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9.12.31 2019년 산지니가 선정한 올해의 책 (5)
  2. 2019.12.30 서로 아껴주고 격려하며 웃으며 사는 세상을 위하여 『사람 속에 함께 걷다』_책 소개
  3. 2019.12.30 나와 당신의 메워지지 않는 『실금 하나』_정정화 지음 (2)
  4. 2019.12.30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도서관 노동 현장을 이야기하다(책소개)
  5. 2019.12.27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_<연합뉴스>
  6. 2019.12.27 [책]중년 여성이여! 두려워 말고 떠나라 _ <우아한 여행>
  7. 2019.12.27 기약 없는 이별의 끝, 남겨진 기억_『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김민주 지음)
  8. 2019.12.26 통증 없으면 매혹도 없다
  9. 2019.12.24 배낭 멘 아줌마의 우리 아름다운 한국 홀로 여행『우아한 여행』(책소개) (1)
  10. 2019.12.23 "개성공단 영양사가 본 북한"_<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언론 소개
  11. 2019.12.16 개성공단에서 보낸 사계절 ::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김민주 지음
  12. 2019.12.16 104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정우련
  13. 2019.12.13 오늘의 비평에 대한 성찰 -『폐허의 푸른빛』 구모룡 평론가와의 만남
  14. 2019.12.12 아프간 의료봉사 의사 나카무라 데쓰 총격 피살에 전 세계 애도
  15. 2019.12.11 [인문산책] 문학의 적들
  16. 2019.12.11 <일기여행>을 번역한 김창호 역자와의 만남:)
  17. 2019.12.06 왜 이다지도 뜨거운가…‘민주 없는 자유’ 한계 딛고 전진하는 홍콩 - <홍콩 산책>
  18. 2019.12.06 부경대 류장수 교수, 4년 연속 '대학개혁 총사령탑' 활약
  19. 2019.12.05 거대자본에 맞서 싸워 온 상인 회장 ‘골목상인분투기’...13년 기록 남기다
  20. 2019.12.05 산지니에 브이로그 카메라가 떴다! (2)
  21. 2019.12.05 울산 소설가들 신작 소설집 잇따라 출간 '책 잔치'
  22. 2019.12.05 문학과 번역, 그리고 인간에 대하여 - 스위스 작가 아네테 훅과의 만남
  23. 2019.12.04 103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폐허의 푸른빛』 구모룡
  24. 2019.12.03 낯설고도 가까운 티베트 문학 속으로 - 2019 출판도시 인문학당 후기
  25. 2019.12.03 국립중앙도서관 12월 사서추천도서_『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산지니 구성원들 각자 올해의 책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선정한 책 이외 많은 책이 산지니를 빛내 주었고

또 산지니가 이 책을 빛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산지니는 열심히 책 만들며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겠습니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오래전 이국환 교수님이 책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이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밖은 연말이라 소란스러웠지만 저는 특별한 약속이 없었습니다. 방구석에 앉아 라디오를 듣는데 교수님의 책 소개가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책 만드는 편집자가 되었고 좋은 인연이 닿아 이국환 교수님의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책에 담긴 삶의 철학과 분위기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 고심을 많이 했고, 고민 끝에 제목을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가 되기를, 2020년에는 걸어가는 길 곳곳에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선정합니다.

세계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스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근데 한 권만 선정하면 조금 아쉽잖아요? 어제도 작가님과 연락을 주고받았네요. 한해 가장 많은 연락을 주고받은 정상천 작가님. 저자가 발로 뛰며 열정으로 집필하신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도 올해의 빛나는 책으로 선정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정상천 작가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이외 많은 작가님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_와이 편집자


                                                                                     

홍콩 산책

 

올해의 책을 생각하자니 편집했던 모든 책이 다 눈앞에 어른거리지만, 그중에서도 홍콩 산책이 가장 또렷이 떠오릅니다. 홍콩 산책은 홍콩의 정체성에 대해 30년간 꾸준히 연구해온 홍콩학 교수류영하 교수의 인문 여행 에세이집입니다. 홍콩에 대한 내공 깊은 시선이 드러나지만, 동시에 유쾌한 투로 집필되어 있어 홍콩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1월에 출간되어 화기애애하게 북투어를 다녀온 게 엊그제 같은데 이후 홍콩사태가 불거져 더욱 마음이 쓰이는 책인 것 같습니다한 책만 뽑으려니 힘드네요...! 사실 책을 뽑는 것이 아니라, 책이 저자 선생님으로 기억되어 더 고르기 힘든 것 같습니다.

홍콩 산책의 저자이자 항상 세계인의 마인드를 일깨워주시는 류영하 교수님을 시작으로 밝은 미소로 편집자를 배려해주셨던 김문주 작가님, 늘 철두철미하게 원고를 보내주셨던 박원용 교수님, 긴 시간 공들여 번역하신 작품의 마지막을 함께해서 영광이었던 김영옥 역자님, 멀리 LA에서 날아와 2주간 함께했던 유쾌한 크리스틴 펠리섹 기자님, 단어의 맛 하나까지도 살려서 잘 번역해주신 이나경 역자님, 미팅마다 즐거웠던 조세현 교수님을 비롯한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님들, 소설가의 삶에 함께해서 뜻깊고 감사했던 정우련 작가님, 항상 산지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구모룡 교수님,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던 류장수 교수님, 정광민 이사장님까지. 모두 다 감사했습니다!

곧 출간될 마르크스 책을 편집하면서는 함께 사는 사회와 일의 가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편집자는 모든 걸 공부할 수 있는 감사한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좋은 책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2020년은 그렇게,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조금 더 고군분투하며 힘차게 살아가기를 다짐해봅니다. _실버 편집자


                                                                                      

골목상인 분투기

골목상인 분투기는 저자와 가장 많은 소통을 했던 책으로 기억이 남습니다. ‘열정 만수르인 이정식 작가님의 에너지에 오히려 제가 숨을 헐떡거리며 쫓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의 열정은 단순히 내 책을 내보겠다하는 마음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중소상공인들을 향한 간절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확고한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참 아름답고, 멋지다는 걸 이정식 작가님을 보며 느꼈습니다. 항상 열정 가득한 작가님의 반짝반짝한 눈빛이 기억에 남네요. 이 책이 올해에만 3쇄를 찍은 효자 책이라는 자랑을 끝으로, 조심스레 외쳐봅니다. “2020년엔 <골목상인 분투기> 4쇄 가즈아~!” 

상인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다녔습니다. 그들의 고통스럽고 처절한 삶을 글로 쓰는 일은 고민스럽고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그들의 사연에 많이 울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벼랑 끝에 매달린 상인들을 방치하는 세상이 야속하기만 합니다.”_날개 편집자


                                                                                       

 <일상의 스펙트럼> 시리즈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내가 선택한 일터싱가포르에서

 베를린 육아 1』 유방암이지만 비키니는 입고 싶어 

올 한 해 동안 작업한 책 중에 가장 생각나는 책을 뽑아보라면 역시 읽을 때 재밌었던 책과 만들 때 힘들었던 책을 후보에 올리게 됩니다. 그럼 이 둘을 짠하고 합치면? 표지 작업할 때마다 쓰러져 울게 되는 일상의 스펙트럼 시리즈가 나옵니다. 누군가에겐 일상이지만, 저에겐 좀 특별하고 남다른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내 일상 어느 한구석도 남들에겐 재밌는 이야기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몇 번째 시리즈쯤 되면 아~ 표지 일러스트요? 에이~금방 되죠~ 하는 말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요. _좀비 디자이너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추가합니다!

신불산』 제목은 어디에

부장님! 방금 샘플책 확인했는데 표지에 제목이 없어요. 담당 편집자의 연락을 받는 순간 심장이 쿵! 심쿵은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표지에 뭐가 보이나요. 오른쪽 상단에 빨치산 구연철 생애사라는 조그만 문구가 있어요.

중쇄본 제작하면서 제목이 빠져 있는 먹박용 초판본 파일을 잘못 보낸 탓이다. 제목이 없는데 표지 인쇄하면서 이상하지 않았냐고 애먼 인쇄소를 탓해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행히 소량 제작해서 큰 손실은 없었지만 재발주 내고 서점에 나간 책 반품받고 재인쇄 해서 다시 보내야 한다. 수습하는 데 만만치 않은 품이 든다.

출판 일상은 참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초등학생 때 열심히 그려낸 불조심 포스터의표어가 새삼 떠오른다. 최종 파일도 다시 보자! _권디자이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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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12.31 1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모두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

  2. BlogIcon Peace21 2019.12.31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9년 중간 즈음부터 함께하는 바람에 '올해의 책' 선정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산지니의 책, 저자, 그리고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맞아 펴낸 <다시 시월 1979>에 댓글로나마 한 표 보내봅니다~ :)

  3. 날개 2019.12.31 1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신불산 표지를 처음으로 오픈한 장본인이 바로 접니다 하하.
    표지를 보고, '응..? 으응..? 새로 찍으시면서 표지를 좀 심플하게 바꾸셨나...?' 등등 찰나에 많은 생각이 샤샤샥 지나간 기억이 납니다.ㅎㅎ
    그런데 제목 빠진 심플 버전도 꽤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 ^^

    • 동글동글봄 2020.01.02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랬나요?ㅎㅎ 저도 부장님이 보내주신 글을 받고 참 크게 웃었어요^^

힘들고 아플 때 서로 아껴주고 격려하며

웃으며 사는 세상을 위하여

사람 속에 함께 걷다

 

 

가난과 차별을 이겨내고, 함께 잘 사는 세상을 향해 매진하다                               

 

오랫동안 여성운동, 지역운동, 사회운동을 해온 박영미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전작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에 이은 두 번째 책. 사람 속에 함께 걷다1부에는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의 이야기가 에세이로, 2부와 3부에는 다양한 활동 내용이 인터뷰 형식으로 실려 있다.

석유를 재생해서 판매하는 일을 하던 집의 다섯째 딸로 태어난 저자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방끈이 길지 않았지만, 독선생을 두면서까지 공부를 많이 하셨던 아버지와 자주 아팠던 어머니, 그리고 가족을 위해 공부까지 뒤로 미룬 큰언니는, 저자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도록 하는 동력이 되었다.

민주화운동을 하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정의의 편에 서겠다는 생각을 했던 저자는 그동안 현장에서 여성노동자, 장애인, 한부모, 미혼모 등을 만나면서 그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최근까지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배움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돕는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을 지냈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자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금은 낮은 곳에서, 더욱더 뜨거운 마음으로, 발로 뛰며 일하다 _____________________

 

"나는 부르면 달려가는 사람이다. 아니 부르지 않아도 보이면 찾아가는 사람이다. 어려운 것이 없는지 도와줄 게 없는지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다.” - ‘책을 펴내며중에서

시민과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큰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온 저자는,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더 눈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 미혼모와 한부모 가족, 여성노동자와 실직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늘 고민하며, 그들이 행복하게 살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에 2부와 3부의 인터뷰를 맡은, 한국해양대학교 데이터정보학과 배재국 교수는, 온갖 사회적 비난 속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어린 미혼모나, 낙태를 하지 못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음성이 떨려 나올 때 감명을 받았다고 전한다.

부산의 원도심인 영도구와 중구 등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낙후된 곳을 편견으로 바라보기에 앞서 지역 현안을 살펴, 그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생각하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힘 쏟는다.

물론 도시 전체 시민들을 위한 일도 해왔다. 건강도시사업이나 자원봉사센터 운영, 아기 돌봄 등은 비단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차원에서 폭넓게 진행해 온 활동이다. 저자가 발로 뛰는 주민활동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 사는 세상,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저자는 부산에서 전국으로, 전국에서 다시 부산으로 그렇게 활동하며 사람 사는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종횡무진 노력해왔다. 추천사에서 송기인 신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세상의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삶을 버리고 사회 곳곳의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다수를 앞에 두고 혼자 말하는 강의보다는 여러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이 편하다는 저자는 올여름 NO아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비록 혼자 활동하지만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마치 가족과 함께하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도 한다. 역시 그녀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바라는,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이다.

사람 속에서 길을 찾고, 오늘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저자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봄 직하다.

 

 

* 책 속으로

P. 41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닦달하고 경쟁으로 내모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삶인가? 서로 비교하며 경쟁하여 외로워지지 말고 서로 협력하여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인해 그동안 나를 옥죄었던 경쟁심이 사라지는 해방감을 맛보았다.

P.57-58  저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은 평가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서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 자기가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 평가가 토대가 되어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계속할 수도 있고 또 합당한 지위도 얻을 수 있잖아요. 조직이 원활하고 생기 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평가제도를 연구해서 더욱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P.129  이 세상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많이 감성적인 사람이더라고요. 눈앞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보이니까 너무 쉽게, 빨리 공감이 되는 거예요. , 이런 문제를 진짜 해결해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까 그 일에 나서게 되는 거죠.

P.187 저는 영도구, 중구는 주민자치의 전통이 확실하게 뿌리내린 곳으로 유명해지기를 바랍니다. 위기는 언제든지 옵니다. 그럴 때 주민자치가 튼튼하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죠. 주민자치가 강하면 정책적으로 소외시키려 해도 할 수 없어요.

 

* 목차

책을 펴내며 / 추천사

1부 석유집네 다섯째 딸  어린 시절 / 청소년 시절 / 청년 시절 / 세 아이 엄마

2부 더 낮게, 더 뜨겁게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420/ 교육이 미래다 / 부산에서 전국으로, 전국에서 부산으로 / 발로 뛰는 주민활동가 / 어렵고 힘든 이웃 속으로 / 생활 속 정치 / 평화가 밥이다 

3부 날자 원도심, 중구와 영도  지역 격차가 문제야 / 주민이 주인입니다 / 중구와 영도, 산적한 현안들

 

 
사람 속에 함께 걷다  박영미 지음

214쪽 / 15,000원 / 2019년 12월 20일 / 978-89-6545-638-4 / 145*212 / 사회학, 사회문제  

 

 

사람 속에 함께 걷다 - 10점
박영미 지음/산지니

 

Posted by Peac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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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금 하나

|정정화 소설집

 

 

▶ 소설집 『실금 하나』, 다양한 삶 속의 일그러진 관계를 비추다
정정화 소설가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작가는 『실금 하나』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친구 사이에서 관계가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주목한다.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도 참된 삶을 갈망하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등장시키며 독자에게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묻는다. 이번 소설집은 문학평론가 구모룡 교수의 해설로 작품의 이해에 깊이를 더했다.

