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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12 [서평] 부단한 오늘을 일어난 우리에게,『시로부터』 (1)

 

 

"안개와 구름이 산의 정상을 가만히 품어주고 있는 풍경을 더듬어가다 나는 달을 정복한 인간의 비애를 생각했다. 달의 정복은 인간이 쟁취해낸 승리가 아니라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주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잃어버린 서글픈 상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달을 정복하고 나서 인간은 무한한 달나라의 동화와 기원을 잃었다. 달그림자의 포근한 위안과 갈구를 잃어버렸다. 달은 이제 그저 무미건조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책을 들어가기 앞서’: 프롤로그

최영철 시인의 산문집 시로부터시의 사부’, ‘시의 무늬’, ‘시인 산책으로 이뤄져 있다. ‘시의 사부에서는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것을 일깨우고 오로지 에 대해 말한다면, ‘시의 무늬에서는 시인으로서 시인을 정의하고 세상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시의 산책에서는 시인 최영철에게 영향을 준 동인과 여러 시인들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서평에는 일부 내용이 적혀있다. 책에 있어서 곳곳이 큰 울림이었지만 서평을 쓰는 날 필자의 눈에 들어온 불꽃이니 나의 서평이 전체가 아니기를 바란다.

 

 

 

 

표지

표지의 디자인은 최영철 시인의 시로부터 가지는 마음을 표현하듯 유려한 글귀들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진 글귀는 절망의 나락에 서있는 우리에게 팔을 뻗어 이끌고 올라가기 보다는 그 자리에서 생의 작은 순간까지도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일으킨다. 나는 일어섰다. 나란히.

 

본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었으나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시로부터 머리글

 

첫 문구부터 가슴을 찔렀다. 나만을 위한 책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숨기고 있던 나의 생각을 만천하에 알리듯 부끄러웠다.

 

나의 시는 결여의 상태에서 촉발한다. () 떠나버린 차가 이제 막 진입해 들어오는 기차보다 아름다우며 만개한 꽃보다 떨어져 휘날리는 꽃이 더 아름답다.”

  -p.26

 

최영철 시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인잘알’(시인을 잘 알고 있다)이라고 할 수 있다. 산문집시로부터에서는 86년 그의 한국일보등단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와 시인, 그리고 시로부터의 삶을 꾸밈없이 써내려갔다. 마음속에 시를 한 번이라도 품었던 사람이라면 밑줄을 안 그을 수 없을 터. 나의 시를 쓰듯, 그는 나에게 시를 들려주었다.

 

무수히 떠오르고 진 해와 달과 별은 오늘 최초로 내 앞에 등장한 것이고 무수히 피었다 진 꽃과 매일 아침 골목에서 마주치는 이웃 역시 오늘 비로소 마주치게 된 것들이다.”

-p.29

 

그에게 시는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새로운 발견을 해야 했다. 천부적인 건망증은 시의 힘이었고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라는 착각을 일으켰다고 했다. 매사에 익숙해지지 않으며 노련해지지 않고 뻔뻔스러워지지 않는 것이 시의 밑천이었다.

 

쓸모없음이라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익숙함으로부터, ‘고마움감정을 무디게 한 뒤 판단되는 상태이며 착각이다. 새롭지 않으며 감흥을 일으키지도 않는 그것은 나에게 있어 소중했던 기억과 마음마저도 가려버린다. 그동안 쓸모없음을 쓸모있음으로 바꾸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왔던가. 시인의 한 마디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의 감정을 다시금 일렁이게 하였다. 어떠한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쓸모 있기를 바라며.

 

생이 나에게 부여한 이 고역을 비켜가지 않고, 흥얼흥얼 콧노래라도 부르며 동행하고 있다면, 그대는 이미 좋은 시인이다. 좋은 시를 살아내고 있는 시인이다.”

-p.69

 

최영철 시인은 시인에 대하여 느닷없이 찾아온, 또한 오랫동안 동행해온 '고통'의 등을 토닥이며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달아주는 것이 시인의 과업이라고 했다. 금방 떠나버릴 고통이라는 것을 잘 붙잡아 옆에 앉혀 두어야 하고 가끔은 울리기도 하며 감정의 폭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는 엄청난 비극을 사소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시인은 고통의 일상이야말로 시인답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말을 이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시인에게 부여된 천부적인 기질이고 책무라면 독자인 우리는 고통의 끝에 살아있음과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위로와 아픔을 느껴야한다. 서로의 아픔이 위로가 되는 학대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시인이 말하는 쓰는 일과 비슷하지만 스스로의 고통을 인지해야하고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며 뭉그러진 마음을 일으키고 깨워야한다. 삭막한 삶에서 고통이라는 감정으로 삭막했던 감정을 울리기를.

 

 

 

 

 좋은 시는 성실하게 쓰고 고치는 공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막막한 기다림 끝에 주어지는 뜻하지 않는 선물에 가깝다.”

-p.122

 

그저 느리게, 더 느리게 읽어야만 했다. 시는 삶의 한 순간을 만나는 것이기에 섣불리 지나칠 수 없었다. 나열의 끝에 눈물을 붙잡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을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감정이라는 것도 예외는 아니다. 진득하기를 바라기보다는 빠르게 바뀌어 가는 것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 어제는 사랑했던 것을 오늘은 사랑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시와 관련한 산문집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있어 큰 기쁨이다. 오늘은 이 문장이 나를 울리더니 내일은 저 문장이 나를 웃게 하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 얼굴을 찡그릴 게 없고 선택의 갈래에서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복잡하지 않다. 그저 내가 잊고 있던 걸 떠올리게 할 뿐. 우리는 그제서야 말한다. 나의 삶은 시였으니, 더 나아가 시를 읽으며 살기를.

 

에필로그

그의 문장에는 막힘이 없다. 힘 있고 강하다. 여기서 힘이란 억압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그의 소신을 그가 걸어온 시로부터 들려준다. 그의 삶은 곧 시이기에 약할 리 없다. 서로가 서로에 기대고 안긴다. 그는, 시는 강하다.

 

 

 

저자소개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하며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책소개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인은 쓸모 있음과 유용함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쓸모없음을 설파하며 무용을 거머쥔 시, 그 시의 자리를 묻는다. 그리고 지금껏 밥벌이와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시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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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