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월 첫 번째 목요일은 <문학/사상> 편집회의가 있는 날입니다.

 

지난 해 창간된 비평지 <문학/사상>은,

주류담론이 들여다보지 않는 문제를 관점으로 가져와

문학과 그의 토대가 되는 사상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으로 탄생했어요! 

 

독자 여러분께서 응원하는 마음을 모아주신 덕에

텀블벅 펀딩을 통해 6월에 창간호가 나왔고,

12월에 따끈따끈한 2호가 출간되었답니다. 

 

아르코에서 진행하는 우수문예지 사업에도 선정되어 

3호부터는 더 탄탄한 기획으로 속이 꽉찬 잡지가 될 예정입니다. 

 

편집인 구모룡 교수님의 말씀처럼, <문학/사상>은 점점 더 나아지는 잡지가 되고 있어요.

 

궁금해 하실 여러분을 위해 3호 특집 주제를 살짝 공개할게요...

3호 특집 주제는 바로 타코라이스...!!!

는 아니구요. (언젠가 <문학/사상> 자매잡지로 <맛과 사상>이 나왔으면 하네요..)

타코라이스의 원산지, 오키나와입니다.

타코라이스는 2차 대전 이후 미군들이 오키나와에 주둔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요리인데요. 제가 참 좋아한답니다.. 

오키나와 역사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어쩌다보니 타코라이스 포스팅이 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3호가 오키나와에 대한 원고들로 꾸려지고 있다는 사실

어제 편집회의를 하면서, 권력과 사회 -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 오키나와의 삶과 문학 으로 연결되는 <문학/사상>의 주제들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특집 청탁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3호에는 주제에 걸맞게 일본 필자분들께서 글을 실어주실 예정입니다.

여러분... 여기까지만 들어도 다들 기대되시죠?

 

<문학/사상> 을 만나는 가장 가까운 방법을 소개해드릴게요.

https://form.office.naver.com/form/responseView.cmd?formkey=NmRkOGYzMDUtMWZlMS00MjY3LWJkZTUtZWQ5ZDdkYzAzNThm&sourceId=urlshare

바로, <문학/사상>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시는 건데요!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셔서 폼 작성하시고 제출해주시면 신청이 뚝딱 완료된답니다!

저는 3호를 열심히 준비하며, 여러분의 응원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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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 이루어낸 기적

<해오리 바다의 비밀>

 

최근 코로나 19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본래의 에메랄드빛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관광지지만, 수상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실제 수질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착잡했다. 그저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을 뿐인데 물 자체가 바뀌다니… 인간의 손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해오리 바다의 비밀>은 이러한 문제를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쉽게 풀어준 책이다. 나는 동화책 특유의 순수한 그림을 보면서, 내심 ‘바다를 지켜줘야 해!’ 뭐 이런 내용이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동화에 대한 통상적인 인식 말이다. 단순하고, 어쩌면 유치할 거라고까지 생각하는 고정관념. 하지만 늘 그랬듯 실상은 달랐다. 세상에는 복잡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단순함이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동화다. 다르게 말하면, 이토록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걸 동화가 해낸다.

이 작품은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니오와 신지, 두 아이의 모험 그리고 있다. 어느 날 항구로 잡혀 들어온 아기고래, 피를 흘리고 있는 고래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그것을 바라보는 니오의 모습은 내 기분까지 이상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보면 인간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위 ‘꿈도 희망도 없는’ 광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동화의 진가는 드러나는 법이다.

 

연필이 미끄러져 나갔다. 둥그런 고래 등, 부드럽게 웃고 있는 주둥이, 날렵한 꼬리도 그렸다. 니오는 지느러미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아기고래를 살려주세요.”

 

…(중략)…

 

니오는 고동을 후 불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아기고래 때문이었다. 니오는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휘이비비비 고동소리가 바람을 타고 바다로 날아갔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바다에 희끔희끔 일렁이는 물결이 보였다. 니오는 고동을 꼭 쥐었다가 손을 펼쳤다. 목공풀로 아기고래 입에 분홍 고동을 붙였다.

“아기고래야, 내가 주는 선물이야. 힘차게 후 불면 가족들이 널 찾으러 올 거야.”

 

- 본문 21~22쪽

 

 

 

 

선어가 니오를 보았다.

 

“인간 아이, 고동소리를 들었단다.”

 

선어의 말에 니오는 울컥했다.

 

…(중략)…

 

‘고래 가족을 도와주겠니?’

선어는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니오를 보았다.

니오는 입술을 깨물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본문 70쪽


니오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저 고래와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신지의 낚싯바늘에 찔린 산갈치 알라차와 만나 모험을 떠나면서, 니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그마치 백 년이 지나야 썩는다는 스티로폼 알갱이와 같은 수많은 쓰레기들로 오염된 바다, 폐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 이 쓰레기들을 먹고 괴물이 되어버린 알라차의 친구 가오리…. 이러한 요소들은 작품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우리의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나는 생명은 없단다.’

