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부산

 

 

부산을 무대로 불러오다

로컬에 시선을 둔 여섯 작가의 부산 이야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이 출간되었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설집에는 로컬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부산의 공간을 소환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섬세한 눈으로 미시적인 분석을 할 때, 우리가 사는 도시의 도처는 매우 새롭고 두껍게 서술될 수 있다. 어느 마을에 살든지 그 삶의 구체를 이해하려는 섬세한 정신의 작가가 있다면 멋진 소설 작품을 인양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되어 왔다. 이 여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부산을 만들다

 

김민혜의 <다락방의 상자>는 우연히 발견된 상자로 하여금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했던 부산의 모습을 그려낸다. 진교는 시민공원 인근 주택으로 이사해 집수리를 하던 중 다락방에서 정체 모를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 속에는 90년대에 한국 여성과 미군이 주고받은 러브레터, 사진 등이 들어 있었고, 그는 소중한 물건을 되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과 상자에 얽힌 사연에 대해 알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진교는 상자를 둘러싼 역사를 추적하며 시민공원을 배회한다.

 

박영애의 <콘도르 우리 곁에서>는 부산진성이 있었던 증산공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LA에 살던 나는 고국에 들러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증산공원으로 간다. 부산진성이 있었던 그곳은 임진왜란 후 공동묘지로 변했고, 동물원 공사가 시작되자 무덤들이 이장되었다. 완성 단계에 있었으나 개원하지 못한 동물원 우리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았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서 나는 오래도록 힘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 희미하게나마 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조미형의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주인공 모자이크 아티스트 나백은 부산 임랑 바닷가의 엔진 없는 낚싯배 귀부인에서 홀로 생활한다. 말미잘 매운탕 가게를 하는 우봉과 서핑 샵을 하는 도욱은 예술을 하는 나백에게 SNS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나백에게 말미잘 매운탕을 먹을 것을 강요하고, 그들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더해간다. 광란의 밤이 흐르고 아침이 밝아오자, 나백은 자신만의 기이하고 파괴적인 작품 창작을 시작한다.

 

오영이의 <아무도 모른다>는 폭력 중독을 이야기하며, 양모의 폭력에 희생된 다섯 살 여자아이의 죽음을 다룬다. 해운대 바다를 안마당으로 거느린 초고층 아파트 안에서였다. 태어나 한 번도 친구를 만들어보지 못한 양모는 폭염이 심한 날 아이를 차에 방치하고 벽에 머리를 박는다. 병아리처럼 유약한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 숨을 거두고 만다. 폭력이란, 이유 따위 없이도 시작될 수 있고 그렇게 중독되기도 한다. 아무도 모르게.

 

장미영의 <끝나지 않은 약속>은 오래전 죽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애착을 다룬다. 아내인 수진이 뇌종양으로 죽은 뒤 나는 이끌리듯 돌산마을로 오게 된다. 돌산마을은 수진과 내가 함께 자란 곳이다. 어느 날 딸 채영이 배가 불룩한 아줌마가 집 앞에 서 있다 갔다는 말을 한다. 그날 저녁 채영이는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하며 아줌마랑 돌산마을에도 간다거나 말없이 사라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나는 수진의 집, 벽화 앞에서 실체 없는 아줌마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채영을 발견하고, 채영이의 생일날 수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한다.

 

안지숙의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중년에 이른 나는 이혼 위기에 맞닥뜨리고, 노모가 고관절 부상을 당하자 간병을 핑계로 부산 집으로 내려온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로지 걷는 것으로 삶을 버텨온 나는 매일 온천천변을 걷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동해선 둘레길을 걷게 된다. 동해선 둘레길은 철도원이었던 아버지와 인연이 깊은 장소다. 둘레길에 들어선 나는 고슴도치 가죽을 덮어쓴 도깨비를 만나게 된다.