 

 

▶ 현대사회에서 어그러지고 깨어지는 가족을 그리다
정정화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되어 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요양병원과 요양원, 딸의 집을 전전하며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다. 노인의 딸과 며느리는 아픈 노인보다 남겨진 재산의 향방에 더 관심이 있다. 점점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하던 노인은 그리워하던 고향집에 가보지도 못한 채 결국 재산을 놓고 다투는 자식들을 눈앞에 두고 죽음을 맞는다. 작품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부모의 임종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씁쓸한 세태를 그린다.
「201호 병실」은 201호 병실에 있는 병원용 침대가 담아내는 환자들의 일상이라는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병실에는 안 노인과 구 노인 그리고 중환자 할머니가 있다. 두 노인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퇴원만을 기다리지만, 몸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간다. 무생물을 화자로 그려내는 노인들의 병상 생활과 그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버린 노인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한편, 작가는 다음 작품을 통해 관계가 멀어지고 깨어진 부부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먼저 「돌탑 쌓는 남자」의 주인공 ‘나’는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진을 경험하고, 집에서 나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피신하는 와중에 한 남자가 길 너머에서 돌탑을 쌓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남자는 자신의 무관심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돌탑을 쌓는다고 했다. 아이의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과 육아에 관심이 없는 남편과 관계는 소원해졌으며, 승진하는 옛 동료의 소식에 무기력함이 깊어가고 있었던 ‘나’는 돌탑 쌓는 남자가 건네는 한마디에 스스로를 괴롭혔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다음으로 표제작 「실금 하나」는 삼십 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조기 폐경을 맞게 된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는 조기 폐경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만 집에 둔 채 늦은 밤 밖으로 나간다. 남편인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아내의 행동의 이유를 찾아가다가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결정적인 사건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실금 같은 작은 틈이 조금씩 벌어져 부부간의 사이가 멀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이 두 작품에서 작가는 회사의 성과에 매여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남편, 경력단절과 육아로 힘겨워하는 아내, 그로 인해 멀어지고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보여준다. 회사와 가정,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겨워하는 부부의 모습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상황이기에 공감을 불러온다.

 

 

▶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을 갈망하다
정정화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을 찾아가는”(구모룡 평론가) 인물들을 담아냈다. 「가면」에서는 중년의 나이에 초보 보험설계사가 된 ‘정민’이 회사에서 겪는 부조리를 가면이라는 소재로 드러낸다. 미모의 팀장 ‘송가희’는 정민이 가져온 보험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서 보험왕에 뽑힌다. 지점장은 송가희를 위해 가면무도회를 열기로 하고, 정민은 이 자리에서 가면을 쓴 채 가희의 모든 부당함과 부정을 폭로하고자 한다. 조직 내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약자의 모습을 가면무도회라는 장치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너, 괜찮니?」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춘 남녀인 ‘나’와 ‘그’가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겪는 부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을 보여준다. 나는 교육현장에서 횡행되는 비윤리적인 일을, ‘그’는 상사에게 강요당하는 동성애의 폭력을 겪는다. 그는 상사에 대항하다 구치소에 수감되고, 나는 기간제 일을 관두게 된다.
「크로스 드레서」 역시 막막한 현실을 살아내는 한 청춘이 어떻게 그 현실을 탈피하는 지를 그린다. 교사임용시험 공부를 하는 장수생인 나는 2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되고, 사회 담당 염 선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얼마 후 염 선생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고 임용시험에 다시 떨어진다. 도망칠 곳 없는 현실 앞에서,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작품 「빈집」은 거짓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한 자아가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섬 총각 ‘현수’를 통해 보여준다. 신붓감을 찾기 위해 육지로 나온 현수는 고향 선배 기태를 만나고, 자신의 전 재산을 기태의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그러나 기태는 현수에게 월급 주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현수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던 미영과 기태의 사이를 수상하게 느낄 무렵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뒤 현수는 다시 고향집으로 내려가고, 무성한 풀이 자란 집에서 엄마의 주검을 발견한다.

 

 

거짓된 삶을 직시하고 거부하며 저항하는 인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실금 하나』의 작품은 노인문제, 부부문제, 비정규직 문제, 갑을관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그러지고 깨어진 관계 속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일상이 아닌 것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또한 나의 삶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애씀이 더욱 와닿는다.

 

 

| 첫 문장     

오랜만에 옷장에 걸린 옷들을 살핀 건 결혼 10주년을 맞아 식당 예약을 해놨다는 남편의 말 때문이었다.

| 책 속으로

P. 77    절규 가면을 들고 거울을 봤다. 볼을 홀쭉하게 하고 입을 벌려보았다. 거울 속 정민의 표정도 절규하는 것처럼 일그러뜨려졌다.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얼추 비슷한 표정이 만들어졌다. 가면과 민낯의 일치에 정민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_「가면」

P.117     철제로 된 몸통에 스펀지를 감싼 인조 가죽, 바퀴, 안전 가드로 이루어진 내 모습. 나는 매트리스를 받쳐주는 철 부분에 길쭉하게 긁힌 흔적이 있다. 환자를 이송하던 중 벽 모서리를 지나다 생긴 상처인데 그때 여자가 비명을 질렀던 기억이 또렷하다.                                                                                   _「201호 병실」

P. 171    등대는 언덕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현수는 고깃배를 타고 엄마가 있는 섬으로 가는 중이었다. 배가 엔진 소리를 내며 파도를 가로질러 미끄러졌다. 습한 바람이 물보라가 들이치는 뱃머리에 눅눅한 기운을 몰고 왔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_「빈집」

 

| 저자 소개

울산 울주 배냇골에서 태어났다.

2015년 경남신문과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고양이가 사는 집」(필명 길성미), 「담장」이 각각 당선되었다.

단편 「쿠마토」가 『2016 신예작가』에 실렸고, 2017년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연암서가), 2019년 6인 작가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문학나무)를 출간했다.

 


 

| 목차

돌탑 쌓는 남자 /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 가면
실금 하나 / 201호 병실 / 너, 괜찮니?
빈집 / 크로스 드레서

해설(구모룡 평론가) / 작가의 말

 

실금 하나_정정화 소설집

정정화 지음│240쪽│15,000원│

2019년 12월 17일 출간

978-89-6545-637-7│140*205

 

 

 

실금 하나 - 10점
정정화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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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12.30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나상ㅎㅎ 손이 예쁩니다 : )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석정연 지음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사서!

불안한 고용과 과도한 업무 등 

도서관 노동 현장을 이야기하다


비정규직 고용계약이 반복되는 도서관 노동 현장을 기록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도서관의 계약직 사서로 근무한 저자가 6년 동안 경험한 도서관의 노동 현장과 학교와의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적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재능기부로 독서지도 수업을 하다 학교 측으로부터 도서관 사서 도우미를 권유받았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일한 노력을 인정받아 학교 관리자로부터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녀는 2년 동안 주경야독하며 사서교육원을 졸업해 준사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사실에 기뻐한다. 그러나 바뀐 학교 관리자는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고 말하고 오히려 저자의 급여를 월급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같은 일을 해왔음에도 더 좋지 않은 고용계약을 해야 했다.

실제로 2019년 서울지역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노동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고 시간제, 기간제,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 글을 쓴 이유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조건에서 일하며, 도서관 노동 현장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력단절 여성들

경력단절 여성이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도 두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초단시간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유연하게 근무하는 일을 구하다 보니 자기주도학습 지도사, 방과후 매니지먼트, 방과후 아동지도사,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등등 자격증을 취득해 일하는 것이었다. 이 자격증만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해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전적으로 일에 매달릴 수 없었다.

책에는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저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 있다.



도서관이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본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

저자는 사서가 “조용히 책을 읽다가 이용 학생들 대출 반납 업무하고 책 정리하면 퇴근하는 꿈의 직업 같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접 경험한 바로는 대출 반납 업무는 기본이고 독서 진흥 행사, 도서관 소식지 발행, 상부 보고 업무 등 각종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저자는 학교 개교기념일에도 학교 관리자가 도서관 문은 열어야 한다고 해서 출근했다. 물론 수당을 더 주는 일은 없었다.

저자의 경험을 단지 개인의 일로 여겨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근무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과도한 업무와 수당 없이 근무해야 했던 휴일 근로 등을 했을 법하다. 더군다나 계약직으로 근무했고, 계약연장을 원했던 초단시간 근로 사서는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다시 한번 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첫 문장

아이들에게 배움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책 속으로

p.9 알게 모르게 그냥, 원래 그런 거라고 당연하게 수용했던 것들이 우리 자신을 더 낮추고 미약한 존재로 만든다. 덩치가 크든 작든 같은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코끼리의 말뚝이론’과 ‘벼룩의 자기 제한’처럼, 갇힌 틀 속에서의 반복된 학습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일까 봐, 신분계층 사회의 불가촉천민인 양 자본주의의 희생양이 될까 봐 안타까웠다.

p.32 힘들 때만 되면 아이들이 힘을 준다. 이상하게 우리 학교 아이들과 텔레파시가 통하는 건지 내가 그때마다 기운이 없어 보였던 건지 가끔 받는 아이들의 손편지는 정말 짜릿하다. 켈로그를 먹으면 호랑이 기운이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들의 격려와 감사, 그 힘으로 6년을 버텼다.

p.60 2014년, 계약서상 근무시간이 아닌 비공식적인 가계약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그런데 마치는 시간 전에는 도서관 업무 특성상 청소를 미리 한다거나 마칠 준비를 미리 할 수가 없다. 폐관을 알려도 책을 덮을 수가 없어 한참을 더 보고 가는 학생, 부랴부랴 뛰어와서 방과후 수업을 듣고 오느라 늦었다며 미안해하는 학생들을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여차여차 사연 있는 학생들이 다 돌아간 뒤에 청소를 시작한다. 복도 공간을 포함한 두 개 교실 크기라 쓸고 닦고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된다. 퇴근 시간 한 시간은 훌쩍 지나 있다.

p.75 조용히 책을 읽다가 이용 학생들 대출 반납 업무 하고 책 정리하면 퇴근하는 꿈의 직업 같았다. 나도 처음에 그렇게만 생각했고 사서 선생님 모습이 그렇게 보였으니까. 그런데 겉모습만 우아한 백조였다. 물아래에서 요란하게 물갈퀴질을 해야 하는 숨은 노력이 가려진, 오해받기 딱 좋은 직업이다.

p.141 ‘초단시간 근로자’라는 단어도 고용노동청에서 처음 들었다. 아! 내가 초단시간 근로자구나! 그러고 나서 각종 교육청 공문 곳곳에 표시된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제외’라는 항목이 떠올랐다.



석정연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종류 불문하고 늘 책을 가까이하고 놀았다. 한때는 책과 담을 쌓기도 했지만, 귀소 본능인지 다시 책과 함께하는 사서의 삶을 산 지 6년째다. 운명의 반쪽인 남편을 만나 25년을 꽉 채우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멋진 아들과 예쁜 딸,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좋으면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는 미련함과 서툰 사회생활이 몸 고생 마음고생의 원인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고용 계약의 불평등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이기도 한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펜을 들었다.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석정연 지음│국판(148*210)244쪽│15,000원│2019년 12월 20일
978-89-6545-636-0 03360

이 책은 초등학교 도서관의 계약직 사서로 근무한 저자가 6년 동안 경험한 도서관의 노동 현장과 학교와의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적은 에세이집이다. 실제로 2019년 서울지역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노동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고 시간제, 기간제,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 글을 쓴 이유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조건에서 일하며, 도서관 노동 현장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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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가 <연합뉴스>에 소개되었습니다!



▲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 석정연 지음.

계약직 사서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한 저자가 6년 동안 경험한 노동 현장의 모습과 학교와의 불공정한 계약 실태에 관해 적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재능기부로 독서지도 수업을 하다 학교 측으로부터 도서관 사서 도우미를 권유받았다.

학교 측은 저자가 열정적으로 일한 노력을 인정해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고무된 저자는 대학 부설 사서교육원에 등록해 각고의 노력 끝에 준사서 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그사이 바뀐 교장은 자격증을 내미는 저자를 외면한 채 오히려 저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 사서를 뽑겠다며 모집 공고를 낸다.

저자는 하소연할 곳을 찾아 고용노동청 상담원을 만나고서야 자신이 어떠한 법적 보호도 거의 받을 수 없는 '초단시간 근로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봉사직으로 전환하든가 그만두라는 학교 측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월급제에서 시급제로 바뀌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간신히 체결한다.

일은 그대로이고 근무 경력은 늘었는데 대우는 더 열악해진 것이다.

그나마도 저자가 교육청 등 관계기관을 찾아 하소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저자는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비정규직 속에서도 구별을 짓고, 차별이 일어나면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널리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산지니. 244쪽. 1만5천원.


<연합뉴스> 원문읽기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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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씨 著 `우아한 여행'
엄마·딸 타이틀 내려놓고
`나'를 위해 나선 전국일주

자신을 춘천 아줌마라고 소개한 박미희씨가 배낭 하나 둘러 메고 시작한 전국 일주 여행기 `우아한 여행'이 출간됐다.

저자는 딸,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나'를 위해 떠난 542일간의 전국 여행 기록을 이 책 안에 한가득 담아 놨다. 저자는 10년 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스스로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 `살아 있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홀로 전국 일주를 결심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떠난 여행 속에서 그는 다양한 이야기와 조우한다.

정선에서 난생처음으로 시도한 히치하이크를 비롯해 고령에서 만난 할머니 친구 그리고 꿈에 그리던 백령도에서 본 평생 잊지 못할 풍경 등이 그에게 다가왔다.

저자는 홀로 나선 여행을 통해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밝아짐을 느꼈다. 특히 앞으로의 인생을 후반기가 아닌 2막으로 바꿀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그리고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조언한다. 씩씩하게 여행을 떠나라고. 저자는 “전국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그 감사함을 앞으로 내가 만날 모든 분에게 나누며 살아가기로 다짐한다”고 말했다. 산지니 刊. 240쪽. 1만5,000원.

강원일보 오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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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여행 - 10점
박미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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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이별의 끝, 남겨진 기억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김민주

 

 

휴전선 넘어 북한으로 출근하는 일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북한 주민들과 직장동료가 되는 소설 같은 일이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일환이었던 ‘개성공단’에서는 가능했다.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는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저자가 1년간 개성공단공업지구 공장동에서 영양사로 일을 하며 만난 북한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성공단 폐쇄 전 1년간 이야기

일상서 피어나는 우정·연대 ‘뭉클’

저자는 2015년 봄 하루 한 대밖에 없는 관광버스를 타고 북한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들을 외우고 또 외우며 개성공단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누리미 공장동 외에 공단 내의 3000여 명을 위한 급식 식자재 반출입과 북한 직원 관리 총괄 업무를 하며 그들의 ‘점장 선생’으로 사계절을 보냈다. 북한 체제 속에 사는 개성 주민들과 교류·관찰하고 느낀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당시 스물아홉 살이었던 저자는 북한 직원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마흔둘이라 속이며 일을 시작했다. 커피 믹스로 직원들과 마음을 주고받고, 손을 다친 북한 직원의 손가락에 조장 몰래 약을 발라주었다. 겨울에는 남한과 북한의 김칫소를 서로 바꿔 먹기도 했다.

