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공동체 <해석과 판단>은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당대의 문학과 문화의 화두로 글쓰기를 합니다. 이번 6집 <공존과 충돌>은 현실 문제와 텍스트의 연결을 고민하고 글 쓰는 이의 정치적, 존재론적 입장을 개진하고자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 번도 번역되지 않은 우에노 나리토시(上野成利)의 『폭력(暴力)』 제1장을 처음으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영화 <두개의 문> 비평과 연구공간 ‘수유+너머’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공존과 충돌>은 사회 참여적인 주제로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비평의 문을 독자들에게 생생한 텍스트로 다가갑니다.




▶ 1부 국가 장치의 폭력 안에서


정기문 「폭력에 대하여」

<해석과 판단>으로는 처음으로서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글을 부분 번역하여 실었다. 우에노 나리토시(上野成利)의 『폭력(暴力)』 제1장 「삶의 정치와 죽음의 정치-근대국민국가와 폭력」이다. 우에노의 글은 이성과 폭력의 뒤얽힘이라는 근대성 자체에 내재한 역설을 정치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국가폭력을 둘러싼 이론적인 논의의 지형도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입장과도 공감되는 부분이 커 소개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겼다. 더불어 번역자 정기문의 해제도 함께 읽을 수 있다.


박형준「혁명의 존엄을 위한 서곡」

거대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존재의 질서 속에 기입되는 방식의 윤리성을 되묻고 있다. ‘3·15의 마산’, 혹은 ‘김주열’을 증언 (불)가능한 순간과 심미적 (불)가능성을 동시에 사유할 수 있는 역사적 증례로 읽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민주화의 성지’나 ‘의거 주체’의 숭고함을 기술하거나 미학화하기에 앞서, 국가 폭력의 희생자를 국가가 기억하고 추모하는 분열적인 상황을 재사유화할 것을 요청한다.


이희원의 「참사 이후의 참사」

‘용산 참사’를 다루고 있는 장편 소설들을 통해 폭력적 국가권력이 호모 사케르를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병적 징후를 확인하고 있다. 주원규의 『망루』, 손아람의 『소수의견』, 김현영의 『러브차일드』,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 공선옥의 『꽃 같은 시절』을 통해 폭력적 권력을 절대적 자리에 위치시키고 그것에 범접할 수 없는 맹목적 가치를 두는 사회 장치들과 그것을 용인·강화하는 개인의 의식 구조를 발견하고 있다.





▶ 2부 일상의 폭력을 마주할 때


오선영의 「입 없는 자들의 불온한 몸­김이설론」

김이설 소설의 여성들에 주목한다. 그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자들이다. 아이를 낳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여자들의 모습은 이 사회의 자본적 가치에 대한 궁극적인 저항의 양상을 띠지는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아 생을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김이설 소설의 여자들이 가장 약하면서도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장수희의 「도시 생활자, 동시대인, 자존의 기록-김미월론 」

김미월의 소설을 장치에 등록되지 않는 자들의 기록으로 본다. 장치에 등록되지 않는 자들은 통치되지 않는 자들이다. 이들의 삶의 에너지와 삶의 기록들은 김미월 소설 속에서 해체된 언어, 괴물의 형상,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드러난다. 따라서 이 글은 김미월의 소설 속에서 ‘통치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정치적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인로는 「마르크스-보르헤스적 기획으로서의 익명성」

현대의 네이션은 신성국가적 장치이며 오늘의 화폐장치는 세계의 세속화된 신이라는 생각, 그러므로 네이션-자본은 합성된 신성의 체제라는 생각을 개진한다. 이 글은 그런 신성의 적들과 싸우는 형상을 진정한 신성으로서의 익명성을 통해 묘사하려 했다. 이 익명성의 인간은 시대와 체제 실상에 대한 예민한 관찰자 혹은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남영 「패설의 퍼레이드, 소통의 주파수」- 권혁웅, 『소문들』

시에 있어 질서 있는 세계에 대한 구상은 어느 정도 주체중심의 차원에서 세계를 동일시하거나 자기 반영성에 머물러온 것이 사실이나 이때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잉여 혹은 찌꺼기처럼 질서에 편입되기를 포기한다. 적의 우의적 형상, 적의 네트워크가 자본주의와 공고히 결합하는 상황에서 파편적인 말들의 복귀가 갖는 의미와 그것의 한계를 따져 묻고 있다.





▶ 3부 또 다른 공동체는 가능한가?


고은미 「사랑의 반복과 그 필연적 실패」

홍상수를 위시한 몇몇 감독들이 다루는 사랑-관계의 특징에 주목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보이는 익숙한 소재와 내러티브가 현대영화가 수행하는 ‘모더니티적 미학화’ 속에서 변용되면서 가족, 국가와는 다른 유동적이고 새로운 공동체-관계를 규명, 암시하고 있다. 현대영화의 긍정적 가능성, 정치적 혁신성을 사랑이라는 불안정한 잠재태와의 연관하에 고민을 풀었다.


김태환 「지식공동체는 존재하는가」

지식공동체의 존재성과 한계를 고찰하며 대상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이다. 지식공동체의 존재방식과 윤리가 지니는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보고자 했다. 유동하는 공동체적 순환계에서 언제나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균열과 균열에 의한 공동체 내의 불안과 불화가 미치는 파급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로 인해 지식공동체의 의미를 실천적으로 모색하고자 했다.


손남훈 「게임이라는 공동체스러운 것」

전자게임의 공동체적 가능성을 질문하는 글이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자기-차이화’를 게임 수행의 동기로 삼으면서도, 그 동기가 다른 외적 요인들에 의해 어려워질 때 플레이어들에 의한 공통의 행동유형이 창조될 수는 있다고 본다. 나아가 인터넷 등에 의한 현실의 ‘인터페이스화’는 게임의 참여적 특성이 현실로 용출될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는


2006년에 결성된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 그룹이다. 경성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에 임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이 대학이라는 학연적 위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문학 비평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비평의 현재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금-여기의 문제들을 온전히 도출해내고, 그것에 치밀하게 개입함으로써, 단지 ‘부산’지역의 비평이 아닌, 보편적으로 정초 가능한 비평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공존과 충돌 - 10점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