 

부산을 머금고 새롭게 나아가는 문학적 공간

 

잠깐 머무는 곳으로의 부산과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부산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거주지라는 것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의 분위기를 머금게 된다. 그 지역의 과거를 알든 알지 못하든 우리는 지역의 역사를 발 디디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 나간다. 여기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부산에 관한 여섯 개의 소설이 있다. 부산의 과거를, 또는 현재를 그리며 로컬로서의 부산을 표현한 이 소설들이 부산의 분위기와 역사를 머금고 부산이라는 문학적 공간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 첫 문장

진교는 집 마당의 화단 턱에 걸터앉았다.

 

💙 책 속으로

p.9 다락방 도배하는데 이게 나왔어예. 버릴까예그는 의아스런 눈빛으로 상자를 받아 들었다. 상자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박 소장이 목장갑 낀 손으로 먼지를 털어내자 회색 먼지들이 소르르 일어나 햇살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밝은 햇살에 섞인 먼지 입자들이 기묘한 색으로 반짝이며 조금씩 퍼지며 날아갔다. 상자 위에는 ‘Made in U.S.A.’ 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고 잠금 고리를 열어 보니 사진, 편지, 손목시계, 향수, 카세트테이프, 전자기기 등 잡다한것들이 들어 있었다.

p.50 나는 밤마다 꿈속에서 움찔대는 검붉은 입술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공동묘지 아랫동네에 살면서 겪은 일이나 부산진성 부근의 유령에 대해서는 자신에게조차 섣불리 발설하고 싶지 않았다. 표현하기 힘든 내밀한 감정을 말로 내뱉으면 내가 뜻한 것과 다른, 유치한 무엇으로 변해버릴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내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 고립된 채 홀로 서 있는 것 같았다.

p.91 ‘귀부인이 정박해 있는 옥수수 밭 땅주인이 도욱이다. 밭에 쑥쑥 자라고 있는 옥수수는 말미잘 매운탕 가게를 하는 전우봉 소유다. 가게 앞에 가마솥을 걸어 놓고 옥수수를 삶아 팔고 있다. 무슨 일인지 우봉이 이른 아침부터 밥 먹자고 가게로 불렀다. 나백은 찜찜했지만, 마땅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우봉이 하는 매운탕 가게에서 바닷가 쪽으로 쳐다보면 귀부인이 한눈에 보인다. 낡은 배에서 하루 종일 배 안팎을 돌면서 뜯었다 부쉈다가 접착제를 바르고 조각을 붙이는 작업만 하는 나백의 일상을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p.136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그 말간 눈이 싫어 배를 걷어차거나 머리를 벽에 처박았다. 커갈수록 제 엄마를 닮아가는 그 눈이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아 화를 주체할 수 없어지면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럴 땐 눈앞이 하얗게 표백되면서 뇌 속에 주파수 높은 소음이 가득 찼다.

p.174 책꽂이에서 미니 앨범을 꺼냈다. 채영이 아기 때 사진을 몇 장 넘기니 나와 수진이 얼굴을 맞댄 채 찍은 사진 한 장이 보였다. 달랑 한 장 남은 사진이 기억의 조각들을 수집한다. 배가 둥근 달처럼 불룩한 것만 빼면 긴 머리에 안경, 큰 키, 보조개, 수진의 모습이 그림 속 여자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채영이 그림을 보고 난 뒤의 후유증일까, 제대로 설명되는 게 없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내가 병원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p.216 기억이 났다. 세상의 끝을 지나 걸어가던 그곳. 주변이 마을이었는지 논밭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옆으로 하천이 흐르던 길에서 아버지를 만난 일이 또렷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나를 덥석 안았다. 아부지. 울음을 터뜨린 건 내가 아니었다. 젖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아버지가 허엉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가 우는 바람에 놀라서 나도 따라 울었다. 아버지가 축축한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닦고 코를 풀어주었다. 그날 아버지 손을 잡고 비를 맞으며 걸어간 곳이 거제리 시장통이었다. 시장통에서 아버지와 나는 국밥을 먹었다. 국밥 냄새에 체리 세이지의 초콜릿 향이 섞여들었다.