저자가 북한 성원(직원)들과 지내면서 겪은 일화들을 미소를 짓게 한다. 북측 직원들은 식당 급식에 메뉴로 나온 스파게티의 토마토소스가 무슨 맛이 있냐며 김칫국물에 비벼 먹었다. 풀떼기는 왜 먹냐며 샐러드는 안 먹고, 감자는 쳐다보기도 싫다며 손도 안 댔다. 달걀프라이 하나를 먹기 위해 다 같이 투쟁했던 그들이었다. 결혼 직전 급하게 다이어트를 하던 저자에게 그들은 “그렇게 밥 굶다 죽어요!”라며 진심으로 걱정해줬다. 

세관원, 군인, 노동자, 면세점 아가씨, 경비원, 북한 직원들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남한 사람들처럼 그들 역시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가족을 먼저 떠올리고, 고부 갈등을 겪고, 겨울엔 김장을 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남북 간에 미묘한 낌새가 있을 때마다 그 안에서 있던 긴장감과 매일 일상을 통해 피어나는 우정과 서로에 대한 연민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2016년 초봄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로 더는 그곳에 못 가게 됐다. 연휴가 끝나면 함께 먹으려 했던 개성의 사무실 책상 위의 사과와 과자들, 숙소의 옷가지와 물품들, 냉장고 속 식자재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와야 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약 없는 이별의 끝이 너무도 길다. 김민주 지음/산지니/222쪽/1만 5000원. 

김상훈 기자 neato@ 

☞기사 원문 바로가기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10점
김민주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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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련(사진) 소설가가 두 번째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산지니)을 냈다. 2005~2019년 발표한 단편 7편이 실렸다.

 

정우련 15년 만의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 출간

첫 소설집 이후 15년 만의 출간이라는 점에서 ‘중력’이 느껴진다. 작가의 말에 써놓은 ‘한때 소설 쓰기가 사치가 아닌가 하고 주눅 들고 쭈뼛거리’기도 했다는 것이 그 중력의 실체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통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통증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거라고’(‘통증’) 한다. 아니 “사랑은 극심한 통증”이라고 한다. 통증이 글을 쓰게 한다는 것일 터인데 이제 그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회복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표제작 제목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의 뜻은 물이 끓기 시작해서 4분 후면 달걀이 알맞게 익는다는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핵심적인 삽화를 가져와 우리에게 허락된 ‘뜨거운 사랑’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얘기한다. 짧은 순간이 지나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가 썼듯이 짧고 강렬한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수도 있으며 더욱이 삶에서는 ‘빛나는 것만 의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편 ‘처음이라는 매혹’에서 다음의 구절이 그걸 말하고 있다. 작중의 88세 할머니는 ‘어찌 된 판인지 하나하나가 다 낯설고 생전 처음인 거 같을 때’가 있는데 ‘죽음이야말로 내가 세상에 나서 생전 처음 겪는 진짜로 매혹적인 순간이 아니겠나 싶다’고 한다. 죽음을 처음 겪을 매혹으로 생각한다는 그 말은 생을 무한히 긍정한다는 것이다. 통증으로 예민하게 마주하는 생은 매혹으로 넘칠 거라는 말이겠다. 성장사를 구수하고 아릿하게 그린 ‘말례 언니’ 등의 단편도 들어 있다. 그는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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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끓고 나서 4분간 - 10점
정우련 지음/산지니
Posted by Peac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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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멘 아줌마의

름다운 국 홀로 여행

 

우아한 여행

 

 

 

▶ 착한 딸, 아내, 엄마로 차곡차곡 살아온 아줌마가

자신을 위해 떠난 542일간의 여행

국내 모든 시·군 삼 일 살아보기에 도전하다!

 

50대 아줌마가 씩씩하게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전국 일주 여행기. 이 책은 착한 딸로, 살림하는 아내로, 아들딸 키우는 엄마로 성실한 삶을 살아오던 저자가 딸,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나’를 위해 떠난 542일간의 전국 여행 기록을 담았다. 정선에서 난생처음으로 한 히치하이크, 고령에서 만난 할머니 친구, 꿈에 그리던 백령도에서 본 평생 잊지 못할 풍경. 저자는 전국을 거닐며 마주한 사람과 풍경을 솔직하고 따뜻한 문체로 전한다. 그리고 자신과 동년배인 중년 여성들이 여행을 통한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인생 후반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아줌마라고 즐겁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여행이 주는 뭉클한 위로와 단단한 용기

 

“처음엔 그냥 좋아서 여행했어. 그런데 점점 여행을 하면서 이 여행을 통해 우리 나이 든 아줌마들도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특히 잘나고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엄마처럼 어리숙하고 평범한 사람도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_ 「딸과 함께하는 여행」 중에서

 

저자는 10년 전, 남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깊이 질문한다. 이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 ‘살아 있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용감하게 홀로 전국 일주를 결심한다.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용기 있게 떠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따스한 마음, 애달픈 삶,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다. 그렇게 홀로 힘차게 뚜벅뚜벅 걸어 나가며 여행을 통해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밝아짐을 느꼈다. 앞으로의 인생을 후반기가 아닌, 2막으로 바꿀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아이들도 다 자라고, 남편 뒷바라지도 필요 없는 지금, 마음껏 떠날 수 있지만 한 번도 홀로 떠난 적 없어서, 나보다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해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저자는 씩씩한 여행을 권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매일매일 새로움 가득한 세상으로 초대한다.

 

 

▶ 여자, 홀로 여행한다는 것

새로운 나를 만나며 깊어지고 넓어지는 삶

 

그런데 왜 여자는 항상 두려울까? 여자도 여유를 즐기며 여행하고 싶은데. 여자도 두려움 없이 설렘만 가득 안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고성 해파랑길에서 싱거운 소란을 겪으며 여자도 홀로 안전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강한 마음이 솟구쳤다.

_「여자‘라서’ 혼자 여행합니다」

 

홀로 전국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이 위험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떠나보니 모두 기우였다. 저자는 여행을 하며 마음부터 움츠러들었음을 알게 되었고, ‘여자라서 잘 못 해. 여자가 그러면 안 되지.’라는 편견 속에 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나고, 더욱 풍성한 삶을 경험하면서 저자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우리는 모두 자유인이므로, 혼자라도 어디든 당당히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쉴 틈 없이 달려온 나를 위해, 또는 고생한 엄마를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가장 익숙한 곳부터 떠나는 ‘우리 한국 여행’을 권해보면 어떨까? 책의 끝부분에는 홀로 여행을 위한 팁이 있어 떠날 이들의 준비를 돕는다. 끊임없이 배우고, 강해지고, 성숙해질 ‘우아한 여행’에 여러분도 함께하길 바란다.

 

책속으로

 

P. 26 벽돌공 그녀를 만나며 갑자기 마음에 힘이 솟았다.

‘여자라고 못 할 게 뭐야! 여자라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여자도 다 할 수 있어!’

P. 49 이런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었다.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간 가슴 진한 삶이 궁금했다. 나이는 쉰이 넘었어도, 내 안에는 아직 호기심 가득한 주근깨 소녀가 살고 있다. 고령을 구석구석 걸으며, 졸고 있던 그 소녀가 비로소 기지개를 켰다. 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고령을 찾아오기 정말 잘했다.

P. 52 여행에서 만난 고령 할머니와 이탈리아 할아버지는 나에게 우리네 삶이 어때야 할까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살면서 꼭 대단한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하고 명성을 날려야 하나? 시골구석에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는 노인으로 늙어가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정성스럽게 살아가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는 삶. 자신의 속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마음 깊이를 더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닐까.

P. 73 그 친구는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을 모시며, 아이를 키우며, 사업도 하며 쉴 틈 없는 세월을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나이 오십이 넘어 있었다. 나를 위한 것은 하나도 없는 희생만이 가득한 삶이었다. 어느 순간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는 착한 사람이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시부모님에게도 착한 사람, 자식에게도 착한 사람, 남편에게도 착한 사람이 되느라 지쳐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P. 96 여행은 우리 안에 가라앉아 있던 것들을 지금 여기로 소환해온다. 바쁜 생활 때문에 잊고 사는 것들, 어른처럼 행동하느라 감춰두었던 것들을 불러다준다. 그러면 우리는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나로 다시금 살아보는 것이다. 때론 분위기 있게, 때론 천진난만하게.

P. 122 여행은 나를 바다까지 뚫고 건너가라고 부추겼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라고. 그 용기가 하나둘 내 안에 쌓여가며 연금술을 부리고 있다. 내 가슴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참 잘했다는 자긍심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P. 216 진정으로 홀로 되어 선 사람만이 더불어 온전히 둘이 될 수 있다. 불안한 하나가 둘이 된다고 부족함을 채우고 온전해질까? 그렇지 않다. 더 힘겹다. 자신 안에 남아 있는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아픔은 언제라도 상대에게 날을 세울 수 있다. 홀로 온전할 수 있어야 둘도 행복하게 만들어간다. 홀로 여행은 홀로 온전히 서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다. 그래서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일 게다.

 

저자 소개

박미희

경희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대안학교에서 보건 교사 그리고 야생화 교사로 일했다. 들에 피어난 풀꽃과 숲을 사랑하는 숲해설가이자, 생명을 다하고 스러져가는 열매껍질, 나무토막, 마른 잎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생태공예가이다. 춘천 봄내길, 제주도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모든 시・군에서 삼 일을 살아보는 여행을 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정성스럽게 살아가고자 하는 춘천 아줌마이다.

 

목차

 

우아한 여행

박미희 지음│240쪽│15,000원│2019년 12월 20일

978-89-6545-634-6│140*210

50대 아줌마가 씩씩하게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전국 일주 여행기. 이 책은 착한 딸로, 살림하는 아내로, 아들딸 키우는 엄마로 성실한 삶을 살아오던 저자가 딸,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나’를 위해 떠난 542일간의 전국 여행 기록을 담았다. 정선에서 난생처음으로 한 히치하이크, 고령에서 만난 할머니 친구, 꿈에 그리던 백령도에서 본 평생 잊지 못할 풍경. 저자는 전국을 거닐며 마주한 사람과 풍경을 솔직하고 따뜻한 문체로 전한다.

 

 

 

우아한 여행 - 10점
박미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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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축복통로 2020.03.16 1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미희 작가의 블로그를 알수 있을까요?

 

▲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김민주 지음.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1년간 이곳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저자가 만난 북한과 북한 사람들 이야기다.

저자는 2015년 봄, 하루 한 대밖에 없는 관광버스를 타고 북한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외우고 또 외우며 개성공단으로 향한다.

저자의 북한 근무는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였다. 파키스탄 지진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이들과 비슷한 곤경을 겪고 있는 휴전선 너머 동포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고 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대학과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그 사이 통일부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일하며 북한의 식량 문제를 더 깊이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고 북한 주민들의 영양 실태에 관해 학위 논문도 썼다.

그렇게 석사학위를 받고 난 직후 개성공단에서 근무할 영양사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가족들과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의 염려와 만류를 극복하고 결국 개성공단에서 일하게 됐다.

근무 첫날에 같은 식당에서 일하게 된 북한 종업원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29살이던 자신을 42살이라고 소개하던 선임 영양사에게 얼떨결에 동조할 만큼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꼈지만 세월이 가고 정이 쌓이면서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성공단에서 4계절을 다 보내고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 "새벽 추위에 발이 얼어터지겠다"던 북한 종업원들을 위해 지하철역에서 털신을 산 저자는 이걸 받아들고 그들이 얼마나 즐거워할지를 상상하며 신나던 중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연락을 받는다.

연휴가 끝나면 함께 먹으려고 개성공단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사과와 과자, 그리고 숙소의 옷가지와 물품들, 냉장고 속의 식자재들을 그대로 둔 채 퇴근한 지 4년이 다 돼 가도록 일터였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지니. 222쪽. 1만5천원.

연합뉴스 기사 바로보기

 

◆ 개성공단 영양사가 본 북한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김민주 지음 / 1만5000원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저자가 1년간 개성공단 공장동에서 영양사로 일하며 만난 북한과 그곳 사람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기아 문제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하고, 영양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매일경제 기사 바로보기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10점
김민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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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개성에서 보낸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

그리고 다시 봄을 함께 보내고 싶었던, 그곳 사람들을 기억하다.

 

 

 

▶나의 직장은 북한의 개성공단입니다
휴전선 넘어 북한으로 출근하는 일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언젠가 대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북한’으로 취업준비를 하게 될 날이 올까? 북한 주민들과 직장동료가 되는 소설 같은 일이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일환이었던 ‘개성공단’에서는 가능했다.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에는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저자가 1년 간 개성공단 공장동에서 영양사로 일을 하며 만난 북한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봉사활동을 위해 찾아간 파키스탄에서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밥을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을 만난 기억이 있다. 그 모습에서 분단된 조국과 그 땅에서 일어났던 한국전쟁을 떠올리고는 북한과 통일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기아문제로 고통 받는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하고, 영양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개성공단에서 보낸 봄, 여름, 가을, 겨울
저자는 2015년 봄, 하루 한 대밖에 없는 관광버스를 타고 북한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들을 외우고 또 외우며 개성공단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누리미 공장동 외에 공단 내의 3,000여 명을 위한 급식 식자재 반출입과 북한 직원 관리 총괄 업무를 하며 그들의 ‘점장 선생’으로 사계절을 보냈다.
당시 나이 스물아홉 살이었던 저자는 북한 직원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마흔둘이라 속이며 일을 시작한다. 커피 믹스로 직원들과 마음을 주고받고, 손을 다친 북한 직원의 손가락에 조장 몰래 약을 발라주며, 겨울에는 남한과 북한의 김칫소를 서로 바꿔 먹기도 한다.
때로는 서로의 표현 방식이 달라 마음을 오해해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도 남북의 체제 경쟁으로 신경전을 벌일 때도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약 없는 이별 앞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연휴가 끝나면 함께 먹으려 했던 개성의 내 사무실 책상 위의 사과와 과자들. 그리고 숙소의 옷가지와 물품들, 그리고 냉장고 속 식재료들.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못한 채, 이제 우리는 어쩌냐며 허탈해하던 개성에 일자리를 두고 온 남한사람들과 함께 어찌할 바를 모르던 2016년 이른 봄날의 기억이다.” _p.7

▶그곳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산다
우리가 접하는 북한의 소식은 대중매체를 통해 정제되고 가감된 이야기다. 하지만 북한에는 김정은이나 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도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가족을 먼저 떠올리고, 고부 갈등을 겪고, 겨울엔 김장을 하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세관원, 군인, 노동자들, 면세점 아가씨, 경비원, 그리고 매일 함께 살 맞대며 울고 웃었던 북한 직원들, 곧 평범하고 소소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에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남북 간에 미묘한 낌새가 있을 때마다 그 안에서 있었던 긴장감과 매일 일상을 통해 피어난 우정과 서로에 대한 연민 등이 녹아 있다. 남북의 정치·사회적 관계만을 말하는 대중매체에서는 듣지 못할, 선전용 문구 그 너머에 담긴 북한 사람들의 조심스럽지만 진솔한 마음도 엿볼 수 있다.

