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독서후기'에 해당되는 글 54건

  1. 2014.07.27 스스로 불행할 권리를 잃지마라- 멋진신세계 (4)
  2. 2013.04.29 읽는다는 것의 위대함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3. 2013.04.25 '종이책 출판'과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 (1)
  4. 2013.04.11 가장 심급의 영역으로서의 '사상'을 사유함-『지식의 윤리성』 리뷰
  5. 2013.02.28 안목과 관계 / 민음사 회장 박맹호 인터뷰 글에 즈음하여
  6. 2013.01.26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 (7)
  7. 2012.12.13 한 독자의 슬픔과 분노
  8. 2012.11.20 현재의 중국을 진단하다. 『용과 춤을 추자』 (1)
  9. 2012.11.14 대학도서관의 변신 (2)
  10. 2012.08.31 울란바트라의 눈, 그리고 여기 부산. (4)
  11. 2012.07.30 용기가 필요하다면,『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를 (2)
  12. 2012.07.10 내 노동에 가격을 매긴다면? 『4천원 인생』 (1)
  13. 2012.03.27 서점은 문화다,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14. 2012.03.13 봄맞이 詩 (2)
  15. 2012.02.08 노마 히데키 선생님의 답장 (1)
  16. 2011.08.29 돼지가 있는 교실
  17. 2011.01.10 박선미 선생님과 초등 1학년 아이들의 알콩달콩 교실 이야기 (4)
  18. 2010.10.14 시집 '찔러본다'
  19. 2010.04.21 부모 노릇 어렵죠^^ (2)
  20. 2010.04.14 건강은 건강할 때~
  21. 2010.04.08 잃어버린 물건으로 맘 상한 사람을 위한 책
  22. 2010.03.31 단행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잡지
  23. 2010.03.06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법, 컨셉력 키우기
  24. 2010.02.27 부부사이 대화에 성공하려면 집을 나가라 (2)
  25. 2010.02.23 1만원짜리 박수근(?)

                                 

 

안녕하세요 :^) 신입디자이너 윤블리블리 입니다 ㅎㅎㅎ

제 첫 블로그 포스팅이네요ㅎㅎㅎㅎ 아 떨려;;;

이번 주 책 한권을 읽었는데 충격적이고 소오름이 돋던 작품인데요. 바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 입니다.

올더스 헉슬리는 약 100년전 인물로써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를 현실감있게 그려낸 작가였습니다. 

'멋진신세계'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화려하고, 편하며 과학이 발달하여 아픔도 없고 행복한 세상일 것 같다. 그러

나 그 화려함속에 감춰진 플라스틱 같은 세상은 따뜻함도 포근함도 없는 인형의 집 같은 세상이다.

 대량생산 

멋진 신세계는 대량생산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포드 사의 T모델 자동차가 출시된 1908년을 기원으로 하는 사회이다.  대량생산의 시작을 기원으로 하는 사회인만큼 대량생산은 이 사회의 중요한 핵심이다. 대량생산 사회가 끊임없이 유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소비가 필요하다.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옷이 낡으면 바느질을 하지 말고 그대로 버리고 새 옷을 사 입으라고 교육받는다. 
  이 사회에서 대량생산은 단지 상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간도 상품처럼 '인공 부화, 조건 반사 연구소'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이 사회에서는 인간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계급으로 서열화된다.  


 

안정과 행복 


 멋진 신세계에서는 누구도 어느 한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타인을 사적으로 소유하려 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는 누구에게 속해있는 가족이라는 개념자체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가족은 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고리타분한 존재이며, 촌스럽고 시대에 따르지 못하는 유치한 것이다. 아예 감정을 느끼지 않으며 안정을 중요시 하는 이 곳에서는 감정은 허용될 수 없으며 모두들 감정을 느낄 일이 없도록 모두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켜 준다. 멋진 신세계의 안정과 행복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항상 소비를 하며 새것을 가지고 사치하는 삶에 안정과 행복을 느낀다.
 어느 누구도 욕구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 질병, 고령 같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들은 기술을 통해 해결된다.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공유, 적정 비율의 계급구성, 완전한 욕구 충족을 통해서 안정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조건 반사 교육, 수면 학습 


 이 곳의 교육은 현대 우리 사회에서만큼이나 중요시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사 교육을 받는다. 종이 울리면 밥이 없어도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사람들은 자극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도록 교육받는다. 조건 반사 교육의 내용은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낮은 계급의 아기들은 꽃과 책이 놓인 방에서 전기충격에 노출된다. 이러면 그 아이들은 평생 아름다움과 지식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수면 학습이라는 것도 받는다. 아이들이 잠자고 있는 동안에 특정 내용을 반복적으로 들려줌으로써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면 학습에서 사람들은 "지금은 모든 인간이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라는 문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이 실제로 행복한지 고민해 보지도 않고서 행복하다고 말하게 된다.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언어에는 논리도 감정도 없다. 그저 기계적 습관에서 말이 나오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깊이 사고 하지 않는 유아적 삶이 바람직하게 여겨진다. 

 

여기서 수면학습의 모습을 보며 영화 '아일랜드' 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난다.

모두들 태어나기 전에 실험실에 갇혀 같은 생각과 같은 교육을 받았으며, 어릴적 같은 추억을 교육받게 된다.

이런 시대가 곧 다가올 것 같은 씁쓸한 예감이 든다 ㅜㅜ

죽음, 고통, 노화, 우울, 불안 등으로부터의 자유와 영속성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진정한 행복으로 느끼게 하지 못할 것 같다.
반대의 상황이 있음으로써 상대적으로 현재의 행복이 가치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나는 나에게 한꺼번에 닥친 힘든 일들을 감당하지 못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왜 하필 나에게?'란 생각때문에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 때문에 더 강해지고 순간의 행복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은 '죽음'이라고 들었다.
삶이 유한하기에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의미있게 살기 원하며 행복해지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신세계에서 강조하는 '만인을 위한 만인'일 때보다 '자신을 위한 자신'일 수 있을 때 더욱 만족감을 느끼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책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점점 이런 세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도 이 세계처럼 과도한 문명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과 개성이 사라지는 미래사회에 대한 우려를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어떤 적절한 기준으로 중립을 지켜야하는지 정의내리기란 어려운 것 같다.

 

 

멋진 신세계 - 10점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문예출판사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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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 디자이너 2014.07.28 1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래를 경험해본 사람처럼
    정확하게 미래사회를 예견했네요.
    통찰력이 대단한 작가시네요.

  2. BlogIcon 엘뤼에르 2014.07.28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은 '신세계'처럼 마치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지만, 어쩌면 윤블리블리님 말대로 철저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루고 있는 책이네요. 얼마 전에 이 책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만 집착하고 현실관계를 등한시 하고 있는 지금의 세태를 책 내용과 들어 비교한 걸 봤어요. 무려 백년 전의 내용인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올더스 헉슬리는 천재인 것 같아요. 고전의 반열에 오를만 하네요.ㅎㅎ

  3. BlogIcon 동글동글봄 2014.07.29 1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적 같은 추억을 교육받는 점은 섬뜩하네요. 이 문장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집에서 가는 길에도 생각해 보고...첫 번째 포스팅 잘 읽었어요^^

  4. BlogIcon 은꼬물이 2014.08.01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아, '스스로 불행할 권리를 잃지마라' 포스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행복을 위해 불행을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네요.
    여전히ㅠㅠ불행과 마주하는게 두렵지만요ㅠㅠ
    알찬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D

읽는다는 것의 위대함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Reviewed by  엘뤼에르


                

                         주말에는 꼭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꼭 한 편씩을 관람해야만 하는 엘뤼에르 편집자는 오늘, 톰 크루즈와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오블리비언>을 보고 왔습니다. 그저 그런 SF영화겠지 하고 치부할 뻔 했는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트릭처럼 숨겨진 교묘한 종교 비판과 함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대목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극중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고뇌하는 주인공 잭 하퍼(톰 크루즈)가 세계의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계기가 바로 고대 로마시대의 책의 한 구절을 발견하면서부터인데요. 핵전쟁으로 지구가 파괴되어도 단 한 권의 책이 남아 있다면, 인간은 과거의 역사를 그렇게 배우고 기억한다는 데서 저는 굉장한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제 자의적인 해석일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영화의 기준은 영화가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거라고 누가 그랬던가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복잡한 감정으로 등장인물들의 사유와 고민의 접점, 그리고 그들의 세계와 내가 살고 있는 세계 속의 연결고리들을 분석하기에 바빴으니까요. 고양된 마음을 안고 흥분해서 친구들에게 이 내용을 설명하려던 찰나, 정리되지 않은 논리들로 이 흥분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글로 ‘씁니다’.





                

                        지난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각종 이벤트를 통해서 지자체나 서점, 출판사에서 많은 행사를 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책의 날’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이런 날을 통해서라도 책읽기를 강권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탓을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편집자랍시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탓하며 매일 투덜거리는 저조차도 그리 책을 많이 읽는 편은 못 되니까요. 게다가 편협한 독서력하며 어렵다싶은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교양서 위주로 읽다보니 편집자로서의 한계에 부딪히는 요즈음입니다.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재미에 살고 있기도 하고요.)

                        사실, 중요한 것은 책 읽기를 자연스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사회에 있다고 보는데요. 최근 한 어린이 책읽기 프로그램의 소동을 보다보니 아이들이 책을 싫어할만한 요소가 이런 데 원인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때 억지로 읽었던 책들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거든요. 물론 그중에도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잊지 못할 책도 있기도 합니다.(독서경시대회 때문에 억지로 읽었던 책이었지만,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는 책이네요.^^)

                       그러다 어떤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일본의 떠오르는 지식인,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제게 있어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책의 날을 전후해서 읽었기 때문일까요.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1. 읽는다는 것 - 불가지의 영역을 ‘읽다’

그는 신도, 신인 것도 추구하지 않습니다. 책을, 바로 책을 추구합니다.(p.134)


                       무함마드를 알고 계시나요? 아니, 마호메트는 알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바로 이슬람교의 선지자입니다.(마호메트는 미국식 발음법이고 아랍어의 발음에 가까운 표기법은 아무래도 무함마드라고 하네요.) 예수처럼 이슬람교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기는 하나, 그는 ‘신’으로 격상되지도, 스스로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단지 이슬람 경전 ‘꾸란’에 나오는 200여 명의 선지자 중 한 사람일뿐이니까요. 선지자 중에는 기독교에도 나오는 아브라함이나 모세, 다윗, 솔로몬, 심지어 예수까지도 모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웬 종교 이야기냐고 해서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으나, 여기에서 바로 책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의 의미가 바로 ‘읽기(Kuran)’이며, 대천사가 한 신의 계시가 바로 ‘읽어라(iqra)’라고 합니다. 읽는다는 것의 의미가 경전에서까지 드러나는 대목인데요. 사실 이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내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읽기 혁명’에 관한 부분입니다.

                       무함마드는 사실 문맹자였습니다. 그렇다면, 꾸란은 어떻게 쓰여진 걸까요? 읽을 수 없는 무함마드는 어쩔 수 없이 들리우는 천사의 목소리를 결국 쓰고야 말았습니다. 그는 붓을 들고 글을 '썼습니다'. 이처럼, 무함마드는 이슬람교의 최후의 예언자입니다.(p.132) 최초의 신의 말―책의 원전이겠네요―을 최후의 예언자가 ‘읽어냄’으로써, 이제 온전한 신의 말은 ‘불가지의 것’이 되고 맙니다.

                       책을 편집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온전한 최초의 ‘아이디어’는 책을 편집하는 도중 정교하게 다듬어지면서 책이라는 하나의 ‘물성’으로 탄생하게 되지요. 독자들은 저자의 생각을 온전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읽기’라는 것은 언제나 오독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서 ‘읽기’라는 행위가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저자’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사유를 저자의 텍스트를 읽는 ‘독자’가 받아들이고, ‘독자’는 훗날 제2의 ‘저자’가 되면서 책은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책은 단순한 종이라고 치부해버리기 곤란한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저는 단언하고 싶습니다.




                2. 피의 역사가 담긴 책 ‘읽기’

읽고 쓰는 것 때문에 목숨을 걸지 않을 수 있었던 날들―그것은 역사상 실로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나날, 우리의 장소가 다소라도 그런 자유를 주고 있다는 것은 실로 기적이라 부를 만합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뻔한 소리는 그만두고 이를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지켜내야 합니다. 아시아 중에서라도 다소라도―다소라도입니다―언론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습니다. (p.117)


                       어쩌다보니 책을 편집하고,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네마네 하면서 투덜대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편집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의문은 망각한 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우리는 ‘자유’도 ‘민주’도 아닌 허울뿐인 ‘자유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쓴다는 행위만으로, 글을 읽는다는 행위만으로 잡혀 들어가고 감옥행에 처하고, 심지어 사법살인을 당하기도 했었던 제가 소상히 알지 못하는 우리 나라의 ‘한 역사’가 분명 존재했습니다.(따라서 그 시절을 소상히 모르는 제가 어줍잖게 이렇게 얄량한 지식으로 타이핑하고 있는 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담긴 작은 비화만 말씀드리자면, 조세희는 직설적으로 노동자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다지만 동화같이 비꼬아 그려냄으로써 당시의 출판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나라는 언론출판의 자유가 부재했던 국가였습니다.