 

💙 작가 소개

 

김민혜

2015월간문학』 『동리목월문예지로 등단. 금샘문학상 수상, 소설집 명랑한 외출, 장편소설 너의 우산2021년 청소년 북토큰도서 선정

박영해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8년 부산소설문학상, 2009년 들소리문학상 수상. 소설집 네 사람이 누운 침대, 우리가 그리는 벽화, 종이꽃 한 송이

조미형

2006국제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씽푸춘, 새벽4, 장편동화 해오리 바다의 비밀. 2019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각설탕선정. 2021해오리 바다의 비밀중국 청광출판사 판권 계약

오영이

2009문예운동, 2012한국소설, 2015동리목월신인문학상 수상. 2019년 성호문학상(본상) 수상. 소설집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현재 경성대학교, 동명대학교, 해양대학교 외래 교수.

장미영

2012년 천강문학상 우수상,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안지숙

2005년 신라문학상 수상,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 데린쿠유. 2019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 차례

더보기

 

다락방의 상자 - 김민혜

콘도르 우리 곁에서 - 박영해

귀부인은 옥수수 밭에 - 조미형

아무도 모른다 - 오영이

끝나지 않은 약속 - 장미영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 - 안지숙

 

후기: 비대면 시대의 호출

 

 

 

모자이크, 부산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 232쪽 | 135*200 | 978-89-6545-756-5 03810 | 15,000원 | 20211021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테마소설집.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되어 왔다. 이 여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자이크, 부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이 출간되었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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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나 편집자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후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의 최규화 작가님께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답니다!

대구MBC의 <시인의 저녁>이라는 방송인데요. 무려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특집✨

10월 27일 출연하셔서 45분을 꼭꼭 채워 김두리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더라구요!

사실 이전부터 작가님께서 포항, 대구 등의 방송에 출연하시며 책을 홍보하셨었는데

항상 타이밍이 안 맞아서 들을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듣기로 한번 들어 보았습니다 💙

 

 

서울국제도서전에서의 강연이 김두리 할머니의 생애와 육성을 듣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의 라디오 방송에서는 어쩐지 진행자분들과 티키타카하며 할머니의 생애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작은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속담이 있다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할머니나 어른들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할 때 그저 재미없고 고루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곰곰히 되짚어보면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던 사실들을 몸소 겪으신 거잖아요.

개개인이 하나의 박물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굴곡 없는 저의 인생도 하나의 역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이 책을 내고 지인분께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책"을 썼다는 말을 들으셨대요.

어떤 사람이든 역사를 지니고 살아가지만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한 사람을 생애로 기억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이번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들린 말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교정을 보면서 머릿속에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두려운 사건들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에서 제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았던 사건은 아무래도 남동생 분께서 붙잡혀 갔을 때였던 것 같아요.

 

 

자신을 데리러 온 동생이 인민군에게 붙들려가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눈앞이 아찔해질 것 같아요.

붙들려간 동생, 총을 든 군인, 도움을 줄 수 없는 피란민들.

김두리 할머니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읽다 보면 멈출 수가 없어요.

무겁고 아픈 이야기를 이다지도 재미있게 풀기란 쉽지 않거든요.

 

라디오를 듣다 보니 어느새 45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자체의 기록으로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있는 어른들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힘든 시절을 겪어온 분들이구나 하는 존경심이 들기도 하고, 지금 평온하게 흘러가는 하루에 대한 감사함도 느껴지구요.

한국의 역사에 대한 줄줄 외우던 학창 시절보다 오히려 지금 잊혀진 역사에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공식홈페이지

 

그런 의미에서 TV 프로그램 하나 추천!

제가 요즘 정말 빠져 있는 프로인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입니다.

통칭 꼬꼬무!

