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글을 쓰고요, 저녁에는 탁구를 칩니다 :: <살짜쿵 탁구> 류선 저자 인터뷰
새해에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세웠나요? 저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몸을 위해 헬스장을 10개월 등록했습니다.
'운동'은 대표적인 새해 계획 중 하나 아닐까요. 요즘 유행하는 러닝, 선청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수영, 그리고 테니스, 요가 혹은 조기축구 등이 있겠네요.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는 저자는 대표적인 생활 체육은 '탁구'를 사랑하는 류선 저자입니다.
산지니 에세이 시리즈 '살짜쿵'의 다섯 번째 책, <살짜쿵 탁구>를 통해 독자들에게 탁구의 매력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오늘 인터뷰에서는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탁구의 어떤 매력에 빠져 탁구 에세이까지 쓰게 되었을까요?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여 자신만의 반짝이는 세계를 만든 저자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시죠.
에세이 <살짜쿵 탁구>는 작가님의 첫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글은 작가님의 브런치에 연재가 되고 있었던 ‘탁구, 제 방식대로 미쳐 있습니다’였죠. 브런치 글 중에는 투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요. 투고 전 출간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떠셨나요.
출간 제안을 받았을 때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얼떨떨했습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출판사에 투고를 하기도 전에 출간 제안이 들어온 것도 놀라웠습니다. 제가 생각한 투고 시점은 ‘탁구에 관한 이야기는 다 써서 더 이상 쓸 게 없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을 만큼 글을 쓴 후였거든요. 그러니 예상치 못한 빠른 출간 제안에 얼마나 놀랐겠어요. 정신이 좀 돌아온 후에야 정말 엄청나고 감사한 일이 제게 일어났다는 걸 알았답니다.
출간 제안을 드렸을 때가 마침 부산에서 2024 부산세계탁구대회가 열리기 직전이었어요. 그래서 작가님께서 대회 관람을 위해 부산에 오셨고 만나서 미팅을 하게 되었죠. 처음엔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8월에 맞춰서 출간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는 못했고요. 작년 11월에 출간이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실물로 받아봤을 때의 소감은 어떠셨는지요?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택배 상자에서 책을 꺼내자마자 저를 반긴 건 책 표지에 라켓을 들고 탁구대 앞에서 웃고 있는 제 모습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세계를 가진 자의 글이 책으로 나왔구나! 내 이름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구나!’ 하며 마음이 벅찼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다양했어요. “목차와 구성이 좋네요.” “재미있어요.” “글이 담백합니다.” “글은 건조한데 따뜻함이 있어요.” “글이 너무 딱딱한 것 같아요.” 등등. ‘내 글을 이렇게 느끼는구나! 나란 사람이 그대로 글에 투영되어 있구나!’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탁구라는 운동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종목이잖아요. 탁구대가 아니더라도 넒은 테이블과 탁구채, 탁구공만 있다면 공을 주고받으며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작가님이 책에도 쓰셨듯이 “저는 운동으로 탁구를 해요.”라고 말하면 시시하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책에서 ‘탁구가 결코 만만한 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요. 탁구라는 종목, 운동으로서 어떤 매력과 장점이 있을까요?
최고의 매력은 실내 운동이라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 운동이 가능하다는 데 있어요. 지금은 뭔가를 성취해서 자기를 증명해야 하기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세계를 찾아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딱 맞는 운동이 탁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탁구 실력이 잘 늘지 않는 것도 역으로 생각하면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고요. 탁구장에 다니는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탁구장에 오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어요. 늪이에요. 늪.”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심취한 무아지경의 상태)’을 멀리 가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탁구장에 오시면 매일 몰입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님은 구력 5년 정도의 탁구인입니다. 생활체육은 워낙 긴 시간 동안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5년이 그렇게 긴 구력은 아닐 것 같은데요. 개인의 실력마다 다르겠지만 탁구인들 사이에서 ‘구력 5년’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인정받을까요?