                       이 책에 언급된 마르게리트 포레트가라는 여성 또한 금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단자라는 선고를 받고 화형에 처합니다. ‘읽고 쓴다’는 행위가 이처럼 ‘광기’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역사로 배운 셈입니다. 그럼에도 그 소중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집에 쌓아두기만 한 책들을 바라보니 저절로 눈물이 흐르고 마네요. 예수는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에게 마치 펼쳐진 책처럼 될 것이다’라고요. 종교를 떠나, 성경책도 참 재밌는 책입니다. 한 편의 대서사시와 같은 그네들을 삶이 담긴 책―성경을 뜻하는 영어 Bible도 ‘책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요―또한 ‘펼쳐진 책’처럼 말이 다할 수 없는 깊은 ‘삶’을 ‘읽기 혁명’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3.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종언은 없다

                      모두들 무언가가 조금씩 끝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서 쑥대밭이 될 것처럼 언론에서 호들갑이고, 일본인들은 이미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3·11 대지진 이후로 급속히 황폐해져 있습니다. 이러한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일본인의 삶이 일본인인 저자에게도 그대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꼭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사뮈엘 베게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언급하며 ‘공생’을 설파합니다.

                      오늘 봤던 영화 <오블리비언>에서도 핵무기로 인해 황폐해진 지구가 나타납니다. 희망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희망은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사지도 않고 언젠가는 종이책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냐고 자조하는 출판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 한, 읽는다는 소중한 행위를 위해서 목숨 바쳤던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한, 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나무밑에서 오지 않는 고도를 한없이 기다렸던 것처럼, 저도 고도를 믿어보려고요. 그들이 오지도 않는 고도를 기다렸듯, 저 또한 여전히 책을 아끼고 사랑할 ‘독자’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포스팅을 쓰다보니 어느덧 월요일이네요. 오늘도 활기찬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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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10점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자음과모음(이룸)


**함께 읽으면 좋을 산지니 책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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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읽은 책 -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

 

대표님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매달 책 한 권을 정해서 같이 읽고 토론하고 이야기합니다.

그간 읽은 책들은 <파격적인 편집자> <편집자란 무엇인가> <편집에 정답은 없다> 등. 출판사이다보니 아무래도 출판, 편집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되네요.

 

혼자 읽고 끝낼 때보다는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고 나와는 다른 타인의 생각을 알게 되어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됩니다.

3월에 읽은 책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은 출판사에서 디지털 사업부를 담당하는 저자가 전통적 출판과 웹-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환경의 변화를 탐구한 책입니다.
같은 내용을 읽었지만 책에서 밑줄 그은 부분과 감상은 다들 다릅니다.

한번 들어 볼까요?

 

 

 


 

책의 출판과 콘텐츠 퍼블리싱이 분리되었다. 책의 존재와 상관없이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기 시작했다. (중략) 모든 것은 동시에 발생하고 동시에 소비된다. (중략) 디지털 환경에서의 콘텐츠 퍼블리싱은 책과 출판이라는 과거의 방식과 결별하고 스스로를 콘텐츠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65쪽)

 

‘스스로를 콘텐츠산업화’ 하는 추세에 발맞춰 산지니에서도 SNS나 블로그 사용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리라 봅니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 생산이 출판사의 궁극적 목적은 아니겠지만 독자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와 출판사의 소통 창구를 적극적으로 열어두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전복라면

 


 

'커뮤니케이션 대기 상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현상이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40p)
종이책, 전자책, 앱이라는 각각의 상품들이 이러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면, (중략) 둘 사이의 차이를 가르는 근본적인 요소는 아마도 콘텐츠가 독자를 태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187p)

 

전반적으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앱이라는 이 각각의 플랫폼에 대해 독자들의 태도와 변화 환경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각 플랫폼에 맞게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것을 독자들에게 어디에 노출시키고 디스플레이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온수

 


 

이 책은 협의의 의미로서 '전자출판'에 다루고 있지만, 넓은 개념으로서는 '책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책은 단순한 책으로서의 단독적인 물질(물성)이 아니다. 이를테면, 책을 읽는 진짜 재미는 세상의 모든 책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p109)에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퍼스널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그리고 전자책 단말기와 같은 모든 매체들이 이른바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연결되고 접속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이는 책의 의미와 앞으로 책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시사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러한 역할의 중심에 바로 편집자가 있다. 그리고 편집자의 역할이 비단 종이책에만 한정되지 않다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출판사는 저자들의 콘텐츠 생산 파트너라는 역할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할 것임을, 특히 콘텐츠를 어떻게 퍼블리싱(출판; ‘접속’의 개념을 포함한)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많이 공감했다. 편집자로서 단순히 종이책 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취급되었던 홈페이지, 블로그, 까페, SNS 등의 활동을 단순 홍보 수단 차원을 넘어 콘텐츠 중심에 놓고 다시 설계해야 함을 배운 셈이다.

-엘뤼에르

 



새로운 플랫폼의 대명사인 앱스토어는 얼핏 보면 생산자를 아주 민주적으로 배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평평한 배려 속에 생략된 것이바로 생산자의 파트너 역할이다. 앱스토어가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생산자의 훌륭한 파트너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가 흔히 예로 드는 음반산업은, 디지털 음원 시장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 거의 몰락했다. 재편된 국내 게 되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음악가들이 스스로의 불안한 삶을 견디며 창작 활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종류도 충분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음악가, 즉 콘텐츠 생산자의 삶을 계속해서 착취하는 구조로 갈 경우에 소비자들이 미래에도 여전히 싼 가격에 좋은 음악들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249쪽)


미국의 거대 유통업체 아마존과 애플이 전자책과 음원을 중고 판매 하는 시스템의 특허권을 따냈다고 한다. 전자책이 종이책처럼 닳는 것도 아닌데 한번 판매된 전자책을 중고로 재판매하여 또다른 수익구조를 만들어 낸 유통사의 상상력이 정말 놀랍고 무섭기까지 하다.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애플과 아마존은 일정한 수익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콘텐츠 생산자인 작가와 출판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일주일 뒤면 헐값에 살 수 있는 전자책을 누가 정가로 구입할까.
유통사는 헌 파일이 팔리든 새 파일을 팔리든 상관 않는다. 많이 팔리면 그만이다.

수익만 된다면 출판 생태계가 파괴되든 말든 관심 없다.

무조건 싸기만 하면 좋은 것일까?

한번 파괴된 가격은 되돌리기 힘들다.
교보문고 전자책 대여 시스템인 '샘'을 출판계에서 마냥 반길수만 없는 이유다.

완전도서정가제가 꼭 실현돼야만 하는 이유다.
모든 작가와 출판사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권 디자이너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 - 10점
이경훈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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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4.26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전자책 관련 책 중에 가장 재밌었어요^^ 여러가지 시선으로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음...다시 한 권이 다가오는데 너무 일찍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네요^^;;

지식의 윤리성

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Reviewed by 엘뤼에르




     수유너머R 연구원으로 있는 저자 윤여일은 본인이 평소 견지하고 있던 ‘윤리성(Ethica)’에 대한 고찰을 ‘이론’, ‘비평’, ‘사상’이라는 개념의 맥락에서 네 가지 사유감각으로 풀어내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은 「자본론」보다 논리적 밀도는 떨어지지만 다양한 문제의식을 촉발시키며 현실을 때렸다. 이처럼 저자 윤여일은 지식의 가치를 기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지식의 기능성과 윤리성 사이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가장 심급의 영역으로서의 '사상'을 사유함

     이 책은 ‘이론’, ‘비평’, ‘사상’이라는 지적 영위의 핵심 개념차이를 밝히고 지식의 윤리성에 대한 저자의 성찰을 심화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이때 ‘이론’은 지적 주체가 고유하게 만든 자신의 구성물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저자는 바라보았다. 또한, 현실감을 잃고 현실을 분할할 언어 개념으로 남은 ‘이론’에 대해서도 응수를 놓음과 동시에, 맥락을 잃고 학술적 과시성향으로 기능하는 오늘날 지적풍토를 저자는 비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평’은 이론의 이론됨을 성찰한다고 긍정한다. ‘이론’이 억압한 것의 흔적을 살피는 것이 바로 비평이라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이론은 축적됨과 달리, 비평이 가지는 논쟁은 축적되지 않음도 윤여일 저자는 동시에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기 자신이 비평이 대상임에도 비평할 수 있는지를 사고하는 것이 ‘사상’이고, 이는 곧 가장 심급의 영역이라고 정의한다. ‘사상’이 바로 저자 윤여일이 언급하는 지식의 윤리성이다. 이처럼 저자는 ‘사상’이야말로 자기응시에서 출발하는 행위라고 규정짓고 있다.


대중을 위한 명목하에 소비품으로 전락한 인문학을 반성하다

     윤여일 저자는 ‘현실감각’, ‘정치감각’, ‘번역감각’, ‘언어감각’과 같은 네 가지 층위의 사유감각을 통해 우리 사회와 지식인들이 안고 있는 ‘윤리성’에 대해 고찰한다. ‘현실감각’ 부문에 있어서는 자주 외롭지만 고독할 줄 모르는 양떼 인간을 두고, “나는 남과 다르”지만 그러고는 기꺼이 유행을 좇는 현대인들을 소비주의적 대중매체(TV, 신문, 책)의 영향력을 통해 분석했다. 또한 인문학이라는 것이 대중을 위한 명목하에 소비품으로 전락한 현실에 대해 비판하며, 윤리적 감수성을 타락시키는 TV라는 매체를 현실감각적인 면에서 고찰하였다.


지적 주체들의 사고와 언어가 사회화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정치감각’ 부문은 유동하는 정치와, 정치의 응고물인 권력에 대해 사유한 장이다. 성숙된 정치적 사고란 무엇인지 도덕성과 다른 차원에서 신중한 영역으로 간주하고, 유덕한 지도자 상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조건에서 유리된 유토피아적 전망 역시 정치적 체념의 토양이 되기 쉽다며 오늘날 정치풍토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윤여일 저자는 정치도 경제, 문화와 나란한 사회의 부문이 아닌 사고의 심급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더불어, 사상계가 내놓는 지식이 사회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점차 현학적인 대상에 젖어들고 지식의 언어가 지식인들의 언어로만 남는 것에 대해 비판하였다. 지적 주체들의 사고와 언어가 바깥에서 얼마나 통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성이 결여되었음을 질타한 것이다. 지적 주체가 진정 인식하고자 한다면 윤여일 저자는 대중 속에서 있으면서 그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지식의 윤리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된다.


번역 행위의 본질은 바로 '토론'에 있다 

    ‘번역감각’ 부문에서는 번역 행위가 본질적인 토론행위임을 사유했다. 또한 ‘번역의 정치성’에 대해 논의했는데, 여기에 언어의 헤게모니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담겨 있다. 이는 번역자가 번역을 매개로 보편성을 재사유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언어감각’ 부문에 있어 언어를 만나는 것이 강렬한 정신적 체험이자 버거운 육체적 체험이라고 언급했다. 언어에 기대지 않으면 지적 주체는 무엇을 사유하고 있는지 사유할 수 없고, 따라서 글로 ‘써야 한다’. 쓴다는 행위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글은 홀로 간직하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 꺼내는 이상 윤리적 방침이 필요한데, 이는 자기 회의가 감싼 고백으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식이란 무릇 지식을 습득하는 지적 주체와 지식 자체의 관계에서 지식과정이 성립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 중에 지식을 매개 삼아 지적 주체 자신이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였다. 헤겔, 마르크스, 니체와 같은 지적 스승들의 아카데믹한 저작들이 보여주는 지식이라는 것이 지적 주체를 쇄신할 수 있는 것인가를 두고 에세이 형식으로 풀었다. 일종의 철학적 소품집인 셈이다. 결국 지적 주체인 지식인들이 지적 대상에게 다가가는 인식절차를 구체적으로 밟아야 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핵심 주제의식이다.


산지니 윤여일 저자와의 만남 현장>>

http://sanzinibook.tistory.com/548


*『지식의 윤리성에 대한 다섯 편의 에세이』의 속편격인 윤여일 선생의 근간 『상황적 사고』가 올해 출간예정에 있습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저자 소개

윤여일

수유너머R 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사상의 번역》 《여행의 사고 하나》 《여행의 사고 둘》 《여행의 사고 셋》 등을 쓰고,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 1, 2》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사상으로서의 3·11》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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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착한 기획회의 337호를 보다가 편집자로서 공감가고, 배울 점, 인상 깊은 부분이 많아 밑줄 그으면서 읽었네요. 출판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예비편집자와 그리고 출판사는 어떤 일을 하고 저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궁금한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독자와 저자를 어떻게 연결시켜 줄 것인가에 대해 민음사 박맹호 명예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의미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기획회의 337호 「한국의 기획자들」 연재 첫번째 인터뷰 내용 중 발췌하여 싣습니다.



안목과 관계

…… 민음사 회장 박맹호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팔순을 맞아 쓴 자서전 『책』 이야기가 나왔다. (…) 처음 약속한 인터뷰 날짜가 열흘가량 미뤄졌다. 편찮으시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에 인터뷰를 길게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되었다. 다행히 민음사 회장실에서 뵌 박맹호 회장은 정정했다. 인터뷰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사람을 보는 안목

김— 사람을 뽑는 즐거움,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창작의 즐거움과 맞먹는 것이었나 봅니다.

