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비 소식이 무색할 만큼 하늘이 너무 맑은 날 

 

장산중학교 학생들이 ‘출판사 현장 체험학습’ 으로 산지니 X 공간에 방문해주었어요!

 

 

 

 

더운 날씨에 버스를 타고 온다고 고생한 학생들에게

 

산지니 신간 "그림 슬리퍼" 굿즈 부채를 나눠주었습니다

 

편집장님께서 시작 전에 간단히 산지니 X 공간에 대해서 소개해주셨습니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고,

 

 '책의 역사' 동영상 시청과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퀴즈를 냈는데요!

 

처음에는 어색해서 손들고 답하기 어려워했지만

 

 

선물로 드리는 '해오리 바다의 비밀' 스티커를 보고

 

다들 열정적으로 맞췄답니다! ! !

 

 

학생들이 직접 표지결정도 해보고,

 

편집장님께서  '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의 하는 일과 사용하는 프로그램

 

또 ISBN등 책에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주셨는데 다들 생소한 내용이라 그런지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들었어요 :D

 

산지니 출판사의 역사와 소개를 끝으로 1부가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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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에는 !!!!!!  '책 만들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

 

 

 

  책 접는 방법에 대해서 디자인팀장님께서 열심히 설명해주셨는데요 .

 

 

덕분에 다들 멋진책을 만들었어요

 

 

배운 부분을  토대로 꼼꼼하게

 

 작성하고 멋진 그림도 넣어주었답니다.

 

 

 

펜과 색연필 크레파스를 이용해서 색칠도 하고,

 

서로서로 자기 책에 관해서 설명해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책 제목부터 내용까지 정말 다양했어요 ~

 

다들 풍부한 상상력으로 책을 써 내려가서 

 

깜짝 놀랐답니다! :)

  

 

 

몇몇 학생들의 완성본입니다!

 

다양한 제목과 그림이 정말 인상적이지요?

 

 

 

침팬지 형을 만난다는

 

 귀엽고 새로운 내용도 있었고,

 

 

  장르를 완전히 바꿔 무섭게

 

책을 쓴 학생도 있었어요!

 

 다른 모든 학생들도 처음이지만 능숙하게 멋진 책들을 만들어주었답니다!

 

 책을 다 만든 후 아쉽지만, 학생들의 소감을 들으며

 

체험학습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으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게되었습니다.

 

 

 장산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박유정1111

 

 

"안개와 구름이 산의 정상을 가만히 품어주고 있는 풍경을 더듬어가다 나는 달을 정복한 인간의 비애를 생각했다. 달의 정복은 인간이 쟁취해낸 승리가 아니라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주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잃어버린 서글픈 상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달을 정복하고 나서 인간은 무한한 달나라의 동화와 기원을 잃었다. 달그림자의 포근한 위안과 갈구를 잃어버렸다. 달은 이제 그저 무미건조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책을 들어가기 앞서’: 프롤로그

최영철 시인의 산문집 시로부터시의 사부’, ‘시의 무늬’, ‘시인 산책으로 이뤄져 있다. ‘시의 사부에서는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것을 일깨우고 오로지 에 대해 말한다면, ‘시의 무늬에서는 시인으로서 시인을 정의하고 세상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시의 산책에서는 시인 최영철에게 영향을 준 동인과 여러 시인들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서평에는 일부 내용이 적혀있다. 책에 있어서 곳곳이 큰 울림이었지만 서평을 쓰는 날 필자의 눈에 들어온 불꽃이니 나의 서평이 전체가 아니기를 바란다.

 

 

 

 

표지

표지의 디자인은 최영철 시인의 시로부터 가지는 마음을 표현하듯 유려한 글귀들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진 글귀는 절망의 나락에 서있는 우리에게 팔을 뻗어 이끌고 올라가기 보다는 그 자리에서 생의 작은 순간까지도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일으킨다. 나는 일어섰다. 나란히.

 

본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었으나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시로부터 머리글

 

첫 문구부터 가슴을 찔렀다. 나만을 위한 책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숨기고 있던 나의 생각을 만천하에 알리듯 부끄러웠다.