 

| 첫 문장                                                           
2016년의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 책 속으로                                                         
P. 28      물론, 계절이 아무리 흘러도 서로 입 밖에 내지 않는 이야기는 여전했다. 체제, 남한의 경제적 우위, 그리고 자유. 그랬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자유에 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P. 36      흰색 맥심도 안 되고, 아메리카노 맛을 꼭 닮은 카누도 안 되고 오로지 황금빛 노~오란 맥심만 달라고 했다. 이게 최고라고. 아마 동서식품에서는 본인들 회사가 얼마나 남한 자본주의를 북한에 은연중에 전파했는지 모를 거다. 100년도 안 되어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퍼진 커피, 그 풍부한 맛처럼, 모두의 생각도 마음도 평화롭고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P. 59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돌아간 미싱은 남한 사람들이 입는 좋은 브랜드의 속옷, 화장품, 이불, 신발, 고급 의류 등이 되어서 홈쇼핑으로, 백화점으로 납품된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서. 지난 십여 년간 남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그 옷을 입고, 신고, 바르고, 덮고 살아갔다. 개성에서 만들어진 물품이라는 것을 알면 깜짝 놀라겠지.

P. 212      방문 밖에 북한 사람이라니! 아마 그들도 신기했을까. 방문 안에 남한 사람이라니!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 남북 군인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휴전선을 지나 개성의 한 숙소에서 나는 북한 사람이 미소 지으며 배달해준 치킨을 먹으며 혼자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

| 저자 소개                                                         
김민주
우리 곁에 언젠가는, 그러나 반드시 다가올 통일을 묵묵하게 준비하는 사람.
90년대 수많은 아사자를 낳은 북한의 식량난은 그녀에게 체제와 이념을 넘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과와 유엔세계식량계획(UNWFP) 민간협력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난의 행군” 시절 성장기를 보낸 북한 주민들의 영양결핍에 대한 논문을 썼다. 개성공단 영양사 구인공고를 본 그녀는 석사를 졸업한 그달 휴전선을 넘어 개성 땅으로 향한다.
개성공단의 누리미 공장동 외에 공단 내 버스사업소 등 북한노동자 3,000여 명을 위한 급식 식자재 반출입 및 북한 직원 관리 총괄 업무 등을 하며 그들의 ‘점장 선생’으로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개성공단의 급작스러운 폐쇄 이후에도, 그녀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정착지원 업무를 하며 다양한 지역에서 온 각계각층의 북한이탈주민을 만나 북한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그녀는 남한과 북한이 함께 ‘우리’라고 부를 날을 소망하며 현재도 평화・통일 강연 및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봉사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목차                                                            

 

 

지은이_ 김민주
쪽   수_ 222쪽
판   형_ 130*190
I S B N_ 978-89-6545-635-3 03300
가   격_ 15,000원
발행일_ 2019년 12월 20
분 류_
사회과학 > 통일/북한문제
문학 > 에세이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10점
김민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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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자년 첫 번째 저자와의 만남은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출간한 정우련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동료 작가인 정영선 소설가의 대담으로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정우련│240쪽│국판 변형(135*205)
978-89-6545-628-5 03810
15,000원│2019년 9월 30일

『빈집』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집필한 단편들이 모였다. 전작 『빈집』에서 유년시절 가족과 집을 소재로 가족 균열의 모습을 담담히 드러냈던 정우련은 이제 시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각 소설에 단단한 깊이를 더한다.

정우련의 소설 속에서 화자의 시선은 다양하다. 화자는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일 때도 있으며, 때론 남편과의 끊임없는 언쟁에 소모감을 느끼는 중년의 여성이기도, 친구 앞에서의 모습이 전부인 청소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모두 팔팔 끓거나, 끓었거나, 끓기 전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삶과 사랑에서의 4분의 의미와 무용함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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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산지니 2019년 마지막 저자와의 만남 시간에는

구모룡 평론가와의 따뜻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추운 날인데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는데요,

특히 지역 문단의 시인과 소설가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문인들의 사랑방이 된 것 같았답니다. :)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함께 보실까요?

 

 

구모룡 평론가(이하 구):

비평가로서 제 비평의 길을 돌아보자면, 가장 노력했던 시기가 1980년대였던 것 같습니다. 1980년대는 시와 소설을 쓰는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고 활동하면서 얻은 게 굉장히 많은 시기였습니다. 전두환 체제 속 서정시가 좌절된 시대에 새로운 서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최영철 시인, 정일근 시인과 함께 ‘신서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낭만적으로, 혁명적으로 개념을 새로 쓰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때의 일들은 곁에 시 쓰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 와서는 대학교수가 되고, 비평가로서 게을러졌습니다. 문학과 멀어진 동아시아지역학과에 있다 보니 비평가로서 제대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해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특별히 80년대처럼 열정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든다든가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모든 이론가가 마찬가지이겠지만 저는 비평가는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에 맞추어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제시를 해줄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 요새 와서 그런 역할을 하기에 많이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이제부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나이 육십이 되어서 철이 든 것 같습니다. (웃음)

그런 활동 중 하나가 올해 산지니x공간에서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을 5회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11월, 12월은 쉬었지만, 내년 1월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시인 소설가분들을 모시고 그분들의 문학을 같이 이야기하는 정도라 미흡하다고 생각되어, 내년에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무엇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구: 한국 문학이 세계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문학은 침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역문학은 더욱 침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외적인 상황이 문학을 힘들게 만든 건 틀림없지만, 우리 문인들이 그것을 핑계 삼아 더 안일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히려 문학은 더 악조건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어차피 뉴미디어 시대에 글로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생산된 것들은 미디어를 통해 전시 효과만 상승되고, 정말 진정한 문학을 추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뉴미디어 시대의 폐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이유를 핑계 삼기보다는 맞서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 시인과 소설가는 본인의 삶을 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다른 자아를 내세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소설가와 시인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각 은유, 허구를 통해서 만들어간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근본적인 지향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소설가들이 시를 계기로 소설을 쓰기도 하고요. 두 직군이 문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 오가는데 단절된 부분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부분도 우리 문학을 후퇴시키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 대학교 1학년 때 소설가분이 특강을 와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본인은 소설을 논문 쓰듯이 쓴다고 하셨어요. 지금 상황이라면 뉘앙스가 좀 다르겠네요. 그 당시 논문은 굉장히 엄격하고 완벽한 것이라고 여겨졌거든요. (웃음)

그분 말씀의 요지는 그만큼 완벽한 계획하에 집필해서 완성품을 내놓는다는 뜻이었습니다.그런데 요즘 소설들, 특히 중단편을 보면 그 정도까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인터넷 시대에 독자가 책을 안 읽는다고 해서 그것에 맞추어 소설과 시가 더 짧아진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해봅니다.

최근에 미국 소설가 ‘리사 시’가 쓴 <해녀들의 섬>이라는 제주 해녀와 관련된 600쪽짜리 소설을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정말 놀랐습니다. 소설 한 편을 쓰는데 엄청난 공부를 했더라고요. 제주도에도 직접 몇 번이나 방문해서 해녀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한국 사람이 쓴 해녀 관련 소설보다도 더 자세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산지니에서 번역된 스위스 작가 아네테 훅의 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마닐라에 체류하면 필리핀 타갈로그어도 공부하고, 역사도 공부하고, 그렇게 노력해서 한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이지만 이렇게 노력해서 집필되는 소설도 많습니다. 문제는 시든 소설이든 정말 자기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분투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문학의 자리는 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세상이 그러하듯이요. 힘든 것을 회피하려 하면 오히려 좋은 문학이 안 나오기 때문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죽자 살자 작품에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일정 선에서 멈추면, 결국에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책 제목에 ‘폐허’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저녁에 특히 세상이 폐허 같다는 생각도 부쩍 하거든요.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비치는 '푸른빛'을 보면 다시 세상이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구: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1회를 함께 했는데 어느덧 103회에서 제가 작가가 되어 참석하게 되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 사람이 얼마나 모였니 하는 ‘행사’ 보다도 심도 있는 문학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서너 명이 모일지라도 같이 책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이 공간이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폐허의 푸른빛』을 내고 평론을 그만할까 생각도 했는데, 요새 와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시인, 소설가들 작품을 더 열심히 읽고,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인, 소설가님들을 우러러보면서 작품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오늘 조금 건방을 떨었다면 이어지는 송년회 자리에서 술로 해결을 해주시기 바랍니다.(웃음) 감사합니다.

 

참석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 ♡

 

 

저자와의 만남을 마치고 송년회 자리로 이동해 또 한참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저 역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

다음 저자와의 만남은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쓴 정우련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그럼 2020년에 돌아오겠습니다. 모두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

 

폐허의 푸른빛 

구모룡 지음 | 472 | 25,000원 | 2019년 930일

 978-89-6545-629-2 03810 | 신국판(152*225)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온 구모룡 평론가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저자는 “문학도 비평도 이미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에 불과하고, 한갓 유희로 빠지지 않고 여린 진정성에 기대면서 폐허의 시간을 버텨내는 일이 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오늘의 문학과 비평은 이와 같은 역설의 시간에 처했지만, 저자는 결코 ‘평론’하는 것에 대한 좌절과 무너짐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의 가치를 품고 키웠던 건 폐허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푸른빛’을 띤 문학과 비평의 희망과 가능성을 주지한다.

 

폐허의 푸른빛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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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의 성자'로 불리며 30년 이상 구호 활동에 매진했던 일본의 의사

나카무라 데쓰 선생님이 지난 12월 4일 타계하셨습니다. 

 

산지니에서는 2006년 나카무라 데쓰 선생님의 에세이

<의술은 국경을 넘어>를 번역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 곳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선생님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프간 의료봉사 일본인 의사, 총격 피살에 전 세계 애도

35년간 진료·우물 파기 등 구호활동 전개한 ‘위대한 친구’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 주민들이 ‘아프간의 성자’로 불렸던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데쓰의 추모식을 지난 4일 열고 있다. 잘랄라바드 _ EPA연합뉴스

 

“위대한 친구” “카카무라(아프가니스탄 공용어인 파슈툰어로 할아버지)” “헌법 9조(전쟁과 군대 보유 금지)의 정신을 체현해온 존재”. 

 

 

아프가니스탄 구호활동에 반평생을 바쳐온 의사 나카무라 데쓰(中村哲·73)가 무장괴한의 총격에 사망했다는 소식에 5일 일본·아프간 등 세계 각지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카무라는 지난 4일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숙소에서 25㎞ 떨어진 관개공사 현장으로 이동하다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와 운전사, 경호원 등 5명과 함께 숨졌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나카무라는 지난 35년간 파키스탄과 아프간을 오가면서 구호활동에 매진해왔다. 

1978년 산악원정대 의사로 파키스탄에 갔을 때 현지 사람들에게 임시방편식 치료밖에 못했던 체험이 오랜 구호활동의 원점이었다. 1983년 비영리 구호단체인 ‘페샤와르회’를 설립, 1984년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나병 환자를 위한 의료활동을 시작했다. 

아프간 내전으로 몰려오는 난민들을 접하고 1991년 낭가르하르에 진료소를 개설했다. 1998년 페샤와르에도 진료소를 설립하는 등 양국에서 운영한 진료소가 많을 때는 10곳을 넘었다.

2000년 아프간에 심각한 가뭄이 닥치자 가뭄·빈곤 대책에도 힘을 쏟았다. 깨끗한 물과 식량이 있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인데도 죽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어떻게든 살아 있어라. 병은 나중에 고친다”며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는 농업용수로 건설도 시작했다. 토목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스스로 중장비를 운전했다. 

2008년 함께 일했던 동료가 무장세력의 흉탄에 쓰러지면서 활동이 위축됐지만, 우물파기 작업의 진두지휘를 계속했다. “아프간의 평화에는 전쟁이 아니라 빈곤 해결이 불가결하다”는 신념을 고수했고, “100개의 진료소보다 1개의 용수로”를 호소했다. 지금까지 판 우물은 약 1600개에 이른다.

2003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2월 아프간 정부로부터 국가훈장을, 지난 10월엔 명예시민권을 받았다. 

나카무라는 4일자 ‘페샤와르회 회보’에서 사실상 유언이 된 말을 남겼다. “이 일이 세로운 세계에 통하는 것을 기도하며, 새하얗게 흩어지는 쿠나르강의 푸른 물을 가슴에 두고, 내년에도 있는 힘을 다하고 싶다.” 

 


의술은 국경을 넘어 - 10점
나카무라 테츠 지음,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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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룡 평론가가 부산일보 칼럼에서 얼마 전 만난 아네테 훅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주셨어요.

앞으로 나올 아네테 훅 작가의 근간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담겨 있네요.

[인문산책] 문학의 적들

 

 

‘나는 루쉰을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작가 위화의 말은 충격을 주고도 남는다. 위화는 모옌과 옌렌커와 더불어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매일 똑같은 밥과 반찬을 먹는 기분으로 루쉰을 접한 탓이라고 한다. 그는 문인은 마오쩌둥과 루쉰밖에 없는 줄 알았단다. 후일 루쉰의 작품을 각색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루쉰을 재발견하였다. 더군다나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루쉰의 묘사와 서술을 경탄하는 마음으로 배우게 된다. 작가가 되면서 루쉰을 제대로 읽게 된 셈이다. 위화는 소설을 쓰면서 루쉰을 비롯하여 가와바타 야스나리, 카프카 등을 읽었다고 한다.

문학교육이 문학을 위해 어떤 쓸모가 있는가? 특히 획일적인 교육은 문학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다 보면 과연 학생들이 배운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와 소설이 어렵기만 하다는 관념이 형성되면서 오히려 문학과 거리를 두는 경험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중·고등학교의 문학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입시제도가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리라 믿는다. 정작 문학의 적은 이러한 교육환경보다 미디어 현실에서 더 극심한 모습으로 이미 등장하였다. 