박— 그렇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이 굉장한 쾌락이고 즐거움이에요. 물론 실패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을 발견하고 만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깐 그래도 내가 역시 직업을 잘 잘 선택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 회사에서 크게 쓸 편집자를 발굴할 때도 그런 스파크를 보시나요? 일의 결과가 중요했나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보셨나요?

박— 태도도 중요하겠지만 결과가 증명을 해주잖아요. 그 사람이 만들어낸 일의 결과, 책을 보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싹수’는 보여요. ‘이 사람이 일을 해내겠구나’ 그런 싹수요.

김— 사람을 알아보는 데 특별한 비법이라도?

박— 그런 비법은 잘 모르겠고요. 제가 출판업을 하면서 사람의 눈빛을, 그리고 대화하는 것을 보면 사람을 좀 알겠더라고요.

김— 당시 이문열 선생의 여권 문제를 해결하고, 신인에게 파격적인 고료를 주도록 <경향신문>을 설득했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출판기획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작가가 글을 쓸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박— 작가가 글의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주, 제일 중요하죠. 모든 작품이 다 그래요. 출판사가 작가를 특별하게 대우해주고 인정해주고, 그러면 보답이 와요. 강석경이 『숲속의 방』을 쓸 때, 원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어요. 보완할 지점도 말해주었죠. 한수산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박영한의 경우도 그랬어요. 작품에 대한 의견을 여러 가지로 말해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김— 작가들이 의견을 잘 듣는 편인가요?

박—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고, 안 듣는 경우도 있고. 잘 들으면 작품이 성공을 하는 거고, 안 들으면 성공을 못 하는 거죠.

김— 의견을 듣는 작가들의 모습을 보면 ‘감’이, ‘스파크’가 올 수 있겠네요?

박— 그건 스파크의 문제라기보다 저자와 편집자, 상호 신뢰의 문제죠. 출판사의 의견을 못 알아들으면 그땐 그 작품이 잘 안 되더라고요. 백발백중 안 되더라고요.(웃음)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나

김— 저자와 출판사, 비즈니스 관계에서 제일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박— 저자와의 관계라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거래예요. 서로 신용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금전 관계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됩니다. 그리고 저자가 상대적으로 손해 보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도록 대우해주는 것도 중요해요. 저자를 관리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인세를 항상 정확하게 계산해서 빨리 지급해주느냐가 관건이에요.

김— 현업에서 편집자들은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가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수직적인 느낌을 받아서 많이들 힘들어합니다. 때로는 조교가 돼버린 느낌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 센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박—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자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지자면 저자들은 편집자 말을 잘 듣는 게 자신에게 제일 유리합니다. 원래 편집자가 책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저자들이 기가 세면 결국 자기 코 자기가 내리치는 거예요. 자기 손해예요.


전문 편집자의 시대

김— 후배 출판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시다면?

박— 자기 전공을 알아서 각자 자기가 공부하고 노력해야죠. 공부에는 제왕의 길이 없어요. 다른 방법 없어요.


로망스가 있는 출판디자인

김— 출판디자인에도 조예가 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병규 선생 등 뛰어난 디자이너를 발탁하시기도 했고요. 출판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박— 책도 출판광고도 로망스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랑스러워야 합니다. 너무 딱딱하면 독자들이 안 좋아해요.

김— 읽고 싶게 만들고, 갖고 싶게 만드고, 꿈꾸게 만드는 것이라는 뜻인가요?

박— 뭔가 이야기가 있어 보여야 됩니다. 갖고 싶어야 하죠.

김— 신문광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크시지요? 민음사 신문광고 디자인과 그 힘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박— 책 광고 만들 때는 독자들에게 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권유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책이 이런 모양으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묻는 거죠. 책보다 먼저 독자들을 만나는 게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상이 매우 중요합니다. 광고에 신경을 참 많이 썼어요. 책이 나가서 광고를 한 게 아니라, 광고를 하니깐 책이 나간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대체할 수 없는 책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김— 미디어 환경의 복잡한 변화, 책의 운명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 책이 모든 것의 기본이고 토대입니다. 그것이 있어야 다른 산업들도 가능합니다. 최근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논란이 있지요. 그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저는 책의 내재적 가치를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책 만드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썼으면 좋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책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독자들이 제값을 치르고 살 수 있도록 책의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김— 마지막 질문입니다. 출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지요. 덕담도 좋습니다.

박— 출판은 벤처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만들거나 단순히 확대재생산하는 일이 아닙니다. 모험을 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벤처를 하는 심정으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기획회의 337호 「한국의 기획자들 01」


기획회의 337호 2013.02.05 - 10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박맹호 자서전 책 - 10점
박맹호 지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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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 사계절)



소설도 아닌 이 책을 두고, 저는 주말 내내 무기력하게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죠. 고등학교 삼 학년 때였던가요. 이웃 학교 남학생이 자살했습니다. 같은 학교 학생은 아니었지만, 남녀공학이 아닌 학교이기에 거리상으로 인접해 있던 학교라 친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들 건너건너 아는, 그런 사이였죠. 자살했던 그 친구와 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었지만 그래서였을까요. 뉴스에 그 친구의 사건이 계속 회자되며 보도될수록 제 호기심은 점차로 증폭었습니다. 그러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커뮤니티 속 그 친구의 사생활을 엿보기도 하였고요.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행복했던 그 친구의 삶을 그렇게 내몰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을 다 읽고 역자 후기에 서술되었던 번역자가 "내 안의 시간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골짜기에 드러눕는다. 같이 운다"라고 한 말처럼,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지극한 신경증에 자살하였던 아들을 잃었던 저자도 울고, 역자도 울고, 책을 읽은 독자인 저도 우울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곤 그저 흐르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세상은 정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일까요? 이 책은 아들의 자살사건과 함께 찾아온 3.11 일본 대지진 사건을 두고 강상중 도쿄대 정치학과 교수가 나름의 고민을 담고 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나름의 결론입니다.





부유층으로 진입하고 싶어하는 가난한 여성의 삶을 다룬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입니다.


고민 한 가지. 사랑에 관하여.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고독한 것일까요. 텔레비전을 틀면, 드라마가 매회 방송됩니다. 일례로 엘뤼에르 편집자가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청담동 앨리스> 얘기를 해볼까요. 극 중 한세경(문근영)은 화려한 청담동의 삶을 좇아 장 띠엘 샤(박시후) 회장에게 접근하여 청담동 사회에 편입되고자 하는 요즈음의 사회상을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문득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돈은 무엇인지, 사람이 살아가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재벌집 안주인으로 등장하는 서윤주(소이현)가 한세경(문근영)에게 비싼 목걸이를 주문해서 픽업을 지시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때 한세경은 그 비싼 목걸이의 보증서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 이후 한세경은 회사 상사에게 엄청난 질책을 받게 되고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둘 위기까지 처하게 되는데요. 한 사람의 소중한 가치보다 몇 억씩 하는 비싼 목걸이의 '보증서'가 더 가치로운 시대 속에 살고 있는 요즘 세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랑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상중은 주로 나쓰메 소설 속의 문학에 등장하는 개인의 서사를 빗대어 현대인들의 '사랑'풍속도를 그려내고 있는데요. 이는 『명암』이라는 작품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중략)하지만 그들은 생활비를 줄일 생각이 없고, 다이스케가 그랬듯 부족한 돈은 부모에게 얻어 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하지 않는 오노부의 손가락에는 훌륭한 보석 반지가 빛나고 있습니다. 그녀의 머릿속에 부모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은 거의 없습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자신들 부부의 체면과 안락함뿐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무턱대고 '사랑', '행복'이라는 말을 연발합니다. 다이스케나 오노부의 사고나 경제 감각은 신기하리만치 요즘의 우리와 닮았습니다.(p31)


제가 읽은 행간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너무 무턱대고 '사랑'이니 '행복'이니 하는 말을 연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마 이것은 우리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빚어낸 또다른 표현방식일테지요.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입버릇처럼 '사랑한다'라는 말만을 내뱉곤 한단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정치'의 문제에 대해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고민 두번째. 정치에 관하여.

사 놓은지 꽤 지난 이 책을 다시 펼치게 된 까닭은 격주간지 「기획회의」의 서평의 힘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심한 난독증이 있는 저는 통독해서 한번 읽고, 정독해서 한번 더 읽고, 리뷰를 위해 발췌독해서 다시 또 읽게 되었네요.(그만큼 정말 좋은 책입니다.)  통독할 때 정독을 해야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구절이 바로 정치에 관한 저자의 견해였습니다.


지금까지 정당은 사회 안의 부분적인 이해를 집약·매개하여 정치 전체의 의사결정에 입력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목표에 접근해 간다면, 그런 답답한 것을 '중간 생략'하는 움직임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결과 익명의 불특정 다수인 개인의 자유의사가 민주적인 총의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익명의 불특정 다수 개인의 의사란 '시장'과 동의어입니다. 즉 시장이 정당에 의한 민주적 대표제를 대신해 정치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요. 시장이 정치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깊이 연구한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라면 아마 '시장이 사회를 삼켜 버린다'고 말했을 겁니다.(p.85-86)


책의 맥락은 이렇습니다. 자의식을 강조하는 사회시스템이 진행될수록, 개인에게 있어 정당의 역할은 무의미해져 갑니다. 저 역시 여론조사때마다 지지정당 없음이라고 답변할 때가 많았거든요. 딱히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정당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내 자신에게 자문하노라면 그저 내가 좋아하는 정책이 나올때마다 지지정당을 교묘히 바꿔왔던 것 같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의견은 공감할 구석이 많았습니다. 바로 저같은 사람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시장'의 논리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주의 체제를 어려서부터 몸에 습득해온 저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되어라', '개성을 가져라', '패셔너블 해져라', '남과 달라야 한다'라는 구호를 텔레비전 광고로부터 습득해 왔고 이러한 사고로 인해 서로의 의견을 단합해야 하는 '정당'에 지지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던 거죠. 다만 내가 한 정당을 지지해야 할 때에는 내가 필요한 정책이 입법화되고 통과되기 위해서, 그게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굳이 반성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저뿐만 아니라 제 세대의 많은 이들이 그러한 정치적 입장을 띄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불현듯 들어 씁쓸한 기분이 들었죠. 이러한 현대인들의 정치감각의 근간에는 문화적 논리 또한 담겨 있습니다.



홀로 살며, 고독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고민 세번째. '나'를 찾으면서 잃게 되는 '남'의 가치

앞서 말했듯 시장논리는 끊임없이 '나는 나'가 되기를 주문합니다. 나는 남과 다르다. 내 자신의 개성을 찾자. 자기 자신이 되어라. 이러한 논리 속에서 현대인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아니, 나는 꿈도 없고 열정도 없는데 개성을 지니지 못한 나는 이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말이죠. 사실 저는 의류학과 출신입니다. 제가 의류학을 선택한 이유도 나만의 개성을 가장 적실히 보여줄 수 있는 직업군이 '디자인'에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입학하고 '달라야 한다'는 강박증에 너무 힘든 대학시절을 보냈습니다. 왜 우리는 이처럼 '달라야만' 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정반대로 '자기를 찾아라'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이 빈틈없는 마물 같은 시스템은 '상품이 되는 것'을 찾아내 이용하는 데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불안'의 냄새가 나는 것을 이용하는 데 무척 뛰어납니다.(p.106)


그래서 저는 취업에 한창 매진해야 할 대학 3,4학년에 전공과목 수강을 포기하고는 다른 학과의 원론 수업을 배회하였습니다. 내게 맞는 진정한 공부에 대해 돌입하는 시간을 보냈었죠. 그 중 가장 재밌었던 수업이 바로 경제학이었습니다. 흔히들 경제학이 '돈 버는 학문'이자 '금융'에 관한 학문으로 오해할때가 많은데요. 사실 경제학의 근본에는 '경제철학'의 저변이 깔려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가 일을 하며 얻을 수 있는 보람에 관해 사유할 거리를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충분히 제공받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로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아담 스미스도 살펴보면 『도덕감정론』이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경제학 이전의 '윤리학'교수로 유명했었고요. 그렇게, 그때 배웠던 소중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바로 불교경제학에 대해 나름대로 레포트를 쓰며 공부했던 '자타불이'의 정신입니다. 이는, 나와 남은 다르지 않다- 라는 불교의 이론입니다.

토지자본주의가 횡행하고,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게 되는 시장주의 경제체제에서 자연스레 사람들은 '나의 것', '나의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됩니다. 그로 인해 타인의 '사생활'은 침범해서는 안될 고유영역이 되어버렸고, 누군가가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조금이라도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이기주의적 가치관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뉴스를 틀면 매일 한번씩은 나오는 고독사 관련된 내용도, 따지고 보면 이와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이웃 주민이 그를 한번이라도 살폈으면 그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너무 지나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안될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스무살 초반에 아픈 과거가 있었고 그로인해 많은 생각을 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 그것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절망의 세계 속, 자유가 가져온 감옥의 세계 속 우리는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후보 연설할 때 사형제도를 부활하겠다는 말을 텔레비전으로 시청했었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사형제도, 부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책에서도 나왔지만 엄청난 살인자도 사회와 소통하고 싶었던 개인의 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러한 살인마를 잘 다독여주지 못한 사회의 잘못이지, 한 개인만을 사형시켜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으로 많은 사유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책을 읽는 행복은 이런 게 아닐까 하네요. 덕분에 행복한 주말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D




살아야 하는 이유 - 10점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사계절출판사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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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니카 2013.01.26 2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 글 잘 읽었어요. 주말 잘 보내세요~~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1.28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저도 꼭 읽어볼께요!

