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집었을 때 강렬한 색감의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그림 슬리퍼라는 제목은 무슨 뜻일까 궁금하던 찰나 '어두운 공동체의 느긋한 살인마, 잠들었던 살인마를 파헤친 기자 리포트' 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다. 스릴러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라니, 구미가 당겼다.

 

 

 이 책은 범죄 전문 기자인 크리스틴 펠리섹이 '흑인'이자 '여성' 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10년 동안 기록한 책이다. 젊은 여성들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린 연쇄살인범. 그림 슬리퍼라는 책 제목은 펠리섹 작가가 연쇄살인범에게 붙인 별명이다. 이토록 극악무도한 사건에 대해 정부와 언론은 잔인하리만큼 무관심했다. 저자는 연쇄살인범에게 별명 하나 없는 것조차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림 슬리퍼라는 별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살인 사건 사이에 긴 휴식기를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 'The Grim Sleeper(잠들었던 살인마)' 라고 불렀고, 그 결과 언론의 관심을 얻어 재수사가 시작된다.

 

  연쇄살인마에 초점을 맞추고 적나라하게 사건을 서술해나가는 일반적인 범죄 기록집들과 달리 이 책의 초점은 범인 로니 프랭클린이 아니다. 살인자의 특징과 그의 내면적인 부분을 필요이상으로 설명하거나 수식하지 않는다. 책의 주인공은 살인범이 아니라 피해자들이다. 피해자들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그들의 일상생활이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이웃이었음을 알린다.

사우스 센트럴 지역에 사는 코카인에 중독된 가난한 흑인 여성들은 같은 방식으로 죽고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13년의 긴 휴식기를 가진 후 살인범은 똑같은 25구경의 권총을 사용해 다시 같은 대상의 그들을 노리기 시작한다. 펠리섹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이 사건을 집요하게 수사하기 시작한다.

 

피해자 ‘제니시아 피터스’의 어머니인 레이번을 만났고 그는 강도-살인 사건팀 형사들이 제니시아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쯤 뒤에 찾아왔다고 했다. 그들은 레이번에게 온갖 질문을 했지만 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레이번은 경찰이 자신의 딸이 연쇄살인범의 무작위 살인에 희생된 거라고 말해주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 여성들이 흑인이 아니거나 흑인 거주 지역에서 살해당하지 않았다면 경찰은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대중에 공표했을 것이라고 레이번은 말했다.  (214쪽)

 

제니시아의 시신이 2007년 발견되었을 때, 2005년 5월 카리브해 아루바에 졸업 여행을 갔다가 실종되어 크게 보도되었던 금발 소녀 나탈리 할러웨이와 달리 제니시아의 사건은 6시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미디어는 할러웨이 사건을 끝도 없이 방송했다. 기자들이 조사하러 그 이국의 섬까지 파견되기도 했다, 레이번의 딸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을 때, 조사하러 파견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기자 회견도 없었다. 보상금도 없었다. (215쪽)

 

 피해자 어머니인 레이번의 말처럼 피해자들은 모두 '흑인'이자 '여성'이였으며 ‘빈민가’에서 살고 있었다. 그림 슬리퍼의 타겟이 된 그들의 죽음에 정부도 대중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만약 공동체의 다른 이들이 피해자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주었다면, 그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범죄자 프랭클린은 그림 슬리퍼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었을까.

