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여자들

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는 여성 연대의 기록


전국 최초이자 부산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의 폐쇄,

그 속에 숨겨진 활동가들의 땀과 눈물

생존을 위한 치열함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살아남아 사람을 살리고’, ‘언니들의 일상을 살리고자’ 

직진했던 기록

세상의 낙인에 울고, 서로를 향한 위로에 웃었던

완월동 여자들 18년의 이야기


부산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이 폐쇄되기까지

활동가들이 흘려야 했던 땀과 눈물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공창’이자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 완월동의 폐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전주의 선미촌, 해운대 609 등의 뒤를 이어 완월동이 폐쇄됨으로써 성매매 집결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한편 2019년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조례가 부산시의회를 통과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일해 온 활동가들의 땀과 눈물이 있다. 2002년에 설립된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성매매 여성을 성산업의 고리와 폭력으로부터 구조해 살리고,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이 단체를 시작한 정경숙 활동가는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며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별히 여성의 몸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성매매 산업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성매매 여성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언니들을 만나다, 언니들을 살리다

부산 완월동. 성구매자, 업소 관계자, 동네의 상인 외에는 접근하기 힘든 곳. 외부와 단절된 외로운 성, 은폐된 공간, 불의와 부정의가 판치는 공간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했던 그곳에 착취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살아가는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활동가들이 들어갔다. 유리벽 너머 붉은 조명 아래, 화려한 옷을 입고 아무 표정 없이 앉아 있는 ‘언니들(활동가들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한 호칭)’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은 언니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 주고,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굳게 닫혀 있던 언니들의 마음도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열리게 되었다. 더 나아가 탈업소를 선택하여 일상을 회복하고자 자활을 선택하는 언니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들도 평범한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이었다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한 살림 18년의 기록

1부 ‘살림_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다’에서는 정경숙 저자가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인권지원센터인 ‘살림’을 세우기까지의 과정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가 성매매 여성인 ‘언니’들과 처음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을 위해 만든 쉼터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세상의 낙인과 편견에 맞서 자활을 꿈꾸는 언니들의 모습도 담았다.

2부 ‘완월동과 마주하다’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지나며 한반도 최초의 유곽이자 동양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로 명성을 날린 ‘완월동’과의 만남을 전한다. 활동가들은 여성들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업주들의 욕설을 들어가며, 언니들에게 천천히 다가가 마음을 얻는다. 

3부 ‘낙인_편견에 맞서다’는 평범한 일상과 단절되어 업소 여성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는 ‘언니’들의 이야기다. 버스를 타고, 물건을 사는 일상조차도 힘겨운 그들이 낙인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소한 일상을 회복하고 성매매경험당사자조직인 ‘나린아띠’ 결성으로 성매매 경험을 드러내어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4부 ‘가치와 열정의 소유자들’은 인권을 유린당한 채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다.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구출 작전부터 업주를 잡기 위한 간담 서늘한 위장 취업까지. 때로는 언니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실습대상을 자청하며, 언니들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활동가들의 마음이 잘 녹아 있다.



진심 어린 애정과 열정으로 밤낮없이 언니들과 함께한 활동가들

성매매 방지법 시행 당시 업주들의 폭언과 욕설을 받아가며 활동가들은 언니들과 차가운 길바닥에서 뜻을 같이 했다. 성구매자와 업소 여성으로 위장하여 업소에 들어가 업주의 성매매 강요와 갈취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가 하면 업소에서 언니를 무작정 데리고 나오다가 업주에게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전국 곳곳 언니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갔고, 그 과정에서 업주들의 협박과 폭행, 폭언도 견뎌내야 했다. 또한 편파적인 공권력도 활동가들이 싸워야 할 대상이었다. 

저자는 <완월동 여자들>에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결국 우리의 가족이며, 이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현장에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심으로 치열하게 발로 뛰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알리고자 한다. 


| 저자 소개                                                          

정경숙

경남 거제의 어촌마을에서 5녀 1남의 막내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경영학 계열을 전공했으나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20대는 삶의 길을 찾지 못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허우적거리며 젊은 날들을 근근이 버텨냈다. 그러다 20대 후반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오랜 방황은 끝이 났다. 여성학을 공부한 이후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분야에서 현장활동가로 일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 완월동에 동료들과 함께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을 설립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언니> 제작에 참여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부산여성단체연합대표, 부산지방법원 청소년화해권고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학 강단에서 여성학 및 사회복지학을 강의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현재는 영상물 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전문위원, 완월동기록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작가의 말

나는 이 글을 통해 언니들과 활동가들이 함께해 온 날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언니들의 삶을 나의 경험과 연관 지어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언니들의 삶이 보통 사람들보다 특별하거나 이상하지 않다는 것,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현장에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심으로 치열하게 발로 뛰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다.




| 책 속으로                                                          

P. 18     이렇게 우리의 이름이 된 ‘survivors’와 ‘살림sallim’은 ‘살린다’와 ‘살림을 산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살린다’는 성매매 여성을 성산업 구조의 고리와 폭력으로부터 구조해 살리고, 성매매 여성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하자는 바람을 담은 말이다. 또한 ‘살림을 산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살린다는 의미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없거나 집을 돌보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일상의 생활과 생명의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는 이름이다. 얼마나 근사한가? 우리들이 함께 지혜를 모은 결과물이었다.


