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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79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나’_『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난』 서평 6월 초, 산지니 출판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였었습니다. 그곳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기획되어 있었는데요. 저희 산지니에서는 유지향 작가님의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난』으로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6월 말에 출간 예정이었던 도서였지만, 행사를 위한 도서를 소량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표지와 작가님의 이름을 인용한 “내 삶의 지향은요”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책이 출간되면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도서였습니다. ‘20대 꼭짓점에 서서 나를 돌아보다’라는 부제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작가님의 20대 시절 속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보다 어떻게 살지 고민했던 십 년이었다. 취미와 취향을 갖고 싶었던 20대 초반, 촌스럽게 흐뭇했던 중반, 생태주의, 여성주의, 동물.. 2022. 7. 4.
해양문학, 김부상의 손끝에서 반짝이다_『아버지의 바다』 서평 김부상 소설가님의 해양문학 『아버지의 바다』는 남태평양 지남2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산지니 출판사에서는 책의 날을 맞아, 지난 4월 21일 소설가님과 구모룡 문학평론가를 모시고 함께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버지의 바다』 북토크의 이야기를 빌려, 이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소설가님은 북토크에서 『아버지의 바다』 주인공 ‘일수’가 지남2호 조난 사고의 생존자이신 문인리 선생님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인물임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지남2호 조난 사고는 1963년 12월 30일, 사모아 해역에서 마주한 삼각파도로 인해 23명의 선원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한 사고입니다. 선원 4명이 구조요청을 위해 멀리 떨어진 섬을 향해 수영하였으나 문인리 선생님을 포함한 2.. 2022. 6. 8.
대화 잘 하는 법_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인터뷰 글쓰기 잘하는 법』 유튜브와 각종 OTT프로그램이 판을 치는 이 시대, 덕분에 밥친구가 늘었다. 수많은 밥친구를 만났다 헤어졌지만 여전히 내 곁에서 롱런중인 것은 '문명특급'이다. 문명특급의 컨텐츠는 다양하지만 그중 인터뷰를 가장 좋아한다. 주로 연예인을 인터뷰하는데,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모습으로는 알기 힘든 속내나 무대 아래의 그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끌어내는 MC 재재에게 감탄하곤 했다. 이 책의 제목 '인터뷰 글쓰기 잘하는 법'을 보고 책을 집어 든 것도 재재를 떠올려서다. 내가 누군가를 인터뷰할 일은 없을 듯하지만 재재의 비결을 이 책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 2022. 5. 31.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실용 지침서, 『윤리적 잡년』 『폴리아모리』에 이어 열린 관계를 다룬 두 번째 책 폴리의 성서로 불리는 『윤리적 잡년』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윤리적 '잡념'으로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잡년'이더라구요. 왜 책 제목에 비속어를 썼을까요? 책의 처음 그 이유를 말해줍니다. 우리는 원래의 영어 단어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성 긍정적인 언어에 접근한다. 그 단어들을 도리어 긍정적인 키워드로 사용해서 새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래서 '잡년'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잡년'은 잡년 행진과 잡년 낙인찍기 거부 등으로 이미 언어에 스며들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 p19 잡년의 사전적 의미는 '행실이 나쁜 여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행실이 나쁘다는 건 성적인 개방과 성적 자유로움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여성에게.. 2022. 5. 26.
한 사람의 역사를 읽다, 『사다보면 끝이 있겠지요』 우리는 매일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각자의 삶이 모두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사다보면 끝이 있겠지요』는 김두리 할머니의 삶, 그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그가 살아온 삶을 천천히 따라가 보면 자연스레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보도연맹 사건 등. 역사 교과서에서 그리고 미디어에서 숱하게 들어온 이름들이다. 그러한 사건들이 있었고, 큰일이었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정도에 그쳐 왔다. 뭉뚱그려 전체적으로만 바라보았지 그 속의 개인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다보면 끝이 있겠지요』는 의미가 깊다. "할머니의 생애를 기록하는 것은 할머니처럼 이름 없이 살아온 모든 사람들의 삶에 역사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2022. 4. 11.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통을 보아야 한다. 『밤이여 오라』서평 『레드 아일랜드』,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어 서평을 쓸 세 번째 작품은 제9회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받은 『밤이여 오라』입니다. 저희 산지니에서 지리산 용유담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배경으로 우정을 그린 생태 동화, 『나는 강, 강은 나』를 출간한 작가님이 역사소설을 집필했다는 소식에 이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세 편의 작품 모두 제주 4.3을 다루고 있지만 초점을 맞춘 부분이 다릅니다. 『레드 아일랜드』는 4.3 속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했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노사이드를 기억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다룰 소설 『밤이여 오라』는 ‘국가 폭력’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제주 4.3사건의 피해자인 한나의 아버지, 대통령.. 2022.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