 

에니트라는 프랭클린이 처음에 그를 거절하고 차에 타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자기를 공격했다고 생각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 "난 괜찮다고 했어요. 혼자 걸어갈 수 있다고, 멀리 가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당신은 내게 치근덕대며 말했더요. ‘그게 바로 당신들, 흑인 여자들의 문제야.’ 마치 백인 여자들만 당신 격에 걸맞다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이게 당신이 우리한테하는 짓인 거죠? 당신을 낳은 여자도 흑인이에요. 당신도 흑인이고. 그런데 어떻게 우리를 그런 식으로 무시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가 당신을 위해 나서길 바라요? “ (360쪽)

 

 

가족들의 진술이 끝났을 때 프랭클린은 표정 없이 앉아 있었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간혹 가족들 쪽을 휙 바라보기는 했지만 한 번도 직접 눈을 맞추지는 않았다. 후회하는 기색은 없었다 수치심으로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그걸 바라보며 나는 저 사람이 후회의 감정을 가질 능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아마 그저 무감각했을지도 모른다. (361쪽)

 

 그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가난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의 차를 수리해주는 친절하고 사려 깊은 이웃이었다. 그가 자신의 범죄를 부정했기 때문에 확실한 동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집 불과 4km반경 내에서 20년 동안이나 살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번의 살인에도 그에 대한 처벌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수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들도 대중들도 피해자들의 죽음에 점점 둔감해졌고 범인은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도넬 알렉산더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내게 걸어와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10년전 자기 집 문을 두드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던 살인 사건에 대해 글을 써줘서 사하다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 “관심 가져주셔서요.” (406쪽)

 

  가족도 지인도 아니었던 펠리섹 기자는 무려 10년간 집요하게 이 사건을 취재했다. 가족들이 피해자들의 죽음이 풀 수 없는 미스터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체념할 때, 그는 그들과 같이 진심으로 슬퍼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들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인상 깊게 읽었던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크리스틴 펠리섹이 이 사건을 긴 시간동안 조사했던 것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피해자들에게 그동안의 무관심을 사과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희생자들의 존엄성을 회복해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이 지점에서 나는 생각한다. 과연 지금 우리의 공동체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시 우리 공동체 내에 이런 차별은 없는가. 부끄럽게도 나는 자신 있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가 없다. 사건이 발생한지 수 십 년이 지났다. 슬프지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세상에는 맥락이 없는 혐오가 넘쳐나고 이웃의 안녕에 무관심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펠리섹은 매우 예의 있게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무례함이 만연하고 자극적인 적나라한 보도가 들끓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미덕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그림 슬리퍼 - 10점
크리스틴 펠리섹 지음, 이나경 옮김/산지니

Posted by 박유정1111











안녕하세요. :-) 산지니 인턴 하혜민입니다지난번에 올린 데린쿠유의 서평에 이어 저자 인터뷰까지 맡게 되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직접 찾아뵙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만안지숙 작가님이 계신 곳과의 거리가 멀어 직접 찾아뵙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그래서 너무 아쉽게도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고 제가 궁금했던 점이나 알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작가님께서 아주 상세히 답변해 주셨습니다다 같이 한번 보실까요?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안지숙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됐습니다장편이니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이셨을 것 같아요데린쿠유가 출간된 기분이 어떠세요?

 

A. 되게 막 좋을 것 같았는데. 책을 처음 받아 대면하는 순간 스스로 대견한 마음 반, 허전한 마음 반이랄까. 첫 장편이니만큼 문학상 공모에 당선돼 화려하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채로 내서 이런가, 싶어요.

 




Q. 데린쿠유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낯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어떻게 이런 단어를 발견하시고작품의 주요 소재로 끌어오실 수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터키에 놀러 갔을 때 가이드 해 주신 분이 지하 우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우물을 같이 찾아서 들어갔죠. 허리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아주 좁은 길을 걸어 내려갔는데, 한참 가다 보니 마을 형태의 구조를 이룬 빈 공간들이 나오더군요. 무수히 많은 작은 방들, 방과 방 사이의 통로,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 어디쯤에서 비밀스럽게 뚫린 방공호, 회의 장소로 썼음직 한 너른 방, 화장실로 썼지 싶은 공간. 그곳이 아랍인들로부터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던 곳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현실의 공포를 피해 이곳 지하 공간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나 역시 현실의 고통, 현실의 어려움을 피해 숨어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현실적 공간이 없을 때 우리는 마음속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피해 숨어들잖아요. 데린쿠유는 실재하는 구조물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고통을 피해 숨어드는 상징적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생각을 하는 동시에 데린쿠유를 제목으로 내세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지요.