 

알라차의 친구였던 가오리는 어쩌다 괴물가오리가 된 걸까? 니오는 깊은 바다에 떠다니던 쓰레기가 생각났다. 가오리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먹었거나, 쓰레기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로 인해 병든 것 같았다.

 

- 본문 126쪽

 

 

우리의 삶에 녹아있는 바다도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오염되진 않았을 것이다. 한순간에 하수구마냥 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다를 이렇게 만든 건 인간들의 무심함이다. 불법 포획된 고래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으며 과시하기 바쁘고,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수많은 쓰레기가 투척되는 바다. <해오리 바다의 비밀>은 이러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니오의 단순함, 정확히는 순수함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단짝 친구 신지를 구하고자 하는 니오의 서사는 결국 바다를 치유하기에 이른다.

 

 

“모든 생명은 지켜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켜야지.”

 

- 본문 68쪽

 

 

때로는 단순함이 본질적인 정답이기도 하지만, 익숙함에 무뎌져 곧잘 잊어버리고는 한다. 해오리 바다에서 기억을 되살려보는 건 어떨까.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dpwl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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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 

지난 주 금요일, 박향 작가님과 함께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라이브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어느새 관객이 없는 북토크도 익숙해져 가는 듯하네요... ㅠㅠ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셨다는 박향 작가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북토크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익숙한 동료 작가분들의 활발한 채팅 참여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채팅창 활발하게 올려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마음껏 여행할 수 없는 지금, 

누군가의 행복했던 여행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만은 여행지로 떠날 수 있었던 것 같아 저도 참 좋았답니다. 🛬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하시는 박향 작가님

 

박향 작가님은 책에 담긴 제주도 여행을 '인생 여행'으로 꼽아주셨는데요. 

저도 다음에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서쪽 바다에서 노을을 봐야겠습니다. 

 

미처 라이브 북토크에 참여하지 못하셨던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북토크 FULL영상을 유튜브 채널산지니에 업로드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라이브북토크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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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이 편집자입니다.

제가 즐겨 읽는 인문학 잡지 <보보담>에서 정말 반가운 글을 만나게 되어 소개드릴려고요.
겨울이 중반쯤(?) 도착한 가을 통권38호를 읽고 있는데 한 눈에 들어온 이 사진!!


누구일까요? 바로 18세기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제 건륭제의 초상화입니다.
초상화에서도 제국의 융성함이 느껴지시죠? 
건륭제 초상화가 반가웠다기 보다, 잡지에 실린 이 글이 반가웠어요.

이번 호에서는 건륭제의 민족지 프로젝트가 『황청직공도』가 소개되었어요.

마침 작업하고 있는  『이미지 제국』에도  『황청직공도』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더 반가웠어요.

 교정하면서 실물로 『황청직공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요.
이유는  301종 민족들의 모습이 그림으로 수록되어 있고 
기획부터 완성까지 건륭제가 전 과정을 감독하에 이루어졌다고 해요.

『황청직공도』는 각 그림마다 하나의 민족을 대표하는 한 쌍의 남녀가
그들 민족 고유의 전통의상을 입은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그림 속에 묘사된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 그 지역과 청나라의 관계 

이들 민족의 독특한 풍습에 관한 내용이 중국어와 만주어로 설명되어 있다고 해요.

황제의 지휘 아래 이걸 만드는 관료들은 아주 힘들었겠지만ㅎㅎ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당시 민족들의 전통의상과 지역을 살펴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할 것 같아요.

 

그림은 <보보담> 가을 통권38호

 

이처럼 『이미지 제국』에는 청나라 황제들이 어떤 시각 이미지로  통치전력을 펼치고
다민족을 융합하려 했는지  다양한 시각 자료로 설명되어 있답니다.

벌써 책 작업이 끝나고 지금은 따끈따끈하게 인쇄 중입니다ㅎㅎ
책이 나오면 청나라를 새롭게 연구한 책으로 주목 받았으면 합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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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전하는 10가지 이야기

 

『반려인간』

인턴 강윤지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우리의 일상은 예전보다 정체되어 있지만, 자연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사례들이 종종 뉴스로 보도되곤 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자연환경을 파괴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 문제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택배와 배달음식의 소비가 늘어나며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하였지만,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자연환경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제품의 홍보나 재활용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품 및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 쇠붙이 무덤

 

"욕심 많은 인간들이 말이야, 무엇이든 아무렇게나 쓰고 내다 버린 증거로 말이야, 남아 있는 것이 쇠붙이 무덤들이야. 인간 세상 곳곳에 온갖 쓰레기가 쌓이다 보니 말이야. 무서운 신종 바이러스들이 출현했는데 말이야. 쇠붙이 쓰레기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들. 그것들이 이상 기온과 함께 인간들에게 치명타를 주게 되었어. 말하자면 말이야,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인간을 멸망시키고 만 거지."

p. 21 「반려인간」 중에서


가족 동화집 『반려인간』의 첫 번째 동화인 「반려 인간」은 민호의 꿈속으로, 꿈속의 세상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가 병들어 죽는 일이 일어난 이후, 그로부터 천만년이 지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던 몇몇 개들이 대를 이어 만물의 영장 자리에 서게 되고, 퇴화해버린 인간들은 그들의 반려인간이 되었다. 그러나 개들의 나라도 이전 인간사회와 비슷한 행보를 밟고 있었으며 개들의 나라 내에서는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인간 사회의 말로를 예로 들며 비판하고 있다.

