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부터최영철 산문집

   

   나는 정말에게 빚지고 있다

   내게 온 모든 절망들에게 감사한다




최영철 시인의 ‘시를 위한 산문집’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를 말하다


최영철 시인의 ‘시를 위한 산문집’.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하며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인은 쓸모 있음과 유용함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쓸모없음을 설파하며 무용을 거머쥔 시, 그 시의 자리를 묻는다. 그리고 지금껏 밥벌이와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시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시인은 시의 재료를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찾았다고 한다. 일상에 상처받고 일상에 배신당하고 일상에 걷어차여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고통과 절망을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관리하는 게 시인의 책무라 여겼다. 『시로부터』는 시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시인의 의무를 고심하면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가 가진 희망을 나누어준다.



애써 쓰려고 하지 않았으나 내 안의 다른 무엇이 

써버리고 말았던 것.


써놓은 것이라도 얼른 감추고 폐기처분해야 했으나

그만 깜빡 잊고 발설해버린 것.


종이를 낭비하고 지면을 어지럽히고 독자의 시간과 감정을

빼앗은 것.


쓸모없는 짓거리였으나 그럴수록 더욱 쓸모있는 것이라

자위하며 의미를 달아준 것.

_머리글 「시를 위한 변명」 중에서





고통을 요리하는 시인, 절망에서 희망이 되는 시. 

혼란한 이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말해야 할까.


무엇이 시인다움일까? 시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단번에 시인이 될 수 없다. 

시인이 되었다고 해서 계속해서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열혈하지 않으면 시인이 될 수 없다. 


최영철 시인은 1985년 겨울 아침, <한국일보> 하단에 적힌 ‘신춘문예 내일 마감’이라는 광고를 보게 된다. 10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신문사에 투고해 두어 번 최종심이 올랐지만 본인의 재능은 거기까지라고 단정했다. 시인은 그 광고를 보고 “그만 적당히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향해 날아든 느닷없는 돌팔매질”이었다고 회고한다. 단칸방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고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넘기고 있었고 변변한 직업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가난하고 고단한 시간이었고 시인은 자신에게 닥쳐온 절망으로 시를 썼다.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해 크리스마스 때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대들이 힘 빠져 비척거릴 때 / 낡고 녹슬어 부질없을 때 / 우리의 건장한 팔뚝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 누가 달려와 쓰다듬을 것인가 / 상심한 가슴 잠시라도 두드리고 / 절단하고 헤쳐 놓지 않으면 / 누가 나아와 부단한 오늘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_「연장론」


이후 시인은 문명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에 중독된 세상을 비판하고 주변부와 생명을 보듬는 시인으로, 진솔하고 해악을 담긴 시로 독자에게 다가갔다. 2015년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민들의 투표로 부산 대표도서를 선정하는 ‘원북’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고 이례적으로 시집이라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그동안 시에 대한 글을 묶은 걸로 시의 투명함을 전한다.






시의 사부, 시의 무늬, 시인 산책


시에 대해서만 이렇게 많은 말과 수식어를 쏟아 붓다니. 책을 읽으며 흠뻑 시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과욕을 부리며 지나치게 조급하게 살아온 건 아닌지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향유했으면 한다.


1부와 2부는 시의 재료인 고통과 절망에 대해 말하며 이를 요리하는 시인에 대해 말한다. 과잉과 포만을 경계하며 도시 문명의 피로와 시의 유용함과 무용함,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을 말한다. 마지막 3부 시인 산책은 유치환, 백석 등 시인을 찾아 떠난 문학기행을 담았다.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P.36 아무 소용이 없는 시. “이런 걸 쓰면 밥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고 타박받는 지경이야말로 나를 힘나게 한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다른 하고 싶었던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게 운명이었을 것이다. 다른 무엇으로도 내 삶을 변명할 방도가 없었던 게 운명이었을 것이다.

 

P.38 시인은 언어를 빚는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철따라 반복되는 사소한 자연의 움직임도 시인에게는 크나큰 희열이거나 절망일 수 있다.

 

P.41 고통의 경험은 불청객처럼 느닷없이 찾아온다. 대부분 그것을 피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어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지만, 시인은 그것을 아주 귀하게 오신 손님처럼 붙들고 더 강한 고통을 내놓으라고 주문한다.

 

P.48 시는 고통을 관리하는 양식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또한 오랫동안 동행한 고통의 등을 토닥이며 새로운 길 하나를 찾아가는 일이다. 고통을 추궁하고, 고통에 힘을 실어주고, 고통을 발가벗기고, 고통에 그럴듯한 옷 한 벌을 입혀주는 일이다.



최영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외. 육필시선집 『엉겅퀴』,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외. 백석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 수상.







시로부터


최영철 지음 | 판 14,000

9788965455974 03810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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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9.05.06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약돌과 책. 잘 어울리네요.^^

  2. 날개 2019.05.07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개된 문구만 읽어도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네요.. 시인의 이야기 궁금합니다.

