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을사조약이 체결된 다음해인 1906년, 미국 뉴욕에서 한 일본인이 영어로 된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당시 보스턴미술관에서 동양부장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날리고 있던 오카쿠라 텐신(岡倉天心). 펴낸 책은 바로 “The Book of Tea”. 이후 이 책은 오늘날까지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양의 차를 서양인들에게 알리는 데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 손꼽혀왔다. 이 책은 아직도 미국 온라인서점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다도를 통해 일본의 전통문화를 가장 재미있고 매력 있게 해설한 책”이라는 서평에서는 서양인들이 이 책을 통해 다도(茶道)를 넘어서 일본문화, 나아가 동양의 전통문화에 얼마나 매혹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낭만적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

도쿄예술대학의 오카쿠라 텐신

1862년에 요코하마의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나 메이지유신을 겪으며 성장한 오카쿠라 텐신은 불과 27세에 도쿄미술학교 교장으로 취임할 정도로 뛰어난 청년이었으며, 예술과 미학에 조예가 깊었다. 이후 일본미술원을 창립하는 등 일본미술의 근대화와 국제화를 도모하였으며, 서구미술과 그 이론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새로이 일본화라는 전통을 확립하고, 일본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 책 외에도 『동양의 이상(理想)』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동양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는데, 그것은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부르짖으며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려는 일본제국주의의 정치적 요구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심미적이고 관조적인 텐신의 성향은 역사의식의 부재와 함께 정치현실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차는 약용으로 시작하여 음료가 되었다. 중국에서 8세기에 고상한 놀이의 하나가 되어 시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15세기 일본에서는 그것에 기품을 부여하면서 심미주의라는 종교, 즉 다도(茶道)로 드높여졌다. 다도란 하찮은 일상 가운데 숨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숭앙, 그것에 기초한 일종의 의례이다. 다도는 순수함과 어울림, 보시의 신비, 사회 질서의 낭만성 등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함에 대한 숭배이니, 말하자면 불가능의 연속인 이 인생에서 무언가 가능한 것을 성취하려는 은근한 시도다.-책의 첫머리에


지금 왜 『차의 책』인가

100여 년 전에 쓰인 이 책이 아직도 읽히고 있다면 단순한 과거의 유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일본문화, 특히 다도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통째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역자는 번역의 동기를 밝히고 있다.

일본 다도, 그 이상과 실상의 거리

동아시아의 문학, 사상 등을 비교연구하고 있는 역자 정천구는 말미에 해제를 달아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서양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동양 문화의 가치를 서양에 전파한다는 책 본래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텐신은 심미적이고 비역사적인 성향으로 인해 정치현실을 바로 보지 못함으로써 일본문명이 최고라는 국가주의의 경향을 보였다. 또한 다도의 이상적인 면만을 강조함으로써 실상과 이상의 괴리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다도보다는 다법에 치우쳐 형식적으로 점점 까다로워지고 번잡해진 일본 차문화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또한 다실을 꾸미고 다기를 갖추며 한복을 차려입는 일, 그것은 형식일 뿐이라며 자칫 우리네 차문화 또한 형식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책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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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책 - 10점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