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

 

 

당신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

 

▶ 정제된 문장으로 모순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서정아의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2014이상한 과일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소설의 인물들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잠을 잔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 침투한 뜻 모를 불안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일상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도 모른 척하며 그들은 오늘도 일상을 살아낼 뿐이다.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

 

▶ 그들에게 닥친 사소한 불행, 그 불행이 일상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어딘지도 모르고 진오가 낸 교통사고로 가난한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진 합의에 진오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그들에게 벌어진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렇게 그들의 행위, 선택, 말 등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서서히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의 강은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가 풀샷으로 날린 골프공이 나무에 맞고 아내의 눈을 강타한 사고 때문이다. 불운한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와 아내 진은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의안을 끼워야 했다. 하지만 강과 진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부부의 생활은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무너져가는, 어쩌면 이미 무너져버린 관계를 애써 모른 척하고, 부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과 서로를 위무한다.

 

▶ 한순간 사라진 아이들, 엄마는 아이의 공백을 가만히 더듬는다

사라진 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들 동훈을 찾아 헤매는 싱글맘 유란의 이야기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유란은 동훈을 찾지만 집 안 어디에도 동훈은 보이지 않는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유란은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유란은 아이의 흔적을 통해 자신이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동훈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동훈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삶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던 사이에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은 느리게 온다물놀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유경의 일상을 담고 있다. 유경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 쉽게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타인들은 그녀를 더욱 아프게만 한다. 살아남은 아들의 친구를 원망해보고, 행복했던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려도 보고, 아이를 말리지 못한 자신을 후회해보지만, 아들을 향한 애도는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마냥 놓아버리고만 싶은 생을 둘째 아이를 부둥켜안으며 붙잡을 뿐이다.

 

▶ 가족이라는 아이러니, 그 이상한 관계를 되짚어본다

양의 울음의 윤은 자신이 일했던 호주의 양 공장을 떠나온 후에도 가끔 양의 시체가 등장하는 꿈을 꾸고, 양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윤은 친부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입양인 휴고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목도한다. 그로테스크한 양 공장의 묘사와 함께 혈연이라는 관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후 네 시의 동물원 휴가를 맞아 가오슝으로 떠난 가족이 겪는 사건을 통해 한 가정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무더운 여름, 그들은 갖은 고생 끝에 동물원에 도착하지만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평온하다 못해 나른해 보인다. 엄마인 도연은 이따금 서늘해지는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다잡지만,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들마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카메라 렌즈에 금이 가고, 하마 우리에 하마가 보이지 않고, 아이가 떼를 쓰다 엉덩방아를 찧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야생 원숭이까지 발치 앞으로 다가오니 그녀는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수밖에 없다.

 

▶ 씁쓸한 현실과 쓸쓸한 ‘나’의 세계

카빙은 이상보다 현실의 편익을 따르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조리 교사 오윤의 이야기이다. 스스로가 말라 죽어가는 나무처럼 비틀어져 있다고 느끼지만, 오윤은 회의나 자책보다는 합리화와 외면이 더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돌아서고 만다. 현실에 순응하며 내일을 위해 날카롭게 칼을 벼리는 오윤.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 겹의 세계 안젤라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서로를 아끼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지만, 그들의 삶에는 함께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엄마의 빚에 허덕이는 안젤라, 낙태수술을 감행하는 루시아와 미카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외면 받는 요한. 안젤라는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에 쓸쓸함을 느낀다.

 

서정아 소설가는 인물이 겪는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인물들은 현재의 상황과 감정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성실하게 내일을 준비한다. 오늘을 살아내고 다음 날의 출근을 준비하는 현대인처럼 말이다. 혼란한 감정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우리는 그저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첫 문장 

새 유리 어항으로 옮겨진 물고기들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헤엄쳤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6 어차피 죽은 고기야.

진오는 집게로 장어의 머리를 뒤집으며 말했다. 불판에서 치익, 하고 물기 닿는 소리가 났다.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구워 먹힐 고기라고.