어느 평범한 사람의 하루로 시작해 한국의 역사 혹은 한국 범죄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프로입니다.

저의 출근길 메이트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정규편성되었어요!

여러분도 꼭 한 번 보세요!

 

오늘은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의 라디오 프로그램 후기를 풀어보았는데,

작가님이 말씀을 진짜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글도 잘 쓰시고, 말씀도 잘 하시면 너무 반칙 아닌가요?🤔

여러분도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하세요!

이 코인 타는 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

 

 

Posted by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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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사] 쉼이 필요할 때 '절' 찾아오세요

 

충남 '공주 갑사' 거닐어보니

'사찰 중 으뜸'으로 불려... 신라시대 화엄십찰로 명성

입구에 세워진 '철당간지주'로 과거 사찰 규모 짐작

호젓한 숲길 지나 돌계단 오르니 승탑·전각 위용 드러내

중생 병 고쳐주는 부처 '약사여래'에 발길 끊이지 않아

 

 

하늘은 높고 푸르다. 신선한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퍼지는 풍경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대자대비한 부처가 전하는 '염화미소'가 속세의 시름을 잊게 한다. 가을 고찰은 이렇게 찾는 이들을 말없이 품어준다. 그뿐이랴.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고요한 산사의 밤을 만끽할 수 있고, 인근 산책길을 거닐며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들 수도 있다. 깊어가는 가을, 호젓한 사찰을 찾아 번잡한 인생에 잠시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찰여행을 하고 싶다고요? 그럼 '사찰 중에 으뜸'인 갑사로 갑시다. 이상보의 수필<갑사로 가는 길>이 괜히 교과서에 수록됐겠어요?"

 

올해 <사찰 문화유산 답사>라는 책을 개정해 펴낸 한정갑 작가(62)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니 그는 망설임 없이 충남 공주 갑사를 추천했다. 한 작가는 부산 소림사 고불을 거쳐 조계종포교사단 등에서 일하며 틈틈이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책들을 써왔다.

 

12일 갑사 주차장에서 만난 한 작가는 여정을 떠나기에 앞서 절 이름에 얽힌 이야기부터 꺼냈다. 

 

"괜히 절 이름에 으뜸 갑() 자를 쓴 게 아녜요. 420년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679년 의상대사가 중건하면서 화엄십찰로 이름을 떨쳤어요. 거기에다 신흥사라는 암자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천진보탑이 있거든요. 이런 중요한 절이 금닭과 용의 기운이 서린 계룡산에 자리 잡았으니 가히 국내 최고 사찰로 불릴 만하지 않겠어요?

 

주차장에서 몇걸음 지나가 '일주문'이라고 쓰인 문이 나타났다. 그는 일주문을 "불교 세계관 속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수미산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신선한 땅에 첫발을 딛는 듯한 느낌이었다. 

 

갑사로 가는 길은 일주문에 이어 나오는 갑사탐방지원센터에서 두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포장이 잘된 탐방로(약 500m)고, 오른쪽 숲길(약 600m)이다. 호젓한 숲길 쪽으로 10여분 걸으니 하늘에 닿을 듯한 철당간지주(보물 제256호)가 반겼다. 50cm 지름의 철제 통 24개가 연결된 구조로, 15m나 되는 높이 때문에 사진을 찍기도 어려울 정도다. 당간지주는 주로 사찰 입구에 세우는 일종의 표식이다.

 

"당간지주는 과거 마을의 솟대처럼 신성한 지역을 표시합니다. 이 당간지주로 두가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사찰 입구인 일주문이 원래는 당간지주와 절 사이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큰 당간지주를 보건대 과거 사찰의 규모가 엄청났을 거라는 겁니다."

 

10여분 정도 더 걸으니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을 느릿느릿 올라가면 승탑과 '대적전'이라 이름 붙여진 전각이 조금씩 그 위용을 드러낸다. 성인남자 평균 키보다 조금 큰 승탑은 상서로운 기운을 풍긴다. 승려의 사리를 모신 부도로, 구름 속 용을 조각한 기단부의 예술성이 빼어나 보물 제257호로 지정됐다.

