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저널504호(2018.04*05),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코너에 

 혁명을 쉽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 이야기, 

『산골에서 혁명을』 편집자 글이 실렸습니다.

 

 

 

 

 

 

혁명을 쉽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 이야기

미세먼지로 뿌연 도시의 팍팍한 공기, 쳇바퀴 같은 직장생활, 스쳐 지나가는 통장의 잔고, 새로울 것도, 기대할 것도 딱히 없는 도시의 일상이다. 이런 밋밋하고 뻔한 생활을 확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을 먹었다가 단념하고, 일상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어떤 이는 주기적으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갖기도 한다. 그런 막연한 기대와 동경을 행동으로 직접 실천한 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산골에서 혁명을이다.

서울서 나고 자라서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저자는 그 도시 한가운데서 아나키스트를 만났다.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그녀에게 초록 눈을 가진 아나키스트의 생활은 동경의 대상에서 한번 살아볼 만하겠다는 용기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덜컥, 무주 덕유산 골짜기 빈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그런 저자의 용기가 놀랍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대로 혁명이라는 것이 별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고, ‘누구나 살면서 이루어나갈 수 있는 사건이라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일상의 혁명은 가능하다.

이 책은 저자 박호연의 산골살이 10년을 담고 있다. 아이 넷을 낳고 기르면서 평범하지 않은 손님들을 맞으면서 살아온 이야기가 이채롭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 살아보자!’고 결심한 것이 혁명의 시작이었고, 그 속에서의 삶은 혁명의 연속이다. 눈 쌓인 산골에 며칠을 고립되어 있다가 오랜만에 장 보러 나온 가족은 내친 김에 통영으로 가서 짧은 자유를 누린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뱀과 무심하게 지내는 여유도 갖게 되었지만 토막 난 뱀을 대하는 건 여전히 마음 불편하다. 자급자족을 삶의 방향으로 정하고 산골살이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저자의 다양한 경험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산업적인 고기를 거부하는 남편의 야생고기(로드킬 당한 고라니)에 대한 이야기는 도시 생활에서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산골살이에 적응한 저자는 무더웠던 8, 작은 아이 둘 데리고 친정인 서울에서 지내면서 산골 집을 그리워한다. 우리 대부분은 역전된 이야기가 더 익숙하지만. 처음 겪는 많은 상황들 속에서 저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나고, 만들어가고, 익숙해져간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네 아이는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하고 자유롭게 커간다.

그 어디에 살든 삶은 공평하게 희로애락으로 채워진다.’는 저자의 말대로 산골에 살든, 도시에 살든 아이 낳고, 키우면서 사람들과, 세상과 부대끼면서 기뻐하고 괴로워하는 건 마찬가지다. 산골에 살아도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건 매한가지다. 광대정 골짜기로 찾아드는 요상한 손님들의 사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 같은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생활동반자법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히기 위해서는 오랜 진통과 혼란이 필요할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된다. 저자는 지난 탄핵 정국 때 서울과 전주의 촛불 광장에서 겪은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결국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계절의 변화를 어느 때보다 잘 느낄 수 있는 4. 계절의 혁명이 이루어지는 때이다. 혁명(Revolution)은 변동이고, 혁신이며 순환임을 생각하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투운동 또한 진통과 혼란을 겪으면서 우리사회가 진보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산문집을 엮으면서 저자가 느꼈던 기쁨과 충만함이산골에서 혁명을을 통해서 독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산골에서 혁명을 - 10점
박호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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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도시를 떠난 두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 <산골에서 혁명을>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혜원(주인공)은 서울에서 고향으로 도망친다. 홀로 빈집을 가꾸며 조금만 버티다가 서울로 돌아갈 거라 다짐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보낸 사계절은 지친 그녀를 서서히 치유해준다.

시골 풍경 속에 어릴 적 친구들과 가면 없는 우정을 나누며 사계절을 보내고, 서울로 간 혜원은 다시 시골로 내려온다. 하지만 이번은 과거와 달리 도망치듯 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온전히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내려온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처럼 온전히 자신으로 살 기 위해 산골에 자리 잡은 여성이 있다. 바로 박호연이다. 그의 에세이 <산골에서 혁명을>(산지니)은 초록 눈의 아나키스트와 꿈꾸는 자유 영혼 '그녀'의 이야기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녀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외딴 산골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한다.