맞습니다. 탁구 생활체육인으로 5년이면 긴 구력이 분명 아닙니다. 고수님들을 예로 들면, 10년은 기본이고 그 이상 탁구를 하신 분들도 많으니까요. 탁구에 투자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거나 운동신경이 좋아 실력이 빠르게 느는 분들도 있지만 드물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빼고 이야기해볼게요. 5년 정도면 초보라고 하기엔 그 단계는 넘었고 중수라고 불리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어느 지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한참 물 주고 거름 주어야 할 새싹인 거죠. 그리고 같은 5년 구력의 탁구인이라도 개인마다 탁구에 투자한 시간, 나이, 신체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5년이면 이 정도 수준이다.’라는 기준도 사실 없기도 해요.
<살짜쿵 탁구>의 첫 번째 글은 ‘탁구장에 이상한 여자가 있어요’라는 글이죠.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이상한 여자’는 바로 작가님입니다. 작가님의 탁구장에서의 루틴이 다른 분들과는 다른 것 같은데요. 작가님의 탁구장 루틴을 소개해주신다면요?
게임이 기본값인 탁구장에서 제 루틴은 연습이 기본값이라 다른 분들과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저의 탁구장 루틴은 탁구 로봇으로 연습하거나 관장님께 레슨 받거나 연습하기 좋아하는 회원과 연습하는 것으로 심플합니다. 제 방식이 옳아서가 아니라 제게 맞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루틴으로서의 탁구를 좋아합니다.
작가님은 다른 회원들과의 게임을 하기보다는 혼자서 기술을 연마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시죠. 사실 탁구장이나 다른 어떤 생활체육을 하더라도 혼자 연습하기보다는 다른 회원들과 게임도 하고, 친목도 다지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운동 방식을 탁구 기술을 익히고, 혼자서 연습하는 루틴으로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도 경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매일 보는 사람들과 게임을 해서 승부를 내는 게 제겐 곤혹스러운 일이더라고요. 좋아하는 탁구를 오래 하기 위한 방법으로 탁구 로봇을 붙잡고 기술을 연마하거나 연습하기 좋아하는 회원들과 연습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 기질대로라면 혼자 조용히 마라톤을 해야 하는 성격인데 이미 탁구에 푹 빠져 어떻게든 지속가능한 저만의 방법을 찾아낸 것이 아닐까 해요.
작가님은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10년 전부터 독서모임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책에 쓰셨어요. 그 독서모임이 계속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을 하셨고요. 물론 갑자기 끼어든 ‘탁구’가 그 경로를 조금은 변경시키긴 했지만요. 독서모임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와 독서모임이 작가님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궁금합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제 이름 석자로 불리는 그 시간과 그 공간을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온전한 제 자신으로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세상과 달리 느리게 흘러가는 책이라는 세계에 다녀오면 ‘뭘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돼. 다른 삶도 있어.’ 하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10년 넘게 읽고 토론하는 삶이 없었더라면 글을 써야겠다는 욕망도 끊어 오르지 않았을 거고, 어느 날 갑자기 무턱대고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많이 부족하고 서툴지만 이렇게 제 이름의 책도 나오지 않았을 거고요. 출간 후 이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선 이 모든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이 제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거죠. 전업주부에서 읽는 사람으로, 읽는 사람에서 읽고 쓰는 사람으로 말이죠.
제가 재미있게 읽은 글 중 하나는 ‘올림픽은 올림픽이고’(235쪽)입니다. 작년 여름에 열렸던 파리올림픽에서 신유빈 선수를 비롯한 한국 탁구대표팀이 혼성 복식 동메달, 여자 단체 동메달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탁구장의 회원들은 작가님의 기대처럼 탁구장 TV 앞에 모여 앉아 ‘대~~한민국!’을 외치기는커녕 본인들의 탁구 경기에 더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탁구인들만의 특징이 있는 걸까요? 정말로 탁구는 보는 것보다 치는 것이 훨씬 재미있나요?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직접 하는 걸 더 좋아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몇 년 전만 해도 고수님들이(최상위부수인 1-3부) 게임을 하면 구경하는 회원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고수님들이 게임을 하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탁구를 치러 나가더라고요. 보는 것보다 내가 탁구를 치는 게 훨씬 재미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새해가 되면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운동을 해볼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탁구’를 하면 좋은 점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면요? 그리고 초보자가 처음 탁구를 시작할 때 주의해야 할 점, 탁구장 고르는 법, 탁구장 이용 매너 등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루틴으로서의 운동과 지속가능한 운동을 찾으신다면 탁구만 한 운동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비도 탁구 라켓, 탁구화, 운동복만 있으면 되고요.
