곤 합니다. 다만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급식실에서 일하셨던 어머니와 함께 등하교를 했던 기억입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학교를 오가며 급식 노동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고강도의 노동과 그로 인한 온몸의 통증,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럼에도 굳건한 아이들을 향한 사랑 역시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편집자가 된 뒤, 언젠가는 학교 급식 노동자의 삶을 담은 책을 꼭 출간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밥 짓는 여자들>의 정다정 저자 또한 저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10년 이상 급식 노동자로 일하셨던 저자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석사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직접 급식 노동자가 되어 보기로 합니다. 그는 급식 보조 인력으로 일하며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겪는 작업 과정과 위험한 노동 환경을 몸으로 경험합니다. 그리고 급식 노동이 가사일의 연장선이 아닌 오랜 경험으로 체득한 기술과 숙련이 필요한 전문 노동임을 깨닫습니다.

조리(실무)사들은 그날 입고된 공산품과 채소, 육류의 상태와 수량 검수, 그날의 주찬과 부찬 조리에 걸리는 시간 계산 및 역할 분담 등의 과정을 거쳐 오후 12시 전후로 시작되는 배식 시간 전까지 음식 준비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배식이 끝나는 오후에는 학생과 교직원이 사용한 식판과 국그릇, 수저, 배식대 등을 세척용 약품과 식판세척기로 씻고, 음식물과 쓰레기로 어질러진 급식실 바닥을 청소합니다. 짧은 휴식 후에는 조리실과 전처리실, 세척실을 다시 정리하고 청소하며 강도 높은 노동이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각 단계에 맞게 작업복도 갈아입어야 합니다. 그 후 휴게실에 딸린 샤워실에서 땀에 젖은 몸을 씻은 뒤, 다음 날 메뉴에 대한 논의를 끝으로 하루 일과가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급식 노동자들은 뜨거운 불 앞에서 찌고, 볶고, 끓이며 대용량 음식을 들고 나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이 노동은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배식하며 만나는 학생들을 딸, 아들로 생각하고 딸, 아들로 생각하고 사랑을 나누며 보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들 애들 이뻐해서 참 즐거워. 그거 없으면은 못할 거 같아. 애들 안 예쁘면 이 일은 솔직히 힘들어서 못 하지. 꼴통 같고 못되게 하는 애들도 있어서 걔네들 보면 하기 싫잖아. 근데 그거 말고 아이들을 이뻐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 보니까 좋아. 되게 보람도 되고 또 자식 같고.”
_혜진과의 인터뷰 중

“이제 그럴 때는 애들이 ‘조리사님 저 너무 맛있어요. 최고예요.’ ‘힘드시죠’ 이러면서… 또 선생님들도 오셔서 너무 고생하신다고, 수고하신다고 할 때 진짜 뿌듯함을 느끼는 거죠. 그럴 때 진짜 보람을 느끼죠.”
_영희와의 인터뷰 중

 

 

급식실에서 사용하는 국솥

 

지난 1월 29일,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는 노동자와 시민의 힘으로 안전한 노동 환경과 행복한 급식을 만드는 기반이 마련되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영양교사와 조리사, 조리실무사의 급식 인원당 배치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조리사와 조리실무사의 존재를 법에 명시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되었습니다. 

▶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 현장 영상

▶ <오마이뉴스>, “노동자-시민의 힘으로 학교급식법을 바꿔냈다”, 2월 2일 자


<밥 짓는 여자들>은 바로 이 변화의 출발선에서 법과 제도 이전에 존재해 왔던 급식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동안 유해물질과 고강도 노동 등 여러 위험한 환경에서 일해왔던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밥하는 아줌마’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이름이 법적으로 명시된 이 시점에서 이 책은 급식 노동자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들의 노동 현장은 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로소 법과 제도 아래서 논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밥 짓는 여자들>은 학교 급식 노동이 그간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그리고 왜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노동자의 목소리로 증언합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와 <밥 짓는 여자들>이 급식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랍니다. 

 


 

 

밥 짓는 여자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일과 삶

정다정 지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학교 급식 노동자의 일과 삶을 16명의 노동자의 인터뷰를 통해 깊이 들여다본다. 급식 노동자 어머니를 둔 저자는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수행해 온 급식 노동이 어떻게 무시되고 평가절하되어 왔는지를 기록한다. 동시에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말하며 열악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삶을 세상에 전한다.

✨ 정다정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비정규직, 공무직 등으로 근무한 여성/청년/노동자. 

여성의 노동에 관심이 있어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 입학해 논문 「학교 급식 노동자의 모순적 경험과 대응」(2023)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모든 노동은 가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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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짓는 여자들 | 정다정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학교 급식 노동자의 일과 삶을 16명의 노동자를 통해 깊이 들여다본다. 12년 차 급식 노동자 어머니를 둔 저자는,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수행해 온 급식 노동이 어떻게

www.aladin.co.kr

 

★ 정다정 저자 인터뷰 보러 가기 급식 노동자, ‘아줌마’가 아닌 전문 노동자입니다:<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급식 노동자, ‘아줌마’가 아닌 전문 노동자입니다 | 일다

매일 수백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맞이하는 따뜻한 밥 한 끼. 그 뒤에는 뜨거운 수증기와 무거운 조리도구 사이에서 치열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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