  3. 나그네 2013.04.11 0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 마침 어제 순식간에 완독했습니다. 강상중의 전작인 고민하는 힘의 연장선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전혀 다른 책이더군요. 물론 고민하는 인간이 슬기로운 인간보다(호모 사피엔스) 더 인간적 심층에 접근해 있다는 생각은 이어지고 있었지만, 엘뤼에르님께서 인용하신 옮긴이의 말대로, 글과 문장 사이에 놓여져 있는 계곡의 풍경은 전혀 달랐습니
    다. 고민하는 힘에서, 계곡의 풍경은 희망찬 분위기가 감도는 푸른 숲이었습니다. 그러나 강상중의 이번 신 책은, 황량한 사막을 가로질로 놓여져 있는 깊은 계곡이었습니다. 생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생명은 바로 거기에 있죠. 질긴 생명을 이어가며. 3.11, 강상중의 '납을 삽키는 듯한 고통' 이후에도, 여전히 생명은, 삶은, 인간은, 사람/사랑은 계속됩니다. 세계의 멸망은 이미 다섯번이 역사적으로 왔습니다. 2012니, 세계종말이니, 호들갑을 떨며 자신의 세계가 끝이라고 이야기하는 작자들의 언동에 놀아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미, 세계의 종말은, 왔습니다. 다섯번이나. 그러나, 삶은, 계속됩니다. 생명은 그만큼 질깁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종말 이후를 준비하는 삶을 이야기 합니다. 종말이 아니라, 종말 그 이후를 준비하는 삶, 맞아 들이는 삶.

    • BlogIcon 엘뤼에르 2013.04.11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그랬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느낀 우울감에 저도 쉽게 동화되어 한동안 빠져 나올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나그네님 말마따나, '세계종말이라고 이야기하는 작자들의 언동에 놀아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에 크게 동감합니다. 일본의 3.11 대지진, 그리고 곧 있을, 있을 지도 모르는 국내의 남북한 전쟁 관련 소식은 제 마음을 한층 비감하게 만들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나그네님 말처럼 맞아 들이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저도 읽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당위적으로 살아야 하는 그 근본 이유에 대해서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4. 고은진 2017.02.18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너무 공감하는 글입니다.
    아직 책을 보진 못했지만, 글을 읽고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역시도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만난 글이여서
    더욱더 와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왜 사람이라 살아야 하는지 덧붙여 듣고 싶습니다.

* 한 독자가 『밤의 눈』을 읽고 블로그 방명록에 올려 주신 소감문입니다.

 

 

선생님의 역작 [밤의 눈] 소설 잘 읽었습니다. 하루를 꼬박 새며 이 글을 읽고 났을 때의 기분은 무한한 슬픔이었습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분노와 이 나라 대한민국의 건국 단추가 어떻게 이렇게 잘못 끼워졌느냐는 걸로 한동안 제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전국에 걸친 보도연맹원을 비롯한 우익의 눈 밖으로 난 이들을 향한 우리 경찰과 우리 군인의 천인공노할 대학살에 기반해 극우 반공정권이 창출되었고 지금도 그 흐름이 계속되기에 종일토록 가슴에서 뜨거운 피가 치솟는 건 저만의 감상일까요. 아, 이 소설은 당시를 렌즈로 찍은 듯이 그려낸 문학이자 엄혹한 사관의 기록이었습니다. 그 비극의 현대사를 [사기]를 쓴 사마천의 눈으로 썼다는데 더할 수 없는 존경이 우러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그 시대를 냉정한 객관적 입장에서 조명해 내는지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빨려들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작가수업을 쌓으며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삼중당에서 나온 문고본인데 정가가 200원이라서 흔쾌히 읽은 그 감동을 이 소설 [밤의 눈]에서 대했습니다. 그렇게 [닥터 지바고]를 한 번 읽은 이후 지금까지 5번이나 정독을 했던 것입니다. 번역도 잘 되어 산문을 읽는다기 보다 정형화된 문장의 시를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불필요한 이야기나 군데데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도 짧게 단락 단락을 지은 게 감수성 예민한 저를 단숨에 사로잡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 전체를 읽었을 때는 러시아 혁명과 더불은 지식인의 수난사가 너무나도 명확히 뇌리에 꽂히는 거였습니다. 제 서가에는 러시아혁명과 관계된 몇 권의 책이 있습니다만 황석영 선생의 [무기의 그늘]을 읽은 후 베트남 혁명사를 단번에 알았듯이 그 [닥터지바고]는 당시 러시아 민중들의 수난을 이해하는 거울이었습니다. 그러해 그 [닥터 지바고]는 저에게 소설의 교과서이기도 한 거지요. 선생님의 이번 [밤의 눈]역작은 대단하다, 무한한 감동이다 하는 이 말로 가름합니다.



지금도 한용범, 한시명,옥구열, 양숙희가 우리 대한민국의 경찰과 군인에게 상상을 할 수 없는 야만의 짓을 당하는 광경이 선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거악이 저질러 지는지 대한민국 건국 역사를 두고 세세토록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 보도연맹원 및 우익의 눈에 밉보였던 이들을 도륙한 이후 지금까지 극우 반공이데올로기가 국시가 된 마당인데 당시 육이오를 조금만 관심 깊게 들여다 보면 뭔 전쟁이 이러한지 분노뿐이었습니다. 당시 남한에 단정이 수립되자 한 달 후 북한도 정부가 들어서 서로의 군대는 삼팔선에서 대치한 형국이었습니다. 우리 국군 4개 사단 병력이 수도 서울을 방위했는데 막상 육이오가 나자 어느 전선이든 전투다운 전투를 벌인 적이 없는 게 당시 우리 군대였습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수도 서울을 삼일 만에 내어주고 이승만은 전쟁 발발 이틀만에 줄행랑 놓은 게 그놈의 육이오였습니다. 이놈의 우리 군대가 낙동강까지 밀리면서 후퇴하는 쪽쪽 보련관련자며 이승만의 단정에 불만인 양심적인 이들을 살육했다는 게 역사의 기록입니다. 집단적으로 산골짜기에 몰아넣어 살육을 벌렸고, 폐광에 몇 천명을 밀어넣어 가두어선 그 폐광을 폭파시키고, 산도 들도 학살 흔적이 남는다는 계산에서 마산, 부산, 거제, 울산, 포항에선 수 천명을 바다에 수장시킨 이 거악의 사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과 군인이 관여된 이런 사건이 다 있는지 마냥 슬퍼질 따름입니다.


선생님의 이 작품은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소설이라기보다 잘 짜여진 서사시를 읽은 것 같았습니다. 이 주제와 관계된 어떤 소재든 놓치지 않은 그 치밀한 상상력에 또 다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근간에 읽은 어떤 소설보다 제 넋을 홀리게 해 이렇게 두서 없는 감상문을 몇 자 적었습니다. 이 훌륭한 작품을 낸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이 소설이 많이 읽히는 축복이 따르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2012년 12월 12일 양 병 태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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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답했습니다. 카의 말처럼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바로 역사라면, 이제 과거의 질문에 우리가 답할 차례가 아닐까요? 현재 우리가 쓰고 있을 역사의 좌표를 적실히 보여주고 있는게 바로 출판이 아닐까 하고 늘상 생각해 오던 차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조영남 교수의 『용과 춤을 추자』는 시사하는 점이 많은 책입니다. 현재 우리가 과거에게 대답할 답변들이 가득 들어있는 답변지이기 때문입니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용과 춤을 추자』는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중국의 의미를 적절한 비유와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이를 테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세계 정치와 경제에서의 게임 규칙자가 이제는 다름 아닌 중국이 되었다는 것에서 중국의 파워를 여실히 엿볼 수 있는 것이지요.


강력하지만 부드러운 힘. 중국의 소프트파워.


     정치적, 경제적 파워뿐만이 아닙니다. 혹시 공자학원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의 문화와 중국어를 전파하기 위해 전세계에 만든 문화원 같은 기관인데 국내에도 이미 열여덟 군데의 공자학원이 개원 중에 있습니다. 제가 사는 부산에도 동아대학교에, 그리고 최근에는 서면에도 개원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는 중국에도 중국 정부가 나서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전파하려는 다분한 의도로 읽힙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한류문화를 정부에서 장려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저자는 이같은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 파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중국이 불완전한 세계 강대국임을 강조합니다. 중국이 아직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특수한 정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공산당 일당체제가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을 중국통인 저자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드러납니다.


     정치 제도도 정치 발전의 한 종류로 보아야 한다.(P 256)


     바로 공산당의 집권 시스템을 '정치 제도'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사회주의, 공산주의 시스템을 믿지도,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고 생각치도 않는다고 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말입니다. 다만, 한 국가의 엘리트들이 장악한 공산당이라는 일당 정치 제도를 인정하면서 이것을 특수한 정치제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경제가 어려울수록 강력한 정부를 원하듯,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세력으로 뭉친 중국경제를 하나의 구심점으로 뭉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이러한 정치 제도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치가 힘들다 경제가 어렵다 하면서도 본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화 대신 강력한 리더쉽을 무기로 공포 정치를 내세우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지지를 받는 이유가 쉽사리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문득,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때의 독재 정치를 그리워하는 모습와 함께 묘하게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저자 조영남 교수는 중국 정치세력의 변화를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1세대 마오쩌둥의 혁명가들의 정치에서 노동자 농민 간부로, 이제 장쩌민 주석 시대에 들어서는 다시 공대를 졸업한 기술관료 출신에서 경영대학, 인문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경력을 쌓은 사회 관리형 엘리트로 행정관료들의 출신이 변화하고 있다 합니다. 


     앞으로, 중국 체제가 어떻게 될지 저같은 문외한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이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주변국임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자 조영남 교수가 말하는 바대로 중국이라는 용과 함께 춤을 추는 일을 하기 위해서, 그 첫 시작은 바로 중국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용(龍)과 춤을 추자 - 10점
조영남 지음/민음사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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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impulsion 2015.05.09 1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의 중국을 진단하다. 『용과 춤을 추자』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331호가 도착했다.

전자책의 미래를 생각하는 특집 기사도 좋았지만 ‘기획획의가 만난 사람’을 재밌게 읽었다.

 

‘대학도서관의 전도사’라는 제목으로 숭실대학교 박영철 학술정보운영팀장을 인터뷰한 글이었다.

 

대학도서관이라면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열람 대출하는 곳 혹은 시험공부하는 ‘준 독서실’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인데 숭실대 도서관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되었다. 변신한 도서관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자.

 

 

리에종 서비스

‘맞춤형 사서 제공 서비스’로 학과별 전담 사서를 배치하여 평생교육학과, 경영학과, 법학과 등 6개 학과 교수와 대학원생에게 교육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서 대부분이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이라 학과별 전담을 맡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고 타대학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배우러 온다고들 한다.

 

독서후기클럽

매달 학생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무료로 제공하고 서평을 써내게 한다. ‘서평을 쓰게 하는 건 단순히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꾸 써봐야 사고의 구성력도 늘고 호흡도 길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돈 먹는 하마라고 학교 당국의 눈치를 봤지만 지금은 숭실대의 명물이 되었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400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저자강연회

학생들뿐 아니라 주변 관악구와 동작구 지역 주민들도 즐겨 찾는 프로그램. 처음에는 1년에 한번 했는데 인기가 좋아 매월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현장희망도서신청 제도

학생들이 광화문과 강남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신분을 밝히고 데스크에 얘기하면 다음날 학교로 책이 배달된다.

 

이외에도 독서릴레이 프로젝트, 토론회, 문화강좌 등을 운영하며 책과 관련된 콘텐츠나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다면 도서관이 놀이터같지 않을까? 요즘 대학생들 책 안 읽는다고 탓할 것만 아니다. 책에 재미를 붙일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책은 저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예전에는 짜증나는 일도 많았고 찌푸린 채 생활하기도 했는데 책을 가까이 하면서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고마운 겁니다. 그러니 이제 제가 그 값을 돌려줘야지요. 대학생들에게 책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조금이라도 더 책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지요. 그리고 이건 비단 저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도서관이 가장 늦게 변하는 기구가 아니라 가정 먼저, 그리고 가장 본질적으로 변화할 때 대학의 미래도 밝다고 봅니다." - 박영철, 기획회의 331호

 

대학 다닐 때도 책을 많이 안 읽다 뒤늦게 책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인터뷰이. 그래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책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의 열정이 글에서 느껴졌다. 며느리 볼 때 다른 거 안보고 책 많이 읽었다면 무조건 오케이라니...

 

 

기획회의 331호 2012.11.05 - 10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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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해찬솔 2012.11.14 2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느리 볼 때 책 많이 봤다는 말에 무조건 오케이...저도 아들 셋을 키우고 있으니 참고해야겠네요 ㅎㅎㅎ.


저에게 파미르의 고원은 히말라야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파미르가 보이는 곳으로 여행가고 싶네요.