 

경내에 들어가기 직전, 우뚝 선 '공우탑(功牛塔)'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에 절을 지을 때 건축 자재를 나르는 등 큰 고 ㅇ을 세운 소가 있었나 봐요. 그걸 기리는 탑이네요. 한낱 미물에 대해서도 그 감사함을 후대에 널리 전하고자 탑을 세웠다니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에 경탄하게 됩니다."

 

30여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경내에 다다르니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들이 한눈에 보인다. 한작가는 사찰여행에선 거축물의 배치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절을 지을 때 아무렇게나 건축물을 배치하지 않아요. 해탈교라는 다리를 만들고 일주문→사천왕문→불이문→석등→석탑→법당 순으로 이동할 수 있게끔 해놔요. 어지러운 사바세계에서 불교의 이상향인 정토로 중생을 안내한다고나 할까요."

 

가람 한가운데 대웅전을 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레 숙연해진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듯한 현판은 조선의 명필가인 한석봉의 작품이다. 디딤돌·벽석·받침돌·지대석 등으로 이뤄진 기초석은 1m 이상 높아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웅전의 남성미는 맞배지붕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건물 옆에서 볼 때 반듯한 시옷(ㅅ)자 형태인 것이 특징으로 가장 간단한 지붕 형식입니다. 화려한 기교는 최대한 절제하고, 단정하면서도 우람한 대웅전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건축가의 의지가 담긴 것이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사찰 오른편에 있는 석조약사여래입상이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뜻한다. 백제문화권에서 널리 퍼진 미륵신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한 작가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답답한 마음을 약사여래에게 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불교도인은 아니지만 약사여래 앞에 서서 손을 모았다. 속세에서의 탐욕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공주=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 출처

 

[가을 산사] 쉼이 필요할 때 ‘절’ 찾아오세요

[BY 농민신문] 충남 ‘공주 갑사’ 거닐어보니‘사찰 중 으뜸’으로 불려…신라시대 화엄십찰로 명성입구에 ...

m.post.naver.com

 

 

288쪽 175*235mm  9788965457367 ∣ 2021년07년05일

 

사찰문화재를 불교문화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으로, 그동안 (사)파라미타를 비롯하여 조계종 중앙신도회, 조계종 포교사단 등 불교단체와 기관에서 직접 사찰을 안내하고 순례하며 체득한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는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 석모도 보문사 등 3대 관음성지와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의 삼보사찰 그리고 5대 적멸보궁과 지역별 명찰을 선별하여 모두 33군데 사찰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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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문화유산 답사

사찰문화재를 불교문화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으로, 그동안 (사)파라미타를 비롯하여 조계종 중앙신도회, 조계종 포교사단 등 불교단체와 기관에서 직접 사찰을 안내하고 순례하며 체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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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돋보기] ‘수난이대’ 하근찬 문학 21권

하근찬 전집 - 하근찬 지음/산지니/2만~2만500원

 

 

하근찬 소설가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위원회와 산지니 출판사가 전 21권으로 내놓는다. 하근찬은 징용으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 만도와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 진수를 내세워 당시의 비극적 상황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수난이대’로 잘 알려져 있다. 장편·중단편으로 구분되는데 중단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작품을 발굴해 별도로 엮었다. 이와 함께 하근찬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는데 도움을 줄 젊은 연구자들의 충실하고 의미있는 해설도 덧붙였다.

최영지 기자

 

▶ 출처

 

[신간 돋보기] ‘수난이대’ 하근찬 문학 21권

하근찬 소설가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위원회와 산지니 출판사가 전 21권으로 내놓는다. 하근찬은 징용으로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 만도와 전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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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전집 1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위원회는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의 작품 총 21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수난이대>는 하근찬의 등단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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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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