P. 54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언니 이 돈으로 생활할 수 있어요?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겠네요” 하면 언니는 “이 돈이 알찐 돈이다. 저 동네에서는 한 달에 몇백만 원 벌어도 내 손에는 안 들어오는데 뭐. 지금 돈이 딱 내 손에 있다. 이 돈이 저 동네에서 번 돈보다 훨씬 값어치 있다.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으니 걱정 마라” 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언니들 중 한 명은 자활지원센터(이하 자활)에서 3년 일하면서 업소에서 빌린 돈 이천만 원을 다 갚았다. 정말 대단한 언니였다.


P. 113    업소 일을 한 번에 그만두는 경우는 드물다. 언니들은 대부분 사회경험도 거의 없고, 아는 사람도 업소 관계자가 대부분이고, 학력도 변변치 않다. 업소를 나와도 머무를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업소에 들어갔다 나갔다를 몇 년 동안 수차례 반복한다. 활동가들이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업소에 돌아간다고 하면 “그러세요, 우리가 그립거나 생각나면 오세요” 했고, 가끔씩 생각나면 찾아왔다. 업소에 머무는 것과 탈업소 사이에서 고뇌하고 망설이며, 몇 번 혹은 몇십 번, 몇 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래도 업소에서 나오면 여기 올 데라도 있다. 우리가 달리 갈 데가 어디 있겠노” 하는 언니들의 모습이 선하다. 업소에 있든 업소에서 나왔든 우리를 믿는 언니들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른다.


P. 151    언니들은 병원을 가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든, 식당에서 밥을 먹든,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썼다. “누가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자꾸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들킬 것 같다”라는 말을 계속했다.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과거가 언니들의 현재 삶을 옥죄고 억누르며, 정신과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무의식중에 몸과 마음을 조여 왔다. 언니들에게 찍힌 낙인은 언제 어디를 가든지 그들만이 겪게 되는 상처다. 몸의 상처는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세월이 흐르면 낫지만, 언니들의 상처는 약을 바르면 바를수록 덧나고 덧나서 그들을 괴롭힌다. 어쩌다 상처가 곪아서 터지면 옛날로 다시 돌아가 세상의 모든 것과 단절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성매매를 했었던 여자라는 낙인은 일생 동안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삶의 그늘이자 그림자다.


|추천사                                                             

책을 읽으며 ‘살림’ 초창기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크게 웃기도 하고 가슴 찡하기도 했다. 책 제목 <완월동 여자들>에서 ‘여자들’에는 성매매 여성뿐만 아니라 활동가도 포함된다. 성착취 현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여자들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울고 웃으며 많은 것을 이뤄 나가는 이야기다. 이 책 덕분에 완월동 여자들의 소중한 역사가 기록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박혜정_(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공동설립자,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저자


반성착취운동에 앞장서왔던 저자의 글에서 성매매경험당사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 이뤄낸 성찰의 깊이가 전해졌다. 세상의 낙인이 깊은 성매매경험당사자들과 ‘살림’이 만나온 과정을 유쾌하고,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써내려간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성착취 근절을 위한 필독서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봄날_『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작가


책 속에 나오는 그는 덜렁이에다 눈물도 많고 소심하기까지 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팍팍한 성매매 현장에서 누군가가 숨 쉴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주었다. 그가 흘렸던 눈물은 세상을 분노로만 보지 말라는 위로의 눈물이라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도 성매매 현장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그의 그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윤서_(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활동가


이 책은 살림활동가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활동, 100여 년간 유지되어온 완월동의 속살뿐만 아니라 한국의 성매매 현장을 보여주는 증언들로 가득합니다. 이 글을 적어 내려간 몇 년이 저자에게는 아픔이 재생된 시간이면서 동시에 치유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2000년 청소년 성착취 연구를 시작으로 줄곧 여성들이 겪는 고통의 현장에서 20여 년을 살아온, 사랑하는 경숙 씨의 책에 큰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이기숙_(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이사장, 다잉매터스 대표



| 목차                                                             

시작하며 

1부 살림: 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다

2부 완월동과 마주하다

3부 낙인: 편견에 맞서다

4부 가치와 열정의 소유자들

맺으며



완월동 여자들 - 10점
정경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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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어김없이 제자리를 찾고 올해도 곧 시월이 돌아옵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나 마지막 날을 읊는 노래도 곧 들려오겠지요.

