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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한산도에서 열린 <한산수첩> 출판기념회

by 아니카 2012. 8. 6.

한산도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습니다. 연일 30도가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는 이 날도 절대 피해 가지 않더군요. 아침 9시에 집을 나섰으나 피서철 휴가를 떠나는 피서객들과 뒤섞여 통영에서 한산도 가는 배를 탄 것이 오후 1시. 시원한 통영항을 뒤로 하고 배는 한산도를 향해 떠났습니다.

제승당 앞에서 하선하여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한산면주민자치센터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를 들어가야 했습니다. 소설 쓰시는 유익서 선생님 출판기념회에 왔다 하니 버스기사분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더군요. 거동이 불편한 시골 노인분들은 유모차를 몰고 다닌다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한 할머니가 이 유모차를 끌고 버스까지 올라탔는데, 내릴 때가 되자 기사님이 운전석에서 벌떡 일어나 버스를 내려 뒷문 쪽으로 가시더니 유모차를 끌어내려 주고 올라오셨습니다. <시내버스 타고 경남 지역 100배 즐기기>에 등장하는 여러 기사분들이 생각났습니다. 아마 <시내버스~>의 저자 김훤주 기자께서 이 버스를 타셨다면 틀림없이 저 기사님을 두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셨을 겁니다.

한산면주민자치센터 2층 넓은 강당에 출판기념회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여느 호텔 결혼식장 못지않게 정성들여 꾸며놓은 행사장에서 이 출판기념회를 준비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소곳하게 책 판매대도 마련되어 있네요.

 

이 출판기념회는 한산면주민자치위원회과 마련하고 통영시공무원문학회가 후원한 자리입니다. 3년 동안 한산도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신 유익서 선생님에 대한 한산면민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유익서 선생님께서 단순히 한산도를 작품을 위한 거처로만 여기신 것이 아니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고 한산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선생님께서는 오늘 출판기념회를 열어준 주민자치위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그간의 정황을 설명하셨습니다. 사실 선생님께서 한산도에 오게 된 것은 우연의 요소가 컸다고 합니다. 통영시에서 유치한 <동피랑 작가의 집>에 입주하려 하였으나 인원이 다 차버린 차에 통영시 공무원으로 계시던 수필가 김순철 선생님을 만나 이곳 한산도로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올 때는 구상하고 있던 작품이 있었지만 막상 한산도에 자리를 잡고 보니 한산도가 그 자체로 선생님을 끌어당긴 것이지요. 한산도의 자연과 한산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매력에 깊이 이끌려 원이 선생님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봉암 몽돌해수욕장에서 지구의 시원 같은 느낌을 받고, 이는 구상하던 작품을 뒤로 하고 한산도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쓰게 만들었으며, 그것이 이번에 『한산수첩』으로 묶여 나온 것입니다. 이렇듯 한산도에 와서 선생님의 말씀을 직접 듣다 보니 한결 더 작품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통영은 예술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이는 일부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얼마나 예술가를 사랑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이번 출판기념회에서 들었습니다. 부산에서, 혹은 대도시에서 예술가들이 무슨 행사를 한다고 이렇게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축하해주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그들만의 잔치로 치부해버리고 말지요. 하지만 이곳은 달랐습니다. 주민자치센터장부터 시작해서 면장님, 우체국장님, 농협장님, 치안센터장님, 시의회 의원님, 그리고 동네 주민들까지 모두 모여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패까지 전달하더군요.

 

감 사 패

소설가/유익서

선생님께서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약 3년간 이충무공의 얼이 살아 숨 쉬는 이곳 한산도에 체류하시면서 한산도를 배경으로 주옥같은 소설집 《한산수첩》을 펴내었습니다.

한산도의 전통과 역사, 면민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우리 면민들은 고향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면민들은 선생님의 그 훌륭한 업적에 보답하고자 ‘《한산수첩》 출판기념회’에 즈음하여 이 패를 드립니다.

2012. 8. 3.

통영시 한산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일동

 

 

유익서 선생님께서 이분들에게 이런 사랑을 받으시니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기념회에 사인회가 빠질 수 없지요. 이렇게 줄을 서서 또 사인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또 보기 좋았습니다.

 

 

한산수첩 - 10점
유익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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