 

나의 시는 결여의 상태에서 촉발한다. () 떠나버린 차가 이제 막 진입해 들어오는 기차보다 아름다우며 만개한 꽃보다 떨어져 휘날리는 꽃이 더 아름답다.”

  -p.26

 

최영철 시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인잘알’(시인을 잘 알고 있다)이라고 할 수 있다. 산문집시로부터에서는 86년 그의 한국일보등단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와 시인, 그리고 시로부터의 삶을 꾸밈없이 써내려갔다. 마음속에 시를 한 번이라도 품었던 사람이라면 밑줄을 안 그을 수 없을 터. 나의 시를 쓰듯, 그는 나에게 시를 들려주었다.

 

무수히 떠오르고 진 해와 달과 별은 오늘 최초로 내 앞에 등장한 것이고 무수히 피었다 진 꽃과 매일 아침 골목에서 마주치는 이웃 역시 오늘 비로소 마주치게 된 것들이다.”

-p.29

 

그에게 시는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새로운 발견을 해야 했다. 천부적인 건망증은 시의 힘이었고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라는 착각을 일으켰다고 했다. 매사에 익숙해지지 않으며 노련해지지 않고 뻔뻔스러워지지 않는 것이 시의 밑천이었다.

 

쓸모없음이라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익숙함으로부터, ‘고마움감정을 무디게 한 뒤 판단되는 상태이며 착각이다. 새롭지 않으며 감흥을 일으키지도 않는 그것은 나에게 있어 소중했던 기억과 마음마저도 가려버린다. 그동안 쓸모없음을 쓸모있음으로 바꾸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왔던가. 시인의 한 마디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의 감정을 다시금 일렁이게 하였다. 어떠한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쓸모 있기를 바라며.

 

생이 나에게 부여한 이 고역을 비켜가지 않고, 흥얼흥얼 콧노래라도 부르며 동행하고 있다면, 그대는 이미 좋은 시인이다. 좋은 시를 살아내고 있는 시인이다.”

-p.69

 

최영철 시인은 시인에 대하여 느닷없이 찾아온, 또한 오랫동안 동행해온 '고통'의 등을 토닥이며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달아주는 것이 시인의 과업이라고 했다. 금방 떠나버릴 고통이라는 것을 잘 붙잡아 옆에 앉혀 두어야 하고 가끔은 울리기도 하며 감정의 폭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는 엄청난 비극을 사소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시인은 고통의 일상이야말로 시인답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말을 이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시인에게 부여된 천부적인 기질이고 책무라면 독자인 우리는 고통의 끝에 살아있음과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위로와 아픔을 느껴야한다. 서로의 아픔이 위로가 되는 학대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시인이 말하는 쓰는 일과 비슷하지만 스스로의 고통을 인지해야하고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며 뭉그러진 마음을 일으키고 깨워야한다. 삭막한 삶에서 고통이라는 감정으로 삭막했던 감정을 울리기를.

 

 

 

 

 좋은 시는 성실하게 쓰고 고치는 공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막막한 기다림 끝에 주어지는 뜻하지 않는 선물에 가깝다.”

-p.122

 

그저 느리게, 더 느리게 읽어야만 했다. 시는 삶의 한 순간을 만나는 것이기에 섣불리 지나칠 수 없었다. 나열의 끝에 눈물을 붙잡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을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감정이라는 것도 예외는 아니다. 진득하기를 바라기보다는 빠르게 바뀌어 가는 것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 어제는 사랑했던 것을 오늘은 사랑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시와 관련한 산문집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있어 큰 기쁨이다. 오늘은 이 문장이 나를 울리더니 내일은 저 문장이 나를 웃게 하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 얼굴을 찡그릴 게 없고 선택의 갈래에서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복잡하지 않다. 그저 내가 잊고 있던 걸 떠올리게 할 뿐. 우리는 그제서야 말한다. 나의 삶은 시였으니, 더 나아가 시를 읽으며 살기를.