그런데 1979년 시월의 부산 그리고 마산은 그리 멋진 곳도, 깊어가는 가을의 낭만을 얘기할 곳도 아니었습니다.

1016일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시민들이 가담해서 대규모의 반정부시위를 전개한,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20191016일은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딱 40년 되는 해였고, 오늘은 그로부터 11개월이 더 지난 날입니다.

40주년을 맞아, 한참 전부터 사단법인 10.16부마항쟁연구소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도서를 출판하기로 계획하는데요.

이에 부마민주항쟁 주역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한편, 그때를 회고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오래된 사진을 모으고,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을 캔버스에 그려 한 권에 담아내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산지니에서 나온 책이 <다시 시월 1979>입니다.

부마항쟁에 함께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날의 사건을 진실을 밝힌 작업이라는 데서 큰 의의가 있는 책이지요.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한 가지 TMI를 전해드리자면-한국지역출판연대에서는 매년 한국지역도서전을 통해, 1000명의 독자가 마음과 상금을 모아 지역의 좋은 출판물을 격려하는 의미로 천인독자상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는데요.

올해 이 부분의 공로상을 바로 <다시 시월 1979>가 받게 되었습니다.

꼭 누군가가 '인정해야' 의미 있는 건 아니지만, 적으나마 노력한 대가를 알아주는 이가 있으면 좋긴 하잖아요...(^^;) 출간된 지 한 해가 지났지만, 책에 담긴 의미와 함께한 이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여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올해 1016일에는 대구에서 한국지역도서전이 펼쳐지는데, 사실 이것도 원래 5월에 진행하려다가 한 차례 연기되었고 오프라인 행사조차 최소화로 진행될 예정이라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어쨌든 시간은 지나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시월은 찾아옵니다.

 

 

다시, 역사적인 날과 그날의 현장과 많은 이의 땀방울이 담긴 기념도서를 들여다보며... 부마민주항쟁이 더 이상 잊힌 역사가 아닌, 기억하는 역사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아! 다음 달 13일부터 21일까지는 <다시 시월 1979>에 그림을 남긴 정성길 화백의 전시회가 열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사단법인 10.16부마항쟁연구소나 금정문화회관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시월 1979 - 10점
10·16부마항쟁연구소 엮음/산지니

 

 

Posted by Peac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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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언니’들과 함께 보낸 18년의 기록

완월동기록연구소 정경숙 소장, 인권단체 ‘살림’ 활동상 책 출간


- 성매매 여성 삶 가꾸도록 도우며

- 공창 이미지 벗고 도시재생 추진

- 그간 활동가들의 투쟁 과정 담아

- “그들도 그저 평범한 우리 이웃”


“언니들(성매매 여성을 지칭)의 삶이 보통 사람들보다 특별하거나 이상하지 않다는 것,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현장에서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심으로 치열하게 발로 뛰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다.” (254쪽)


완월동기록연구소 정경숙 소장. 국제신문DB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을 이끌었던 정경숙 완월동기록연구소 소장이 최근 ‘완월동 여자들’(사진·산지니)을 펴냈다. 일제가 조성한 한반도 첫 공창이자 마지막 성매매집결지 ‘완월동’이 폐쇄 절차에 들어가기까지 활동가들의 투쟁 과정과 소회를 담은 책이다.

부산의 옛 중심지인 원도심에서 100년을 버텨온 완월동은 지난 3월 도시재생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됐다. 그에 앞서 지난해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조례도 부산시의회를 통과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성매매 여성들과 연대하며, 인권의 관점에서 지원해온 ‘살림’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2002년 완월동 가까이에 문을 연 ‘살림’은 20대 후반 여성학을 공부하며 성매매 문제를 고민하던 저자가 주도해 만들었다. 살림이란 명칭은 ‘살린다’와 ‘살림을 산다’는 의미 모두를 뜻한다. 말 그대로 성매매 여성을 성 산업과 폭력으로부터 구조해 살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하자는 바람을 담았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도시 속의 섬’이자 ‘금녀의 공간’이었던 완월동에 접근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업주들의 욕설 협박뿐 아니라 물리적인 폭력도 견뎌야 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경계를 허무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였다. 책에는 활동가들이 완월동에 다가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았다. “직접 삶은 계란 수 백 개를 들고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추운 겨울날 길가에 앉아 언니들과 도란도란 하늘의 별을 세고, 긴급 구조요청을 한 언니를 데리러 업소에 들어가기도 하고, 주변 상인들이나 업소 관계자들과 반목과 갈등하며 접점을 찾아가기도 했다.”(143,144쪽)