 





Q.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 한 명한 명마다 캐릭터 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누구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인물이 없지요현수다솜경술복임세라찬우를 비롯해 안 감독이나은주정숙과 같은 인물들까지도요작가님께서 인물에 굉장히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인물 설정은 대개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A. 소설 시놉시스를 쓸 때 서사에 알맞은 역할을 배분하고 성격을 구체적으로 스케치했습니다. 성격이 잡히면 거기에 맞는 말투나 얼굴, 몸집이나 버릇 같은 게 자연스럽게 따라붙더군요. 그리고 사실 이 소설이 친부모 찾기라는 신파 라인을 타고 가잖아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소설을 접어놓고 며칠간 완결된 드라마를 통으로 다운받아서 보기도 했고요. 여러 인물의 성격과 대사를 유념해서 봤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도 같습니다.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다솜이 순우리말로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잖아요저는 세라와 찬우의 사랑(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지만)으로 태어난 현수가 자신의 데린쿠유를 벗어나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다솜에 대한 사랑이 그 방식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혹시 다솜이의 이름을 그런 의도로 지으신 건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A. , 맞아요. 맑고 따뜻하고 한없이 건강하고 밝은 여자아이를 현수의 여자 친구로 만들어주자고 생각했고, 우리말에서 찾았어요. ‘양명’(亮明)시라는 환하게 밝은도시에 사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밝은 양지의 사람이에요, 다솜은.

 



 

Q. 저는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복임'이란 인물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친아들을 사고로 잃고현수를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어쨌든 너도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요작가님께서는 데린쿠유의 인물 중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A. 현수죠. 다른 인물 하나하나가 다 애착이 가지만 그 많은 인물 사이에서 약간 뚱한 표정으로 느리게 오가는 인물 현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을 잡고 갔으니까요. 복임의 경우, 사실 제가 아이를 낳아 기른 적이 없어 자식 잃은 감정을 그대로 살려내는 게 좀 힘이 들었어요. 복임이란 인물을 제대로 살려냈나 싶기도 하고. 제 손안에 쥐기가 버거운 인물이었습니다.


 



Q. 우리 사회 내에 신체적 질병을 참아 내는 세라나 정신적 질병을 참아내는 현수와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그에 따라서 그들만의 데린쿠유도 분명히 다양하게 존재할 것 같고요작가님께서는 이렇게 고통을 참고 버텨야 하는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사회의 방향성에 따르면 세라와 같은 미련함을 지녀야 할 것 같은데내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 자리를 벗어난 현수와 같은 삶도 필요한 것 같거든요.

 

A.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하던데요.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자기 방식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세라의 경우가 그렇죠. 그게 성격의 한계이든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체적 한계에서 오는 것이든 간에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면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벗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을 극복하면서 다른 인생에 도전하는 게 더 나은 삶을 이루지 않을까요. 인생, 한 번뿐인데 할 수만 있다면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편이 좋겠죠.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작가의 말에 '용서와 화해로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았다.'라는 대목이 있는데원래 그리시던 데린쿠유의 결말이 궁금해요저는 서로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있었기에 이 소설이 성장소설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만일 작가님이 그리신 결말대로 갔더라면 현수의 운명은 어떻게 뒤바뀌었을까요?

 

A. 바로 위의 질문에 대한 답과 연관되는 건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있거든요. 현수가 처한 삶, 현수가 살아가는 방식에서 밝고 건강한 다솜의 삶으로 뻗친 손을 거둔다면 현수는 자신의 지하도시에 머물게 되겠죠. 복임과의 거리, 세라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고 자신의 지하도시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현수의 모습, 이게 결말이 되었을 것 같네요. 아마도.