획일적인 교육이 문학 더 멀어지게 해 

TV·뉴미디어, 문학 위상 크게 흔들어 

문학인 스스로 문학의 적 되지 말아야 

텔레비전의 시대가 되면서 인쇄 매체의 종언을 예고한 이는 마셜 매클루언이다. 서구 사회에서 오랫동안 문학이 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반면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문학의 위상이 크게 졸아드는 양상이 1960년대에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그의 후예들에 의해 곧 ‘문학의 죽음’을 선언하는 데 이른다. 우리 사회의 경우 현대문학의 시대가 개화하는 과정과 텔레비전의 시대는 병행한다. 해방 후에 한글을 쓰는 세대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1970, 80년대의 일이다. 그렇다 보니 텔레비전의 충격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다. 과연 그럴까? 정부부서에서 수행한 ‘문화향유실태조사’에 의하면 텔레비전 시청이 늘 수위를 고수한다. 텔레비전에 나와야 책도 팔린다는 이야기가 나돈 지도 오래다. 신문과 문학은 같은 종이 매체로서 나란히 발전해 왔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주도하는 문화에서 미디어가 전시, 인정, 평가를 주도하면서 문학의 장에서 이뤄지는 비평시스템도 크게 흔들리고 만다. 활자화된 책의 진리라는 말마저 무색해졌다.

텔레비전 이후의 뉴미디어 시대는 디지털 혁명과 더불어 활짝 열렸다. 미디어 간의 연계와 융합이 거론되면서 문학이 원천 미디어일 수 있다는 애처로운 생존의 논리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스토리텔링이니 콘텐츠 제작이니 하면서 문학을 문화산업에 편입하는 일들이 잦아진다. 이러한 가운데 진지함과 진정성이 옅어지고 열정이 휘발하는 현상도 적지 않게 드러난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장르의 변형도 자주 시도된다. 장르문학의 약진과 웹 문학의 발달이 두드러졌다. 아울러 ‘극서정시’와 ‘극소설’이라는 개념도 등장하고 사진과 시를 융합하는 ‘디카시’도 하나의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극서정시는 일본의 하이쿠에 육박하는 정도의 짧은 서정시를 말하고 극소설은 기왕의 ‘손바닥 소설’보다 더 축소된 형태를 지향한다. 새로운 문학은 한편으로 독자의 권력에 호소하고 다른 한편으로 뉴 미디어의 위세와 타협한다.

최근 스위스 작가 아네테 훅을 만났다. 스위스 문학상을 받은 장편 〈빌헬름 텔 인 마닐라〉는 이미 번역되어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필리핀에서 유럽의 독립투사인 빌헬름 텔이 따갈로그어로 번역된 연유를 추적한 소설인데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대학에서 2년여에 걸쳐 유학하였다. 최근엔 중국 현인을 다룬 소설을 쓰려고 중국에 체재하면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리사 시의 〈해녀들의 섬〉은 또 어떠한가? 미국에서 21세기의 펄 벅이라고 알려진 대중작가임에도 제주 해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장편을 썼다. 그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문화인류학자 이상으로 제주를 왕래하면서 자료를 읽었다. 나는 이 작품을 그동안 나온 해녀 관련 소설 가운데 백미라 생각한다. 이처럼 문학은 여전히 그 존재의 위엄을 잃지 않는다. 시인과 작가들이 고투를 거듭한다면 좋은 작품은 항상 출현하기 마련이다. 과연 문학의 적은 누구인가? 잘못된 교육인가? 뉴 미디어인가? 문학인 스스로 문학의 적이 되는 일을 범하진 말아야겠다. 

부산일보 기사 원문 보기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산지니

폐허의 푸른빛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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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신비한 여정 "


<일기여행>을 번역한 김창호 역자와의 만남이 

산 중구에 위치한 "내서재"에서 열립니다.


일시: 12월 18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장소: 내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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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는 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을 단순히 기록한다는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이 진입하는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일기 쓰기는 심리적 근원을 향하여 일상의 표피 아래로 우리를 내던지는 생생한 반성의 과정이다. 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변화한다. 삶의 여정과 일기 쓰기 여행이 서로 뒤섞이면서, 삶과 일기는 풍요롭고 서로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진다."

"경험에서 나온 것을 여성 독자 여러분에게 글로 전달하면서 자기 자신과 우리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개인과 문화의 각 층위에서 이런 목소리를 발견하고 표현하고 실현하는 데에 일기 쓰기는 도움이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 책은 여성이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서 삶을 기록하는 여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여성 일기 연구회>를 창립하고 운영한 경험과 출판된 일기, 자서전을 읽으며 일기 쓰기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를 기록했다.






일기 여행 - 10점
말린 쉬위 지음, 김창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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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책으로 이슈 털기'에 <홍콩 산책>이 소개되었습니다 : )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박민희 기자님이

"홍콩 시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지금,

중국이 ‘국민화 정책’의 강도를 높일수록 더 거세게 반발하는 홍콩 사회의 모습을

인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추천하셨답니다.

 

 

홍콩인들의 우산 혁명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또 그런데도 왜 지금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시위를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홍콩학 교수의 유쾌하고 뾰족한 홍콩 이야기

<홍콩 산책>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책으로 이슈 털기-홍콩 시위]

전문가 추천도서 ‘홍콩정치와 민주주의’ ‘종족과 민족’ ‘홍콩산책’ 등
홍콩의 역사·정체성·저항의 뿌리, ‘중화주의’와의 충돌 이유 분석 

6개월 동안 타올랐던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홍콩 시위가 11·24 지방선거(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 압승을 분수령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찰은 2주간의 홍콩이공대 봉쇄를 해제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으나, ‘세계 인권의 날’(12월10일)을 앞두고 8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일상의 평화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 행정수반 직접선거 등 홍콩인들의 민주화 요구가 관철되기엔 갈 길이 멀다. 4·19혁명, 광주항쟁, 1987년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간직한 한국인들에게 홍콩시위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쇼핑천국, 미식의 도시 정도로 알려져 있던 홍콩을 깊이 있게 이해해보려는 욕구 또한 높아졌다. 장정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박민희 <한겨레> 기자로부터 ‘홍알못’ 탈출을 도와주는 책들을 추천받았다.

 홍콩인들이 왜 이토록 분노하는지 그 저항의 뿌리를 가장 압축적으로 요약한 책은 지난 10월 번역돼 나온 <홍콩의 정치와 민주주의>(한울)다. 홍콩 정치 연구자인 일본인(구라다 도루), 일본 역사 연구자인 홍콩인(장위민)이 공저한 것으로 입문서로 맞춤하다. 홍콩-중국 관계의 기본적 틀인 ‘일국양제’ ‘고도(高度)의 자치’ 등 모순과 절충으로 복잡한 홍콩 정치제도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 홍콩은 독자적인 통화·여권 발행 권한을 지녔고 올림픽에도 ‘홍콩·중국’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출전하며 ‘정치적 중립’을 위해 공산당이 없는 특이한 ‘준국가’다. 동시에 인민해방군이 상주하고(그러나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갈 순 없다) 외교는 중국에 일임하는 ‘중국의 일부’다. 이 책은 1967년 노동쟁의로 시작했던 홍콩봉기, 1989년 천안문 지지 시위, 1997년 반환, 2002년 국가안전법 반대 시위, 2012년 중국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교과서 반대 시위의 역사를 훑으면서, 행정수반 직선제의 요구를 뿌리치고 ‘가짜 보통선거’를 도입한 중국 정부에 분노해 벌어진 2014년 우산혁명을 집중 조명했다.

장정아 교수는 현재 홍콩이 겪는 정치적 혼란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쌓여온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했다고 짚는다. 사진은 지난 6월 시위 장면.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현장을 누비며 연구한 장정아 교수의 글은 홍콩시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종족과 민족>(아카넷, 2005, 공저)에 실린 ‘국제도시의 시민에서 국민으로’는 홍콩인의 정체성을 살피면서 홍콩인의 염원인 ‘자유’의 의미를 분석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인들은 자유무역항, 글로벌 금융도시로서 ‘경제적 자유’를 구가했지만 정치 참여의 기회는 엄격히 제한됐다. ‘민주 없는 자유’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영국은 식민지 반환의 정당성을 과시하기 위해 1980년대 반환 결정 무렵부터야 부분적인 정치개혁을 시도했다. 장 교수는 현재 홍콩이 겪는 정치적 혼란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쌓여온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짚는다. 중국을 가난과 야만, 독재와 폭력의 대륙으로 배제·차별화하며 형성된 홍콩인들의 정체성 역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차별하고 경멸하던 대상(중국)이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우월해지자 홍콩인 정체성이 딛고 설 기반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장 교수는 공저자로 참여한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2>(역사비평사, 2017)에서 2014년 우산혁명 이후 부두철거 반대운동 등 곳곳에서 벌어진 커뮤니티 운동을 소개하면서 ‘이 땅은 지킬 가치가 있기에 여기서 살아가겠다’는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는 이런 풀뿌리 운동의 역량이 꾸준히 쌓여오면서 올해 100만 시위가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계간지 <황해문화> 2016년 가을호는 ‘중국과 비(非)중국: 타이완과 홍콩 다시 보기’라는 특집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중화주의의 구심력에서 벗어나려는 타이완(해바라기운동)과 홍콩(우산혁명)의 정치적 움직임을 분석했다. 국제적 관심은 집중됐지만 성과가 없었고 탈중심과 분열을 노출시킨 우산혁명의 한계, 홍콩에서 번진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 ‘윗세대의 번영’을 누리지 못하는 홍콩 젊은이들의 절망, 1997년 이후 사회 양극화, 산업구조의 기형화를 촉발하며 폭력적인 신자유주의의 첨병으로 다가온 중국을 바라보는 홍콩인들의 불안을 응시한다.

중국이 왜 홍콩의 이탈을 용납하지 않는지 중국의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책들로는 <중국몽과 소프트 차이나>(리시광 엮음, 차이나하우스, 2013) <중국 공산당을 개혁하라>(바이강 등 지음, 성균관대 출판부, 2015) <중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모델론>(판웨이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2010) 등을 들 수 있다. 조문영 교수는 “서구와 대적할 뿐 아니라 서구 문법에 종속되지 않는 ‘보편중국’ 혹은 ‘중국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를 이해하면, 홍콩시위 참여자들이 서구에 에스오에스(SOS)를 보내는 상황에 중국 정부가 왜 그렇게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중국인 모두가 ‘중국몽’이란 같은 꿈에 취해 있는 건 아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알렉 애쉬가 쓴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더퀘스트, 2018)는 앞으로 중국을 이끌어갈 30대 젊은이들의 맨얼굴을 묘사했다.

중국현대문학전공자인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과 교수의 <홍콩산책>(산지니, 2019)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인데 홍콩에 대한 전문지식과 풍부한 감수성이 어우러져 결코 가볍지 않다. 중국이 ‘국민화 정책’의 강도를 높일수록 더 거세게 반발하는 홍콩사회의 모습을 인문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추천한 박민희 기자는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아 중국 당국이 중국 사회의 목소리를 철저히 억누른 가운데, 홍콩 시민들이 절박하게 자유와 변화를 요구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중국 당국이 아닌 사회 저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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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산책 - 10점
류영하 지음 /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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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는 최근 류장수 교수(경제학부, 사진)가 교육부 산하 제6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연임됐다고 2일 밝혔다. 임기는 2년이다.

이로써 류 교수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4년 연속으로 위원회를 이끌며 급격한 학령 인구감소 등 고등교육 환경변화를 선도하는 대학을 만드는데 힘쓴다.

류 위원장의 가장 큰 책무는 오는 2021년 시행되는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사업이다. 이는 대학기본역량을 평가해 대학 정원 감축과 정부 재정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사업인 만큼 전국 대학의 초미의 관심사다. 또한 위원회는 대학구조개혁과 대학통폐합 사항까지 심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번 류 교수의 위원장 연임은 지난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무난하게 마무리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주기 대학평가 후에 있었던 대학의 반발 수위에 비하면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류 교수가 그동안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 교육과학기술부 지방대·전문대 발전위원장, OECD 고등교육연구 한국책임자,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의위원장 등 여러 정부에서 교육 관련 중책을 수행, 소통과 조정능력을 갖춘 대학교육전문가라는 점도 반영됐다.

그는 지난 5월 현재의 대학 현실을 분석하고 대학입학자원의 급감 및 제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향후 대학의 방향을 정리한 저서 '대학과 청년'(산지니 출판)을 발간했다.

이 책은 대학교육에 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20년 이상의 교육정책에 참여한 그의 경험을 담은 점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이번 제6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류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21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으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김헌영 강원대 총장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이기우 재능대 총장을 비롯해 일반대학, 전문대학, 산업경제계, 법조계 대표들이다.

 

머니투데이 권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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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청년 - 10점
류장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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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을 만나다] - 이정식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

중소상공인 투쟁기 책 펴내 주목받아지난 10월 북콘서트 열어
이마트 상생점포는 미끼 점포생존권 요구를 뛰어넘는 연대성
투쟁을 통해 깨닫게 된 정치의식
스스로 성찰 자세 중요

 

▲ 이정식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 모습.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54)이 지난 10월 ‘골목상인분투기’ 출판기념 북 콘서트를 가졌다.
이 회장은 거대 유통 자본에 맞서 13년째 지역 상권을 지키는 상인운동가이지만 정작 본인은 상인운동가라는 표현이 어색하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상인운동은 상인들이 자신의 생존권요구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여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기 위해 인식을 가져야 비로소 운동이란 고귀한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사업가에서 상인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삭발과 혈서, 그리고 극단적인 두 번의 단식까지하는 등 강경투쟁에 앞장서 왔다. 13년간의 상인들의 투쟁사를 정리한 ‘골목상인 분투기’ 북 콘서트를 개최한 그를 해운대구 재송동에 있는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에서 만났다.

  
-협회는 언제 만들었고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부산 전역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을 설득하며 조직화에 박차를 가했죠. 부산의 조직을 만든 뒤 전국적인 모임을 결성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임의 단체로 활동을 하다가 2012년에 사단법인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로 법인격을 갖추었죠. 현재 부산지역 자영업자 1만2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부산지역화폐 추진 운동, 이마트타운 연산점 입점등록허가의 위법성 다투고 있습니다. 지금 준비 중인 협회 사업으로는 엘시티 스타 필드 입점 투쟁과 일본계 유통업체 입점저지 운동, 유통법과 상생법 재개정 운동 등입니다.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도정신과 시민의식 고취 등의 교육 사업을 집중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힘겨운 싸움을 13년 간 이어오셨다. 이번에 책을 낸 이유를 들려주신다면?