제 오랜 꿈은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으며 사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몽골에 나무를 심으러 간 봉사단체들을 보면 가슴이 울렁울렁 했습니다. 물론 저는 천냥 마트에서 산 당근 화분을 죽인적도 있고 지금 키우고 있는 허브 화분도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천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좀처럼 잘 되지 않네요. 흑흑) 


지금은 나무의 환생, 종이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책을 읽고 누군가 꿈을 꾸게 된다면, 이것도 나무 심기에 일조한게 아닐까요. 호호 조금 끼워 맞췄습니다.


갑자기 몽골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읽은 시 한 편 때문입니다. 저는 일주일의 가장 끝 금요일을 향해가고 아침에는 때 맞추어 비도 내렸습니다. 시인의 맞이한 울란바토르의 아침은 어떠했나요? 월요일이 시작되었고 눈이 내렸내요. 이상하게 오늘 출근 길과 너무 잘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울란바토르의 눈


월요일에 일찍 잠에서 깨어, 집이려니 하는 생각에

여전히 화장실에 가서 물을 찾아 마시거나

양말을 뒤집어서 다시 신고는

어젯밤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밖에는 눈이 나부끼고, 불과 하룻밤 사이에

초원이 서둘러 뒷걸음질로 물러나고

나타나 온 천지를 가득 메운 일본 차들이

가없이 진창에 빠져 있는, 이 상황


사실 우리는 진작부터 익숙했다.

한 세기도 넘게, 도쿄로부터 베이징까지

이제 다시 이곳까지

가운데 있는 행인, 코가 오뚝하고 입이 크다


(...중략...)


유일한 가능성은, 우리의 예측이

곧 이루어질 것이고, 그리하여 나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극동의 북적거리는 시인대회에 참가하고

낭송의 틈새에 외국어도 집어넣을 것을 결심한다.


예를 들면 Black Monday 따위의 

말의 숨은 뜻, 이 눈은 정말 때맞춰 온 것일까 (2008. 10)





쟝타오,울란바토르의 눈」일부,파미르의 밤』, 177쪽




파미르의 밤은 한국해양대학교 김태만 교수가 중국 당대 시인 8인의 시를 편선하고 번역해 출판한 책입니다. 중국 시인 8인은 칭핑(淸平), 황찬란(黃燦然), 양샤오빈(楊小濱), 시촨(西川), 짱띠(臧?), 시뚜(西渡), 쟝타오(姜濤), 쟝하오(蔣浩) 등으로 지난 세기의 시인도 있고 동시대 시인들도 있습니다. 


일본 문학은 익숙하지만 중국 문학은 낯설고 시는 더욱 낯설었습니다. 파미르의 밤』을 읽고 중국 시가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편견으로 대했던 사실은  좁았던 제 문학 세계를 조금 넗혀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떤 작가는 시는 세상에서 가장 아무 쓸모 없지만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 세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쟝타오' 시를 읽었으니 다음은 '쟝하오' 시를 읽을 차례입니다. 오늘 저녁 저도 파미르의 고원을 다시 한번 넘어보겠습니다. 아마도 온 세상이 필요하겠죠?





편역을 한 김태만 교수는 이 책의 제목을 


“파미르의 밤”이라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탈리아 상인의 아들 마르코 폴로가 지중해를 떠난 1270년, 아직 칭기즈 칸의 몽고가 아시아의 태평양에서 대륙을 건너 유럽의 대서양까지 통일해 지배하던 시기였다. 해상 루트가 위험천만이던 당시, 바다를 포기하고 육로로 해발 7∼8천 미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으로 향했다. 당시는 중국이 곧 세계였다. 16세 마르코 폴로는 파미르 고원을 넘어 비로소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쟝하오가 친구 시뚜에게 바친 시 「파미르의 밤」은 “설산이 눈을 녹이는 온기를 불어 보낸다. / 자고 싶지 않다는 것은 깨고 싶지 않다는 것, / 검은 구름이 시끌벅적하게 산등성이를 들고 달려온다.”라고 ‘친구와 함께 별을 헤며 암흑 속의 설산 고원을 감상하던 파미르의 어느 밤’을 묘사하였다.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별들이 쏟아지는 고원의 밤에 잠들지 못한 채, 캄캄한 어둠 속으로 먹구름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떠남과 귀향을 생각했을 것이다. 마르코 폴로가 처음 도달한 그 ‘파미르의 밤’도 그랬을까? 중국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중국은 미지의 호기심에 공포가 뒤섞인 모험의 땅이었을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중국의 문학 세계, 특히 시 세계는 어쩌면 더 그럴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서, 미지의 중국에 대한 모험 가득한 기대를 전달하고자, 이 시선집의 이름을 쟝하오의 시 제목을 빌려 와 『파미르의 밤』으로 정했다.




파미르의 밤 - 10점
칭핑 외 지음, 김태만 엮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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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09.03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미르의 밤 진짜 좋아요ㅠㅠbb 근데 언니 몽골 사막에 나무 심으러 가면 안돼요! 산지니에 나무처럼 뿌리박혀 계소서ㅠㅠ!!!

  2. BlogIcon 엘뤼에르 2012.09.03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를 읽다보면, 파미르의 고원이 마치 세계의 지붕처럼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기운이 서려있어 좋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집에 있는 허브 화분 잘 키우시길 바래요~~

시사인이 지면을 주지 않으니, 직접 나설 수 밖에. 산지니의 빛나는 걸작

출판되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책들. 혹은 편집자 개인 취향대로 읽어서 좋은 책들을 앞으로 꾸준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도-파키스탄 분단의 비극을 담은 여러 목소리,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우르와쉬 부딸리아 저자, 이광수 옮김






타인의 고통을 듣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타인이 침묵하기 원한다면. 저자 우르와쉬 부딸리아는 인도-파키스탄 분단의 비극을 10년동안 70명의 사람에게 물었다. 저자 자신도 과거의 비극을 침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저자는 왜 타인의 침묵을 깨기 원했는가? 

고민은 과연 헛된 것일까?

의문점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민족/국가개념이 발전하지 않았다. 오랜 영국 식민지화로 영국을 타자화하기 위해 힌두를 중심을 인도 민족개념이 생겨나고 힌두를 중심으로 한 인도 민족주의를 강화시킬 수록 이슬람적 가치는 무슬림 소외를 가져왔다. 19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민족 운동은 최고조로 달했고 힌두와 무슬림은 점점 멀어졌고 결국 종교 분열이 분단으로 이어졌다. 힌두는 인도로 이동했고 무슬림은 지금의 파키스탄으로 이동했다.


(옮긴이의 말. 7~9 pp 자세한 분단 배경을 읽을 수 있다.)


만약 이 책이 단지 역사의 비극에 대해서 초점을 두었다면 시시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한 저자의 강점은 여기서 나타난다. 역사는 ‘Hi-story’ 지만 사실은 다양한 주체로 이루어진 ‘story’다.


인-파 분단의 비극을 여성의 시각을 볼 수 있었던 건 새로운 시각과 균형을 가질 수 있었다. 무슬림은 파키스탄으로, 힌두는 인도로 대 이동을 하면서 여성은 자기와는 다른 종교 남자들에게 납치당하고 강간당했다. 이건 오랜 역사와 남자들이 자행해 온 전쟁이라는 이름아래 허용된 폭력이다. 늘 그랬듯, 납치된 여성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도 순결을 잃었다며 가족들에게 거부당했다. 여성의 문제는 아이에게로 이어졌다. 납치된 상태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남성의 아이를 가졌을 때 그 아이는 어떻게 되는가, 인도와 파키스탄 내부의 격렬한 반응들. 역시 두 종교가 섞인 아이들은 거부당했다. 카스트에도 속하지 않는 하층 카스트는 난민캠프에서도 피난처를 얻을 수 없었고 두 정부에게 단지 더러운 노역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만 인정받았다. 그들도 외면 받았다.


사실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성중심의 혹은 권력중심의 역사였다. 저자는 단지 복원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외면당했던 사회 약자들을 주목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의 매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나도 저자와 함께 여정을 떠나는 일이 고단했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으며 걸었다.


인도는 지금도 각 주마다 법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 우리가 잘 아는 바라나시가 있는 주는 술과 마약이 허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오리샤 주는 술과 마약이 허용된다. 우리는 흔히 인도인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도시 뭄바이에 가면 소고기 카레를 먹을 수 있다. 인도는 아직도 다양한 언어와 민족들과 종교가 어울려 살고 있다. 미국처럼 각 주의 독립성과 정체성이 뚜렸한 나라다.


책을 번역한 옮긴이의 말대로 나도 밤마다 책을 읽으면서 힘든 적이 많았다. 말하는 이의 고통도 듣는 이의 고통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들어야했다. 침묵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의 진실은 우리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적인 것이 정치적이다' 라는 20세기 여성운동의 슬로건처럼, 결코 타인의 일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다. 여태 외면해왔다면, 이제부터 곧바로 응시해야하는 진실이 나부터 혹은 타인이라면, 어찌되었든 용기가 필요하다면,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를 추천한다.




우리 모두는 이제 피투성이 살육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각자 살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우리가 각자의 나라를 더 놓은 자리에 올려놓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신은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힌두와 무슬림이 같은 마을에 사는 동료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를 생각하며 몸서리를 쳤습니다. … 최악은 그런 모든 짓이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졌다는 겁니다. 

피의 살육을 허락하는 종교는 없습니다.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기억>. 457p








인도 뭄바이에 있는 타지마할 호텔은 2008년 테러가 일어났다. 정부는 이슬람 세력으로 배후를 지목했고 이로 인해 인도사회는 힌두-이슬람의 종교 갈등이 더 심해졌다. 지금도 호텔 주의 경계가 삼엄하지만 시민들은 주말을 즐기고 있다.



뭄바이에 있는 하지 알리 무덤으로 무슬림들이 늘 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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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 10점
우르와쉬 부딸리아 지음, 이광수 옮김/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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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07.30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사인이 지면을 주지 않으니! 라니 시크하고도ㅋㅋㅋㅋ 이 코너 응원해요!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12.07.30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읽었던 감동만큼 글이 잘 안써진 것 같아요. 시작은 나를 위해서, 사색하며 소개해볼께요 고마워요 힛


얼마전 읽은 한겨레 출판의 4천원 인생 표지 입니다.



 2주 전쯤 우연히 서점의 매대에서 이끌려 구입하게 된 책, 『4천원 인생』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뜻 코믹해 보이기까지 한 표지에 이끌려, 뭐지? 『88만원 세대』의 아류작인가? 하고 치부해 버릴뻔 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노동'관련 책들은 우리와 동시대의 삶을 살아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면서 우리의 삶 또한 바꿔나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될만한 주요한 서적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묻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생각해 봅시다. 이 책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면서 '88만원 세대'라는 것을 유행어로 만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20대에 대한 고민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 책으로 세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생각없고 개념없어 보이기만 했던 '20대'에 대한 두 경제학자의 경제적 소고를 제시함으로써 많은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사회학 도서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은 사회학 책은 아닙니다. 제가 이 책을 잡아들게 된것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최문정 부산실업극복센터의 활동가 수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였죠. 하루하루 살아가기 버거운 '가난'에도, 그 삶 나름대로의 재미와 유쾌함이 묻어나는 시트콤같은 원고를 편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시트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르포에 가깝습니다. 한겨레 신문사의 네 기자가 기획기사를 위해 '발로 쓴' 것이 아닌 '몸으로 쓴' 기사들인 셈이죠. 위장 취업을 통해 감자탕 집 아르바이트, 마트 아르바이트,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일을 하게 되지만, 사람 냄새 나지 않는 일터에서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근로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의 실태를 고발하는 논픽션 서적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휴학하면서 다녔던 마트 아르바이트 기억이 떠올라서 곤혹스러웠습니다. 비인격적인 상사들 아래서, 마트에 고용된 게 아닌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근태를 늘 감시당하던 그때의 기억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저는,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나 선진국이 되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책을 편집하는 편집자가 되어 여러 이야기를 펴내는 편집자가 되는것이 제 꿈이기도 하구요.


 책에서 나오는 감자탕집 아주머니들, 일주일에 적어도 네번 이상은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길거리에 마주치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을 마주치게 되면 '힘드시죠?'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가난', '실업', '복지',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낯설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내 이웃과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르크스 이론에서 나온 '잉여가치'의 원천이 바로 '노동'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구요. '노동'의 가치를 넘어서 일하는 '사람'의 가치를 분명하게 알아봐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내 든 독서였습니다. 