 

에필로그

그의 문장에는 막힘이 없다. 힘 있고 강하다. 여기서 힘이란 억압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그의 소신을 그가 걸어온 시로부터 들려준다. 그의 삶은 곧 시이기에 약할 리 없다. 서로가 서로에 기대고 안긴다. 그는, 시는 강하다.

 

 

 

저자소개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하며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책소개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인은 쓸모 있음과 유용함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쓸모없음을 설파하며 무용을 거머쥔 시, 그 시의 자리를 묻는다. 그리고 지금껏 밥벌이와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시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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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첫인상은 그게 뭐지?’였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가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아 속으로 몇 번을 따라 뱉었지만 이번에 서평 맡은 책이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단박에 대답하지 못한 기억이 몇 번 있다. 데린쿠유. 터키에 있는 대규모 지하 도시. ‘깊은 우물이라는 뜻(130)으로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 속 인물들의 성장 서사를 그리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어다.


주인공 현수는 형인 명수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와 엄마인 복임의 서늘한 시선 속에서 자란 28세 청년이다. 자기주장이 없고, 타인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이른바 무디고 미련스럽고 살진 똥돼지의 이미지’(17)로 학창 시절을 보낸 현수는 성인이 되어서도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 자신이 재단해서 깎은 든든한 방패 뒤에서 자신을 욕보는 사람들을 욕하고 자위하며 미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는 게임과 만화 그리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진로나 미래에 대한 목표는 딱히 가지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소유 건물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용돈을 받아 근근이 한 달씩 버틴다. 그러던 중 아버지를 찾아온 세라를 만나는데 그녀는 아는 고모임을 자처하며 현수에게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따뜻한 물속에서 감지되는 차가운 기운 같은 거요. 처음에는 그게 차가운 건지도 모르다가 어느 순간 알게 되죠. 그렇게, 그냥 알겠더래요. 자기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조금만 잘못한 게 있어도 이상하게 눈치가 보이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고 그랬는데, 그런 자기 마음을 부모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더래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서요."(193쪽)




세라가 현수에게 부탁한 아르바이트는 간단하지만 위험한 제안이었다. 양명시 시장 후보 송찬우의 실체를 몇 차례에 걸쳐 인터넷에 게시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세라는 인터넷과 컴퓨터 사용이 미숙해서 본인이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덧붙였다현수는 오직 ‘26년 전에 송찬우가 전세금 2,000만 원을 들고튀었다.’라는 사실과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었고, 두 살 무렵 해외 입양을 보내게 됐다.’사실을 가지고 인터넷 서치를 시시작한다. 세라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담보로 현수의 아버지 경술에게 빚을 진 것도 있으니 차를 사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현수는 이 일이 영 탐탁지 않았다. 더군다나 26년 전의 돈을 이제 와 걸고넘어진다는 사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수는 그러던 중 세라의 주변 인물을 통해 세라가 했던 말들의 일부가 거짓임을 알게 되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이 일을 반드시 해나가야 할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위키피디아 수정과 검색을 통한 인터넷 이용이 잦았던 현수는 금세 송찬우라는 인물에 대해 정리한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돈 떼먹고 오리발’, ‘자식 버린 정치가라는 제목으로 현수는 글을 게시하게 되고, 그 바람에 송찬우 측의 사람에게 잡혀 송찬우와 마주하게 된다.







현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일이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한 숨은 의도(134)가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28년간 친부모라고 믿은 경술과 복임은 친부모가 아니었으며, 의도된 만남으로 마주하게 된 세라와 찬우가 자신의 진짜 부모라는 사실과 비로소 마주한다. 하지만 세 사람은 온전한 가족이 될 수 없다. 세라는 자신의 데린쿠유인 송찬우에게 얽매여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고통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송찬우를 택하지만, 오히려 이는 더한 고통이 되어 그녀를 덮친다. 어릴 적 우물에 빠졌을 때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124)던 것처럼, 그녀는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자신의 데린쿠유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그곳에 갇혀 있다. 한편 송찬우는 이미 제도적으로 두 아이가 있는 여자와 혼인을 한 상태였으며, 생물학적 아버지 이외의 어떤 역할도 수행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세 사람은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없는 미성숙한 위치에 서 있다.