    • 동글동글봄 2019.05.07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시인의 등단 이야기는 언제나 뜨거운 것 같아요.

지난 주 금요일, 부산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제11회 국립부산국악원무영단 정기공연 - 춤, 조선통신사 유마도를 그리다

(이하 무용극 유마도)에 다녀왔습니다.

 

▲ 부산국립국악원

 

무용극 유마도는 조선통신사와 동행한 무명의 화가 변박이 그린 그림인 ‘유마도’의 비밀을 파헤치며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그려낸 소설 <유마도>를 모티브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기둥이 되는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일본에 건너갔던 사절단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서 평화외교와 문화교류의 역사인데요, 201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의미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 책 <유마도>와  '무용극 유마도' 공연 포스터

 

공연은 총 80분 동안 이루어졌으며 다채로운 무대 효과와 연출에 눈을 뗄 수 없었답니다!

 

동래의 무명화가 ‘변박’이 통신사들과 함께 한 사행길에 바람의 신 ‘풍백’을 만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국서를 전달하기 위한 긴 여정은, 크게 조선에서의 변박의 고뇌, 출항길에서 풍백의 등장과 조선통신사 사행단의 고난, 일본 도착 후의 변박과 여인의 만남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뉘었는데요.

 

▲ 출항길에서 힘차게 노를 젓는 선원들 (출처: 부산일보)

 

‘변박’의 고고하고 당찬 분위기가 바람의 신 ‘풍백’이 나올 때 스산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와 대비되어 보는 재미가 더욱 늘었답니다.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의 연주가 함께해 라이브로 국악을 들을 수 있어 더욱 특별했구요.

출항하는 장면에서 배가 등장할 때 북소리가 둥둥 울려 퍼지며 사절단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답니다.

 

▲ 출항길에서 고뇌하는 변박 (출처: 부산국립국악원)

 

무려 60명이 넘는 인물들이 출연해 군무를 췄는데요,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무용단이 평온한 바다와 사나운 바다를 군무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풍백의 지휘 아래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장면에서는
귀를 찢을 듯한 꽹과리 연주가 계속되어 인상적이었어요.

(연주자분 괜찮으셨을까 살짝 걱정도 되고요^^;)

 

▲ 유마도 / 변박

 

마지막 장면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과 ‘변박’이 함께 유마도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는 관객석에 앉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는데요,

 

‘통하고 더해 신하다’라는 가사를 반복해 읊으며, 통신사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에 펼쳐질 화합의 장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 무용극 유마도 커튼콜

 

공연을 마치고 한국인과 일본인이 섞인 관중석에서는

한마음으로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나왔답니다.

 

 

 ▲ 강남주 선생님과 저^^ 

 

강남주 선생님도 공연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며 “소설과 춤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했는데 훌륭하게 연출해냈다”면서 “왜 우리가 과거를 배우고 미래의 길을 열어가야 하는지 한·일 간 평화의 길을 연 통신사의 정신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용극 유마도는 국내 순회는 물론 일본과 프랑스 등지에서도 공연하고, 이후에는 상설공연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

 

공연 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여러분께 생생한 현장을 전해드리지 못해 너무 아쉬운데요...! 궁금하시다면 다음 공연을 보러가시는 것을 강추! 드립니다.
그때까지 원작 <유마도> 책을 읽어보시며 무대를 상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유마도 - 10점
강남주 지음/산지니

 

 

 

강남주 장편소설  유마도

강남주 지음 | 264쪽| 13,800원 | 2017년 10월 30일 출간

 

무명 속에서도 임란의 아픔과 조선의 기개를 화폭에 수놓는 위대한 예술가, 변박. 하지만 한양이라는 중앙 무대가 아니라 변방 동래의 화가였기 때문에 재능을 꽃피우기가 어려웠다. 그런 변박은 자신을 알아본 조엄 정사를 통해 조선통신사에 합류하게 됐고, 길고 고된 여정을 함께한다. 기선장이 되어 조선통신사의 항해를 도맡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그림과 글에 대한 열정은 대마도에서 몇 점의 작품으로 남게 되는데….

Posted by 실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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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19.05.07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공연이네요~
    부산을 대표하는 공연이 되길 기대해보아요^^

 

 

 

 

 

96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해상화열전』 김영옥 역자님과 함께합니다.

소설 『해상화열전』을 통해 청말 상하이의 시대상과 생활사를 알아보는

이번 강연에, 관심 있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책을 미리 읽고 오셔도 좋고,

못 읽고 오신 분들을 위해 현장에서 도서 구입 가능합니다.

 

 

 

해상화열전 - 상 - 10점
한방경 지음, 김영옥 옮김/산지니

 

 

해상화열전 - 하 - 10점
한방경 지음, 김영옥 옮김/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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