 훗날 산지니에서 나올 최문정 활동가님의 『활동가 일기(가제)』도 기대해 주세요~^^


4천원 인생 - 10점
안수찬 외 지음/한겨레출판




* 함께 읽으면 좋을 산지니 책 *

절망 사회에서 길 찾기 - 10점
현장 편집부 엮음/산지니

우리옆의 약자 - 10점
이수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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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07.10 16: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엘뤼에르님이 편집할 때마다 웃어서 옆자리를 몹시 궁금하게 하는 그 최문정 선생님의 책 말씀이신가요?ㅋㅋㅋㅋ '~해도 가난한' 이라는 뜻의 ~푸어(poor)라는 말이 요즘 자주 들리더군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건 로또뿐인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있어보이는 게 제일 중요해

앞으로 10년 동안 진행될 문명의 흐름을 두 가지 키워드로 점쳐본다면 "대자본화"와 "인터넷"이 아닐까? 과거 10년을 돌아보면 이 두 가지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었고, 강력한 독재자가 나타나 전권을 휘두른다 해도, 이 두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대자본은 혼자 운영할 수 있는 구멍가게마저 흡수해버렸다. 이제는 사람들도 동네 빵집보다는 전국적인 브랜드 네임을 가진 빵집을 더 신뢰하고 찾는다. 동네 빵집은 왠지 없어보이고 믿음이 안 간다. TV광고에 나오는 빵집 정도는 가줘야, 내 자신이 좀 있어보이고 구매만족도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미 사람들의 인식도 대자본화에 맞춰 변화한 것이다. 미디어에 비쳐져야만 '좋은 것', '신뢰할 만한 것'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TV에 나오지 않고 주변에 그냥 멀뚱히 서 있는 것에는 눈길도, 가치도 주지 않는 그런 세상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까지 다 흡수해버렸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도 다들 페이스북이나 트위트하느라 바쁘다. 이럴거면 왜 만났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얼굴이 인터넷에 떠야 더 있어보이고, 남들도 눈길 한번 더 준다.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라는 책을 읽고 간단한 후기를 남기려는데, 왜 이런 말부터 하느냐 하면, 서점의 운명도 저 빵집과 다르지 않아서이다. 서점도 점점 대자본화되어가거나, 인터넷으로 흡수되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가고 있다. 동네에 있는 허름한 서점은 너무 없어보여서 들어가기도 싫고, 할인도 안해준다. 서점 뿐만 아니라 책도 일단 있어보여야 되고, 저자도 있어보여야 되고, 출판사도 있어보여야 된다. 그래야 장사가 된다. 그런 점에서 『뉴옥,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는 있어보인다는 점에서 성공한 케이스다. 



사라지는 것과 트렌디한 것의 적절한 조합

지은이는 자신을 '북원더러(Book Wanderer)'라고 소개하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북러버(Book Lover)'와도 다르고, 값어치 있는 책을 수집하는 '북헌터(Book Hunter)'와도 다른 '북원더러'는 책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부류다. 책을 사지는 않으면서 서점을 어슬렁거고, 존재하지 않는 책을 찾아 헤맨다. 삶의 무수한 의문에 답을 주는 책, 평생을 두고 쓰고 싶었던 소설과 비슷한 책,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킬 책과 우연히 마주치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런 책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북원더링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다.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규정하는 지은이는 뉴욕의 서점을 원더링한다. 뜯어먹을 살점 많은 고기처럼 뉴욕엔 돌아다닐 서점이 가득하다. '뉴욕=세계의 중심'이라는 등식이 부끄럽지 않게 규모도 다양하고, 주제도 천차만별인 서점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 책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그러한 뉴욕의 서점들을 소개하는 데 있다. 
하지만 아무리 뉴욕이라고 해도 서점이 사라져가는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지은이는 서점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책의 전반에 깔고서, 서점을 '순례'하고 있다. 앞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이 아름다운 서점들과 종이책에 대한 마지막 기록서.

최근  10년간 미국 서점의 절반 정도가 줄어든 거 알아? 책의 죽음은 이미 시작됐어. 다들 눈치 채지 못하는 척할 뿐이지. … 다행히 뉴욕은 아직까지 작은 서점이 살아남아 있어서 북러버들에게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야.(본문 193쪽)
 
사실 사라지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닌 요즘이다. 안타깝게도 그 많은 것 중에서 종이책과 동네서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책을 사랑하는 이로서 사라진 것에 대한 애도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책과 서점 말고도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도는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특징은 사라지는 것을 트렌디한 것과 적절히 조합했다는 데 있다. 보통 사라지는 것은 낡고 먼지가 쌓여 추억 속에 잠기게 된다. 그것은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그것을 지금 다시 재현하고 싶다는 감정까지는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70년대의 한국 사회를 담은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땐 그랬지, 하면서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어깨를 으쓱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사라지는 것을 따라가는 길목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인 뉴욕으로 날아갔다. 사라지는 것이지만 너무도 핫한 아이템이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멋진 동네서점'

이 책에 소개된 뉴욕의 서점들은 한 번쯤 들러 시간을 보내보고 싶은 공간이다. 몇 개의 대형서점을 제외하곤, 모두 소규모의 아담한 서점들이다. 그리고 각 서점마다 뚜렷한 테마를 가지고 있어, 흥미를 가진 분야에 따라 입맛에 맞는 서점을 찾아볼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지식을 단단한 형태로 지닌 책, 그리고 그러한 책을 빽빽이 꽂아놓고 있는 서점. 서점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생각들이 포개어져 압축되어 있는 곳이다. 새로운 생각과 사건이 씨앗처럼 심겨져 있는 곳이다. 언제든 걸어서 갈 수 있는 멋진 동네서점! 이런 동네에 산다면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서점이 뉴욕에 생기기 시작한 역사는 근 100년 가까이 된다. 물론 가장 전성기였던 시기는 40~50년대였다고 하지만, 세계의 제국이 이루어낸 빛나는 문명은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이러한 서점이 실제로 존재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집에 꽂혀있던 대부분의 책은 '방문판매'로 구입한 것들이었다. 서점에 갈 필요도 없이 알아서 외판원이 찾아와 길고 긴 설득 끝에 부모님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고, 그나마 그 덕분에 어릴 때 책이란 걸 접해볼 수 있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책을 팔았던 출판사 외판원이 없었더라면, 서점이 활발하게 생겼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산업의 역군으로 바빴던 당시 서민들이 서점까지 여유롭게 걸어다닐 팔자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있던 동네 서점은 참고서와 교재 위주였거나, 잘 나가는 전집류와 베스트셀러 소설 위주였다. 서점을 돌아다니며 문화의 향취를 느끼기 시작한 건, 오히려 대형 서점들이 생겨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대형 서점들은 동네 서점을 잡아먹기 시작했지만, 뉴욕과 달리 한국에선 그 덕분에 '문화'의 공간이 생겼다. 우아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넓은 서점을 돌아다니며 사지도 않을 책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게 되었고, 한 귀퉁이에 위치한 까페에서 달콤한 커피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대자본 덕분에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뉴욕 서점 순례를 읽다보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잔함보다는, 가져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한 질투심이 생기게 된다. 물론 저자는 그러한 질투심을 내보이지 않지만 감쪽같이 숨긴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뉴욕의 서점과 같은 문화적 풍요로움은 우리에게 있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사라져가는 것을 애도하기보다는, 그것을 갖고 싶고, 가져야 한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책날개가 두 번 접혀있는데, 이유는 날개 안쪽에 숨어 있다. 덕분에 책이 더 견고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여행기도, 에세이도, 소설도 아닌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여행기도, 에세이도, 소설도 아닌 장르를 파괴하는 형식을 가졌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서점 취재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뉴욕에 떨어졌지만, 소설을 쓰고자 하는 열망도 품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잘 써지지 않는다. 그러다 The Mysterious Bookshop 에서 할머니 점원이 해준 말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차라리, 그냥 둘러보았던 서점에 대해서 써보는 건 어때요? 때로는 소설보다 논픽션이 더 픽션 같으니까. … 소설로 어설프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좋으니까요. 뉴욕의 서점에 대한 책이 나온 지도 10년은 넘었으니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업일지도 모르겠네요.(본문84쪽)

그래서 저자는 과감하게 여행기에 가상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를 통해 저자는 <<도서관을 태우다>>라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소설을 쓰는 인물이 되고, 종이책과 서점과 도서관이 사라지게 되는 미래를 현재로 계속 소환해내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50여 개의 서점을 일률적으로 소개하다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런 장치를 통해서 흥미롭게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있어야 있어보인다

저자는 부산의 문화잡지 <보일라>의 편집장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보일라>는 부산에서 일어나는 문화 행사와 지역 소식, 각종 리뷰와 광고가 혼합된 문화정보지이다. 나도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부산에도 이런 게 있다니? 생각하며 흥미롭게 봤었다. 돈을 벌어들이기는 커녕 돈을 거리에 뿌리는 이상한 비지니스였지만. 그래서 그만큼 즐겁고 재밌는 일이었다는 걸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왜 자신을 북원더러라고 하는지도 곧바로 이해가 간다. 
있는 사람이 있어 보이는 건 정말 중요하다.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이면 사회적으로 큰 불행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없는 사람이 있어보이는 건 사회적으로 큰 낭패가 된다. 이 저자가 정말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직접 만나보질 않아서 확신할 수 없지만, 풍요로움 속에서 싹트는 문화를 즐기고 그것을 즐기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산지니 책 《

서른에 떠난 세계일주 - 10점
윤유빈 지음/산지니




부산을 맛보다 - 10점
박종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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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꽃샘추위도 시샘을 거두고, 완연한 봄이 오겠지요.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에 점점 짧아지는 봄은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갈 것이고
앗! 벌써 여름이라니! 하며 사무실에 앉아 울상짓고 있을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훤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름하여, <봄맞이 詩> 
이 시들이 짧은 봄을 길게 만들어줄 겁니다. 얍!! 



좋은 풍경
-정현종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아직 겨울인데, 밤나무는 혼자 봄이 왔습니다. 아, 정말 봄은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꽃을 한나절에 다 피우게 해줄 '그짓'이 있어야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짓'이 꼭 그짓인지 아니면 딴짓인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그짓이 있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봄이와도 봄이 온 줄 모르고, 봄이 가도 봄이 간 줄 모를거에요. 


 4월 꽃비
-최영철

야이 후레자식아
점심은 뭘 먹을까
궁리하며 가는데
야이 후레자식아
흐드득 달려온 꽃이
내 면상을 때린다
금방 내팽개치고 온 말
야이 후레자식아
후회하며 가는데
지금 네 눈엔
내가 보이지도 않느냐고
꽃들이 와르르르 무너지며
고래고래 아우성이다
야이 후레자식아
아직 떨어질 때가 아닌 꽃들이
아직 울부짖을 때가 아닌 꽃들이
땅만 보고 걷는 내 뒤통수를 치려고
딴 생각만 하는 등짝을 후려갈기려고
제 몸의 비늘들을 마구 쏘아 보내고 있다
야이 후레자식아
너 가는 데 어딘지 보자고
그렇게 가서
얼마나 잘 되는지 보자고
뒤를 바짝 따라 붙는다
어깨에 자꾸 달라붙는
두 팔 벌려 앞을 가로막는
꽃들아 꽃들아
야이 후레자식들아



올 봄에는 꽃을 두고도 그냥 고개숙이고 지나간다면, "야이 후레자식아" 하는 소리를분명히 들을 겁니다. 이 시를 읽었기 때문리죠.^^ 그러니 꽃이 폈는지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면서 걸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 시의 묘미는 "야이 후레자식아" 라는 말을 꽃이 하기 전에, 
주인공이 먼저 누군가(A군이라고 합시다)에게 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을 주인공이 듣는 순간, 주인공은 A군이 되어버립니다. 뿌린대로 거둔 것이죠. ㅎㅎㅎ 
사실 지금 주인공은 엄청 심란한 상태입니다. 보아하니 A군과 다투고 온 모양입니다. 그러니 꽃을 감상할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심란해 죽겠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꽃은 왜 날 보지 않느냐고 "야이 후레자식아"하며, 욕을 해댑니다. 그래도 주인공이 쳐다보지 않자 "그렇게 가서 얼마나 잘 되는지 보자고" 씩씩거립니다. 결국 주인공은 짜증이 폭발했고, 꽃들을 향해 "야이 후레자식들아" 하고 퍼붓습니다.
이걸 똑같이 주인공과 A군의 관계로 바꿔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다른 일로 정신없는 A군에게 날 좀 봐달라고 생떼를 썼나 봅니다. 욕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A군의 입장에선, 주인공을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겠습니까. 정신없어 죽겠는데 말이죠.
그러니 결국, 마지막 행에서 꽃들을 향해 퍼붓는 "야이 후레자식들아"라는 말은 결국 주인공 자신에게 하는 말이 됩니다. 마구 달려드는 꽃들에 파묻혀, 자신한테 욕해야 하는 주인공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요.
하지만 그걸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납니다. 재밌는 시입니다. 욕을 읽는 쾌감도 누릴 수 있고요 ㅎㅎㅎㅎㅎ 



봄꽃
-하종오

화단에 산수유 꽃이 핀
할인마트에 장보러 온
북조선 출신 여자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나물을 카트에 싣는다

각지에서 실어온 여름철 채소와
가을철 과일이 쌓여 있는 매대엔
주민들이 계속 찾아와서
한 해 내내 먹을 반찬거리를 살핀다

그런 사이 장을 다 보고
쇼핑백 들고 바깥에 나온
북조선 출신 여자는
이때쯤 북조선에선 뭘 먹었던가
생각해 보다가
화단에 핀 산수유 꽃을 본다

아, 이런, 이런,
봄나물이 나기 전에 배고파서
뜯어먹은 꽃이 무엇이었던가



박민규의 단편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도 꽃을 먹는 사람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소년이 보기에, 인간은 '상습적으로 전철을 타고, 상습적으로 일을 하고, 상습적으로 밥을 먹고, 상습적으로 돈을 벌고, 상습적으로 놀고, 상습적으로 남을 괴롭히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상습적으로 착각을 하고, 상습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상습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상습적으로 회의를 열고, 상습적으로 교육을 받고, 상습적으로 또 뭐가 있지, 상습적으로 외롭고, 상습적으로 섹스를 하고, 상습적으로 잠을 잔다.' 그래서 소년은 대부분의 인간을 상습범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상습범에서 벗어나는 인간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 광경 중에 알몸의 삼십대 남자가 화단에서 꽃을 먹는 것도 있습니다. 지하철 푸시맨으로 일하는 소년은 누군가의 압력으로 튀어나온 아버지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는 자신 또한 알몸으로 화단에 앉아 꽃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 된다고 고백합니다.
꽃을 먹는 것은 확실히 비상습적인 행동인가 봅니다. 비참한 풍경이고, 실존적인 행위입니다. 그래서인지 북조선 출신 여자는 꽃을 뜯어먹던 것을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꽃을 뜯어먹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가? 하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습니다. 할인마트, 비닐하우스, 카트, 매대, 쇼핑백이 아름답지는 않잖아요? 상습적인 섹스는 더더욱 그렇구요. 차라리 비참하긴 해도 꽃을 뜯어먹는 게 좀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종오 시인의 「봄꽃」은 쉽지 않은 시입니다.