“사실 책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여건도 안됐습니다. 그러나 상인운동은 노동운동, 학생운동과 달리 기록이 없습니다. 책을 쓰면서 우리들의 지난 투쟁과정을 뒤돌아보고자 한 것입니다. 그 기록을 토대로 정책을 만드는데 대기업과의 투쟁이 하나의 뉴스로만 다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보았어요. 투쟁의 과정과 결과를 기록문화로 남겨야 제도적,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동차 백미러 같은 거죠. 운전 중에 백미러를 보는 것은 뒤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잘 가기 위한 것처럼 말이죠.”

- ‘골목상인 분투기’는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국 10대 주요 도시의 자영업 분야 중에 편의점, 슈퍼, 납품업체, 식당, 카페, 미장원 등 다양한 상인들이 겪고 있는 절절한 사연을 가감 없이 들춰보고, 이들이 법과 공무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상인들과 정치에 어떤 함수관계가 존재하는지 조명해 보고 싶었죠. 특히 13년 동안 상인들이 대기업과 싸우는 과정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서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은 없었는지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저는 속 살을 드러내듯이 상인들의 부끄러움도 민낯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기업과 일부 상인회가 결탁되어 상생기금이란 허울의 음성적인 기금수수는 대기업 돈 몇 푼에 자신들의 상권을 팔아버리는 큰 문제임을 알려야 된다고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물로 남기려면 실명과 실제 일어났던 사실관계를 정확히 책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과 아내, 그리고 회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상인운동 전면에 나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라도 절박한 마음이 생기면 뭐라도 할 것입니다. SSM이 2006년 부산에 출점하기 시작하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대기업에 우리 생존권, 사업장을 다 내 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습니다.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먼저 2000년 이마트가 해운대에 들어온 이후 주변 지역 상인들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소매점들이 무더기 폐업되면서 납품업자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졌죠. 개인적으로도 매출이 절반으로 곤두박질하며 피해가 너무 커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던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두 번 다시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대기업이 구멍가게까지 하는데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국가도 문제라고 본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에게든 우리 문제에 대해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시작했습니다.”
 
- 대기업과 투쟁을 하면서 느끼신 바와 이를 통해 얻게 된 성과를 들려주신다면?

“성과도 많이 있었지만 또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죠. 사실 상인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정치인, 권력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상인들의 손길을 걷어찼습니다. 이때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찾아간 곳이 지역 언론 방송사였고, 시민사회에 도움의 손을 내밀었죠. 그래서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고마움과 정치적 의식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느낀 것입니다.
상인들 스스로도 연대의식 및 상도정신에 대한 깨달음이 일기 시작한 거죠. 상인은 서로 경쟁자인데, 이런 현실을 간과한 채 우산만 같이 들자고 했으니 함께 비 맞을 마음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비를 피하려 우산 속에 몰려들었지만 우산이 찢기거나 비바람이 부니 모두 우산을 내팽겨 치고 떠나버리는 형태였죠. 그때 느낀 것이 힘없는 상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명확한 현실 인식에 기인한 연대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의 단식 등 극한투쟁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달라진 것이 있나요?

“첫 번째의 단식은 2010년 2월에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법 개정을 위해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7일간 단식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는 당시 전통상업보전구역 500m 안에 SSM을 등록하는 것을 구청장이 제한할 수 있는 법 개정을 만들었습니다. 상생법으로는 대기업이 가맹점까지 진출했을 때 대기업 자본이 51%만 들어가면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개정했으니 매우 큰 성과였습니다. 두 번째의 단식은 이마트 타운 연산점의 입점 중에 일어난 많은 위법성을 따지기 위해 17일간 단식을 했죠. 물론 단식 4일째 만에 구청장은 영업 등록 인가 수리를 하더군요. 구청장의 평상시 태도를 볼 때 충분히 예견했던 상황입니다. 이때 상인들의 정치의식이 달라졌습니다. 이후 만명궐기대회와 지역상권 활성화 대회를 여는 큰 힘이 됐습니다. 단식 전과 후 상인들의 정치의식이 많이 달라졌으니 값진 교훈을 준 셈이었죠.”
 
-자영업의 근본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는 것 아닌가요?

“자영업의 과잉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자영업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않았습니다. 퇴출과 진입 제한 정책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존립이 어려워졌고, 중소기업 구직난은 자영업으로 몰리는 산업 구조적인 상황으로 된 겁니다.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숨이 넘어가는 사람에게 강펀치를 날려 그로기 상태에 빠뜨린 것과 같다고 봐요. 물론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에도 자영업은 겨우 버티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웠죠. 최저임금 인상 대비책,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등 자영업 대책이 처음부터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 환경의 경제적, 심리적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폈던 거로 보입니다. 현실을 살피지 않은 정치적 공약이 가뜩이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자영업자들을 자극하여 이들을 거리로 내몬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마트 노브랜드와 전통시장의 ‘상생 점포’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요?

“상생이란 표현에 어폐가 있습니다. 상생점포는 골목상권을 흡수하기 위한 ‘미끼 상품’에 불과한 거죠. 전통시장 안에 노브랜드가 들어오면 전통시장 상인과 골목시장 상인 사이에 신뢰성이 깨지고 힘없는 중소상인들 사이의 연대가 깨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누군가가 상생이란 그럴싸한 허울을 씌웁니다. 상인 간 연대를 공고히 하려면 허울에 현혹되지 않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깨달았죠. 골목 상인과 전통시장 상인 간의 연대가 멀어지면 상권은 대기업에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이익, 사람보다는 돈이 앞서며 서로 존중하는 가치를 내팽개친 결과인 것입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상도’의 정신입니다.
상도는 자신의 생존권 요구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여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힘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일간리더스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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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인 분투기 - 10점
이정식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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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삭스삭,

타닥. 타닥타닥. 타다다닥.

종이 넘기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한 이곳.

오후 네시 무렵 산지니 출판사의 풍경입니다.

 

똑똑,

정적을 깨고 출판사로 들어선 분은

<골목상인 분투기>의 저자 이정식 선생님!

 

아니, 근데 선생님, 그... 손에 들고 계신 건... 뭐죠??

아니아니, 그 빵봉지 말고요.

카메라 삼각대 다리 같이 생긴 그건 뭔가요?

 

 

선..선생님...

 

선생님께서 '브이로그' 관련 의논할 게 있다고 사무실에 오신다는 건 들었는데,

촬영하러 오시는 건 줄은 몰랐다고요!!!!

촬영한다고 일부러 말 안하신 건 아니죠? 편집자들 다 도망갈까 봐 ㅎㅎㅎㅎ

 

선생님 너무 자연스러우시네요..

 

교정 마감에 허덕이는 편집자와 팀장님은 완전 작업모드에 몰두해있었던 

저마다의 몰골...을 염려하기 시작하는데...(아, 꾸며도 별 차이는 없습니다만..ㅎㅎ)

 

 

이거 뭐, 도망갈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려서

카메라에 대고 인사도 하고 <골목상인 분투기> 화이팅도 외치고 말았네요 하하

 

 

선생님이 떠나고 나니 '좀 더 잘해볼 걸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뭐죠? ㅋㅋ

이게 방송 욕심인가 봐요.

 

 

 

 

실버 편집자가 탐내하던 선생님의 장비.

산지니 브이로그도 시작하나요? ㅋㅋㅋ

 

선생님, 브이로그 대박나시길!!

열정의 아이콘, 이정식 선생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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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12.05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펭수! 눈치를 못 챙긴 건 가요! 이정식 저자분 응원합니다^^

  2. BlogIcon Peace21 2019.12.05 15: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몰골...도 그렇고, 책상 정리라도 좀 해놓을 걸요... 이왕 찍힌(!) 거, 바빠서 열심히 일하느라... 그런 걸로 해두죠~ ㅎ

울산 소설가들 신작 소설집 잇따라 출간 '책 잔치'

 

▲ 울산지역 소설가들이 펴낸 소설집.

울산소설가협회(회장 권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소설가들이 잇따라 신작집을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호상 소설가가 첫 작품집 『젊은 날의 우화(羽化)』(도화)를 냈다. 표제작인 <젊은 날의 우화>을 비롯해 2편이 중편과 4편의 단편을 실었다. 모두 탄탄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표제작인 <젊은 날의 우화>는 입사 동기인 두 주인공의 사랑을 매미가 성충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사계절 사랑을 대하는 두 남녀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상처 입은 삶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도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만 하다. <복순 씨의 개종改宗> <딱따구리의 죽음> <가락지> <우물> <홍수> 등의 작품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소설가 심은신은 장편 소설 『버블 비너스』(청어)를 냈다. 심은신 작가의 『버블 비너스』는 환영과도 같은 인간의 갈망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줄곧 외모 예찬과 성적 욕망, 그리고 부를 향한 열망이 샴쌍둥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되었음을 강조한다. 얼굴을 고쳐 여신이 되고자 하는 한 여자와 돈과 명예를 좇는 성형외과 의사가 나누는 대화 속에 우리 내면에 숨겨둔 욕망의 진실한 모습이 드러난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작가가 던지는 인간의 갈망에 관한 이야기에 빠져볼 만 하다.

경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서안 소설가도 첫 소설집 『밤의 연두』(문이당)를 출간했다. 소설집에는 표제작인 <밤의 연두>를 비롯 <과녁> <골드비치> <하우젠을 말하다> 등 모두 9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서안의 소설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인간의 삶을 틀 지우는 건축물과 그 ‘틀’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을 이야기 한다. 표제작 <밤의 연두>도 사람들의 삶의 공간인 아파트 가운데 놓인 나무에서 비롯된다. 독일이란 낯선 나라에서 가족을 만들고 뿌리를 내린 화자 아버지 고단한 삶이 가슴속을 파고 든다. 작가는 ‘상처 입은 영혼’들의 이야기라고 전한다.

정정화 소설가도 두 번째 단편소설집 『실금 하나』(산지니)을 펴냈다. 작가는 모두 8편의 작품을 통해 가족, 사회, 친구, 직장에서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주목한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201호 병실>에서는 가족, 특별히 늙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돌탑 쌓는 남자>, <실금 하나>에서는 깨어진 부부의 관계를, <가면>, <너, 괜찮니?>, <크로스 드레서>에서는 학교와 회사로 대변되는 사회 집단 속에서 상처 받고 소외되는 인물에 주목한다. 또 <빈집>에서는 아들을 도회로 보내고 홀로 죽음을 맞는 어머니와 그 아들을 모습을 그린다.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도 참된 삶을 갈망하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등장시키며 독자에게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묻는다. 

고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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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의 12월 소설 신간 <실금 하나>(정정화 지음).

조금만 기다리시면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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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부산대에 위치한 부산 괴테 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에서

아네테 훅 작가님과 작은 낭독회를 열었습니다.

 

 

 

스위스 작가 아네테 훅 선생님은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신데요,

작년에 작가님의 세 번째 장편 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가 한국에 출간된 후

2018 서울작가축제에 유일한 독어권 작가로 초대되어서 세계 작가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하셨어요.

올해에는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12월 한 달간 머물며 집필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해요.

본격적인 집필 활동 전에,

11월에는 서울대, 홍익대, 성균관대, 대구대 등 한국의 독일어과 학생들과 낭독회 행사를 하고 오셨는데요.

부산이 그 낭독회의 마지막 장소였답니다.

부산에서는 산지니출판사와 부산 괴테 인스티튜트가 함께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부산 괴테 인스티튜트는 작년에 초량에서 부산대 언어교육원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합니다.

처음 방문했었는데, 분위기가 참 좋더라구요.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괴테 인스티튜트 : )

크리스마스 파티도 한다고 해요 :)

 

본격적으로 아네테 훅 작가님의 간단한 책 설명과 함께 <빌헬름 텔 인 마닐라> 낭독회를 시작했습니다.

아네테 훅(이하 훅):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여행‘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우선, 1880년대에 젊은 필리핀인이 유럽을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스페인에서 약학을 공부했고, 그 후 독일로 거취를 옮겼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번역 작업을 하며 동시에 여행을 하지요.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이야기의 여행(여정)‘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떠난 젊은 필리핀인의 이름은 ‘호세 리살‘입니다. 그는 1886년 독일에서 프리드리히 실러 작가의 <빌헬름 텔>을 독일어에서 필리핀 토착어인 타갈로그어로 번역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번역에 주목했습니다. 스위스 국민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훗날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이 될 남자(호세 리살)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 놀라운 ‘번역‘을 통해 이야기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호세 리살‘이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호세 리살은 <빌헬름 텔> 번역을 했을 당시 25살이었습니다. 그의 가족은 마닐라 근처에 거대한 설탕 농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이었습니다.

그 당시 필리핀은 3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습니다. 리살이 독일에서 필리핀으로 돌아온 후, 그는 정치 활동을 했으며 금서를 번역해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페인 식민지 정부와, 사제의 권력 남용을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리살의 가족은 홍콩으로 망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리살은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갔고, 그는 스페인을 상대로 혁명을 이끌었다는 죄로 기소되었습니다. 1896년 그는 스페인 법에 의해 처형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리살은, 과격한 혁명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는 폭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파괴될 것이 더 많을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 고민은 이 책 <빌헬름 텔 인 마닐라>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는데요,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좋은 폭력‘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것은 어떤 순간에 정당화되지는 않은가? 빌헬름 텔이 중세 스위스를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폭군인 헤르만 게슬러를 쏜 것이 옳은 일일까?'

이렇게 ‘정치에서의 폭력‘에 대한 질문은 두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와 호세 리살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제 여러분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낭독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중 빌헬름 텔(윌리엄 텔)의 사과 이야기를 알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빌헬름 텔은 그의 아들의 머리에 있는 사과에 활을 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책 속에 한 장면을 함께 보시죠.

 

12장

“아버지, 저기 장대 위에 걸린 모자가 보이시나요?”

발터는 알트도르프에 도착하면서 물어본다. 아버지는 말을 막는다.

“그냥 지나가자.”

벌써 보초병이 다가와서 아버지를 체포하려고 한다. 발터가 도움을 외치고, 주민이 모여든다. 발터는 군졸들이 아버지에 대해 경멸적으로 말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는 비겁하지 않다. 그는 황제 재판관에게 말을 거는데, 실러의 작품에서 나오듯이 건방진 어투의 ‘나리’라고 감히 말하지 못한다. 리살의 작품에서 총독과 동등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여유는 베르타에게만 유보되어 있다.

그런데 꼬마인 발터도 황제 재판관에게 당당히 말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한 궁수인지를 말한다.

“그는 백 걸음 떨어져서도 사과를 맞혀요!”

그제서야 비로소 게슬러는 어떻게 그 사냥꾼을 괴롭힐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에 도달한다. 민중은 경악한 채 경직되어 있고 기예르모는 용서를 구하면서 어린 발터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기보다 차라리 죽겠다고 한다. 오로지 그 소년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나무에 묶이고 싶지 않으며, 또한 안대도 거부한다. 그는 자신의 양이 아니며 아버지의 굳건한 팔을 안다고 말한다.