 



Q. 우연히 작가님 블로그를 통해 출간 소식을 알리는 글을 보게 됐습니다해당 포스트에는 '궁극적으로 고통을 치르는 방식'에 대해 쓴 글이라고 언급하셨더라고요그 글을 읽고 나니 단순히 이 소설 속 인물들이 성장했다는 지점에만 초점을 맞출 수가 없게 되었어요작가님은 성장에 반드시 성장통처럼 고통이 잇따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A. 현수뿐만 아니라 세라도, 복임도, 경술도, 심지어는 송찬우도 자신만의 고통을 견디면서 살잖아요.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선택한 삶의 양태를 보여주고 있죠. 성장하고 변화하는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른다고 봅니다. 사는 꼴이 어떻든 자신의 삶에 안주하고 자포자기해버린 인물에게 성장통이란 건 따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자포자기한 삶, 본인은 편하잖아요. 하하.

 

 



 Q. 이전에 내신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도 그렇고 이번에 나온 데린쿠유도 그렇고 작가님께서 사회에서 배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나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저 자신이 사회에서 배제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배제당하고 소외당하고 몸이 아픈 경험이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 소설 속에서 움직이게 하고,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 공포를 이겨내게 함으로써 소설 속에서 구원을 받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제 인생을 견디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견디는 저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 안지숙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Q. 두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시다고 들었는데장편의 경우에는 한 번의 호흡이 길게 이어져야 하잖아요작가님께서 긴 호흡을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쓰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A. 30대 때 몸이 좋지 않아 6, 7년 정도 아무것도 못 하고 허송세월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장편소설을 무지하게 읽었습니다. 그때 사들인 책의 80%가 장편소설이었어요. 엎드려서 읽고 누워서 읽고 앉아서 읽고 서서도 읽었죠. 읽었다기보다 읽어치웠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독서질풍의 시대였죠. 그때의 독서가 알게 모르게 장편의 서사를 떠올리고 장편의 호흡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을 겁니다. 단편을 쓰는 것보다 장편 작업을 하는 게 일단 재미가 있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전공자로서 문학이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이론이 도출하지 못하는 지점에 선 문학이 우리가 실천하게끔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이건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 한 권밖에 못 낸 작가에게 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질문 같은데요. 하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위의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고 해야겠네요. 문학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과 그 삶 속에서의 선택들, 어려움을 이기고 고통과 슬픔, 아픔을 겪어내는 모습들을 통해 자기성찰을 끌어내는 힘이 있죠. 자기성찰 속에서 위안도 얻고 반성적 자아를 만나기도 하면서 행동에도 변화가 오게 하는 문학이 좋은 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학의 역할에 대해 지금 제가 생각하는 건 그 정도입니다.

 

 






▲ 안지숙 작가님의 환한 미소.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영화 <인턴>,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인턴에서는 짧은 기간 안에 의류 사업을 성공시킨 젊은 CEO 역할이 나온다. 가정에서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하여, 회사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CEO가 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열정적이면서 매력적으로 나타난다. 중간에 가정과 회사에서 갈등을 겪지만, 주인공은 끝내 어려움을 극복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영화나 드라마가 그리는 인물 덕분일까.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서 CEO는 큰 위기를 극복한 만큼 큰 성과를 달콤하게 누린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미래를 예측한 결과, 배포가 크게 결정을 한다는 이미지까지. 내가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던 CEO에 대한 이미지는 호와 불호의 선택지가 있다면 "호(好)"였다.

 

 

 

  현대사회는 CEO에게 오늘날 자본주의를 이끄는 매력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이에 익숙한 사람은 오직 나뿐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이와 같은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CEO의 본질은 흔히 알고 있던 미디어 속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런 말을 제시하며 CEO 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시작한다.