여의도 한복판에서 직장을 다닌 그녀는 어느 날 풍성한 수염을 기르고 터번처럼 머리를 돌려 묶은 남자를 만난다. 그의 묘한 매력에 빠져 사랑을 하고, 함께 자급자족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자유는 불편을 동반하고' 그렇게 시작된 산골에서 사계절을 아홉 번 겪는 동안 태어난 네 명의 아이들은 부추처럼 쑥쑥 자랐다. 

그녀의 산골일기를 엿보자.

"광대정에 살면서 우리는 자급자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산골에 살아보니 그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봄에는 나물 뜯어 먹고, 여름에는 밭에서 나는 거 먹고, 가을에는 산에서 지천으로 달린 밤이며 도토리, 겨울에는 산에서 틈틈이 해놓은 나무를 때며 뜨끈한 구들방에 앉아 그간 수고한 몸을 쉬면 된다.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우리는 산골에서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진정한 아니키즘을 실현한다. 산골 아나키 만세!"



산골의 삶은 아무리 봐도 친해지지 않는 뱀을 마주해야 하고, 사고로 죽은 고라니 고기를 우적우적 먹거나, 눈이 오면 며칠 동안 고립되기도 한다. 아나키스트인 남편은 보름달이 뜨면 '아나키 세상'을 달에 빌고, 그녀는 그의 해맑은 초록 눈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탈자본주의 세상을 꿈꾸는 아나키스트"다. 사람들이 "당신도 아나키스트인가요?"라고 물을 때 그녀는 "나는 스스로를 '~주의자'라로 정의하는 게 불편하다. 고작 사람의 머리로 만들어낸, 제 아무리 완벽하다 한들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상이란 틀에 나를 끼워 맞추기란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는 나일 뿐, 다만 생활 철학으로서 아나키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1장. 산골살이'로 시작해 '2장. 손님열전'을 겪고 '3장. 낳고, 키우고'에서 덜컥 들어선 넷째 아이를 지우기 위해 산부인과로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태아의 생명을 구했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초록의 생명처럼 영글어갔다. 하지만 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자발적인 선택이었던 육아는 그녀의 몸과 마음을 자꾸 부대끼게 했다.

"가끔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사와 돌봄 노동을 포기하고픈 심정이 든다. 그러다가,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렇다는 진실을 맞닥뜨린다. 비단 가사와 돌봄 노동만이 이 세계에서 끝없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음을. 나에게만 시지프스와 같은 끝없는 형벌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

재작년 11월 광화문 거리에 선 그녀는 페미니즘 시국 선언에 다녀온 친구를 만난다. 20대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나친 페미니즘의 언어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서울에서 비혼으로 사는 친구와 시골에서 애 낳고 사는 나 사이에 미묘한 공감대를 감지"하며 여성주의의 경계를 다시 고민한다.

페미니즘이란 젠더와 계급, 인종을 넘어서 연대하는 지점에 있어야 한다는 에코 페미니스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의 글귀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구호를 발견한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


어느 날 그녀는 서울의 중산층으로 자리매김한 죽마고우인 친구들은 만난다. 그들과 아파트 매매와 대출, 부동산 경기에 대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경제적 조건과 삶의 화두가 달라져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맑스의 유물론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삶의 조건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다. 자연과 교감하며 산골에서 9년을 살았던 그녀의 삶에 애초부터 자본주의가 뿌리내릴 땅은 없었다.


 

한국사회만큼 자본주의와 찰떡궁합을 이룬 사회가 있을까. 그녀는 산골에 살면서 다른 세상이 가능함을 경험한다. 그녀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랑을 했고,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고 온몸으로 산골의 삶을 살았다.

그녀가 산골생활을 하면서 지켜낸 것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나에게 혁명이란, 과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이루어나갈 수 있는 사건"이라며 산골에서 살아온 삶 자체가 혁명이었음을 깨닫는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오늘의 지루하고 제한적이고 기계적이고 원자화된
이 우스꽝스러운 사회에
최종적 혁명 활동

- 박호연 자작 단편 <산청으로 가는 길> 중에서


그녀에게 사랑은 곧 혁명이었다. 그녀는 산골에서 혁명을 이루었지만, 우리는 산골이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혁명을 꿈꾸면 좋겠다. 왜냐면 혁명은 거창한 것도 아니고, 멀리 있지도 않으니까. 그녀의 표현대로 최종적 혁명 활동은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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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초록 눈 아나키스트와 꿈꾸는 자유영혼 '나'

 

산골에서 혁명을』(박호연 지음)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도시녀, 초록 눈의 아나키스트 남편과 무주 덕유산 자락 골짜기에 들어가다

 