“쏘세요!”

발터는 그에게 외친다.

“저 불한당은 아버지가 어떻게 맞히는지를 봐야 한다니까요.”

아이는 거기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는 거의 제정신을 잃은 채 애걸하며, 피어스트 할아버지는 전 재산을 내놓으려 하고, 베르타와 루덴츠는 중재에 나선다.

“쏘시란 말이에요, 아버지!”

아이가 다시 한 번 외치자 어디선가 ‘쉿’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살아 있어!”

아이는 모인 군중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 땅을 바라보고 절하더니 광장 위를 지나간다.

“여기 당신께 그 사과를 갖다드려요, 아버지.”

기예르모가 아들을 번쩍 들어서 거의 숨막힐 정도로 안기 전에, 아들은 아주 짧게 ‘아빠’라고 바꾼다.

“난 아빠가 나를 다치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훅: 여러분은 책 속에 등장하는 사과 이야기를 함께 보셨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속에 담긴 번역가 리살의 생각도 함께 보셨습니다.

거의 모든 필리핀인은 스페인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타갈로그어는 독일어보다 경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리살이 독일어를 타갈로그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독일어로 재번역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저는 제가 번역한 것을 실러의 원본과 비교했습니다.

비교를 해보니 리살이 번역한 부분의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저는 원문보다 리살의 번역 버전에서 사람들의 말이 훨씬 더 정중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아이가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그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독일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그 반대로 번역할 때 존댓말 같은 어투의 차이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리살의 시선‘을 통한 <빌헬름 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또한 리살이 독일에서 경험한 것과 그가 마주친 것, 독일을 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런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시선이 드러난 한 부분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어로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읽고 계신 아네테 훅 작가님

 

1장

그는 조그만 도시, 아니 바람도 멎은 과학의 고장을 기대했었다. 파리를 벗어나면 수술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지만, 생활은 보다 나아진다고들 했다. 리살은 1886년에 하이델베르크로 오면서 평온한 일상을 꿈꿨다. 오전에 눈을 수술하고, 오후에 독일어를 배우며, 밤에 소설을 마무리할 거라고 말이다.

기차역에서부터 그는 대학생들이 어디에서 만나는지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여기에서 안과학을 가장 잘 가르치는 사람이 누군지 물으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에게 추천한 곳은 굴덴 맥주양조장이었다.

그 뒤 그는 곳곳에서 대학생들을 보았다. 그들은 크고 작은 무리를 이루며 구시가를 몰려다녔고, 흡사 국영철도 역무원처럼 제복을 입고 있어서 군인처럼 보였다. 알록달록한 모자와 어깨띠는 반짝였을 뿐만 아니라 눈발 속에서 또렷이 빛났다. 대학생들은 리살과 길이 엇갈릴 때마다 그에게 인사했고, 리살이 그 맥주양조장을 찾아내자, 노란 모자를 쓰고 있던 한 무리가 그를 탁자로 안내했다. 그들은 리살이 어렵사리 뱉어낸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리살은 라틴어로 말했다. 학생들은 흡족해하면서, 대학병원의 안과병원장인 오토 베커 교수를 추천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리살에게 어떻게 건배를 하고, 어떻게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어떻게 건강을 기원하고, 어떻게 마시는지를 보여주었다.

거나하게 취한 그들을 대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얼굴의 오른쪽과 왼쪽이 서로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한쪽 뺨은 부드럽고, 그 벨벳 같은 피부는 가벼운 홍조를 띠었다. 다른 반쪽은 거칠게 흉터가 져서, 마치 모형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천진난만한 늙은 퇴역군인들도 리살에게는 독일 대학생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양조장에서 해방을 만끽하며 웃어댔다. 네 번째 맥주잔이 돌고나자 그들은 리살을 주에비아 대학생 동맹에 가입을 권유했다.

리살의 작업계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는 양조장을 찾아 다니며 자주 대학생들과 어울렸고, 그들과 함께 시내에서 벗어나 강 건너 음식점이 딸린 시골 여관으로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여관의 뒤채에선 창문을 열어두고 마당에 쌓인 퇴비더미와 분뇨구덩이를 바라보며 펜싱을 했다. 리살은 베커 교수의 조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두피 일부를 꿰매면서 결투에 입회하는 의사 이미쉬를 도와주었다. 리살은 이미 마드리드와 파리에서 써두었던 소설의 마무리 작업에도 시달렸다. 아직 그는 소설 작업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때 필리핀에 있는 형 빠차노에게서 “네가 독일어를 배웠다면, 우리에게 실러의 작품을 번역해다오”라고 편지가 왔다...

 

훅: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 부분을 낭독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의 짧은 텍스트입니다. 리살은 실러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새로운 단어를 창조했습니다. 예를 들면 '눈사태'나 '우박' 같은 단어인데요.

타갈로그어에는 눈사태나 우박 같은 단어가 없었습니다. 필리핀이 위치한 열대에는 그런 현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번역할 때 순수한 타갈로그어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baha ng yielo'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스페인어에서 얼음(yielo)이라는 단어를 가져왔고, 타갈로그어에서 ‘범람, 침수(baha)‘라는 단어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눈사태'는 '얼음의 침수'가 되었습니다.

비슷한 용법으로‚ '우박'은 타갈로그어에서 '돌의 비'가 되었습니다.

자연과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번역된 필리핀의 단어들을 보면서, 저는 스위스 알프스와 필리핀의 열대 섬이 합쳐지는 새로운 풍경을 보았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읽을 텍스트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장

시험 삼아 몇 줄을 번역하자, 이미 리살이 빌헬름스펠트에서 보았던 산악지대가 알프스 산으로 성장한다. 활엽수에서 갑작스럽게 암석이 솟아오르고, 가파른 비탈에서 전나무와 소나무가 성장하며, 산 정상은 구름 속에서 없어진다. 마킬링 산이 호수 위로 솟아 있는 마닐라의 오지인 칼람바에서도 그렇다. 창공 안에서 사라진 듯 산꼭대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책을 읽다 보면 양편의 풍경이 서로 뒤섞이면서, 모든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두 가지 새로운 교역로가 개척된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서 온 노새 행렬이 산의 오솔길을 타고 저 높이 얼음산맥으로 올라간다. 고트하르트 고갯길은 북쪽의 시장들로 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오스트리아 왕은 그 일로 돈을 벌려고 하며, 그의 총독들은 우리, 슈뷔츠, 운터발덴의 계곡들이 그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리핀 제도諸島의 짙고 무성한 수목과 김이 피어오르는 산 앞에 돌연 스페인의 범선들이 출몰하자, 중국의 정크선들이 마중나온다. 그들은 마닐라에서 만났지만, 여기서 상품을 거래하거나 옮겨 싣는 일은 거의 없다. 스페인 사람들은 새로운 주인으로서 정주한다.

리살이 독일어 ‘숲’을 ‘구바트’로, 독일어 ‘하늘’을 ‘랑이트’로 번역하면, 마킬링 산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맥의 전초기지가 되고, 따갈로그의 알프스 산이 태평양의 가장자리에서 솟아오른다. 희곡『빌헬름 텔』은 하나뿐인 좁은 교역로에서 점화된다. 이 길은 바다에서 바다로 이어지며, 거대한 원시림을 관통하여 암석들로 오르다가, 잿빛의 돌이끼로 계속된다.길가의 돌멩이들은 말의 발굽이 문질러서 반들반들해지고, 비가 몇 달 동안 억수로 쏟아진 덕분에 반짝인다. 가장 늦게까지 남은 진흙이 완전히 말라서 여름에 흩날린다. 그러면 계곡들은 엷은 갈색의 분진으로 가득찬다...

비좁은 교역로와 해안이 만나는 곳에서 상품들이 배로 옮겨진다. 바다는 만灣이나 피오르드 해안처럼 산 안쪽에 누더기마냥 붙어서 계곡을 채운다. 높새바람이 멀리서 온 배들을 이편으로 몰아넣으면, 계절풍은 그들을 다시 내몬다. 거대한 정크선은 접안하고, 범선의 상품들은 산 뒤편에서 하역된다. 제일 값비싼 물품은 마리아 반신상과 나사렛 예수상이다. 그것들을 선적한 배가 먼 바다에서 화염에 휩싸일지라도 살아남는다. 불 속에서 검게 그을린 그 동상들은 홀로 계속해서 표류하는 것이다.

바다는 양편의 눈 덮인 산악에 붙들려 있지만, 어느 편이든 상관없이 항상 남녘의 바다다.

피오르드 해안 사이의 길은 험준하다. 노새들이 열을 지어 느릿느릿 산을 기어오르다가, 고갯길 정상 앞에서는 더 이상 땅 위에 있지 않고 허공을 걸어간다. 여기서 고갯길은 허공에 매달려 있다. 이곳을 관통하여 정크선들을 범선들과 연결시킨 교역로는 토박이 수공업자들의 예술품이 된다...

 

낭독 시간이 끝나고 청중분들과 함께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 한국에는 스위스 문학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입니다. 작가님께서 스위스 문학의 특징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훅: 우선 스위스 4개 국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언어로 책이 출간된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많은 작가들이 산에 대해서 글을 많이 씁니다. 스위스에 산이 많다 보니, 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대한 묘사나 산을 다른 것에 빗댄 표현도 많이 쓰는 편이지요.

 

청중 1: <빌헬름 텔>을 집필한 프레드리히 실러는 철학자이고 고전주의에서는 괴테 못지않은 대가입니다. 실러의 언어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자유와 자연을 내세웁니다. 그래서 <빌헬름 텔> 속에는 심오한 표현이 많은데 과연 타갈로그어로 했을 때 번역이 잘 가능했나요? 스페인의 지배를 300년간 당했는데, 타갈로그어의 섬세한 단어라든지 그런 것이 남아있었습니까?

훅: 필리핀에서는 전에도 인간의 가치를 중요하는 사상이 있었고, 그런 사상을 담은 단어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번역이 가능했습니다.

필리핀은 스페인에 300년 미국에 60년 식민 지배를 당하며 굉장히 많은 고통을 가슴에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그것을 깨고 해방하는 내용이 담긴 문학작품이 많답니다.

청중 2: 아까 작가님이 말씀하셨듯이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는 '정'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독일어로는 이런 단어를 어떻게 나타내는지 궁금해요.

훅: 그런 단어는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마다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때에 따라 다른 단어로 쓰여야 할 것 같아요.

청중 3: 저는 독일에서 왔는데, 한국에서 '일석이조'라는 단어를 배우고 놀랐어요. 독일어로는 절대 한 단어로 표현 못 할 단어에요. (웃음)

 

 

이렇게 낭독회를 마치고 커피 한잔을 하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작가님도, 참석해주신 분들도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친밀한 낭독회였습니다.

아네테 훅 작가님이 다음에 또 한국에 방문하시길 바라며, 참석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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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무척 추워졌습니다. 달력을 보니 어느덧 연말이네요...!

2019년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산지니출판사의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 함께 책을 만든 작가님들, 산지니출판사 식구들!  

모두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9년 마지막 저자와의 만남은

구모룡 평론가의 『폐허의 푸른빛』을 두고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인 만큼, 강연라기보다는,

참석하신 문인들과 참가자들 모두 함께

오늘날 지역에서 문학 하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행사를 마치고는 함께 따뜻한 송년회 자리를 가지려 하니

여러분의 많은 참석 부탁드리겠습니다.

 

 

 

 

폐허의 푸른빛 

구모룡 지음 | 472 | 25,000원 | 2019년 930일

 978-89-6545-629-2 03810 | 신국판(152*225)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온 구모룡 평론가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저자는 “문학도 비평도 이미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에 불과하고, 한갓 유희로 빠지지 않고 여린 진정성에 기대면서 폐허의 시간을 버텨내는 일이 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오늘의 문학과 비평은 이와 같은 역설의 시간에 처했지만, 저자는 결코 ‘평론’하는 것에 대한 좌절과 무너짐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의 가치를 품고 키웠던 건 폐허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푸른빛’을 띤 문학과 비평의 희망과 가능성을 주지한다.

 

 

폐허의 푸른빛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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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전포에 있는 다정한 서점 책방 밭개에서 <마니석, 고요한 울림>의 김미헌 번역자를 만났습니다.

김미헌 역자님은 이번 행사를 위해 서울에서 먼 길을 오셨어요. 또 이날 부산이 무척 추웠는데 참석자분들이 공간을 꽉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했답니다. 역자님께서 강의는 많이 해보셨지만, 북토크는 처음이라 굉장히 떨린다며, 부담을 덜기 위해 티베트 속담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를 떠올리며 강연을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이 속담이 티베트에서 온 줄 처음 알았답니다!) 그리고 속담처럼 걱정이 무색하게도 재미있게 티베트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역자님은 티베트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티베트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티베트는 중국 서남부에 있는 티베트 자치구와 티베트 고원을 일컫는 말로 인도, 부탄, 네팔 등과 인접해 있습니다. 인근 나라인 인도와 네팔은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려한 불교 양식을 가진 반면에, 티베트는 험준합니다. 그곳은 '너무 험준해서 말 한 마리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험한 골짜기를 지나야 한다'는 기록이 있었고, 여름이 와도 눈이 녹지 않는 곳으로 기후 환경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열악했던 기후 조건과 경건한 종교적 신앙은 이 티베트 고원지대에 사는 장족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폐쇄됐지만 안정적인 사회구조에서 자급자족의 날을 보내게 했습니다.

또한 티베트 문화를 이야기하자면 티베트 불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티베트는 1446년에야 한글을 만든 우리보다도 600년 전인 7세기에 이미 티베트 글자를 만들어 인도로부터 전래된 불경들을 번역한 불교문화의 강국입니다.

38대 국왕인 송첸캄포가 ‘불교의 국교화’ 선포 이후로는 더욱 정진하여 세계적인 불교문화를 꽃피웠습니다. 티베트 불교는 인도 후기 불교의 하나인 밀종과 티베트 토착 종교인 본교가 결합해 형성된 특수한 종교로 보통은 라마교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힌두교의 여러 신을 혼합하고, 주문을 외우는 점(옴마니파드메 훔—한국에서는 ‘옴 마니반메훔’으로 잘 알려진—등 짧은 주문을 생활에서 늘 욉니다), 불력으로 재해와 고난을 없애고 악마와 요괴를 물리치는 점, 호마법으로 알려진 비밀스런 주술의례가 있다는 점 등에서 다른 불교와 차이점을 보입니다.