다행히 성매매 여성들도 활동가들의 진심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살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기도 하고, 연대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이 참여한 다큐멘터리 ‘언니’는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AND동의펀드상을 수상했으며, DVD로도 만들어져 성매매 예방 교육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저자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만나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모두의 마음과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라며 “이런 시간과 정성이 쌓이면 믿음과 신뢰가 생기고 불신을 내려놓고 서로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살림의 성과뿐 아니라 당시에 겪었던 좌절과 실패의 경험도 공유한다. 2005년 완월동에서 문화행사 ‘언니야 놀자’를 기획했지만 업주들의 행패와 경찰의 비협조로 난장판이 됐던 현장, 의욕과 달리 언니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미안했던 일들도 솔직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2016년 말 살림을 떠나 지난 5월부터 완월동의 역사를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지로서 함께 하고 있으며, 아울러 책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또한 달라지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전한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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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여자들 - 10점
정경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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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조명 아래 그들은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정경숙 완월동기록연구소 소장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완월동 언니(활동가들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호칭)들, 언니들과 부대끼며 울고 울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공창’이자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 서구 완월동. 성 구매자, 업소 관계자, 동네 상인 외에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이 공간에 18년 전 여성 활동가로 뛰어든 이가 있다. 최근 ‘완월동 여자들’이라는 책을 출간한 정경숙 완월동기록연구소 소장이다.



성매매여성 다룬 '완월동 여자들' 출간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만들어 활동

"완월동은 기억되어야 할 역사·현장"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의 몸을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성매매산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죠. 관련된 논문은 있었지만, 정작 현장 여성들의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았어요. 내가 직접 만나보자 했죠.”

2002년 무시무시한 동네, 완월동에 정 소장은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을 만들었다.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했고 지인들도 무모하다고 걱정했다. 정 소장은 꼭 필요한 일인데 아무도 하지 않으니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단다. 다행히 뜻을 같이하는 상근 활동가, 자원 활동가들이 모였고 자비로 활동을 시작했다.

“유리 벽 너머 붉은 조명 아래, 화려한 옷을 입고 표정 없이 앉아있던 언니들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죠. 업주는 물론이고 언니들도 처음에는 저희를 반기지 않았어요. 반기기는커녕 여자들이 가게 문턱 넘으면 재수 없다며 쫓겨나기 일쑤였죠.”

늘 그 자리에서 언니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고,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살림 활동가들은 언니들과 식구가 되었다. 한밤중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언니에게 달려가기 위해 살림 활동가들은 집보다 사무실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았다. 업주들의 폭언을 들으며 활동가들은 언니들과 차가운 길바닥에서 떨며 싸우기도 했다.

“책에는 언니들의 사연을 적지 않았어요. 사연팔이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활동가들의 희생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요. 언니들의 삶이 보통 사람들보다 특별하거나 이상하지 않다는 것, 그저 평범한 이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현장에서 온몸으로 뛰었던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남기고 싶었어요.”

책은 심각하거나 진지하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활동가들이 업주들을 술로 이긴 이야기부터 탈 업소를 한 완월동 언니의 감동적인 결혼식, 증거를 잡기 위해 완월동 언니로 위장 취업한 활동가, 부당하게 잡혀있다는 제보를 받고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했던 구조 현장, 취업 훈련을 받는 언니들의 실습 대상이 되느라 눈썹이 자주 없어졌다는 활동가 등 재미있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요즘 완월동의 폐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건 반대합니다. 성평등과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 시대, 완월동은 기억되어야 할 역사이자 현장입니다. 인권요충지로서 완월동은 국내외에서 큰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구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부산시도 전체 계획을 명확하게 세우고 접근해야 합니다.”

2002년부터 임신과 출산, 고통스러웠던 암 투병을 하면서도 줄곧 살림을 지켰던 정 소장은 4년 전 살림의 대표에서 물러나 현재는 살림의 자매단체인 완월동기록연구소를 맡고 있다. ‘완월동 여자들’의 인세는 전액 살림의 운영기금으로 기부되기 때문에 책이 많이 팔려야 한다고 정 소장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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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에 실린 <완월동 여자들> 저자 정경숙 활동가의 인터뷰입니다. 

부산 완월동이 성매매 집결지에서 시민과 예술가를 위한 '문화 플랫폼'으로 재탄생을 준비한다는 기사도 있네요.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부산일보] 완월동, 시민·예술가 ‘문화 플랫폼’으로 재탄생 준비


완월동 여자들 - 10점
정경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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