처음엔 봄을 느긋한 마음으로 맞이하려고 했는데, 시를 읽다 보니 봄이 깊어지네요. 여기서 후다닥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 10점
정현종 지음/열림원


찔러본다 - 10점
최영철 지음/문학과지성사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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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12.03.14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운 사람 있으면
    두번째 시를 읽어주면 좋겠네요.
    속이 후련해지겠네요.^^






  작년, 돌베개에서 『한글의 탄생』이란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인 학자가 일본인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출간했던 책인데, 다시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온, 재밌는 이력을 가진 책입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지식이 없던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며 3만부 넘게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후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독자들에게 한글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려일으켰죠. 때마침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러한 양질의 책이라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창원KBS 《TV문화공감》의 두 번째 코너 <책,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산지니출판사 강수걸 대표와 전성욱 문화평론가가 진행을 맡아, 토크형식으로 썰렁한 농담도 섞어가며(^^)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지요.

 *제작: 백승철, 최진영 *진행: 박소영 Ann *작가: 김세민 
http://changwon.kbs.co.kr/tv/tv_cult.html?pgcode=159


지난 1월 4일에 방송되었는데요,
 이 방송을 보시고 노마 히데키 선생님께서 답장을 보내오셨어요.  



최진영PD님


이번에는 무사히 받아보았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책을 깊이 읽어 주신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두 분 출연자 선생님께도 감사말씀을 꼭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분 인상이 아주 좋습니다!


중간에 들어간 그림도 효과적인 것 같아요.

애를 써 주셨군요.

진지한 내용이라 전체적으로 참 인상이 좋습니다.


근데 옛날 미술작가 부분은 저를 너무 칭찬을 하셔서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제목으로 몇월 며칠에 어디서 방송이 된 것인지

data도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서울에 와 있습니다.

공항에서 빌린 핸드폰입니다


가능하면 한번 통화를 하지요.

인하대학 대학원에서 월요일에 강연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마 히데키 올림




  이 분 이력을 보면 꽤나 흥미로운데요,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는 화가였습니다. 두 차례의 국제 판화 비엔날레전에 참여하고 여덟 번의 개인전을 여는 등 미술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1977년에는 현대일본미술전 가작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한국어와 한글에 매력을 느껴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급기야 대학에 들어가 한국어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그것도 아주 열정적으로 파고들어, 한국어학, 일한대조언어학, 한국어 교육을 중심으로 음운론, 어휘론, 문법론과 언어존재론을 연구합니다. 1996~1997년에는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있었고 2005년에는 대학민국 문화포장文化褒章을 수장受章하였습니다.
  한번 '꽂힌' 일에는 단칼에 뛰어들어 잡념도 없이 그 일에 푹 빠져드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보내오신 편지를 보면 활기찬 기운도 느껴집니다.



<바람에 흔들림 없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이라는 음양의 암유 暗兪는 우리 누구나가 지금 처음으로 체험하는, 한국어의 청초하고도 힘이 넘치는 선율이다. 천년의 시간을 겪으며 한자한문에 가려졌던 이 땅의 가장 깊은 곳에서 지금 샘물과 같이 넘쳐나는 이 땅의 말인 것이다. 우리의 눈 앞에 시각적으로 형상화된 <쓰여진 언어>로부터, 거룩한 왕조가 이 땅에 태어나려는 목숨의 고동이 분명한 <소리>로서 들려온다. 이 땅의 말만이 그려 낼 수 있는, 이 땅의 그윽함이자 옹훈함이다. 
(......)
이리하여 모어는 에크리튀르가 되고 <지知>가 되었다.  
-p.264


  예전 국어시간에 배웠던  《용비어천가》. 어떻게 이렇게 지루한 걸 125장이나 썼지? 하며 신기해 하기까지 했던 그 노래를 노마 히데키 선생은 이렇게 살아있게 만듭니다.
『한글의 탄생』을 읽으며 우리가 매일 입에서 만들어내는 소리의 비밀을 느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겁니다. 


 
한글의 탄생 - 10점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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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 디자이너 2012.02.08 2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봤습니다.
    화가를 하다 한글을 공부하고 책까지 내시다니
    저자의 이력이 정말 흥미롭네요.

<돼지가 있는 교실>은
오사카 최북단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이
학교에서 돼지를 키우며 겪는 이야기입니다.
 
갓 부임해온 열정 넘치는 새내기 선생님과 4학년 2반 아이들은 
학급에서 뭔가를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뭘 키우지?"
금붕어, 거북이, 새, 햄스터 등... 
아이들은 크기가 작고 키우기 쉬운 것들을 얘기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돼지를 키워볼래?"
아이들은 다들 멍~ 했습니다.
그리고는 "돼지, 돼지" 하며 저희들끼리 키득키득거렸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돼지를 제안한 첫번째 이유는 
덩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냄새가 난다는 점.
세번째는 생명력이 길다는 점.
네번째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축이라는 점.
덩치가 큰만큼 키우기도 힘들고 많은 문제들이 생길 게 불보듯 뻔한데, 선생님은 그걸 노린 거지요. 아이들이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가며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문제'가 없는 곳에 '성장'도 없다.)

시작부터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돼지는 어디서 팔아요?"
실물 돼지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이들. 
돼지 하면 슈퍼의 돼지고기만 접해본 아이들.
동물원에도 멧돼지는 있지만 돼지는 없지요.
돼지를 대체 어디서 구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수소문끝에 한 농장에서 새끼돼지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돼지우리를 어디에 어떻게 누가 만들 것인가
냄새 나는 돼지똥을 누가 치울 것인가
돼지밥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그 밥을 누가 매일매일 챙겨줄 것인가 등등.

처음엔 단순히 "재밌겠다" "잘 키워서 잡아먹자"로 시작한 '돼지 키우기'가 막상 해보니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가며, 선생님의 계획(바람)대로 3년 동안 돼지를 잘 키워냅니다. 아이들의 삶과 생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냄새난다고 돼지 근처에도 못가던 아이들이 삽을 들고 돼지 분뇨를 척척 치우게 되었고 급식으로 나온 탕수육을 차마 못먹는 아이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아이들에게 정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4학년이던 아이들이 6학년이 되고 졸업하면 학교를 떠나야합니다.
그러면 돼지의 운명은?
돼지를 어떻게 할거냐를 두고 32명의 아이들은 두가지 의견으로 팽팽히 갈렸습니다. '식육센터로 보내자'와 '저학년에게 물려주어 죽을때까지 키우게 하자'는 의견이었죠. 
글로 간단하게 요약했지만, 실제로 돼지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힘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나와있는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저는 저학년들이 '돼지 키우기'를 물려받았으면 했는데, 결국 돼지는 식육센터로 보내졌습니다.

 3년여의 생생한 '돼지 키우기' 과정은 (우연한 계기로)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고 당시 후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었답니다. 방영후 시청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이것이 과연 교육인가'라는 찬반 논쟁이 벌어져 떠들썩했다네요. 마지막에 돼지를 식육센터로 보낸 것을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갈린 것이겠지요. 
영화로도 만들어져 한국에서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되었는데최고인기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교육현장에서 '생명'을 어떻게 가르치고 경험하게 할 것인가?
<돼지가 있는 교실>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900일 간에 걸친 '생명 수업'의 기록입니다. 고기로만 인식했던 돼지가 생명이 있는 무언가로 아이들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생명교육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받아야 합니다.
책에서처럼 돼지를 한번 키워보면, 지금처럼 돼지고기를 많이 먹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돼지고기의 수요가 줄면 지금처럼 비인간적인 (가축의) 사육 환경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돼지가 있는 교실'



돼지가 있는 교실 - 10점
쿠로다 야스후미 지음, 김경인 옮김/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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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가다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들어가는 종 치면 들어오랬잖아요. 종소리!"
"종 안 쳤어요."
서로 마주 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얼굴이지, 잘못했구나 하는 빛은 없다.
그러구러 마칠 종이 울린다.
"저 소리 말이에요?"
기창이가 대뜸 한마디 하는데 머리를 '딱!' 한 대 맞는 기분이다.
"저게 종소리냐? 딩 동 댕 대앵. 벨소리지."

그제서야 잊고 있었던 1학년 아이들이 다시 살아난다. 책 찾아 펴는 것부터 오른쪽 왼쪽 가리키는 것까지 일일이 몸으로 해 보고 부딪쳐야 한다는 것을.
"학습지에 이름 쓰세요." 하면, 성은 빼고 이름만 쓴다는 것을.
"육학년 일반 교실에 갖다 드리세요." 하면,
"육 빼기 일은 있는데 육학년 일반 교실은 없어요."
하는 아이들이란 것을.


- <학교 참 좋다 선생님 참 좋다> 본문 중에서, 보리출판사



박선미 선생님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1학년 아이들과 생활하며 썼던 교단일기를 모은 책입니다. 선생님의 글 중간중간에 아이들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이들의 글은 띄어쓰기만 고치고 틀린 맞춤법과 입말을 그대로 살려 놓아 더 생생합니다.

책을 쓰신 박선미 선생님은 부산에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살아온 지 스무 해가 훌쩍 넘으셨다네요. 책 본문에도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투리가 그대로 나옵니다. 부산 사람인 저는 이 사투리들이 늘 쓰는 생활용어라 너무 편하고 재밌었지만, 다른 지역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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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성심원 2011.01.11 0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리출판사... 브랜드의 힘을 느낀다.
    좋은 책 소개 받으면 읽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메모하고 기억하지만 곧잘 순위가 밀린다. 올해도 그럴까?
    아냐 올해는 그래도 메모한 책이라도 꼭 읽자...

  2. BlogIcon 보리출판사 2011.01.11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도 산지니출판사에서 펴내는 좋은 책 많이 많이 소개해 드려야 하는데, 제가 너무 모자르네요. 박선미 선생님 말씀하실 때에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 나시고 소녀같은 분이시거든요. 한 번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몸에 좋지 않아 내 아이한테도 주지 않는 사탕을 학급 아이들에게도 주고 싶지 않으셨다고. 그래서 볶은 콩이랑 멸치를 주셨대요. 그걸 보고 다른 선생님도 멸치를 사서 아이들에게 주기 시작하셨는데, 하루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래요. 선생님은 여유가 되시나 보다고, 전 형편이 쪼들려서 아이들에게 멸치 주는 것도 어렵다고요. 알고 보니 그 젊은 남자 선생님이 귀하기로 소문난 방죽 멸치를 사서 아이들에게 주시더래요. 이 말씀을 듣고 다함께 웃었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죠. ^^


'찔러본다'는
얼마전 출간된 최영철 시인의 시집 제목입니다.
참 재밌는 제목이지요^^
이 제목을 처음 봤을때,
저는 사람의 옆구리를 찌르는 것말곤 생각나는 것이 없었는데요,
햇살이 강아지를 찔러보고,
비가 다랑이논을 찔러보고,
바람이 열매를 찔러보는 등
시인의 상상력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찔러본다'를 처음 듣고 무엇을 연상하셨나요?


찔러본다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최영철 시인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가족사진』『홀로 가는 맹인약사』『야성은 빛나다』『일광욕하는 가구』『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그림자 호수』『호루라기』 등과 산문집 『우리 앞에 문이 있다』『나들이 부산』『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책소개 링크),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를 펴냈습니다. 2000년에 백석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

작년 9월 산문집『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저자와의 만남 행사때 모습입니다. 엊그제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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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미국의 USA투데이에서 19년 동안 매년 실시해 온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최우등생으로 뽑힌 사람들의 성공에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였는가?’를 다룬 이 기사에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로스쿨을 졸업한 다음 저소득 계층의 학업성취를 높이기 위한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조너선 그로스와, 하버드 대학교 의대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낸시 조의 사례가 담겨 있습니다.

1988년 킬리안 고등학교의 최우수 고교생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조너선은, 부모와 할머니 모두가 자신과 형제들을 마치 어른을 대하듯 동등하게 대했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우리 형제의 아이디어나 질문, 생각들에 대해 부모님은 다른 어른들과의 대화나 다름없이 진지한 태도를 취하셨다”고 회고합니다.