진오는 상추쌈을 쌌다. 양념이 묻은 장어 토막을 두 개나 넣고 각종 야채도 한 젓가락씩 듬뿍 얹어 엄청나게 커다래진 쌈을 한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한참 입을 우물거리더니 입에 있던 것을 꿀꺽 소리 내어 삼키고는 말했다.

그러니 무서워할 것 없어.

 

p.60 그들은 침묵 속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서로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그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었고 그들이 누리고 있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은 앞으로도 전혀 나빠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문득 고요한 공기를 가르고 자동차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뭔가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p.112-113 유란은 동훈의 종합장을 책가방에 넣으려다가 표지를 들추었다. 혹시 무슨 메모라도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들과 틀린 표시가 가득한 수학 문제들뿐이었다. 온통 빨간 빗금이 그인 문제풀이 페이지들을 넘기면서 그녀는 아이가 혼자 견뎌야 했을 오답의 시간들에 눈이 붉어졌다. 동훈이 남긴 메모 같은 건 없었는데도 어쩐지 아이가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알 것만 같았다.

 

p.140 그들은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교집합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들이 분명 각자에게 존재했다. 그건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는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였다.

 

p.193-194 선생님은 못 도와주실 거예요.”

경서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원망과 절망스런 확신이 묻어 있었다. 오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서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았다. 경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힘없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윤은 바람에 삐거덕거리는 문을 바라보다 결국 돌아섰다. 경서의 뒷모습을 보니 어쩐지 선화가 자신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도 모두 다 알 것만 같았다.

 

 저자 

서정아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으로 이상한 과일이 있다.

clawjsanf@hanmail.net

 

 목차 

 

어딘지도 모르고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사라진 아이

한 겹의 세계

양의 울음

카빙

아침은 느리게 온다

 

작가의 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224쪽|125*205 |978-89-6545-728-2 03810

15,000원|2021년 05월 20일 출간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2014년 『이상한 과일』 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2169125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빈집·산책길…사별한 아내 향한 그리움 ‘뚝뚝’

조성래 시인 새 시집 ‘쪽배’ 출간…현대문명 안타까운 시선도 담아

 

 

‘헬레나/그대 사는 하늘 편안한가/흘러가는 가랑잎 따라 계절은 서쪽 강 건너고/푸른 달빛 자주 아파트 유리창 적신다/그대 이별하고 지상의 빈방에 갇힌 나/무슨 할 말이 있겠나 … 창밖엔 겨울바람 나뭇가지에 매달려 울어도 나는 도무지 무관해서 밤늦도록 눈물 없이 홀로 앉아있다’(‘하늘통신’ 중)

백양산 갈맷길 걷는다/우리 옛날 그 길을 홀로 걷는다… 아, 정다운 바위틈 약수터/투병하던 그대 손 잡고/천천히 올라와/생수 나눠 마시고 하늘 우러렀던 곳(‘산책’ 중)

조성래 시인의 새 시집 ‘쪽배(사진·산지니)’가 나왔다. ‘아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4부 4편의 시에 아내와 사별한 시인의 슬픔과 허전함이 뚝뚝 묻어난다. 그의 이번 시집에는 쓸쓸함의 정서가 유독 진하게 묻어난다. 시란 것이 본디 고독을 바탕으로 쓰이기도 하겠지만 상처한 아픔이 그 외로움을 더 깊게 만든 것 같다. 계절의 변화조차 아내가 없이는 그저 무관하고 무감해 한 마디 말도 없이, 독한 술로 밤을 달랜다. 아내의 이름을 습관처럼 불러보며 함께 걷던 길마다 문득문득 멈춰 서는 시인의 걸음이 느껴진다. 아내가 못 견디게 그립다는 시를 써서 그리움을 견딘다.

시집 ‘쪽배’에는 또한 살풍경하고 비인간적인, 전염병과 황사로 가득찬 현대 문명을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구하는 시인의 작품세계가 잘 드러난다.