 

 

 “CEO가 사회와 정치를 파괴할 수도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여전히 대중에게는 그들이 매력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이유를 아주 비판적으로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P.18

 

  이 책은 1장부터 7장까지 CEO 사회의 현상, CEO 사회가 현재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배경, 경제, 정치 일상생활까지 구사하는 CEO 사회의 영향력, CEO의 사회적 활동에 숨은 의도, CEO 사회에의 무조건적인 신념에 대한 위험성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CEO의 매력에 빠졌던 기억 혹은 인터뷰를 보고 삶의 롤모델로 삼았던 동경은 잠시 접어두고, 작가를 따라 CEO 사회를 비판하는 생각을 따라 걷는다.

 


 

 

  작가는 CEO와 CEO 사회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많은 의문을 던졌다.

  다음은 그중에서도 나에게 인상이 깊었던 몇 가지 질문이다.

 

 

-기업의 경영 방식은 정말 만능 통치약일까?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 행동을 기업행동과 유사하게 볼 수 있다. 한 때 기업 활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영역에서도 기업의 문화, 언어, 그리고 관행이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기업의 경영자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결국 기업의 경영자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이념이 되었다.”    P.30

 

 

  오늘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사회 속의 사회는 점점 많은 분야에 CEO 사회의 기업 경영의 가치를 적용하고 있다. CEO 사회의 가치에는 경쟁, 착취, 시장 중심의 성장주의 등이 있다. CEO 사회가 추구하는 기업 경영 방식은 매출 상승,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사회에는 여전히 경제적 평등, 민주주의 사회정의 등의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할 분야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현재 대학생인 나의 생활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대학의 기업화"이다. 현대 사회는 기업이 대학을 인수하고, 기업은 취업률을 기준으로 단과대학을 통폐합한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학문의 단위가 재편되고 교수들에게 성과급형 연봉제가 적용된다. 대학의 생존에 앞서 대학이 지성의 기관으로서 교육을 담당했던 본연의 역할을 다시 떠올려 본다. 자유로운 교육의 가치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에 기업의 경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만능 통치약일까" 하는 믿음에는 잠시 쉼표가 필요하다.

 

 

 

 

-CEO의 삶을 동경하고

그들의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것에 가지는 의문

 

"CEO사회에서 가치있는 시민이 되려면 기업가로서 자신의 삶에 접근해야 한다." P.189

 ".....사람들이 스스로 가치 없는 존재로 느끼고 전지전능한 CEO의 멋진 이상과 가치를 몸소 받아들이고 실천해서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P.192 

 

  책 속에는 외국에서 CEO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 많은 예시가 나온다. CEO의 성공에 대한 동경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도 CEO들의 자기 계발서가 굳건히 지키고 있지 않던가.

  CEO에 대한 성공적인 이미지와 그 환상을 지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주입된 것이라는 내용은 놀란 부분 중 하나였다. 미디어 속의 CEO의 이미지는 당당하고 멋지다. 그와 동시에 내 모습은 '그들처럼 성공적이지 않다'라고 정의된다.

 

  매 순간 선택지 앞에 고민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 '사람은 각자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라는 고전 같은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조언을 쉽게 잊는다. 대신에 CEO의 반짝이는 삶의 궤적을 무분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들이고자 애쓴다. 사람의 삶에 일률적인 패턴은 없다. 자신이 나아갈 길 앞에 CEO의 삶의 표본을 들고 와서 그대로 걷는 것은 과연 긍정적인가?

 

  CEO와 CEO 사회는 경제 분야를 넘어서서 개인의 가치관에도 뿌리 깊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부분이었다.

