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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지리산 둘레 800리 길-지리산길(1)

by 산지니북 2009. 6. 27.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어 그동안 그리던 지리산 둘레길에 다녀왔다. 시작 지점은 지리산길 안내소가 있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평일인데도 안내소 앞 주차장에는 차들이 제법 주차해 있었다. 안내소에서 물 한모금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자니 노년의 부부,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 등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끊이지 않고 안내소를 찾았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지리산길은 소외된 지역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길...

지리산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생명연대(www.myjirisan.org)’가 2007년부터 지리산 자락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의 흔적을 되살려 지리산에 인접해 있는 5개시군(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28개 마을의 삶을 연결하며 지금까지 약 70km의 둘레길이 이어져 있다.

앞으로 2011년까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길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첫날 걷기로 한 구간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길이다. 정확히 19.3km.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할거라는 안내소 직원의 걱정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섰다.

1시간쯤 걸었을까.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이 '목표는 목표일뿐이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하냐 과정이 중요하지...오늘은 첫날이니 무리하면 안된다' 등등 궁색한 변명을 주절거리며 오늘 목표의 반만 걷기로 합의했다. 쉬엄쉬엄 걷다가 해가 지면 가장 빨리 나오는 마을에 숙소를 구하기로 말이다.

길 주변에는 다랭이논과 고사리밭, 두릅나무, 뽕나무 등 농민들이 키우고 가꾸는 밭이 많았는데 ‘지리산길 주변의 농작물과 열매는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손대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자주 보였다. 안내문은 커다란 현수막부터 자그마한 표지판까지 종류도 다양했고 그 수도 많아 충격이었다.

지리산길이 처음 만들어질땐 아마 이런 표지판은 없었을 텐데 인적 없던 길이 유명해지고 점차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행자들이 양심 없는 짓을 많이 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자락 농민들의 주 수입원중 하나인 고사리

어떤 마을에는 단체도보 여행객이 떼로 지나가면서 밭에 들어가 주민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따대고 밭을 망쳐놓았다고 한다. 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니 두 분이 달려와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그 인간들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행패를 계속 부렸다고...  그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길 구간은 이제 폐쇄되었다고 한다. 도보 여행객들은 오던 길을 다시 돌아  멀리 둘러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든지 차가 쌩쌩 다니는 찻길을 걸어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말이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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