그러나 세라는 잠시 동안 우리는 가족이었다.’며 과거를 회상한다. 평생을 아픈 몸을 가지고 품은 아이였기에 세라는 자신의 몸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임신 후 약을 끊고 난 뒤 손가락이며 팔꿈치가 틀어지고, 팔목 발목 연골마디들이 부어올라 딱딱하게 굳은(236) 그녀의 몸은 어쩌면 세라에게 사랑의 흔적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경술은 끝까지 아니라, 단언했지만 묵묵히 세라를 사랑했을 것이다. 현수를 거둬들인 것에 큰 공을 세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복임이지만, 세라의 자식이던 현수를 가족의 품에 안겨주기 위해 애쓴 건 경술이었다. 세라가 자신의 데린쿠유에 빠져서 나올 생각도 못 했다면, 경술은 세라라는 데린쿠유에 빠졌지만 나와야 한다는 자각을 했기에 단언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복임은 진짜 자식인 명수의 죽음 이후 공허함이란 감정에 젖은 모습을 보인다. 먼저 간 아들인 명수는 그녀의 데린쿠유가 되어 오랜 시간 그녀를 고통에 허덕이게 한다. 현수가 자신을 왜 키웠냐며 복임에게 묻자, 복임은 내가 키우자고 했다.’(221)고 짧게 말한다. 복임 역시 경술과 같이 데린쿠유에 빠져 그저 허덕이기만 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을 키우기 싫다고 하지 않은 복임에게 왜 그랬냐는 질문을 현수가 던졌을 때 돌아온 대답은 어쩌면 현수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네 아버지, 입양 자리 알아본답시고 몇 며칠 밖으로만 돌더라. 애는 나한테 던져놓고……. 지금 생각해도 희한하지. 사람 마음이 어찌 그렇게 기울던지내가네 아버지한테 그랬어. 이 아이는 내가 키운다고, 어디다 내려놓을 데도 없는 애나한테 왔으니, 내가 키울 거라고 했다.”(221쪽)


"자식 키우면서 마음 아프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다던. 내 품에 기어든 자식, 먹이고 입히고 하다 보면 밉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자식이란 게 그런 거지. 자식은 다 똑같아.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221쪽)




현수는 세라가 부탁한 글 대신 강세라와 송찬우 그리고 민현수가 등장하는 새로운 글을 쓰기로 한다. 현수의 글쓰기는 일종의 의식이다. 세라와 찬우의 사랑 아닌 사랑의 부속물이던 자신이 하나의 온전한 주체로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러한 글쓰기는 현수가 오랜 시간 좋아해 온 다솜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현수는 버티기 힘든 고통에 내몰릴 때마다 신체가 굳는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 이것은 마음속 지하도시인 데린쿠유의 시각화와 같은 모습으로 세라에게도 비슷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찬우를 통해 모든 내막을 알게 되었을 때 현수는 다솜에게 의지한다. 다솜은 작고 다부진 손으로 현수의 상처를 매만져 주는데 다솜은 건강한 주체로 현수와 새로운 서막을 써 나갈 자격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이 현수가 봐온 무자비한 속성을 가진 사랑과 다른 사랑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데린쿠유는 각 인물의 고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촘촘히 엮인 탄탄한 구성을 갖춘 글이다.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라는 유사성 아래에서 고통을 어떻게 희석하는가에 대한 차별성을 가지고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 된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성장 소설이다. 어쩌면 현수뿐만 아니라 우리도 우리만의 데린쿠유에 그동안 빠져 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데린쿠유 밖으로 나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사람이 외로운 거, 무서워. 외로운 거나 무서운 거나 샴쌍둥이 같아서 그게 그거지만… 그게 왜 무서운지 아니?"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건 아니지 싶어 현수는 잠자코 세라를 보았다.