이런 불교는 티베트인들의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데 밀교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신비로움과 평화와 비폭력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티베트 불교의 가장 신비로운 부분은 전생입니다. 물론 불교가 침투한 사회에는 많든 적든 윤회 사상을 믿는 풍조가 있지만, 전생을 사회제도로까지 승화시킨 곳은 티베트뿐입니다. 삼국시대 이래 불교의 영향 아래 있었던 우리도 ‘다시 태어나면/다음 생에는/전생에...’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 무의식의 근저에는 종교를 떠나 윤회에 대해 긍정하는 면을 보이기도 합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윤회사상을 믿고, 티베트 불교에 대한 믿음을 생활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티베트에서 페마체덴이 태어난 곳은 흔히 중심지로 알려진 라싸시가 있는 서장자치구가 아닌, 칭하이성 동북에 위치한 해발 2000미터 고원지대였습니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와 포탈라궁과 라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타 티베트 소설과는 달리, 페마체덴 소설의 배경은 칭하이성 내륙 변방의 어느 티베트 마을입니다.

페마체덴은 티베트 변방 마을을 배경으로 티베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제일 익숙하고 잘 아는 내용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티베트어로, 그 후에는 중국어로, 나중에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찍었고, 지금은 소설가 보다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합니다. 페마체덴은 티베트를 배경으로 티베트 언어로 티베트 영화를 찍으며, 영화 관련 인터뷰에서 “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티베트 언어”라고 했습니다. 또한 “티베트어는 언어지만 티베트 민족을 구성하는 근간”이라고 말하며 티베트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런 페마체덴은 티베트어로 적힌 민간 설화집을 중국어로 번역하기도 하고, 티베트어로 적은 자신의 소설을 중국어로 다시 적어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페마체덴이 중국어로 쓴 소설집은 3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 <마니석, 고요한 울림>은 중국어로 쓰인,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두 번째 단편집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10편의 단편 중 표제작인 ‘마니석, 고요한 울림’을 읽어보고 종교 문화가 깊이 내재해 있는 티베트인의 일상과 오늘날 티베트인들에게 들이닥친 삶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마니석’은 짧은 기도문이 새겨진 돌이나 석판을 말합니다. 이것을 새긴 후 쌓아두곤 합니다.—우리나라로 치면 성황당의 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마니석에는 관세음 보살이나 물고기(불교 8보 중 하나)가 새겨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대게는 육자진언이라고 하는 ‘옴마니파드메 훔’이라는 진언이 색색으로 예쁘게 새겨져 있습니다. 티베트어로 마니는 ‘보석, 지혜‘라는 의미입니다. 티베트인들이 자나 깨나 암송하는 ’옴마니 파드메 훔‘이라는 진언은 연꽃(관음보살) 위의 보석(마니주)라는 의미로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하고 싶다는 염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티베트에서는 진언을 반복해서 암송하면 깨달음과 공덕, 내세의 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합니다.

티베트인들의 마니석에 대한 경건함은 표제작 ‘마니석, 고요한 울림’에서 잘 나타납니다. 이야기는 어느 아주 크고 둥근 달이 뜬, 달빛이 밝은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니석 두드려 조각하는 소리에 르싸네가 귀를 기울이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르싸네는 아내와 술친구 테엔젠, 마을 사람들에게 누군가 마니석을 두드려 조각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지만, 유일하게 마니석을 조각할 줄 아는 조각공 어르신이 며칠 전에 돌아가신 터라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르싸네가 절대 아무 때나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맹세’까지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p. 16

르싸네는 간밤에 함께 집에 갔던 술친구 테엔젠이 인파 속에서 웃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그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그제야 테엔젠의 얼굴에 있는 시퍼런 멍이 눈에 들어왔다.

(테엔젠은 간밤에 같이 술을 마신 르싸네가 자신을 때렸다고 의심하고 르싸네는 간밤의 일을 다 기억한다며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테엔젠이 안 때렸다고 맹세를 하라고 한다. )

르싸네는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는 눈을 감았다.

“맹세합니다!”

테엔젠은 시퍼렇게 멍든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알았어, 이제 믿을게. 길에서 자빠져서 어디 돌부리에 부딪쳤나 봐.”

르싸네는 테엔젠의 말은 듣지도 않고 옆에서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근데 다들 내 말을 안 믿잖아.”

테엔젠은 얼른 마을 사람들에게 르싸네를 두둔하며 말했다.

“르싸네는 평소 허투루 맹세하지 않아요. 맹세했다는 건 절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 다들 믿으세요.”

한국인들의 시선에서 보면 ‘맹세’까지 하느냐,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불교에서의 ‘맹세’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티베트인은 그들이 믿는 신이 항상 자신의 곁에 있다고 믿으며, 맹세를 하는 순간 신이 옆에서 그것을 듣고 있다가 모든 걸 기록한다고 합니다. 보통 맹세는 자신의 진심을 밝히고 싶을 때, 자신의 과실을 덮을 때 하게 되는데, 그 ‘맹세’는 그 맹세로 인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맹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업보를 받게 된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맹세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며, 그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날 사람들은 쉽게 약속하고, 쉽게 그 약속을 어깁니다. 한입으로 두 말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며, ‘약속’이라는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불교문화가 깊숙이 깔려 있는 티베트인들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응당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집 전체에 걸쳐 이 ‘맹세’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누가 ‘맹세’를 하면 상대방은 그 말을 믿어줍니다.

P. 26

르싸네와 테엔젠은 마니석을 들고 활불이 계신 사원으로 들어갔다.

활불은 작은 체구지만 탄탄한 몸에 인자하고 선한 모습이었다. 저 멀리서 두 사람이 정문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두 분 술 끊으려고 오셨습니까?”

두 사람은 활불 앞으로 다가가 고두를 세 번 올리고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활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활불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부처님을 말합니다. 흔히 활불하면 달라이 라마만 떠올리는데, 티베트에서 활불은 달라이 라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활불은 티베트 불교의 모든 종파마다 존재하며, 모든 사원마다 존재합니다. 깨달음에 도달한 수행승은 모두 활불이라고 하며, 티베트인들에게 활불은 믿음직하고 존경의 대상입니다. 수시로 사원에 찾아오는 신자는 헤아릴 수 없으며 길거리에서 활불을 발견하면 바로 무릎을 꿇고 예를 표시합니다. 활불은 고상한 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티베트 사람들 곁에서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인자한 존재며, 티베트 사람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소통하는 존재입니다.

르싸네와 친구가 마니석을 보고 신기해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많은 사람들이 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르싸네가 마니석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맹세까지 했지만 믿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P. 43

“술고래야. 아, 아니지. 르싸네야, 넌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구나. 우리도 어제 누군가 마니석을 두드리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단다. 불연이 깊은 사람이 제일 먼저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리포첸께서 말씀하셨는데, 네가 공덕을 아주 많이 쌓은 모양이야.”

“다들 뭘 가지고 오셨어요?”

“별거 아니고 공양품이네. 먹거리와 마실 거리야. 다들 조각공 어르신께 성의 표시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린포첸께서 망혼이 마니석을 새기는 일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하시더군. 우리도 이참에 덕 좀 보세나. 공덕 좀 쌓게 해주게.”

르싸네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벌써 마니퇴 쪽으로 몰려갔다. 마을 사람들은 가져온 음식들을 마니퇴 위에 올려놓고 허공을 보면서 말을 했다. 조각공 어르신 맛있게 드시라, 우리를 잘 보우해 달라는 그런 말들이었다.

사람들은 마니퇴 주변을 에워싸고 앉아서 육자진언을 읊으며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티베트인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실천하는 자비와 보시입니다.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 척박한 고원지대에 사는 티베트인은 육식을 하는 가난한 유목민족입니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어렵게 번 돈을 자신보다 못한 이들에게 보시하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일을 미루지 않습니다. 늘 1마오짜리 화폐를 지니고 다니면서 사원의 불상 앞에 놓고, 오체투지 하는 순례자에게 건네고, 또 걸인과 나눕니다. 티베트에서는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오체는 이마, 양 팔꿈치, 무릎의 다섯 군데를 말하는 것으로, 오체 투지는 이 다섯 부위를 땅에 내던짐으로써 몸을 땅에 온전히 일치시키는 행위입니다. 이 행위는 부처의 가르침에 대한 지극한 공경을 나타내며, 몸을 엎드리고 낮추어 땅에 맞닿게 함으로써 중생이 빠지기 쉬운 교만심을 꺾고 고행을 통해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수행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몇 달 동안 진행되기도 하는 멀고 험한 고행의 과정이기 때문에 간혹 수행 도중 목숨을 잃기도 하며, 가족, 친지, 이웃과 수레에 일용품을 실고 함께 수행하기도 합니다. 티베트인들은 수행길 위에서 맞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영예롭게 여기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런 길 위의 수행자들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그 수행자들에게 보시하여 공덕을 쌓기도 합니다. 수행자들의 최종 여정은 티베트 최대 도시이자 수도인 라싸(포탈라궁)입니다. 포탈라궁에는 어떤 기둥에는 천이 둘러져 있는데요, 오체투지를 하며 올라오는 사람 중 도중에 죽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이를 뽑아서 이 기둥에 박아두기 때문입니다. 비록 육체는 오지 못했지만 혼이라도 여기에서 머물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보시는 부처님의 자비를 주고받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티베트사람들의 생활화된 자비와 보시는 그들의 생사관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금생의 선행이 내생의 공덕이 된다’는 불교적 생사관은 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으며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의 인과관계는 누구나 아는 진리이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알기에, 티베트인들을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그래서 티베트인의 불교는 단순이 국교로 정해진 종교가 아니라 당연히 믿고 몸소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P.50

가끔 달이 아주 크고 아주 둥글고 유달리 밝게 빛나는 어두운 밤에, 르싸네가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이따금 저 멀리서 누군가 마니석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사 없는 민요처럼 고요한 울림이었다.

이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인데요, 티베트인들에게 마니석을 두드려 조각하는 소리는 진짜 가사 없는 민요처럼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니석을 만드는 작업을 공덕을 쌓기 위한, 일종의 기도라고 여기는 티베트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편안하고 익숙한 ‘민요’처럼 고요하고 가슴을 울리는 그런 소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마니석, 고요한 울림’의 원래 제목을 직역하면 ‘마니석을 조용하게 두드리다’인데요, 작가는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생활과는 달리, 어떻게 보면 느린 삶의 모습이지만 조용한 가운데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마니석을 조각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티베트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질문과 답변 )

1.

청중 1: 책에서 여성 인물들이 독특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용우파엔, 돌마’ 등 여성들이 자기 욕망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았어요. 이것이 원래 티베트 여성들의 특징인지, 의도된 여성상인지 궁금해요.

김미헌 번역가(이하 김): 여성의 욕망이 잘 드러났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봤던 것 같아요. 용우파엔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자 9명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이유로 9명과 헤어집니다. 그러나 결국 상처받은 건 남자가 아니라 용우파엔이었습니다.

사실 장족은 모계 사회입니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여자가 여러 남자와 교제를 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여자가 결혼 적령기가 되면 하얀 천막에 들어가고, 남자가 아무나 수시로 와서 관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여자는 출산을 할 때까지 나오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남자 중 한 명을 택해서 평생 살게 됩니다. 이후에 남자가 죽거나 하면 그 형제와 같이 살기도 하지요.

그래서 모계 사회이지만 상처받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고스란히 여자의 몫이라고 느껴졌고, 작가가 티베트의 그런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청중 2: ‘낯선 사람’에서 21명의 돌마가 나타나는데, 낯선 사람은 결국 1명의 돌마와 마을을 떠납니다. 돌마가 부처의 배우자라고 하던데, 낯선 사람이 그럼 배우자를 찾으러 온 건가요?

김: 티베트에서는 여자인 경우 다 돌마라고 칭합니다. 낯선 사람에서 돈을 많이 가진 도시인이 마을에 와서 돌마를 한 명 데리고 떠나가는데요, 제 생각에는 티베트 변방의 마을에 찾아온 외지인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조용한 티베트 마을에 나타는 외지인 말이죠.

청중 2: 그런 부분이 독자에게 많은 해석을 남기는 것 같기도 해요.

김: 페마체덴의 영화를 보면 예술성을 강조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요. 페마체덴의 이러한 성향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 중국 정부의 감시를 받으니 그렇게까지 입장을 뚜렷이 표현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청중 2: 상징성이 풍부한 작품인 것 같아요. 찾으면 찾을수록 너무 많은 상징성에 피곤했어요. (웃음)

김: 제가 친절하지 않은 역자일 수도 있는데, 저자 자체가 해설을 많이 하지 않았으니, 역자로서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전달하는 게 역자의 역할이라고 생각되어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3.

청중 3: 책에 실린 10편 중 판타지성이 강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그중에 티베트의 설화나 구전 이야기가 섞인 것이 있나요?

김: 이 책 중에서는 실제로 섞인 부분은 없어요. 하지만 페마체덴은 티베트 설화를 중국어로 번역하기도 해서, 설화에 관심이 많은 인물인 것은 분명해요. 그리고 한국인인 저희가 이 책을 읽었을 땐 분명 '판타지'스러운 요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티베트인들의 생활에서는 판타지가 아닌 정말 실재하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이 소설은 '실재하는 판타지'로 읽힐 수 있겠네요.

 

<마니석, 고요한 울림>에 싸인 중인 김미헌 번역가님♡

김미헌 번역가는 평소 영화 번역을 주로 하셨는데, 이 책을 번역하게 된 날, 온 하늘의 별이 본인에게 쏟아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기쁘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산지니 출판사에게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저희가 더 감사합니다. ^^)

아무래도 해외 문학 작품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와 사고를 이해하고 읽어야 더 사고의 깊이가 넓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마니석, 고요한 울림>을 훨씬 더 이해하게 된 기분이었답니다. 낯설지만 가까운 티베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티베트를 이해할 수 있는 소설, <마니석, 고요한 울림>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니석, 고요한 울림 - 10점
페마체덴, 김미헌/산지니
Posted by 실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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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12월이다. 지난 1월 당신이 세웠던 목표들이 당신을 평가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연초에 계획한 만큼의 책을 당신은 읽었는가. 대개는 목표를 완벽하게 지키지 못했으리라. 바빠서, 쉬느라고, 노느라고 미뤄왔던 독서를 지금이라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아직 2019년은 끝나지 않았다. 연초의 계획을 지키고 자신에게 떳떳해질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12월의 책을 소개한다.

■ 국립중앙도서관 12월 사서추천도서    
이국환 지음│산지니 펴냄│232쪽│15,000원



우리는 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은 도대체 무엇일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저마다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인생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버티며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삶이 막막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절망 대신 희망을 이야기한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불안을 안은 채,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곧 다가올 오후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삶에 지칠 때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기사원문 <독서신문>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10점
이국환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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