안개가 쳐들어온다/항구도시에 바이러스 번지는 저녁/막강한 안개 군단이 제7부두에 진주/해안선 포위한다(‘항구’ 중)

우포늪 맑은 물에 쪽배 한 척 잠겨 있다/세월 놓치고 뒷전으로 밀려나 천천히/물 아래 가라앉는 생의 한 부분 보여주고 있다(‘하늘거울, 쪽배’ 중)

조성래 시인은 195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1984년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국에 대하여’ 등 7편의 시집을 냈고 최계락문학상, 김민부문학상을 받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출처: 국제신문

 

알라딘: 쪽배 (aladin.co.kr)

 

쪽배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댓글을 달아 주세요

깊이와 문향 갖춘 두 권의 산문집

문계성 수필가 수필집 ‘찔레’, 장동범 시인 산문집 ‘나절로 인생’ 눈길

 

  문계성 수필가와 그의 첫 수필집 <찔레>. 한강 제공

 

■ 기독교·불교·미술·문학 넘나드는 수필집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계성 수필가가 첫 수필집 <찔레>(한강)를 출간했다. 수필집에 묶은 글은 “때로는 지독하게 외로움을 타고, 때로는 환희에 겨워 몸을 떨던 내 혼의 얼굴”이라고 해놓은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짙은 문향을 머금고 있다.

그는 “글을 쓰면서 숱한 생각과 감정들은 이해되고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내 마음에 사는 온갖 중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 생각과 감정들에 저항할 때 번뇌였지만, 그것을 허용할 때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유였다고 한다.

성적 욕망에 대한 그의 불교적 사유와 탐구는 빛난다. 그 글은 티베트 밀교의 고승이 “승복 뒤에 숨겨진 성적 욕망을 감출 수 없었다”라고 고백하면서 승복을 벗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원효의) 무애(無碍)야말로 도의 극치가 아닌가”라며 “무애는 오온칠정과 함께 살면서 거기에 사로잡히지 않고 즐길 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썼다.

“파계는 계율을 가진 사람들의 것이고 자연에는 파계할 계율이 없다. (중략) 자연이 사람에게 오욕과 칠정을 주었고, 이는 사람들이 즐겁게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 그래서 잘 쓰다가 싫어지면 버리면 된다. 몸이 사라지면 어차피 전부 사라질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진정한 수행이란 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욕칠정을 잘 가지고 놀다가 잘 버리는 것, 내가 그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닐까?”

37년간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했다는 그의 글은 기독교 불교, 그리고 미술 문학 등을 넘나들고 있다.

 

  시인 장동범과 그의 칠순 문집 <나절로 인생>. 부산일보 DB

 

■ 칠순 삶의 안팎과 얼개가 느껴지는 문집

장동범 시인이 칠순 문집 <나절로 인생>(산지니)을 냈다. 그는 기자, 방송국장, 부산외대와 경성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으며 1999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해 그간 일곱 권의 시집 등을 냈던 문사다. 이번 문집에는 산문 칼럼 독서일기 등이 5부로 나눠 실렸는데 그의 칠순 삶의 안팎과 얼개가 느껴지는 짧고 긴 글들이다. 많은 글들이 흥과 감각, 재치로 넘치는데 그것의 뿌리는 깊은 사유, 칠순의 연륜, 기자로서의 삶에 있을 것이다.

그는 통도사 수안 스님에게서 ‘때때로 한가하게 거한다(時時閑居)’라는 글귀를 받았는데 곰곰이 보니 ‘시시한거’라고 읽는 데 묘미가 있다고 한다. 그는 덕수 장씨로, 시조가 1274년 세조 쿠빌라이의 딸 제국대장공주와 함께 고려에 귀화한 아랍인 시종무관 ‘산코(三哥)’인데 핏줄의 내력 때문인지 부산대 국문과를 다니던 젊은 시절부터 용서의 미학을 살았던 ‘아랍인 신라 처용’에 관심을 가졌었다는 얘기도 있다.