1944년 월트 휘트먼 고등학교의 최우수 고교생으로 선정된 낸시 조는, 미국에 이민 와서 간호사로 일했던 어머니의 노고를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면서도 자식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던 어머니를 회고하면서 “부모님을 통해 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 사례는 자식을 키우면서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부모들은 주종의 관계로 자식들을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대접하는 것만큼의 척도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 이상 자신의 아이들을 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헌신적인 삶을 몸소 실천해 보이는 것이야말로 천금의 재산보다 귀한 가르침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부모 노릇도 성공적인 자식 농사도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나라를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공병호 선생님의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가치』(21세기북스)에 나오는 글입니다.
자식을 키우다 보니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 작심삼일에 그칠지 모르지만 작심삼일을 120번 계속하다 보면...

오늘도 나라를 위해~ 열심히,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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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백나무 2010.04.21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성을 많이 합니다. 누가 그러데요.
    아기가 응알이로 끓임없이 엄마를 반복하고 있다고요.
    아기도 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위하여 회이팅~^^~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의사도 고칠 수 없다’는 히포크라테스의 경구가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바로 건강의 바로미터이자 자신의 모습이라는 의미이다. 몸에 심각한 병이 찾아왔을 때야 우리는 의학적인 치료와 함께 몸에 좋은 음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질병 없이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매일 내가 어떤 재료를 골라 어떻게 조리해 먹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약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제철에 수확된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자연식을 먹는 것이다, 인공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받아 자란 음식물만 제대로 섭취해도 우리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대부분의 질환은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다. 음식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화학물질과 유해성분으로 인해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화학비료나 호르몬제, 착색제 등 식품의 독이 몸에 누적돼 병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넘쳐나는 먹을거리를 무자비하게 섭취하게 되면 체내에서 부패해 독소를 유발하고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해 각종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우리가 먹는 각종 음식에는 암 발생을 돕는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하지만 또 어떤 음식에는 이러한 발암물질의 활동을 억제, 제거하는 한편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물질도 있다. 자연식이란 결국 면역력은 높이고 발암물질은 억제·제거해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을 높여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제 건강도 지키고 맛있는 밥상 차리기를 시작해보자.

-김옥경, 『송학운 김옥경 부부의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 동녘라이프, 162~163p


요즘은 나이와 상관없이 주위에서 암에 걸린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건강을 잃고 나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공기 좋은 곳을 찾고 자연식을 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이 얼마나 빡빡한지를 돌아본다. 그러나 다시 건강을 찾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나마 건강을 찾으면 다행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자주 깜빡한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송학운 씨. 갑자기 암환자가 된 송씨는 정성이 가득 담긴 아내의 자연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지금은 건강 전도사로, 아내는 자연식 전도사로 열심히 살고 있다.

암을 극복하고 지금은 건강 전도사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송씨가 제시하는 건강의 원칙도 알고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규칙적인 생활, 자연식 밥상, 맑은 공기 속에서 하는 가벼운 운동, 긍정적인 생각과 자주 웃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너무나 단순한 것들이다. 그러나 알고는 있으나 실천은 남의 일. 건강을 잃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만이 살길이다.^^

다른 것은 하겠는데 자연식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김옥경 씨는 기본 소스와 맛을 내는 자연 재료만 챙겨두면 집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자연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자연식은 어렵겠지만 쉬운 것, 작은 것 하나부터 바꾸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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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 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애들뿐이었다. 그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스인가 하는 비료를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그 애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내리곤 했다.
(중략)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중략)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중략)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 26~27쪽, 「무소유」




몇일 전 퇴근길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흘렸는지 소매치기를 당했는지,
지갑 속에 들어있던 현금도 적잖았지만 그보다 각종 카드와 신분증을 다시 만들 생각을 하니 휴- 한숨부터 나왔다. 신용카드와 은행 현금카드, 보안카드, 신분증, 마트 적립카드, 도서관 대출 카드 등등. 이 많은 것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는 빈손으로 왔는데 살면서 소유물이 점점 많아져 물건의 노예가 되는 것 같다. 카드라는 물건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이런 것 없이도 잘만 살았는데 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그만 잊자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잃어버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머리속을 슝슝 날아다녔고, 현금만 쏙 빼낸 지갑이 걸거리 어느 쓰레기통 속에 처박혀 있을 생각을 하니 속이 점점 쓰려왔다.

그때 책꽂이 한 켠에 얌전히 꼽혀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였다. 판권지를 보니 1999년판이었다. 스님이 돌아가신 후 최근 1990년 판이 거액에 경매가 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책.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해 사람들이 집착하는 걸 보니 참 아이러니했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책을 읽었다. 다행히 쓰린 속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전국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래난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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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많이들 받아보시죠. 시사지, 문예지, 패션지, 종합지 등 잡지도 아주 다양한데요. 잡지는 단행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지식을 깊이 있게 체계화하는 데에는 물론 단행본이 낫지만 일상과 관련된 중요한 시사성 정보를 얻거나 여러 작가의 따끈따끈한 새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잡지가 빠르죠.


올해부터는 저희 출판사도 <작가와사회>라는 문예지를 발간하는 데 동참하게 되었는데요. <작가와사회>는 부산작가회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문예지로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작가들을 찾아내고, 그 작가의 작품을 실음으로써 부산문학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계간지랍니다.

이번 2010년 봄호가 벌써 통권38호로 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답니다. 잡지를 발간하는 순간 손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그래서 보통 잡지의 생명이 그리 길지는 못하답니다. 그런데도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꾸준히 문예지를 발간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잡지의 저력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가와사회>는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지역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습니다. 타 지역 작가와의 연대와 교류를 통해서 더욱 풍성한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지역을 깊게, 넓게 들여다봄으로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잡지라고 할 수 있죠.

읽을거리도 아주 다양한데요. 이번 봄호 특집은 ‘청소년과 문화’입니다.
그동안 청소년들은 입시제도라는 중압감 때문에 문학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는데요. 아동문학과 성인문학의 중간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서 청소년과 문화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문학의 코드에서 본 이 땅의 청소년들은 어떤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일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작시 30여 편과 신작 소설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물론 부산작가회의 소속 회원들의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2010년 봄호부터는 부산지역의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인 ‘부산문학의 현장을 찾아서’가 새롭게 신설되었는데요. 그동안 부산의 문단에서 다루지 않았던 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코너인데 그 첫 걸음으로 김민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김민부 시인은 부산의 암남공원에 시비가 있는 부산을 사랑한 작가였지만, 그동안 이 시인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적은 드물었습니다. 소외된 지역의 작가를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은 독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입니다.

우리 시대 초점이 된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도 있는데요. ‘시평세평’이라는 코너입니다. 촌평에 가깝지만 날카로운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주변에서 시작해서 그 주변이 확장되면서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지역을 깊이 보고 넓게 봄으로써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죠.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 지역의 문제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보너스!! ‘시평세평’ 코너에 있는 이상섭 소설가의 「대학등록금, 이거 장난 아니네?」 일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가카’의 말처럼 과연 등록금이 싸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세계교육 1위인 핀란드는 차치하고서 우선 프랑스부터 보자. 프랑스의 대학등록금을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고작 50만 원밖에 안 된다. 그 돈으로 학생들 교육을 시킨다면 질이 떨어질 수밖에. 헌데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육의 내실화가 우리나라보다 ‘훨’ 낫다. 영국은 또 어떤가. 고교까지 무상교육이고, 대학등록금은 학자금대출제도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 대출이자도 무이자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학자금대출제도가 있긴 하다. 이름하여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학자금이 비싸다고 울어대니 일단 대출 받아 공부하고 취업한 뒤 천천히 갚으십시오. 이거, 얼마나 눈물겹게 고마운 제도인가. 이름 그대로 돈 없는 서민에게는 ‘든든한 자금’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게 되레 사람 뒤통수친다. 이자가 무려 연 금리 5.7%! 이 정도라면 대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돈놀이하는 거지, 학문의 길을 독려하는 게 학자금대출이 아니다. 대학생들이 ‘MB&캐시’라고 비아냥거리는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작가와 사회 2010.봄 - 10점
작가와사회 편집부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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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대표인 한기호 소장의 블로그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받은 책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도야마 시게히코는 『망각의 힘』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해 기억하기보다 망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음식의 과다 섭취는 소화 불량을 불러온다. 몸에 가장 좋은 것은 적당한 공복 상태다. 경쾌한 공복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먹은 것을 소화시켜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는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배설해야 한다. 도야마는 “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배설 작용”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지식을 무조건 많이 습득해 저장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놓고 대부분은 잊어버리는 ‘선택지적 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이미 지식의 저장과 보관에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언제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활용해 바로 확인하면 된다. 컴퓨터는 선택지적 망각을 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만이 보유한 장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그런 장점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선택지적 망각은 책을 읽는 습관과 절묘하게 닮아 있다. 과거에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으며 되도록 많이 암기하려 들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메모해 컴퓨터에 올려 놓으면 언제든 검색이 가능하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며 자신의 생각만 정리하면 된다. 이것은 바닷가에서 무수한 모래들을 체로 걸러 조개만 골라내는 작업과 닮아 있다.

-216~217쪽, 『20대, 컨셉력에 목숨을 걸어라』



컴퓨터와 웹의 진화로 현대인의 삶은 참으로 편리하고 빨라졌다. 하지만 망망대해 정보의 바다에 풍덩 빠져 구명조끼도 없이 허우적대기 일쑤다. 그렇다면 육지에 닿을 수 있는 구명줄은? 바로 책이다. 그러나 책만 덥썩 잡었다가는 무인도에 표류할 수도 있다. 무인도를 벗어나려면? 뗏목이라도 필요하다. 책이 주는 모든 정보를 활용해 자신만의 지식을 만드는 능력, 바로 컨셉력이 구명보트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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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오한숙희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부부 사이에 닫힌 대화의 문을 열려면 우선 대화의 현장부터 바꾸라고. 늘 쓰던 가구, 늘 쓰던 이불, 늘 산더미 같은 일들이 기다리는 집안에서 “우리 이야기 좀 하지”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백발백중 대화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강력히 권고한다. 하다못해 뒷산에라도 오르면서 말문을 트라고.

하지만 환경만 바꾼다고 부부간의 대화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상대방 눈치 볼 일도, 배려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 권태기. 오랫동안 대화다운 대화를 못 나눴던 터라 되려 두터워진 벽만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길이나 식당에서 의견이 갈리면 지난 일까지 이자를 붙여서 외려 골이 깊어지고 만다.

내가 아는 전업주부 H는 냉소하면서 말했다.

“식구끼리 콘도 가서 사나흘 머무는 건 여자에겐 여행이 아니라 가사일의 연속일 뿐이에요. 집안 구조도 아파트랑 똑같고, 부엌에서 요리하고 치우는 것도 다 내차지지. 공간만 달라졌지 내용은 똑같은데 그게 무슨 여행이에요?”

- 318~319쪽, <제주 걷기 여행>




꺼내기 어려운 얘기가 있거나 무언가 남편을 설득해야할 땐 슬쩍 걷기 여행을 권한다. 한두시간 거리의 뒷산 소나무 숲도 좋고, 하루 길인 경주 양동마을도 좋다. 운동에 약간 강박증을 보이는 남편은, 몸살이 나서 운신을 못할 때 외엔 걷자고 하면 무조건 OK. 낙엽 오솔오솔 떨어져 있는 숲길을 걸으며 얘기를 슬금슬금 꺼낸다. 남편은 우선 일상을 탈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느긋해진데다 한없이 여유로운 사람으로 변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음, 그러지 뭐. 당신 생각대로 하자”라고 대답한다. “야호! 작전 성공이다”

경주 양동마을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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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흙장난 2010.02.28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괜찮은 방법이네요.

    분위기 무거워질 때 동네 한바퀴 걸으면서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우리 동네는 걷기도 좋거든요.

 

  “내가 홍제동 대양서점에서 아무개 도록을 만 원에 샀는데 그게 정가가 10만 원이더라구.”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직설적으로 나온다.

“정가 10만 원짜리를 만 원에 샀으니 여기 박수근 도록은 정가가 5만 원이니까 만 원에 주면 되겠구먼.”

손님에게 얼굴 찡그리기 싫어서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만, 그 가격에는 팔 수가 없습니다.”

군말을 안 하고 담담하게 그렇게 말하자 손님은 대화를 오래 끌지 않고 그냥 갔다.

물론 책을 살 때는 가격 흥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가치를 모르고 그저 모든 책을 종이 뭉치처럼 본다면 책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책은 숨 쉬는 생명이고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다. 책은 사람 아래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책과 그 안에 들어앉은 글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람 위에 있다가 죽어서도 땅에 묻히지 않고 그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 귀천(歸天)한다. 하늘 위에는 아마도 거대한 바벨 도서관이 있어서 무지한 인간들, 시건방진 사람들을 향해서 매일 조소를 보내고 있을 거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52~53p)




+++  자신이 읽은 책만 판매한다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일어난 일화다. 박수근 도록을 1만원에 사려는 헌책 수집가와 1만원에는 팔 수 없다는 헌책방 주인장의 실랑이를 보면서 ‘문화’이자 ‘상품’인 책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비매품을 제외한 모든 책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지만, ‘가격’과 ‘가치’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싸게 사려 연연하다가는 그 책이 갖고 있는 진실한 가치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제 값 주고 사봤지만 손해 본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책을 만들고, 팔고, 사는 입장 모두가 경제관념과 더불어 가치에 대한 감각을 놓쳐선 안 되겠다. 가격은 명백하여 당장 체감되지만, 가치는 무형의 것이어서 쉽게 잊히곤 하니까 말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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