"외로운 게 무서운 이유는 스스로를 천대하게 만들기 때문이야. 외로움은 스스로를 속이도록 만들어. 약하고 비굴하게 만들고 자신을 접어버리도록 만들지. 안 그럴 것 같은데 사람이 그렇게 돼."(45쪽)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마음 속 지하도시 헤쳐 나가는 ‘루저’의  성장기, 

『데린쿠유』

 

 

- 안지숙 작가 첫 장편소설
- 등장 인물에 생기 불어 넣는
- 디테일한 심리 묘사 돋보여

안지숙(사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 ‘데린쿠유’는 소리나 자국도 없이 슥 마음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는 “너는 이 소설 어땠어?” 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루저’ 현수가 ‘대견한’ 현수가 되어 “지하실을 나와 문을 닫는”(이 소설의 맨 끝 대목) 장면은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그런데 빛난다. 흥! 데린쿠유 따위.

 

데린쿠유는 “터키에 있는 대규모 지하 도시. ‘깊은 우물’이라는 뜻. 기독교인들이 아랍인들을 피해 우물을 파듯 지하 곳곳을 파고 내려가서 거주한 지하도시”(130쪽)를 뜻한다. 이 장편소설에서 데린쿠유는 단지 상황의 비유로 쓰일 뿐, 실제 등장하지는 않는다.

키 180㎝ 몸무게 110㎏ 나이 스물여덟. 현수는 명리학자 경술(현수의 아버지다)이 소유한 지독히 낡은 3층 건물에 깃든 예술가 공동작업실 ‘철공소’(풀 네임은 철학공작소다)의 관리인으로 일한다. 말이 관리인이지 경술에게서 월 50만 원을 받고 연명하는 알바 신세다. 성격, 외모, 역량, 경제력, 비전, 식성…거의 모든 면에서 현수는 ‘번듯한 데 취직해 남들처럼 살’ 형편은 못 되고 그런 걸 꿈꾸지도 않는다.

게다가 상처. 현수는 어릴 때부터 복임(현수의 엄마다)한테서 이상하게 불편한 느낌을 받는다. 스트레스와 억압감 그리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두려움을 ‘엄마’한테서 느끼며 자랐다. 명수라고, 현수의 형이 있었는데 복임의 사랑은 명수한테로만 향했다. 그런데 어릴 때 명수가 사고로 죽고 만다. 현수 혼자 남는다.

자! 여기까지가 장편소설 ‘데린쿠유’의 주인공 현수에 관한 소개다. 어느 날 ‘세라 고모’가 현수의 인생에 개입한다. “남들한테야 백수의 하루지만, 사실 현수의 하루는 일과 놀이와 휴식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101쪽) 이랬던 현수의 생활 패턴은 딱 여기까지다. 현수 인생은 지진을 맞은 것처럼 흔들린다. 현수는 세라 고모에게서 “양명시장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온 송찬우의 ‘본색’을 까발려 인터넷에 올려주면 차 한 대를 뽑아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실행에 옮긴다.

 

얼떨결에 이 제안을 받아들인 직후에는 현수도 혼란스럽다. ‘맥도날드 더블 1955 버거 세트를 얻은 먹느라 받아들이긴 했는데, 이 일을 꼭 해야 하나?’ ‘왜 하필 나지?’ 그런데 이 장면 뒤로 장편소설 ‘데린쿠유’는 ‘루저’ 현수가 자신의 한계와 아픔을 직시하고, 거기에 응전하면서, 자아를 발견해가는, 그리고 그렇게 자아와 맞대면한 덕에 내면에서 차오르는 자존감을 맛보게 되니 심지어 ‘사랑’에도 (일단은) 성공하는 ‘빛나는 성장기’로 탈바꿈한다.

이 모든 과정이 작가 안지숙의 섬세한 문장, 세심한 구성, 심리의 디테일을 그려내는 묘사에 힘입어 ‘소리나 자국도 없이’ 전달된다. 현수가 흠모하는 다솜, 나쁜 놈인 것은 분명한 듯한데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송찬우, 세라 고모의 동업자인 수다 여왕 정숙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이 작품 속에서 생기 있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도 인상 깊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기사원문 바로보기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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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유정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