초보자가 탁구를 시작할 때 주의할 점은 탁구라는 운동을 만만하게 보지 않는 마음입니다. 기술들을 익혀야 하는 시간과 그 기술들이 조화를 이루는 시간들도 필요하기 때문에 10년 정도 생각하고 치면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저처럼 매번 “왜 실력이 안 느는 거야?” 하며 종종거리고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거든요. 저는 정말 탁구를 만만하게 보고 시작했거든요.
탁구장의 경우 본인의 성향이 어떤지 아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중심의 말씀만 하시는 코치님이 맞는지 아니면 기술뿐 아니라 기술 외적인 부분들도 살뜰히 챙기시는 코치님이 맞는지 알아야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어느 곳에 가야 편한지 알잖아요. 본인에게 편한 곳을 고르시면 됩니다.
탁구장 이용 매너 중 가장 기본은 인사라고 생각해요. 탁구장에 들어설 때, 나갈 때 인사만 잘해도 아주 훌륭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하나 추가하자면, 탁구공을 주워 줄 때의 매너입니다. 다른 회원이 탁구공을 주워 건넸을 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오가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도 오고 갑니다. 이 한마디가 뭐라고 멋진 운동인이 되는 기분이죠. 감사함을 주고받으면서 하는 운동은 생각보다 큰 기쁨을 줍니다.
이 책은 ‘탁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온전히 몰입한 ‘어떤 대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탁구를 만나기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빠져드는 그 경험이 작가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책만 읽어 머리만 비대했던 인간이 탁구라는 운동을 하면서 육체와 정신이 조금씩 균형을 맞춰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했던 저질체력의 인간이 탁구장을 하도 뛰어다녀 말근육을 가진 운동인으로 거듭났습니다. ‘몸이라는 게 내게도 있었구나! 내 몸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덕질 한번 해 본 적 없는 인간이 탁구에 대한 덕질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무언가에 빠져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반짝이는 눈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감각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이제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반짝이는 세계를 지속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그리고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전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도 알려주세요.
먼저 제 책을 읽으신, 그리고 앞으로 읽으실 독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전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 ‘힘들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건 뭐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위안이 되더라고요.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그 시기를 어떻게든 통과하려 애쓰고 있구나!’ 동지애를 느끼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제 책은 탁구를 하면서 들었던 수많은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신, 그리고 앞으로 읽으실 독자분들에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탁구에 관한 글을 쓸 때 마음을 다하기 위해 저 자신에게 약속한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책에서 좋은 문장을 뽑아 기록하고 사유하며 체화시키는 방법인 필사를 병행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필사한 책이 100권이 넘었고, 이제는 필사를 하지 않고는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은 중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 병은 필사한 문장들을 일상에 녹이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천천히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중입니다. 탁구 덕질에 이은 두 번째 덕질이 시작된 거죠. 왜 이렇게 필사에 미쳐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 타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필사라는 행위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탁구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의 연장선이기도 하구요.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탁구에 관한 글을 한 편씩 쓸 때처럼 필사에 관한 글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책은 필사에 관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살짜쿵 탁구>의 류선 작가와의 대화 어떠셨나요?
무언가에 몰입한 사람의 반짝이는 세계를 엿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산지니 독자 여러분도 올 한 해 나만의 반짝이는 세계를 만들어나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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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짜쿵 탁구
집 앞 여성센터에서 7분 레슨을 받던 초보 탁구인이 본격적으로 탁구장에 발을 내딛고 만난 탁구라는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가 담겼다. 등산복 입고 쭈뼛쭈뼛 탁구장에 들어서던 저자는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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