가족 동화집, 『반려인간』 속의 10가지 이야기들은 인간과 자연, 크게는 생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가의 쓰레기, 멧돼지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수렵 금지구역에서 고라니를 사냥하는 노인, 눈 내리는 대한민국의 어느 아파트 수조에서 겨울을 나는 열대 지방 악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발소리 등, 평소 우리가 쉽게 넘어가 버리고 또, 쉽게 잊고 사는 것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나는 수옥일 달랬지만 수옥인 애써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무서워서가 아니야, 불쌍해서 그래. 열대 밀림에서 살던 악어가 저런 데서 살다니 불쌍하지 않니?" 나는 머쓱해져서 까칠이를 도로 수조에 넣어 버렸다. "멀리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늘 고향을 그리워한대." 수옥이의 말은 조금 더 이어졌지만 나는 냉장고에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꺼내 애써 분위기를 바꾸었다. (…) 열대 지방이 고향인 악어, 까칠이가 눈 내리는 대한민국의 어느 아파트 수조에 갇힌 채 겨울을 나야 하니 불쌍하지 않느냐는 말이겠지.
진열대 속의 수석과 분재, 더운 나라 필리핀에서 온 수옥이 엄마. 아파트의 거대한 덩치와 무인 경비 도어록, 버리고 마는 맛국물 멸치. 오늘따라 이 같은 것들이 왜 하나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p. 152~154 「한마을 아이들」 중에서


잘못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몰랐거나 쉽게 잊고 넘겨버리는 것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생각해보는 마음가짐, 역지사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상대에 대한 진정성 있는 호기심과 창의적인 상상력에 대한 믿음, 즉 동심이 필요하다.
『반려인간』은 그러한 동심을 어린 화자와 함께 잡아나갈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화자와 함께 성장하고 이미 어른이 된 이들에게는 동심을 되살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함께 같은 보물선을 타고 항해하고 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보물들이지 않을까?

p.188 「보물선」 중에서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서로의 삶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깊이가 깊어지기를 바라본다.

 

 

 

반려인간 - 10점
신진 지음, 권문경 그림/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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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형적인 옛날이야기의 도입부로 시작된다. “아주아주 오래전, 칠레가 아직 나라가 되기도 전이자 이름을 갖기도 전에, 아냐뉴까라는 아름다운 여자가 북쪽 마을에 살고 있었어요”. 이야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시작하지만 그림은 눈을 확 사로잡는다. 수채 물감으로 그린 뒤 색연필로 덧입힌 것 같은 차분한 색감의 그림에선 사막의 모래가 떠오른다. 밝고 즐겁지만은 않은 동화 속 내용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론 차분하면서 고운 선의 그림이 평면이지만 마치 펠트로 만든 인형 같은 인상도 준다.

그림 속 아냐뉴까는 사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누구나 그녀의 곁에 있길 원했지만 사랑을 모르던 아냐뉴까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했다. 그러다 한 광부가 보물을 찾으러 오고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왔다가 아냐뉴까와 사랑에 빠진 광부는 어떤 면에선 목적을 달성했다. 아냐뉴까와의 사랑이라는 보물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에 대해 알지 못했던 아냐뉴까도 이 광부를 좋아하게 되면서 사랑을 깨닫는다.

이처럼 사랑은 사람의 근간과 인생을 온전히 바꿔놓는 대단한 힘을 가졌다. 하지만 광부가 보물이 있는 곳을 알게 되자 그는 아냐뉴까를 남겨두고 떠나가 버린다. 사랑에 빠져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잊었던 광부지만 사랑이 옅어지고 변하면 떠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려 아냐뉴까는 뒤늦게 배우고 깨달은 사랑 때문에 그가 없는 세상에서 살지 못하고 떠난다. 동화책이지만 사랑의 여러 얼굴을 잘 보여주는 듯해 어른을 위한 동화에 더 어울릴 것 같다. ‘공주와 왕자가 만나 오래도록 행복했습니다’라는 결말보다는 훨씬 마음에 울림이 있다.

아냐뉴까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칠레의 고유종이다. 주로 칠레 북쪽 지역에서 사막에 꽃이 피는 시기에 자란다고. 키가 30센티미터쯤 되는데 3~6개의 관 모양 꽃이 피고 꽃마다 6장의 꽃잎이 있다. 빨간색과 분홍색, 노란색, 주황색 꽃도 있다. 작가는 메마른 사막에서 붉은 아냐뉴까가 피어오른 모습을 보고는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괴로워한 여성을 떠올린 모양이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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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뉴까 이야기 - 10점
마카레나 모랄레스 삔델 지음, 빠울리나 레예똔 그림, 공여진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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