기존 삶의 방식을 의심하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혁명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고 지칭하는 남자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여자는 새로운 삶을 찾아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제도가 만들어놓은 패턴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방식으로 살아보기엔 도시보다 산골이 더 좋을 것 같아서였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여자는 캐나다인 남자를 만나 무주 덕유산 자락에 신혼집을 차렸다. 그리고 어느덧 아이 넷을 낳아 기르며, 요상한(?) 손님들을 맞으며 좌충우돌 살아가는 그 여자 박호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혁명이란 반복되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

 

글쓰기에 열정을 품고 있으며, 단편 소설 산청으로 가는 길로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는 도시를 한 번 떠나 보자고 산골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 10년의 시간을 이 책에 담았다. 제목에 혁명이라는 다소 거창한 단어를 넣었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멋을 부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게 혁명이란 반복되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고, ‘누구나 살면서 이루어나갈 수 있는 사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혁명의 기록이다.

 초여름 밤에 울려 퍼지는 소쩍새 소리, 장마로 불어난 계곡의 용솟음, 결실이 주렁주렁 달리는 작물, 계절이 기척 없이 지나가는 풍경을 곁에서 지켜보며 밀려왔던 기쁨과 충만함. 이 모든 것이 저자에게는 바로 혁명인 것이다.

 

 

 

 

모든 것이 생경한 겨울 길목의 산골, 새롭게 이식된 땅에 잔뿌리를 내린다

 

책은 1산골살이, 2손님 열전, 3낳고 키우고, 4책과 영화 속으로, 5산 아래 세상에서로 짜여 있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 살아보자!’고 결심한 것이 혁명의 시작이다. 눈 쌓인 산골에 고립되어 있다가 오랜만에 장 보러 나온 가족은 내친 김에 통영으로 가서 짧은 자유를 누린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뱀과 무심하게 지내는 여유도 갖게 되었지만 토막 난 뱀을 대하는 것은 여전히 마음 불편하다. 소쩍새 노래하는 광대정 골짜기를 방문하는 별스런 손님들의 이야기 2장도 흥미롭다. 3장에는 산골짜기에서 4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며 느끼는 기쁨과 어려움 등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4장과 5장에서는 세상과 연결된 이야기들이 책과 영화를 통한 사회의 이야기로 확대된다.

 

 

 

 

그 어디에 살든 삶은 공평하게 희로애락으로 채워진다

 

자급자족을 삶의 방향으로 정하고 산골살이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저자의 다양한 경험들이 범상치만은 않다. 예를 들면 산업적인 고기를 거부하는 남편의 야생고기(로드킬 당한 고라니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도시 생활에서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선택으로 들어간 산골의 삶이지만, 오랫동안 비어 있던 산골의 흙집에서 맞이한 삶이 어찌 기쁨만으로 다가왔을까. 처음 겪는 많은 일들 속에서 저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나고, 만들어 가고, 익숙해져 간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네 아이들은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하고 자유롭게 커간다. 또한 사는 곳이 어디든 경험하게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산 아래 세상과 연결된 이야기들

 

산골에 살아도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매한가지다. 저자는 지난 탄핵 정국 때 서울과 전주의 촛불 광장에서 겪은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결국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나는 뿌리 깊은 남성 중심 사회 전면에 목소리를 내는 용감한 여성들과 페미니즘의 거센 물결을 환영한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특정 젠더를 혐오하지도 억압하지도 않을 사회적 뿌리를 심는 일이라 생각한다. (중략) 젠더와 인종, 나이와 지역, 경제적 계급을 초월한 여성주의 연대를 기대해본다. 쉽지 않겠다. 어쨌든 편협함은 페미니즘과 어울리지 않는다. -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중에서

 

캐나다인 시부모님이 한국으로 여행을 올 거라는 소식을 전해온다. 아나키스트인 남편과 달리 시부모는 경제적으로 넉넉해 토론토-인천 간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값과 돌아갈 때 이용하게 될 요코하마-벤쿠버 간 크루즈 여행경비는 산골 가족의 1년 생활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은 그들의 인생, 우리는 우리의 인생. 단지, 부모 자식 간에도 빈부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쿨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두 분의 별거 여행이 될 거라는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먼 타국에 사는 아들에게 언제나 좋은 소식을 전하던 아버지가 사실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으며 이번 여행을 끝으로 요양원에 입소하고 어머니는 실버타운으로 가게 될 거란다. 저자는 늙어버린 몸에 담긴 노년의 정신은 대체 어떤 모습인지,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심정이란어떠할지 염려한다. 이런 염려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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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산골에서 혁명을 - 10점
박호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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