 

 

 

- 사람들은 왜 CEO를 정형화된 모습으로

우상화 하는 것인가

 

"자유시장과 세계화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안감과 스스로 무력한 존재라고 느끼도록 만든다. 실직, 가게와 공장의 폐업 그리고 환경파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CEO처럼 부와 영향력을 지니고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꿈꾼다.... CEO는 우리에게 비록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꿈조차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P.83

 

 

  CEO 사회는 모든 사람이 CEO가 되고자 하는 잠재적 열망을 깨운다. 그리고 CEO가 되면 사회의 피라미드 위에 위치하여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사회 곳곳에 심어둔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혜택이 아니다. CEO를 향한 열망은 손에 쥘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대신 이러한 사회에 대한 열망은 CEO 사회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즉 사람들은 CEO 사회의 가치를 당연한 호(好)로 여긴다. 또한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CEO의 구원을 열망하고 그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롤모델을 삼고, 그 사람의 가치대로 살아가려는 작은 열망이 사회의 틀 하나를 만든다는 힘이 새삼 무서워졌다. 정형화한다는 것은 하나의 규칙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규칙은 안정감을 만든다. 그러나 안정시킨다는 그 규칙이 오히려 사람들을 옥죄는 것이라면? '정형화'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외국 도서이기 때문에 배경지식 없이 처음 읽으면 생소하게 느낄 내용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CEO 사회가 가지는 본질을 안 뒤에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면 어떠할까. 우리의 일상 속의 CEO 사회의 특징 중에서 무엇을 익숙하게 넘기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CEO 사회는 화려하고 안락하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것은 변화하면서 발전해야 한다. 변화, 발전해야 하는 것에는 사람의 의식도 포함된다.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위협해가며 성장하는 CEO 사회에 대응하여 사람들도 완전하고 고결해보이는 CEO 사회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가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결코 CEO의 영향력을 배제한 채 살 수 없다. 그러나 이 책 CEO 사회CEO의 영향력 안에 살고 있는 개인이 객관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성을 경각하는 첫걸음을 딛게 할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피터 블룸 (Peter Bloom) : 영국 방송통신대학 피플앤오거니제이션학부 총괄 교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저서로 2016년에 출간한 Authoritarian Capitalism in the Age of Globalization 2017년에 출간한 The Ethics of Neoliberalism: The Business of Making Capitalism Moral이 있으며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다수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칼 로즈 (Carl Rhodes) :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UTS 경영대학원 조직학 교수. 비즈니스와 직장생활의 윤리적, 정치적 차원에 대해 -연구한다. 2015년에는 앨리슨 풀렌Alison Pullen과 함께 Companion to Ethics, Politics and Organizations를 출간했다. 가디언, 뉴 마틸다, 인디펜던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옮긴이

-장진영 : 경북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번역과를 졸업했다. 홈페이지 영문화 번역 등 다년간 기업체 번역을 했고, 현재 출판 기획가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게임체인저>,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드는가>, <퓨처 스마트>, <행복한 노후를 사는 88가지 방법>, <더미를 위한 비즈니스 글쓰기>, <케인스라면 어떻게 할까?> 등이 있다.

 

 

 

책소개

 

ABC, 가디언 추천도서. 도널드 트럼프, 마커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그들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신이 되었는지 회사를 넘어 삶을 지배하는 CEO사회를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 스타 CEO가 탄생했고, 그들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졌다. 대중은 그들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모방하고 동경하게 되었다. 이 증상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됨에 따라 정점에 이르렀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회의실에서 졸던 사람으로만 여겨지던 CEO는 어떻게 현대사회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CEO에 열광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겪고 있을까? 책에서는 CEO사회의 유래부터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랑 등 우리 삶 곳곳에 CEO가 미치는 영향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CEO사회 - 10점
피터 블룸.칼 로즈 지음, 장진영 옮김/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어느새 3회를 맞은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

1회에 평론가, 2회에 시인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소설가를 만나 이야기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정광모

 

부산 출생. 부산대와 한국외대 정책과학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작화증 사내』(2013)로 부산작가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토스쿠』(2016)로 아르코창작기금을 받았다. 그 밖에 소설집으로 『존슨 기억 판매 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 『마지막 감식』과 서평집 『작가의 드론 독서 1, 2』가 있다.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등이 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나는 장성택입니다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Posted by 실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