수필집 제목에 보이는 ‘나절로(我自然)’는 조선 중기 김인후의 ‘자연가(自然歌)’에서 따온 구절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지경을 내다본다. 시인으로서 그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한 마디로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시”라고 한다. ‘어머니, 물레에 손이 가지 않아요~’. 앳된 소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설레는 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한 사포의 구절처럼 행간 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독서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불교와 인연이 닿았는데 지난해 <아함전서> 16권을 통독했다고 한다. 선인들의 열독 경험에 따르면 나이 들어서는 불경을 읽어야 한다고도 했다는데 그는 <아함전서>를 통독하면서 “2500여 년 전 붓다 가르침의 진수를 생생하고 마치 곁에서 법문 듣듯 읽고 새기며 1년 내내 행복했다”고 적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엔도 슈사쿠의 묘비명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릅니다’. 칠순에 이른 그의 글이 푸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부산일보

 

알라딘: 나절로 인생 (aladin.co.kr)

 

나절로 인생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댓글을 달아 주세요

[책] 과연 중산층은 존재하는가?

중산층은 없다/ 하다스 바이스 지음/ 문혜림·고민지 옮김/ 산지니 펴냄

중산층의 몰락은 그 사회의 경제가 위험하다는 지표로 읽힌다. 매일신문 DB

 

오늘날 사람들은 주식, 펀드, 부동산, 가상화폐, 유·무형 자산에 열광적으로 투자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목청껏 투자를 홍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저축 이자가 낮아졌으니 은행에 돈을 넣어 손해 보지 말고 금융 자본에 투자해 이윤을 챙기라고 종용한다.저자는 또 우리가 자본에 투자하면 할수록, 사회의 중요한 가치나 공동의 이익보다는 내가 투자한 곳의 이익에 더 치중하게 되고, 사람들은 점점 사적 이익에 따라 재정립하게 된다고 주장한다.272쪽, 2만원.

 

책 '중산층은 없다'

 

저자는 맺는말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에 스며든 이데올로기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찬동할 만큼 아둔하지 않다. 우리는 성찰하고, 비판하고,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허상에 불과한 중산층이 되기 위해 힘쓰기보다 투자를 강요하는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넘어서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사회 구조적으로 투자를 강요받지만, 주도적인 자기 결정으로 투자했다고 여기고, 이런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자산을 지닌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에서 가계 재산을 늘릴 가능성이 점차 커지자 노동자들은 주택이나 주식, 보험, 학위, 전문자격증, 그 밖의 유·무형의 재산에 투자하지만, 그들의 자산 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를 메우기 위해 계속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런 끊임없는 투자로 인해 투자한 사람들은 지속적인 불안정과 부채, 강박적인 과로에 시달리게 되고, 또 엄청난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투자에서 손을 뗄 수도 없고 그로 인해 큰 손실을 얻게 되더라도, 투자는 자신의 결정에 의한 선택이기 때문에 투자의 모든 손실 역시 개인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저자는 "이 위험성에 대해서 자본주의는 함구하고 있다"며 "자본주의는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착취를 은폐할 뿐"이라고 비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의 증가와 쇠퇴는 중요한 이슈다. 중산층의 몰락은 그 사회의 경제가 위험하다는 지표로 읽힌다. 하지만 사람들은 중산층을 산출하는 범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는지 풀어낸다. 저자는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고 비판하면서 "그 이데올로기 핵심은 바로 '투자'"라고 말한다.

최재수 기자 biochoi@imaeil.com

 

출처: 매일신문

 

알라딘: 중산층은 없다 (aladin.co.kr)

 

중산층은 없다

하다스 바이스는 인류학자로 금융화 및 중산층과 관련된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 도발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지에서 나온 문화기술지 연구들을 실례로 제시한다.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